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을 시작할 때 편의상 한 사람에게 업무집행을 몰아주고 나머지 동업자는 이름만 걸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 수익 배분이나 지출 내역에 의문이 생겼을 때입니다. 업무에서 손을 뗀 동업자가 장부를 보여달라고 요청해도 업무집행자가 "내가 알아서 하고 있다"며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민법은 업무집행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조합원에게 조합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검사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업무집행에서 배제된 동업자도 실제로 어떤 근거로, 어디까지 장부와 재산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동업자의 업무·재산상태 검사권 — 민법 제710조가 정한 권리
두 명 이상이 자금이나 노무를 함께 출자해 사업을 하기로 약정하면 민법상 조합이 성립합니다(민법 제703조). 조합계약을 맺는 순간 각 당사자는 출자 규모나 실제 업무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동등하게 조합원 지위를 취득합니다. 조합의 재산은 조합원 각자의 개인재산이 아니라 조합원 전원의 합유로 귀속되고(민법 제704조), 손익 역시 출자가액에 비례해 조합원 모두에게 분배됩니다(민법 제711조). 조합원인 이상 그 사업의 재무 상태와 진행 상황을 알아야 할 이해관계는 업무집행을 직접 맡았는지와 무관하게 동일하게 발생합니다.
이 이해관계를 뒷받침하는 조문이 민법 제710조입니다. 이 조문은 '조합원의 업무, 재산상태검사권'이라는 표제 아래 "각 조합원은 언제든지 조합의 업무 및 재산상태를 검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문언 자체에 업무집행자인지 여부를 구분하는 표현이 전혀 없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조합계약으로 업무집행자를 따로 정했든(민법 제706조), 그 조합원이 실제 사업 운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든, 조합원 지위만 유지하고 있다면 제710조의 검사권은 그대로 발생합니다.
민법 제710조는 '각 조합원'이라고만 정할 뿐 업무집행자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 업무에서 빠진 동업자도 예외가 아니다.
업무집행에서 빠졌어도 조합원 지위는 그대로 — 검사권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동업계약서에 "업무집행은 A가 전담한다"거나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특정 조합원만 업무집행자로 선임했다고 해서(민법 제706조 제1항), 선임되지 않은 나머지 조합원의 조합원 지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업무집행자 지정은 '누가 대외적으로 조합의 사무를 처리하느냐'를 정하는 것일 뿐, 조합원으로서 갖는 권리·의무 관계를 그 사람에게 몰아주는 제도가 아닙니다. 대법원도 업무집행자선임권·업무집행방법결정권·통상사무전행권과 함께 업무·재산상태검사권을 조합원 지위에서 나오는 이른바 공익권으로 분류하면서, 이들 권리가 지분의 양수인에게도 온전히 이전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다4247 판결).
이 판례가 보여주는 논리를 뒤집어보면, 검사권은 업무집행 권한이 있는지가 아니라 조합원 지위가 있는지에 연동된 권리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업무집행자로 선임된 적이 없는 동업자든, 한때 업무집행자였다가 다른 조합원 전원의 일치로 해임된 동업자든(민법 제708조), 조합원 지위 자체를 잃지 않은 이상 제710조의 검사권은 계속 행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탈퇴나 제명(민법 제716조 내지 제718조)으로 조합원 지위 자체를 상실했다면, 그 순간부터는 제710조를 근거로 한 검사권을 더는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검사권에는 장부·서류의 열람·등사청구권까지 포함된다 — 대법원 판례
실무에서 자주 부딪히는 문제는 '검사할 수 있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어디까지를 의미하느냐입니다. 업무집행자 쪽에서 직접 회계 상황을 설명해줬으니 그것으로 검사는 끝난 것 아니냐며, 장부 원본이나 세부 서류의 열람·등사까지는 거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것이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다222580 판결입니다. 영농조합법인의 조합원들이 정관상 공개대상인 세무조정계산서 외에 회계장부 전반의 열람·등사를 청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조합원의 검사권에 장부 그 밖의 서류를 열람·등사할 권한까지 포함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판결 이유는 이렇습니다. 검사권의 목적은 결국 업무와 재산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인데, 장부나 서류를 직접 보지 못한 채 업무집행자의 설명만 듣는 것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조합원의 검사권에는 업무와 재산상태를 검사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장부 그 밖의 서류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권한이 포함된다고 판시하면서, 정관이 특정 서류의 공개만 정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나머지 장부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가 전면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법리는 영농조합법인뿐 아니라 민법상 조합 일반에 그대로 적용되는 제710조 해석론이므로, 통상의 동업 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조합원의 검사권에는 업무와 재산상태를 검사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장부 그 밖의 서류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권한이 포함된다" — 대법원 2020다222580 판결.
업무집행자의 보고의무와 맞물려 작동하는 이중 장치
검사권이 조합원 쪽에서 능동적으로 행사하는 권리라면, 이와 짝을 이루는 것이 업무집행자 쪽의 의무입니다. 조합의 업무를 집행하는 조합원에게는 위임에 관한 민법 제681조부터 제688조까지의 규정이 준용됩니다(민법 제707조). 그중 제683조는 "수임인은 위임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하고 위임이 종료한 때에는 지체없이 그 전말을 보고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 업무집행자는 다른 조합원이 요구하면 사무처리 현황을 보고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여기에 더해 업무집행자는 제681조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조합 사무를 처리해야 할 의무도 지고 있습니다. 검사권과 보고의무, 선관주의의무는 서로 다른 조문이지만 실무에서는 한 묶음으로 작동합니다. 업무에서 빠진 동업자가 검사권을 행사해 장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출 내역이 불투명하거나 설명이 계속 미뤄진다면, 그 자체로 업무집행자가 보고의무나 선관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정황이 됩니다. 이 경우 검사 결과는 단순한 확인에서 끝나지 않고 손해배상 청구나 정산 다툼의 증거자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에도 한계는 있다 — 정당한 범위와 신의성실
민법 제710조가 "언제든지"라고 정하고 있다고 해서 아무 목적으로나 무제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조문의 취지 자체가 업무와 재산상태를 검사하기 위한 것이므로, 청구의 범위도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장부·서류로 한정됩니다. 앞서 본 대법원 2020다222580 판결에서도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가 부당한 목적을 갖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뒤에야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경쟁 사업에 쓰기 위해서라거나 다른 조합원을 압박할 목적으로 자료를 요구하는 등 부당한 목적이 인정되거나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검사권 행사가 제한될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실무적으로는 이 한계가 업무집행자 쪽의 방어 논리로 자주 등장합니다. "동업관계가 틀어져 소송을 준비하려는 목적 아니냐"는 식의 반박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동업자 사이에 이미 분쟁이 시작됐다는 사정만으로는 검사권 행사가 부당한 목적으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분쟁 상황일수록 정산이나 손해배상 청구의 전 단계로서 장부를 확인할 필요성이 커지므로, 업무집행자가 소송 준비용이라는 이유만으로 열람·등사를 거부하면 그 거부 자체가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정관이나 동업계약서로 검사권을 막을 수 있을까
동업계약서에 "재무 관련 자료는 결산 시에만 공유한다"거나 "업무집행자가 승인한 서류만 열람할 수 있다"는 식의 조항을 넣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조항이 있으면 검사권 자체가 배제되는지가 문제 되는데, 앞서 본 판례의 논리를 적용하면 답은 원칙적으로 부정에 가깝습니다. 정관이나 계약서가 특정 서류의 비치·공개 방법을 정한 것에 그친다면, 이는 검사권 행사의 방식을 일부 정한 것일 뿐 나머지 자료에 대한 열람·등사청구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취지로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특정 서류만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한다면 조합원들의 업무와 재산상태 검사권이 무의미해진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지적했습니다. 검사권은 조합원 지위에서 나오는 강행적 성격이 강한 권리이므로, 이를 사실상 형해화하는 계약 조항은 그 문언대로 해석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조합원 전원이 명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검사권 자체를 포기하거나 대체 절차(예: 공인회계사를 통한 정기 감사로 갈음)에 합의한 경우처럼 예외적 사정이 있다면 결론이 달라질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정관·계약서가 공개 대상 서류를 정한 것 — 원칙적으로 검사권을 배제하는 취지로 보지 않음.
업무집행자 승인을 거치도록 한 절차 조항 — 검사권 행사 자체를 봉쇄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없음.
조합원 전원이 명확히 검사권을 포기하거나 대체 절차에 합의한 경우 — 예외적으로 다르게 판단될 여지.
거부당했을 때의 실제 대응 — 서면 요청에서 소송까지
실제로 검사권을 행사하려면 먼저 열람·등사를 원하는 장부와 서류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서면으로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계장부, 통장 거래내역, 매출·매입 관련 세금계산서, 주요 계약서 등 검사 목적과 관련된 항목을 명시하고, 요청 일자와 회신 여부를 기록으로 남겨두면 이후 다툼에서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업무집행자가 구두로만 거부하거나 애매하게 시간을 끄는 경우에도, 서면 요청과 그에 대한 무응답·거부 사실 자체가 나중에 소송에서 청구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서면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법원에 장부열람등 청구소송을 제기해 판단을 구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대법원 2020다222580 판결도 실제로는 하급심부터 대법원까지 이어진 이런 소송의 결과입니다. 소송에서는 조합계약이 성립했다는 사실(출자약정·조합계약서 등)과 자신이 그 조합원이라는 사실, 업무집행자에게 열람·등사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사실을 함께 증명해야 합니다. 열람·등사 결과 자금 유용이나 부실 회계 정황이 드러나면, 그 시점부터는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나 정산금 청구 등 별도의 절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동업계약서에 "업무집행은 A가 전담한다"고 정했으면 저는 장부를 볼 권리가 없나요?
A. 아닙니다. 업무집행자 지정은 업무를 누가 처리하느냐를 정하는 것일 뿐 조합원 지위 자체를 제한하는 게 아니므로, 민법 제710조에 따라 업무집행에서 빠진 동업자도 언제든지 장부와 재산상태를 검사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반대 취지의 명시적 포기 규정이 없는 한 이 권리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Q. 검사권 행사에 특별한 사유나 절차가 필요한가요?
A. 민법 제710조는 "언제든지" 검사할 수 있다고 정해 특별한 사유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업무와 재산상태를 검사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행사해야 하고, 부당한 목적이나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청구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Q. 업무집행자가 장부를 안 보여주면 바로 소송을 걸 수 있나요?
A. 우선 서면으로 열람·등사를 요청하고 거부당한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도 응하지 않으면 장부열람등 청구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으며, 실제로 대법원까지 다퉈 조합원의 검사권이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Q. 정관에 특정 서류만 공개한다고 정해져 있으면 그게 우선하나요?
A. 정관이 비치·공개 대상 서류를 정한 것일 뿐 나머지 장부에 대한 열람·등사청구를 전면 금지하는 취지가 아니라면, 그 규정만으로 조합원의 검사권이 배제되지 않습니다. 특정 서류만 공개하도록 해석하면 검사권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입니다.
Q. 검사 결과 업무집행자가 조합재산을 유용한 정황이 드러나면 어떻게 하나요?
A. 업무집행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조합사무를 처리할 의무(민법 제681조)를 부담하므로, 이를 위반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정황에 따라 횡령·배임 등 형사책임을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는 검사권 행사와는 별개의 절차로 진행됩니다.
Q. 조합에서 탈퇴한 뒤에도 장부를 검사할 수 있나요?
A. 민법 제710조의 검사권은 조합원 지위를 전제로 하므로, 탈퇴로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면 원칙적으로 같은 조문에 근거한 검사권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탈퇴 당시의 지분 정산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는 별도의 정산금 청구권 행사 과정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동업 관계에서 업무집행을 누가 맡느냐는 실무 편의상의 역할 분담일 뿐, 조합원으로서의 권리 자체를 좌우하지 않습니다. 민법 제710조는 업무집행에서 빠진 동업자에게도 언제든지 조합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검사할 권리를 보장하고, 대법원 판례는 여기에 장부·서류의 열람·등사청구권까지 포함된다고 확인했습니다.
다만 이 권리도 검사 목적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행사해야 한다는 한계는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업무집행자가 장부 공개를 거부한다면 우선 서면으로 요청 범위를 특정해 기록을 남기고, 그래도 응하지 않을 때 소송을 통해 권리를 관철하는 순서로 대응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안전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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