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떠났으니 가해자의 강제전학 처분은 부당?'…디지털성범죄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법원 판결(ft:박사방 총괄 부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21년 경력 부장검사 출신 형사전문변호사 ‘제대로 일하는’ 내편박변 박종민 변호사입니다.
제가 부장검사로 재직하면서 디지털성범죄 수사매뉴얼을 직접 집필·정비하고, 사법연수원 50주년 기념 포럼에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상상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서 대법관님들을 상대로 설명드리기도 했었습니다.

최근 성관계 영상을 불법 유포해 전교에 소문을 퍼뜨린 중학생에 대해 법원이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의 '강제전학 처분'을 취소(가해 학생 승소) 판결을 내린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법원은 "피해 학생이 이미 전학을 가 분리 조치가 이뤄졌고, 가해 학생의 학습권 침해가 크다"는 점을 주요 취소 사유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박사방 사건 등 수많은 디지털성범죄 사건을 직접 처리하고 지휘하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을 마주해 온 디지털성범죄 수사전문가 경력의 형사전문 변호사의 시각에서,
이번 판결은 디지털성범죄의 본질과 피해 학생의 고통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중대 학폭행위에 대한 학폭처분에 있어 특별예방과 일반예방 효과 모두 기대하기 어려운 아쉬운 판결이라는 게 제 개인적 의견입니다.

"피해자가 먼저 전학 갔으니 분리 불필요?"…전형적으로 주객이 전도된 논리
법원은 "피해 학생이 이미 전학을 간 이상 추가적인 피해 우려나 물리적 격리를 위한 전학 조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디지털 성착취물 유포로 교내에 소문이 퍼져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긴 피해 학생이 견디다 못해 학교를 떠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학습권 침해는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는가? 가해자는 원래 학교에 남아 교우 관계와 학업을 이어가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피해자만 학교를 떠나야 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법원이 사법적으로 승인해 준 꼴입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완전한 피해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을 간과: 디지털성범죄의 피해는 물리적 공간을 분리한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한 번 유포된 영상과 소문은 사이버 공간과 또래 집단 네트워크를 타고 언제든 재생산·재유포될 위험이 상존합니다.

공간적 분리만을 이유로 추가 피해 우려가 없다고 단정한 것은 디지털성범죄가 '인격살인' 범죄라고 부를 정도로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준다는 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판단입니다.
'가해 소년의 학습권' 뒤에 숨겨진
'일반예방'과 '특별예방'의 붕괴
법원은 전학 처분이 가해 학생의 기존 성과나 교우 관계를 박탈하고 낙인 효과를 줄 수 있어 불이익이 과도하다고 보았습니다. 일부 학폭 전문 변호사들 역시 "학폭법의 취지상 물리적 분리가 끝났다면 최소침해 원칙에 따라 전학은 과하다"거나 의무교육 대상자의 학습권을 강조하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러나 이는 형사사법 및 소년교화의 기본 원칙을 간과한 형식논리에 불과합니다.
특별예방(가해 소년의 교화)의 왜곡: 가해 소년의 행위는 성년이라면 당연히 구속하여 실형이 선고될 중대범죄 행위입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및 반포에 해당하여 그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범죄입니다.

피해자가 동의를 했더라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에 해당함은 의문이 없습니다.
이러한 중대 성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소년이기 때문에 교화를 우선하여 형사적으로는 소년보호처분을 하더라도 학교내부에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가해 소년의 나머지 인생에도 오히려 좋을 것이라는 게 20년 넘게 검사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피의자를 만나 수많은 사건을 처리하고 얻은 경험입니다.

제가 가해 소년의 부모라면 "너는 피해자에게 평생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줬다. 정말 뼈를 깍는 반성을 해야 한다. 피해자가 불가피하게 학교를 떠난 이상 처절하게 반성한다는 의미로 너도 새로운 학교에서 새롭게 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설득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게 가해 소년의 장래에도 좋은 결과로 돌아올 것임이 분명합니다. 부모가 앞장서서 전학처분을 다투면서 가해 소년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피해자의 성관계 영상을 친구들에게 자랑하듯이 보여줬듯이 가해 소년은 내가 전학을 갈 정도로 크게 잘못한 것은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20년 검사 경험에 비추어 보면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사람은 결국 다시 제 발로 검사 앞에 오게 됩니다.
"피해자가 떠났고 반성문을 썼으니 원래 학교에 남아도 된다"는 면죄부가 최선의 판단일까요?
중대한 불법에는 상응하는 엄중한 불이익이 따라야만 진정한 교화와 재범 방지가 가능합니다.
일반예방(사회적 경각심)의 실패: 또래 집단과 청소년 사회, 교육부 등 행정당국 및 교사들, 이 판결을 접한 일반인들에게 "친구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해도 피해자가 전학 가면 가해자를 강제전학을 하는 것은 잘못이구나"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게 됩니다.
중범죄 피해를 당한 피해자는 쫒기듯이 학교를 떠나는데, 가해자는 학습권을 주장하며 멀쩡히 자신의 학교를 다니는 상황, 일반인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최근 청소년 디지털성범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일까요?
디지털성범죄 수사전문가 출신 부장검사 경력 변호사의 결론 : 이 사건은 가해 소년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강제전학 처분이 맞는 결론입니다.
신체적 폭행에 초점을 맞춘 전통적인 학교폭력 기준(물리적 격리 여부, 반성문 제출 등)을 디지털성범죄 사안에 그대로 기계적으로 대입해서는 안 됩니다.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가 지적했듯, "영상이 완전히 삭제되었는지 알 수 없고, 성범죄 피해로 치료받는 피해 학생의 고통"이 징계 판단의 중심에 섰어야 합니다.
행정처분 취소소송에서 피해자의 목소리가 배제된 나머지 가해학생의 학습권이라는 좁은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본 재판부와 이를 지지하는 학폭전문 변호사들에게 이견을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핵심 요약 Q&A 3선>
Q1. 법원은 왜 성관계 영상을 유포한 가해 학생의 강제전학 처분을 취소했나요?
A:법원은 피해 학생이 이미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 물리적 분리가 이루어졌으므로 추가 피해 우려가 적고, 가해 학생이 반성하고 있으며 전학 처분 시 교우 관계 단절 등 가해 학생이 입을 학습권 침해가 지나치게 크다고 보아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판단했습니다.
Q2. 이번 판결이 디지털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비판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디지털 성착취물은 물리적 공간을 떠나 온라인과 또래 집단을 통해 무한 복제·유포될 위험이 있습니다. 피해 학생이 소문을 견디지 못해 학교를 떠난 상황을 '분리 완료'로 해석하여 가해자에 대한 강제전학을 취소한 것은, 피해 학생의 고통과 디지털 범죄의 영구적 피해를 배제한 형식적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Q3. '가해자의 특별예방'과 '일반예방' 측면에서 이번 판결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A: 가해자에게 중대한 범죄 행위에 상응하는 실질적 책임을 묻지 않아 진정한 반성과 재범 방지(특별예방)를 이끌어내기 어렵고, 청소년 사회 전체에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낮추어 유사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일반예방)를 심각하게 훼손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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