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채단비 양 사건으로 본 '보완수사(지휘)'와 '보완수사요구'의 차이: 수사권 조정의 그늘(ft:부장검사출신 형사전문변호사)

21년 경력 부장검사 출신 형사전문변호사 ‘제대로 일하는’ 내편박변 박종민 변호사입니다.
최근 20세의 젊은 나이에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故 채단비 양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며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와 현행 사법 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가 이미 일전에 분노의 블로그 포스트 글을 게시한 바 있습니다.
경찰공무원을 꿈꾸던 사회초년생 피해자가 직장 상사로부터 성폭행(준강간) 피해를 입고 고소했으나, 경찰의 안일하고 편파적인 초동수사 끝에 무혐의(불송치) 처분이 내려졌고, 절망한 피해자는 끝내 세상을 등졌습니다.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불송치 결정) 체제와 검찰의 '보완수사요구'가 가진 태생적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많은 일반인분들께서 이전 1차 수사권 조정 전인 '수사지휘' 또는 '(직접) 보완수사'와 '보완수사요구'가 도대체 무엇이 다르기에 사건이 겉돌고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는지 궁금해 하실 겁니다.
수천 건의 수사를 처리하고 지휘했던 부장검사 경력의 형사전문변호사의 시각에서, 두 제도의 결정적 차이와 현행 및 개정 형사사법 체계에서의 문제점을 알기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故 채단비 양 사건에서 드러난
'부실 수사'의 전말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초기 경찰 수사가 엉성했음이 명백히 확인됩니다.
"번거롭다"며 압수수색 영장 미신청 : 경찰은 가해자나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단 한 번도 압수수색하지 않았습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영장을 신청하면 시간이 걸리고 번거롭다"는 믿기 힘든 핑계를 댔고, 가해자 휴대전화는 '피해자 진술과 내용이 겹친다'는 이유로 방치했습니다.

가해자가 편집할 가능성이 있는 CCTV만 신뢰: 주점 CCTV 본체나 원본 저장장치를 압수하지 않고, 가해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골라 임의제출했을 가능성이 있는 영상만 믿고 "스킨십이 확인됐다"며 무혐의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제대로 된 수사관이나 검사라면 당사자가 임의제출하는 증거는 편집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증거와 일치하는 등 상대방도 동의하지 않은 이상 원본 전체 증거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원칙입니다.
실제로는 사각지대로 강제로 끌고 가거나 피해자가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있었음에도 무시되었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호소 방치 및 핑퐁 수사: 검찰이 3월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CCTV 영상의 시간 오차만 맞추는 흉내만 낸 뒤 4월에 불송치(무혐의) 결정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채 씨는 "내가 잘못되더라도 꼭 이의신청을 해달라"는 눈물의 호소를 남기고 투신 사망했습니다.
'보완수사(직접 수사 및 수사지휘)' vs '보완수사요구'의 결정적 차이
일반인들의 눈에는 둘 다 검사가 경찰에 "다시 조사하라"고 시키거나 추가 수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법적 효력과 실무 작동 방식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구분
과거 체제: 검사의 '보완수사(직접 수사 및 지휘)'
현행 및 개정 체제: 검사의 '보완수사요구'
법적 성격
명령 및 직접 개입권
단순 요구 및 권고 수준
직접 수사 여부
부족한 증거 발견 시 검사가 직접 피의자 소환, 압수수색 진행
검사의 직접 수사·직접 보완수사 원칙적 금지/제한
강제력과 통제
검사가 전체 수사의 주재자로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이행해야 하는 법적 의무. 엄격한 사법통제 가능
경찰이 형식적으로 시늉만 내거나 뭉개도 실질적인 강제 수단 부족
사건 처리 방식
검사가 경찰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직접 기소하거나 실체진실 규명
경찰 ↔ 검찰(공소청) 간 서류 핑퐁 왕복, 처리 장기화
과거의 '보완수사(지휘)': "부실하면 검사가 직접 칼을 댔습니다"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경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편파적일 때, 검사가 사건을 넘겨받아 피의자나 피해자를 직접 소환해 대질신문을 벌이고, 필요한 압수수색 영장을 직접 청구해 집행하는 '검사 직접 보완수사'가 가능했습니다.
경찰이 증거를 빠뜨렸다면 검사가 직접 보완하여 억울함을 풀고 기소할 수 있는 사법 통제 안전장치가 작동했던 것입니다.

현재의 '보완수사요구': "서류만 왔다 갔다
하는 '핑퐁'의 덫"
그러나 수사권 조정 이후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보완수사요구권'으로 바뀌면서 국가의 수사작용의 질적 수준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채단비 양 사건에서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했음에도 경찰이 "영상 시간 오차만 맞추는 식"의 형식적 절차만 밟고 다시 불송치를 유지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검사가 직접 CCTV나 가해자 휴대폰을 압수하지 않고 보완수사요구를 했고, 초동 부실수사를 자인하기 싫은 경찰은 '보완수사흉내'만 내며 기존 무혐의 결정을 고수한 것입니다.

사실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이므로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즉 현재는 검사에게도 직접 보완수사를 했어야지라는 비판이 가능한데,
앞으로 개정법이 시행되어 보완수사요구만 가능하다면 검사에게 이런 비판을 하거나 책임을 물을 수도 없습니다.
개정 형사소송법(공소청법 체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 "제2, 제3의 채단비가 나올 수 있다"
2026년 10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과 공소청법 체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욱 심화시킬 겁니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의 완전한 박탈: 개정법 하에서 공소청 검사는 피의자 신문, 압수수색 등 직접 수사를 일체 할 수 없습니다.
채단비 양 사건처럼 피해자가 사망하고 경찰이 핵심 증거(CCTV 원본,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않았을 때, 검사가 뒤늦게라도 직접 하드웨어를 압수하고 디지털 포렌식을 맡기는 구조 작업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됩니다.
무기력한 '보완수사요구'의 맹점: 공소청 검사는 경찰에 다시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입니다. 경찰이 이미 첫 단추를 잘못 꿰어 혐의없음 심증을 굳힌 사건을, 검사가 직접 고치지 못하고 다시 경찰 손에 돌려보낸다면 경찰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며 적극적인 강제수사에 나설 리 만무합니다.

그리고 이 사안에서 보는 것처럼 검사들도 1차 수사권 조정 이후 직접 수사는 예외이고, 보완수사요구를 원칙으로 받아들이면서 아예 직접 수사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 보완수사요구 내용도 알맹이가 없을 수가 있습니다.
'골든타임' 소진과 피해자의
증거 수집 떠안기
채 씨 사건에서도 검찰이 직접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은 사건 발생 넉 달 뒤였고, 이미 CCTV는 데이터가 덧씌워져 복구가 극히 어려워졌습니다.
개정법 체제에서는 사건이 경찰과 공소청 사이를 오가며 수개월간 지연되는 동안 핵심 디지털 증거는 영구적으로 소멸되고, 결국 피해자나 유족이 스스로 사설 포렌식을 맡기고 증거를 찾아와야 하는 기형적인 사법 난민 현상이 고착화될 것입니다.

검사 시절 경험을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 경찰분들 대부분 일 열심히 합니다. 다만, 10%의 부실수사 정도는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 10%에 해당하는 국민들에게 국가가 운으로 받아들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초동수사의 부실을 최종적으로 교정·보완해 주던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라는 사법적 통제망을 완전히 없애버린 개정법은, 힘없는 피해자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겁니다.
<핵심 요약 Q&A 3선>
Q1. '보완수사(지휘)'와 '보완수사요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요?
과거의 보완수사는 경찰 수사가 부실할 경우 검사가 직접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거나 강제수사(압수수색 등)를 벌여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직접 수사권'이 있었습니다. 반면, 현행 및 개정법상의 '보완수사요구'는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없고 오직 경찰에 "부족한 부분을 다시 수사하라"고 서류상 요청만 할 수 있어,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실효성 있는 진실 규명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Q2. 故 채단비 양 사건에서 경찰은 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도 무혐의를 유지했나요?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했으나 강제적으로 수사를 지휘할 권한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검찰의 보완수사요구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경찰은 검찰의 요구를 'CCTV 영상 내부의 단순 시간 오차 확인 수준'으로 해석하여 형식적으로만 이행한 뒤, 자신들의 최초 부실 판단 그대로 무혐의(불송치) 결정을 유지했습니다.
Q3. 2026년 10월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문제가 왜 더 심각해지나요?
A3. 개정법에서는 공소청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전면 폐지되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초동단계에서 휴대전화나 CCTV 등 핵심 증거를 확보하지 않고 뭉개더라도 검사가 직접 압수수색을 하거나 진술을 청취할 수단이 완전히 차단되어, 사건 처리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증거가 인멸되는 부실수사가 반복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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