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대표가 외주 개발자에게 앱이나 관리 프로그램 제작을 맡기면서 계약서에 "완성된 산출물에 대한 모든 권리는 발주자에게 귀속한다"는 문구 정도만 넣고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스코드를 넘겨받았으니 저작권 문제는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프로그램 저작물은 일반 저작물과 다른 특칙이 적용되어 이 한 줄짜리 조항의 효력 범위가 훨씬 넓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개발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예전부터 써오던 코드나 라이브러리를 재사용했다가, 그 기반 코드에 대한 개작 권리까지 발주자에게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외주 개발 프로그램의 저작권이 원래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특약이 없을 때 2차적저작물작성권까지 넘어간다는 것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그리고 이 추정을 뒤집거나 활용하려면 계약서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외주 개발 프로그램, 원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나 — 도급계약과 업무상저작물의 차이
저작권법 제2조 제2호는 저작자를 "저작물을 창작한 자"로 정의합니다. 원칙대로라면 프로그램을 실제로 짜서 코드를 작성한 사람, 즉 외주를 받은 개발자나 개발업체가 원시적으로 저작권을 취득합니다. 발주자가 기획서를 주고 대금을 지급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저작자가 되지 않습니다. 예외적으로 저작권이 처음부터 발주자에게 귀속되는 경우는 업무상저작물일 때뿐인데, 저작권법 제9조는 법인 등의 기획 아래 그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이어야 그 법인 등이 저작자가 된다고 정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외주 개발이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프리랜서 개발자나 별도 법인인 개발업체는 발주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피용자가 아니라 독립된 사업자로서 도급계약에 따라 결과물을 완성해 납품하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도급형 외주는 업무상저작물의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완성된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개발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고 발주자는 별도의 양도 계약을 통해서만 이를 넘겨받을 수 있습니다. 소스코드 파일을 넘겨받아 서버에 올려두었다고 해서 저작권까지 함께 넘어온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도급 형태의 외주 개발은 업무상저작물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완성된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개발자에게 귀속되고 발주자는 별도 양도 계약으로만 이를 취득한다.
저작재산권 양도의 원칙 — 특약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제외된다
발주자가 개발자로부터 저작권을 양도받기로 계약했다고 해도, 여기에 항상 모든 권리가 포함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작권법 제45조 제1항은 저작재산권을 전부 또는 일부 양도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도, 같은 조 제2항 본문에서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제22조에 따른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합니다. 소설·그림·음악 같은 일반 저작물이라면, 저작재산권 전부를 넘겨받는 계약을 했더라도 그 저작물을 번역·각색·변형해 새로운 저작물을 만들 권리, 즉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별도로 명시하지 않는 한 원저작자에게 남아 있다고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원칙을 둔 이유는 2차적저작물 작성이 원저작물의 개성과 정체성을 크게 바꿀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영화로 만들거나 그림을 다른 형태로 변형하는 것은 원저작자의 인격적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법은 계약서에 명확히 쓰여 있지 않은 이상 이 권리까지 자동으로 넘어갔다고 함부로 단정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원칙에는 프로그램 저작물에 대한 예외가 붙어 있고, 바로 이 예외가 외주 개발 계약에서 실무상 가장 큰 함정이자 동시에 실익이 되는 지점입니다.
컴퓨터프로그램은 다르다 — 특약 없어도 2차적저작물작성권까지 넘어가는 이유
저작권법 제45조 제2항 단서는 "다만, 프로그램의 경우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도 함께 양도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일반 저작물과 정반대의 추정 규정을 프로그램에만 별도로 둔 것입니다. 여기서 2차적저작물작성권이란 저작권법 제22조가 정한, 원저작물을 기초로 번역·편곡·변형·각색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창작물(2차적저작물, 제5조)을 작성해 이용할 권리를 말합니다. 프로그램에 적용하면 기존 프로그램을 개작·수정·기능추가해 새로운 버전을 만드는 권리, 실무에서 흔히 말하는 개작권이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예외를 둔 이유는 프로그램의 이용 방식이 소설이나 그림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발주자가 완성된 프로그램을 넘겨받은 뒤에도 운영체제 업데이트에 맞춘 수정, 신규 기능 추가, 오류 수정, 다른 서버 환경으로의 이전 등 지속적인 개작이 사실상 필수적으로 뒤따릅니다. 만약 프로그램도 일반 저작물과 똑같이 취급되어 매번 원 개발자의 별도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 발주자는 정상적인 유지보수조차 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래서 입법자는 프로그램에 한해 특약이 없어도 개작권까지 함께 넘어간 것으로 추정함으로써, 발주자가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입니다.
일반 저작물은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이 빠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프로그램은 정반대로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개작권)까지 함께 양도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법원이 확인한 '개작권의 양도추정' — 2014다5333 판결이 보여주는 실무
이 추정 규정이 실제 분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5333 판결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발주회사는 개발업체와 창고관리 프로그램 개발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에 "을(개발업체)이 제출한 용역수행결과 산출물에 대한 모든 권리는 갑(발주회사)에게 귀속한다"는 조항만을 두었습니다. 이후 발주회사가 납품받은 프로그램의 데이터베이스 작동환경을 다른 시스템으로 전환해 제3의 거래처에 재판매하자, 개발업체가 이는 자신의 개작권을 침해한 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법원은 "산출물에 대한 모든 권리는 갑에게 귀속한다"는 문구만으로도 새로 개발된 프로그램의 저작재산권이 양도됐고, 그에 따라 2차적저작물작성권(개작권) 역시 함께 양도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여기서 중요한 선을 하나 그었습니다. 새 프로그램에 관한 저작재산권이 양도됐다고 해서 그 개발 과정에서 기초가 된 원저작물(개발업체가 기존에 갖고 있던 프로그램)의 저작재산권까지 당연히 함께 양도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개발업체가 신규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뿐 아니라 원저작물에 대응하는 소스코드까지 함께 제공한 정황 등에 비추어, 발주회사의 개작 범위에 원저작물 이용에 관한 허락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인정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추정은 뒤집힐 수 있다 — 계약서 특약 하나로 달라지는 결과
제45조 제2항 단서는 어디까지나 "추정" 규정이지 "간주" 규정이 아닙니다. 당사자가 계약서에 명확한 반대 특약을 넣으면 이 추정은 얼마든지 뒤집힙니다. 예를 들어 "본 계약에 따라 양도되는 저작재산권에는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포함하지 아니한다"거나 "개발자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프로그램을 개작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으면, 발주자는 완성된 프로그램을 그대로 쓸 수는 있어도 임의로 개작해 새로운 버전을 만들 권리는 갖지 못합니다. 반대로 개발자가 자신의 기존 소스코드나 프레임워크를 재사용해 프로그램을 만든 경우, 앞서 본 판례처럼 원저작물 자체의 저작권까지 넘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계약서에 명시해 두면 추후 원저작물의 별도 활용을 둘러싼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지점을 놓쳐 뒤늦게 곤란해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표준화된 하도급계약서나 프리랜서 계약서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저작권 조항을 꼼꼼히 읽지 않으면, 발주자는 자신이 개작권까지 확보했는지 여부를 계약 체결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발자 쪽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여러 프로젝트에 걸쳐 재사용해 온 핵심 모듈이 특정 발주자와의 계약 하나로 개작권까지 넘어가 버려 그 이후 다른 프로젝트에서 같은 코드를 활용하는 데 제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발주자가 지속적 유지보수·기능확장을 계획한다면 계약서에 저작재산권 일체(2차적저작물작성권 포함) 양도를 명시적으로 못 박아 추정 규정에만 기대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개발자가 기존 자산(라이브러리·프레임워크·이전 프로젝트 코드)을 재사용했다면, 그 원저작물은 양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특약을 별도로 남겨야 한다.
오픈소스 라이선스가 적용된 컴포넌트가 포함돼 있다면, 그 부분은 애초에 개발자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저작권이 아니므로 계약서의 "모든 권리 귀속" 문구와 별개로 취급해야 한다.
저작인격권은 별개다 — 동일성유지권과 개작 허용 범위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은 전혀 다른 권리입니다. 저작권법 제14조 제1항은 저작인격권이 저작자 일신에 전속한다고 정해 양도나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발주자가 저작재산권과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모두 넘겨받았더라도, 개발자는 여전히 동일성유지권(제13조)이라는 저작인격권을 보유합니다. 원칙적으로 저작물의 내용·형식을 본질적으로 바꾸는 행위에는 저작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다만 프로그램에는 여기에도 특칙이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13조 제2항 제3호·제4호는 "특정한 컴퓨터 외에는 이용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다른 컴퓨터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의 변경"과 "프로그램을 특정한 컴퓨터에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의 변경"에는 저작자가 이의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서버 환경 이전, 성능 최적화, 통상적인 오류 수정 같은 개작은 이 범위에 속해 동일성유지권 침해 문제가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다만 원래 목적과 전혀 다른 용도로 프로그램을 개조하거나 개발자의 명예를 훼손할 정도로 본질적인 내용을 바꾸는 경우까지 이 예외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려워, 개작의 폭이 지나치게 크다면 별도로 다툼의 소지가 남습니다.
발주자와 개발자, 계약서에 반드시 담아야 할 것
지금까지 살펴본 법리를 정리하면, 외주 개발 계약서를 쓸 때 양쪽이 각자 확인해야 할 지점이 명확해집니다. 발주자는 완성된 프로그램의 저작재산권을 양도받는 것과 별개로, 향후 유지보수나 리뉴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작권 범위를 계약서에서 분명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약이 없다면 법이 개작권까지 넘어간 것으로 추정해 주지만, 분쟁이 생겼을 때 이 추정을 다투는 상대방을 만나면 결국 계약서 문언과 체결 경위를 다시 해석하는 다툼으로 번지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는 반대로 자신이 앞으로도 재사용할 계획이 있는 기존 자산이 있다면, 그 부분은 이번 계약의 양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남겨야 뒤늦게 권리를 다투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산출물에 대한 권리 귀속 조항이 있는지, "모든 권리"라는 표현이 2차적저작물작성권까지 포함하는 취지인지 명시했는지 확인한다.
개발에 사용된 기존 라이브러리·프레임워크·오픈소스 컴포넌트 목록을 계약서 별지로 정리해 원저작물과 신규 산출물의 경계를 분명히 한다.
소스코드·설계문서·인수인계 자료의 인도 시점과 방식을 구체적으로 정해, 추후 저작권 양도 여부를 다툴 때의 증빙으로 남긴다.
유지보수·2차 개발이 예정돼 있다면 그 업무 범위와 대가를 별도 조항으로 명시해 개작권 행사와 추가 용역비 문제를 함께 정리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산출물에 대한 모든 권리는 발주자에게 귀속한다"고만 써도 2차적저작물작성권까지 넘어가나요?
A. 프로그램 저작물의 경우 저작권법 제45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특약이 없어도 2차적저작물작성권(개작권)이 함께 양도된 것으로 추정되고, 대법원 2014다5333 판결도 이와 유사한 문구만으로 개작권 양도를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계약서에 반대 특약이 있다면 이 추정은 뒤집힐 수 있습니다.
Q. 프리랜서 개발자가 자신의 기존 라이브러리를 재사용해 만든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인가요?
A. 새로 작성된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재산권과 개작권은 양도돼도, 그 기초가 된 기존 라이브러리 자체(원저작물)의 저작권까지 당연히 함께 넘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원저작물의 처리를 두고 다툼이 예상된다면 계약서에 별도로 명시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발주자가 넘겨받은 프로그램을 개조해 다른 회사에 재판매해도 되나요?
A. 2차적저작물작성권이 양도됐다면 원칙적으로 개작·재활용이 가능하지만, 그 개작이 원저작물의 이용을 수반한다면 원저작물의 저작권자로부터 별도의 이용허락을 받아야 하는지가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Q. 특약으로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제외하고 싶다면 계약서에 어떻게 써야 하나요?
A. "본 계약에 따라 양도되는 저작재산권에는 저작권법 제22조에 따른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포함하지 아니한다"거나 "개작에는 개발자의 사전 서면 동의를 요한다"는 식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추정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Q. 저작재산권을 다 넘겼다면 저작인격권도 함께 넘어가나요?
A. 아니요, 저작인격권은 일신전속권이라 양도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프로그램의 경우 다른 컴퓨터에서의 이용이나 효과적 이용을 위해 필요한 범위의 변경에는 저작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저작권법이 별도로 정하고 있습니다.
Q. 계약서 없이 구두로만 개발을 맡긴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
A. 구두 합의라도 저작재산권 양도나 그 범위에 관한 의사표시가 있었다면 유효할 수 있지만, 특약의 존재나 범위를 입증하기 어려워 분쟁이 생기면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입니다. 대금 지급 내역, 산출물 인도 기록 등 정황 자료를 최대한 갖춰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맺음말
외주로 개발한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계약서에 한 줄만 넣어도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프로그램 저작물에는 일반 저작물과 반대되는 추정 규정이 있어 특약이 없어도 2차적저작물작성권까지 넘어간다는 점은 발주자에게는 다행스러운 원칙이지만, 그 추정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원저작물과 신규 산출물의 경계가 어디인지는 결국 계약 문언과 체결 경위를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문제로 남습니다.
발주자든 개발자든, 계약 체결 시점에 이 권리관계를 분명히 정리해 두는 쪽이 이후 유지보수나 재활용을 둘러싼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미 분쟁이 시작된 상황이라면 계약서 문구와 실제 개발 경위, 소스코드 인도 내역을 함께 검토해 개작권의 범위를 다투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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