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으로 고소를 당했다가 무혐의나 무죄를 받으면, 곧바로 "그럼 나를 고소한 사람은 무고죄 아니냐"는 생각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고소인의 진술을 들여다보면 접촉 횟수나 상황 묘사가 다소 부풀려져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신고 내용에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무고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신고사실을 통째로 놓고 그 '중요한 부분'이 진실에 부합하는지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강제추행 고소 내용에 일부 과장이 섞여 있을 때 무고죄가 성립하는 경우와 성립하지 않는 경우를 가르는 기준을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무고죄란 무엇인가 — 형법 제156조가 정한 세 가지 요건
무고죄는 형법 제156조에 규정되어 있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이 요구하는 성립요건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타인에게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이라는 목적범 요건입니다. 둘째, 신고 상대방이 수사기관이나 감사기관 같은 공무소·공무원이어야 합니다. 셋째, 그 신고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어야 합니다.
강제추행 사건에서는 고소인이 경찰이나 검찰에 낸 고소장과 진술이 바로 이 '신고'에 해당합니다. 상대방이 나중에 무혐의나 무죄를 받으면 고소 내용 전체가 거짓이었다는 인상을 받기 쉽지만, 형법이 요구하는 허위성은 이보다 훨씬 좁게 해석됩니다. 그 좁은 해석의 핵심이 바로 '허위'를 판단할 때 신고사실을 하나하나 쪼개서 보지 않고 전체적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이어지는 항목에서 이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허위의 사실'의 의미 — 전부가 아니라 신고사실 전체를 놓고 본다
대법원은 무고죄에서 '허위의 사실'을 판단할 때 신고 내용을 문장 단위로 쪼개어 하나라도 틀리면 허위로 보는 방식을 취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성폭행 고소에 관하여 무고죄가 성립하는지가 문제된 사건)은 "신고내용에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것이 범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단지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하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신고사실 전부가 진실이어야 무고죄를 면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 성립을 좌우하는 주요 부분이 객관적 사실에 들어맞으면 그 주변의 세부 묘사가 다소 다르거나 부풀려져 있어도 무고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법리를 강제추행 고소에 대입하면 핵심은 분명해집니다. "추행에 해당하는 신체접촉이나 그것을 가능하게 한 폭행·협박이 실제로 있었는가"가 신고사실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핵심 사실이 진실이라면, 그 접촉이 정확히 몇 번이었는지, 정확히 몇 시였는지, 가해자가 어떤 말을 했는지 같은 주변 정황을 다소 강조하거나 부풀려 진술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이 핵심 사실 자체가 없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지는데, 이는 다음 항목에서 다루겠습니다.
무고죄에서 '허위'는 신고사실 전체를 놓고 판단하며, 범죄 성립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 진실이면 주변 정황의 과장만으로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실제로 '정황 과장'으로 취급되는 경우들
실무에서 무고 혐의가 문제 되는 강제추행 사건을 보면, 신고사실의 세부에서 실제와 다소 다른 진술이 나오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접촉 횟수의 과장 — 실제로는 한 차례였는데 조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로 진술한 경우.
접촉 강도·방식 묘사의 과장 — 스치는 정도였던 접촉을 "움켜쥐듯 만졌다"처럼 강한 표현으로 서술한 경우.
피해 이후 감정 상태의 과장 — 실제 충격의 정도보다 더 크게 표현한 경우.
시간·장소·대화 순서 등 세부 기억의 착오 — 정확한 시각이나 대화가 오간 순서를 다르게 진술한 경우.
이런 사례들의 공통점은 '추행이라는 핵심 사실 자체는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사건 직후의 충격과 시간 경과에 따른 기억 재구성 특성상, 세부 진술이 매 조사마다 완벽히 일치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법원이 함께 고려하는 요소입니다. 검찰과 법원은 진술의 세부 불일치만으로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배척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 왔고, 이 원칙이 무고죄 판단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중요한 부분의 허위'로 무고죄가 성립하는 경계
정황의 과장과 달리, 신고사실의 핵심 자체가 허위라면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판단 기준은 "그 허위 부분을 빼면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되는가"입니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경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체접촉 자체가 전혀 없었는데 있었다고 지어낸 경우.
폭행이나 협박이 전혀 없었는데 있었다고 꾸며 강제추행죄의 성립 자체를 좌우한 경우.
다른 사람이 한 행동을 특정인의 행동으로 뒤집어씌운 경우.
실제로는 합의된 접촉이었음을 알면서도 폭행·협박에 의한 것처럼 신고한 경우.
접촉 횟수를 부풀렸어도 실제 있었던 1회의 접촉만으로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면 그 과장은 정황에 그칩니다. 그러나 접촉 자체가 없었다면 그 진술이 빠지는 순간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이는 신고사실의 중요한 부분에 관한 허위로 평가됩니다. 이처럼 같은 '과장'이라는 말로 뭉뚱그려 이야기해도, 그것이 범죄의 성립 여부를 바꾸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갈립니다.
과장이 정황에 그치는지, 중요한 부분의 허위인지는 '그 부분이 없었다면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되는가'로 가른다.
무죄·불기소 = 무고, 아니다 — 소극적 증명과 적극적 증명의 차이
같은 판결은 또 하나의 중요한 원칙을 밝히고 있습니다.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한다는 점은 적극적으로 증명돼야 하고, 원래 사건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나 무죄가 나왔다는 소극적 사정만으로는 무고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이유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유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뜻이지, 신고 내용이 허위라고 확정되었다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원칙은 성범죄 사건에서 특히 중요하게 작동합니다. 성범죄는 목격자나 직접적인 물증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따라 결론이 갈리는 일이 흔합니다. 법원은 성폭력 피해자 진술의 특성 — 피해 직후의 대응 양상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 '피해자다움'에 대한 통념을 진술 신빙성 판단의 근거로 함부로 쓰지 않아야 한다는 점 — 을 고려해 증명력을 판단하도록 요구해 왔습니다. 이 법리는 반대로 무고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도 동일하게 고려됩니다.
무고 혐의로 조사받게 됐다면 — 방어의 핵심
강제추행 고소인이 오히려 무고 혐의로 조사를 받는 상황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때 방어의 출발점은 진술의 어느 부분이 얼마나 다른지를 스스로 먼저 파악해 두는 것입니다.
최초 진술부터 이후 진술까지 시간순으로 정리해 어디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스스로 확인.
사건 직후 지인에게 알린 문자·통화기록, SNS 게시물 등 정황 증거를 미리 확보.
달라진 부분이 '핵심'인지 '정황'인지 구분해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와 함께 주장을 구성.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수사기록과 진술조서를 미리 검토하고 조사에 대응.
무고 혐의 조사에서 가장 취약해지는 순간은 "그때는 왜 다르게 말했느냐"는 질문에 당황해 답변이 오락가락하는 지점입니다. 미리 진술 이력을 스스로 정리해 두고, 달라진 부분이 왜 정황 수준의 차이인지 — 기억 재구성, 충격으로 인한 인지 왜곡 등 — 를 설명할 근거를 준비해 두는 쪽이 조사 대응에 훨씬 유리합니다.
반대로 무고죄로 맞고소하려는 쪽이 확인해야 할 것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다가 무혐의나 무죄를 받은 뒤, 곧바로 상대방을 무고로 맞고소하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법리대로라면 "내가 무죄를 받았으니 상대방은 무고"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맞고소가 실제로 받아들여지려면 신고사실의 핵심 부분, 즉 신체접촉이나 폭행·협박 자체가 애초에 없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증명할 자료 — 알리바이, 목격자 진술, CCTV, 통신기록 등 — 가 있어야 합니다.
근거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고 맞고소를 서두르면, 오히려 형사조정이나 합의 국면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거나 2차 가해라는 시비에 휘말릴 위험도 있습니다. 맞고소에 나서기 전에 원래 고소장과 진술조서를 다시 검토해, 어느 부분이 허위이고 그것이 정황에 불과한지 아니면 핵심에 해당하는지부터 냉정하게 가려보는 절차가 먼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강제추행으로 고소당했는데 무혐의가 나왔습니다. 상대방을 무고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무혐의라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신고사실의 핵심 부분인 신체접촉이나 폭행·협박 자체가 없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무고죄가 성립합니다.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는 신고 내용이 허위로 확정됐다는 의미가 아니므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Q. 고소인의 진술이 조사 때마다 조금씩 달라졌다면 그것만으로 무고인가요?
A. 진술이 달라진 부분이 사건의 핵심인 추행 여부 자체가 아니라 시각·순서·표현 정도 같은 세부 정황에 그친다면 무고죄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시간 경과에 따른 기억 재구성이나 충격에 의한 인지 왜곡은 법원도 함께 고려하는 요소입니다.
Q. 접촉 횟수를 부풀려 진술했다면 그 부분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실제 접촉이 있었고 1회의 접촉만으로도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면, 횟수를 부풀린 부분은 정황의 과장에 그쳐 무고죄로 처벌되지 않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다만 과장의 정도가 사건의 성격 자체를 바꿀 만큼 크다면 별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Q. 무고죄로 조사를 받게 되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요?
A. 최초 진술부터 이후 진술까지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달라진 부분이 왜 정황 수준의 차이인지 설명할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진술 불일치의 이유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조사 대응이 수월해집니다.
Q.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신고자가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하나요?
A. 그렇습니다. 무고죄는 신고자가 신고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신고했을 때 성립하는 고의범입니다. 신고자가 진실이라고 믿고 신고했다면 결과적으로 사실과 달랐더라도 무고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Q. 무고 맞고소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나요?
A. 근거 없이 서두른 맞고소는 본래 사건의 형사조정이나 합의 국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고, 2차 가해 논란으로 번질 위험도 있습니다. 맞고소에 앞서 신고 내용 중 어느 부분이 허위이고 그것이 핵심에 해당하는지부터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강제추행 고소 내용에 다소 과장이 섞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무고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신고사실을 전체적으로 놓고 그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면, 정황을 과장한 세부 사항만으로는 무고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밝혀 왔습니다. 반대로 신체접촉이나 폭행·협박이라는 핵심 사실 자체가 없었는데 지어낸 경우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무혐의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곧바로 상대방을 무고로 고소하기보다, 어느 부분이 허위이고 그것이 사건의 성립을 좌우하는 핵심인지부터 냉정하게 가려보는 절차가 먼저입니다. 수원지검이나 인근 경찰서에서 강제추행·무고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면, 진술 이력을 정리하고 법리적으로 정황과 핵심을 구분하는 작업부터 전문가와 함께 해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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