성범죄로 고소했다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거나 합의가 이루어져 고소를 취소하면, 그것으로 상황이 완전히 끝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고소는 언제든 취소할 수 있는 절차인 반면, 애초에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행위로 이미 완성된 무고죄는 그 취소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두 절차는 시작점이 같아 보여도 법적으로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무고죄가 정확히 어느 시점에 성립하는지, 왜 고소취소가 그 성립을 되돌리지 못하는지, 형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무고죄란 무엇인가 — 허위 신고로 완성되는 범죄
무고죄는 형법 제156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조문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성립요건은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타인이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하려는 목적, 둘째 그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라는 점, 셋째 이를 수사 권한이 있는 공무소나 공무원에게 신고하는 행위입니다. 성범죄 고소로 예를 들면, 상대방을 강제추행 등으로 처벌받게 하려는 목적을 갖고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경찰서에 신고하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만 허위사실이라고 해서 무조건 무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5도1084 판결은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신고된 사실 자체가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의 원인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즉 신고 내용이 애초에 형사처벌이나 징계의 근거가 될 수 없는 성질이라면, 그 내용이 허위라 해도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성범죄처럼 신고 내용 자체가 형사처분의 명백한 원인이 되는 사안에서는, 그 내용이 허위이고 신고자가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면 무고죄의 구성요건은 그대로 충족됩니다.
무고죄는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 완성된다 — 성립 시점의 문제
무고죄에서 가장 자주 오해되는 부분이 바로 성립 시점입니다. 무고죄는 결과가 발생해야 완성되는 범죄가 아니라, 허위의 사실을 담은 고소장이나 진정서가 수사기관에 접수되어 수사기관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는 즉시 완성되는 범죄입니다. 실제로 그 신고 때문에 상대방이 처벌을 받았는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무고죄의 성립 여부와 무관합니다. 신고행위 자체로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잘못된 방향으로 작동시켰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이 원리를 성범죄 허위 고소에 대입하면 결론이 명확해집니다. 허위의 성범죄 사실을 담은 고소장이 경찰서 민원실에 접수되는 순간, 그 시점을 기준으로 무고죄는 이미 완성된 것으로 봅니다. 이후 며칠 뒤든 몇 달 뒤든 고소를 취소한다는 행위는, 완성된 범죄사실이 일어난 시점보다 나중에 벌어진 별개의 사건일 뿐입니다. 형법의 기본원리상 범죄의 성립 여부는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그 이후에 생긴 사정으로 이미 성립한 범죄사실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무고죄는 허위 신고가 수사기관에 접수되는 순간 완성되는 범죄이고, 그 이후에 벌어지는 고소취소는 이미 완성된 범죄사실보다 나중에 일어난 별개의 사정일 뿐이다.
고소취소는 원래 사건의 절차일 뿐, 무고죄에는 영향이 없다
형사소송법 제232조는 "고소는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취소한 자는 "다시 고소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문은 원래 신고했던 사건, 즉 성범죄 고소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 절차입니다. 고소인이 이 조문에 따라 원래의 성범죄 고소를 취소하더라도, 이는 그 사건의 진행 여부에 관한 절차적 처분일 뿐이고 무고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무고죄는 애초에 이 취소 규정이 적용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무고죄가 보호하는 법익에 있습니다. 무고죄는 피무고자 개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범죄가 아니라, 국가의 수사권과 재판권이 허위 신고로 오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국가적 법익을 보호하는 범죄입니다. 개인 간의 문제라면 당사자의 취소나 합의로 해결될 여지가 있지만, 무고죄는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이라는 공적 이익을 침해한 범죄이므로 신고인이 임의로 취소한다고 해서 국가의 처벌권까지 소멸시킬 수는 없습니다. 피무고자와 합의하고 원래 고소를 취소했다는 사정은 무고 사건에서 정황상 참작될 여지는 있어도, 무고죄 자체의 성립을 부정하는 사유는 되지 못합니다.
성범죄는 더 이상 친고죄가 아니다 — 취소의 효과가 제한적인 이유
과거에는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 상당수가 친고죄로 분류되어 있어,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면 그 사건 자체의 소추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형법 제306조는 이미 삭제되었고, 현재 강간·강제추행을 비롯한 성범죄는 대부분 비친고죄입니다. 즉 고소를 취소해도 원래의 성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자동으로 종결되지 않고, 수사기관이 재량으로 계속 진행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이 구조 변화는 무고 여부의 판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성범죄 고소가 친고죄였던 시절에는 취소로 사건 자체가 조용히 종료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고소인이 갑자기 진술을 번복하거나 고소를 취소하는 시점 자체가 수사기관의 관심을 끄는 계기가 됩니다. 초기 진술과 증거 사이에 불일치가 있는 상태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고소가 취소되면, 수사기관이 원래 사건의 진위를 다시 살피는 과정에서 무고 혐의를 별도로 검토하게 되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친고죄였던 과거 — 고소취소 시 사건 자체가 종결되는 경우가 많았음.
형법 제306조 삭제 이후 — 성범죄는 비친고죄, 취소해도 수사·기소가 재량으로 계속될 수 있음.
취소 시점과 경위 — 뚜렷한 이유 없는 갑작스러운 취소는 수사기관의 재검토 계기가 됨.
무고 혐의 검토 — 원래 사건의 불송치·불기소 결정 과정에서 별도로 이뤄지는 경우가 흔함.
"취소하면 봐준다"는 오해가 위험한 이유
실무에서 흔히 보이는 오해가 있습니다. 고소를 취소하면 상대방이 선처를 받아 사건이 조용히 마무리되고, 자신에게도 아무 문제가 남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성범죄가 비친고죄로 바뀐 지금은 취소한다고 해서 원래 사건의 수사가 반드시 멈추는 것도 아니고, 무고 혐의에 대한 검토는 취소 여부와 무관하게 별도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취소 자체가 최초 신고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정황으로 작용해, 무고 수사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무고 수사가 시작되는 경로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원래 사건이 불송치나 불기소로 종결된 뒤, 피고소인이었던 사람이 자신을 상대로 허위 고소를 했다며 맞고소하는 경로입니다. 다른 하나는 수사기관이 조사 과정에서 진술의 일관성이 무너지거나 물증과 진술이 맞지 않는 정황을 확인하고, 별도의 지휘나 고발 없이도 직권으로 무고 혐의를 인지해 수사에 착수하는 경로입니다. 두 경로 모두 고소취소 여부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유일하게 형을 줄이는 길 — 자백과 자수
무고죄의 성립 자체를 되돌릴 방법은 없지만, 형을 줄일 수 있는 제도는 별도로 존재합니다. 형법 제157조는 제153조를 준용하여, 재판 또는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 또는 자수한 경우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 제도가 무고죄의 성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성립한 범죄에 대해 형을 낮춰주는 정책적 장치라는 점입니다. 성립과 처벌은 별개이고, 자백·자수는 처벌의 무게를 조정하는 통로일 뿐 성립 여부를 바꾸는 통로가 아닙니다.
또한 자백·자수는 원래 사건에 대한 고소취소와는 전혀 다른 절차입니다. 고소취소는 원래의 성범죄 고소를 대상으로 하는 의사표시이지만, 자백·자수는 자신이 저지른 무고 행위 자체를 인정하는 의사표시입니다. 성범죄 고소를 취소하면서도 정작 그 신고가 허위였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는다면, 형법 제157조가 정한 감경·면제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무고 혐의로부터 형을 실질적으로 줄이고자 한다면, 수사기관이 무고 사실을 인지하기 전에 스스로 신고하는 자수든, 수사가 개시된 뒤라도 재판이나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허위성을 인정하는 자백이든, 그 시점과 방식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고소취소는 원래 사건에 대한 의사표시이고, 자백·자수는 무고 행위 자체를 인정하는 의사표시다 — 둘을 혼동하면 형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를 놓치게 된다.
법원이 보는 판단기준 — 무고 혐의를 가르는 요소
무고 사건에서 법원과 수사기관이 실제로 들여다보는 지점은 취소 여부가 아니라 신고 당시의 사정입니다. 신고 시점에 허위성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그 목적이 상대방을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하려는 것이었는지, 신고 내용이 애초에 형사처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성질의 사실인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이 가운데 허위성 인식, 즉 고의는 신고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나중에 고소를 취소했다는 사실 자체는 이 판단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허위성 인식 — 신고 당시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처분원인성 — 신고 내용 자체가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사실인지.
진술의 일관성 — 초기 진술과 이후 진술, 객관적 증거 사이의 부합 정도.
취소 시점과 경위 — 취소가 합리적 이유에 따른 것인지,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는지.
여기서 유의할 점은, 신고 당시 착각이나 오해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신고했을 뿐 허위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애초에 무고죄의 고의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 글에서 다루는 '취소해도 이미 성립한 죄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문제와는 출발점이 다른 쟁점입니다. 신고 당시 허위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던 경우를 전제로, 그 이후 취소가 성립된 죄를 되돌리지 못한다는 것이 이 글의 논지입니다.
실무 유의점 — 이미 취소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미 성범죄 고소를 했다가 취소한 상태라면, 취소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원래 사건의 수사기록, 자신이 제출한 진술서와 증거자료, 취소에 이르게 된 구체적 경위를 먼저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신고 당시 실제로 일어난 일을 오해하거나 착각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를 모아두는 것이 중요하고, 반대로 처음부터 허위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무고 수사가 개시되기 전에 자백이나 자수를 통해 형을 감경받을 방법을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어느 경우든 상대방과의 개별적인 합의나 취소만으로 무고 리스크가 해소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수사기관이 원래 사건을 종결하는 과정에서 신고 내용의 진위를 재검토할 가능성은 항상 남아 있고, 그 결과 무고 수사로 이어지는 사례가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진술과 증거관계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초기 단계에서부터 법률 조력을 받아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고소를 취소하면 무고 수사도 자동으로 끝나나요?
A. 아닙니다. 고소취소는 원래 고소한 사건에 대한 절차일 뿐이고, 무고 여부는 신고 당시의 사정을 기준으로 별도로 판단됩니다. 이미 접수된 허위 신고 자체가 문제되는 것이므로 취소만으로는 무고 혐의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Q. 성범죄는 친고죄라서 취소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A.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형법 제306조 삭제로 대부분 비친고죄가 되어, 고소를 취소해도 수사기관이 재량으로 수사와 기소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무고 여부도 이와 별개로 판단되는 문제입니다.
Q. 무고죄로 처벌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재판이나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허위 신고였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자백이나 자수를 하면 형법 제157조에 따라 형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형량을 줄이는 절차이고 무고죄의 성립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닙니다.
Q. 취소하면서 합의금을 주고받으면 무고 혐의가 없어지나요?
A. 피무고자와의 합의는 무고죄 성립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무고죄는 개인 간 합의로 좌우되는 범죄가 아니라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보호하는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Q. 사실을 착각해서 신고했다가 취소한 경우도 무고죄가 되나요?
A. 신고 당시 허위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착각으로 신고했다면 무고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 처벌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취소 여부와 무관하게 신고 당시의 인식 상태로 판단되는 별도의 쟁점입니다.
Q. 무고 수사는 보통 언제 시작되나요?
A. 원래 사건이 불송치나 불기소로 끝난 뒤 피고소인이 맞고소하는 경로가 많지만, 수사기관이 진술 번복이나 증거 불일치를 확인하고 직권으로 수사에 착수하는 경로도 있습니다.
맺음말
무고죄는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행위 그 자체로 완성되는 범죄이고, 그 뒤에 벌어지는 고소취소는 이미 완성된 범죄사실을 되돌리지 못하는 별개의 사정입니다. 성범죄가 더 이상 친고죄가 아닌 지금은 취소했다는 사실이 원래 사건의 수사조차 자동으로 멈추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취소의 경위가 무고 혐의를 검토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형을 줄일 수 있는 통로는 취소가 아니라 재판·징계처분 확정 전의 자백과 자수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신고 당시 허위성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이후 상황을 어떤 절차로 정리하느냐입니다. 취소만으로 모든 것이 정리된다고 단정하기보다, 자신의 진술과 증거관계를 먼저 냉정하게 점검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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