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부존재확인소송 당한 채권자가 반소를 내도 본소가 각하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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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부존재확인소송 당한 채권자가 반소를 내도 본소가 각하되지 않는 이유 

강대현 변호사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의 소장을 받은 채권자 상당수는 당황한 나머지 곧바로 반소부터 준비합니다. 상대방이 빚이 없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걸어왔으니, 나도 돈을 갚으라는 반소를 내면 상대방의 본소는 존재 이유를 잃어 저절로 각하될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 재판 실무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반소가 제기됐다는 사정만으로 본소에 대한 확인의 이익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확인했고, 심지어 하급심이 이 법리를 뒤집으려 시도했던 사건에서도 원래의 결론을 그대로 지켰습니다. 왜 반소를 내도 상대방의 본소가 살아남는지, 그리고 이 구조가 채권자의 소송 대응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채무부존재확인소송 — 채무자가 먼저 법원으로 끌고 오는 소극적 확인의 소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은 채권자가 아니라 채무자로 지목된 쪽이 원고가 되어, 특정 채무가 전부 또는 일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극적 확인의 소입니다. 판례가 일관되게 요구하는 확인의 이익의 요건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그 불안을 제거하는 데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채권자가 내용증명이나 지급독촉으로 채무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 채무의 발생원인이나 금액에 다툼이 있다면, 채무자로서는 법률상 지위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이 소송을 택할 이익이 인정됩니다.

이 소송이 실무에서 자주 활용되는 이유는 채무자가 분쟁을 먼저 법원으로 끌고 오는 효과, 이른바 제소강제적 기능 때문입니다. 채권자가 소송을 미루며 지연손해금만 불려가는 상황이거나, 소멸시효가 임박한 채권의 존부를 다투고 싶을 때, 채무자는 가만히 채권자의 이행청구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소를 제기해 다툼을 확정지으려 합니다. 보증채무의 범위, 대여금의 실제 잔액, 손해배상채무의 성립 여부처럼 액수나 성립 자체에 다툼이 있는 사안에서 특히 많이 제기됩니다.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은 채무자가 원고가 되어 채권자를 상대로 특정 채무의 부존재를 먼저 확정지으려는 소극적 확인의 소다.

채권자가 반소로 맞서는 이유 — 방어만으로는 부족하다

소장을 받은 채권자 입장에서 가장 단순한 대응은 본소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다투는 것입니다. 그러나 방어에만 그치면, 설령 전부 승소해서 채무가 존재한다는 판단을 받더라도 그 판결만으로는 집행권원이 되지 않습니다. 채무가 존재한다는 취지로 본소가 기각된 것과, 채권자에게 이행하라는 이행판결을 받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판결을 받고도 채무자가 임의로 지급하지 않으면 채권자는 다시 별도의 이행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비효율이 생깁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방어에 그치지 않고 민사소송법 제269조에 따라 이행반소를 함께 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조문은 피고가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지 않고 본소의 청구 또는 방어방법과 관련이 있는 청구라면 본소가 계속된 법원에 반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채무부존재확인소송 자체가 해당 채무의 존부와 범위를 다투는 소송이므로, 그 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반소는 본소의 청구와 명백히 관련이 있어 요건 충족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행반소가 인용되면 별도 소송 없이 곧바로 강제집행에 나설 수 있는 집행권원을 확보하게 됩니다.

본소 기각판결은 채무가 있다는 판단일 뿐 집행권원이 아니다 — 채권자가 실제로 돈을 받으려면 이행반소로 별도의 이행판결을 받아야 한다.

반소를 내면 상대 소송이 필요 없어진다는 오해

여기서 채권자들이 흔히 빠지는 오해가 있습니다. 이행반소를 냈으니 채무자가 본소로 달성하려던 목적, 즉 채무가 없음을 확정받는 것은 채권자의 반소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방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룰 수 있으므로, 채무자의 본소는 이제 확인의 이익이 없어 각하되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겉보기엔 그럴듯한 주장입니다. 실제로 채무자가 반소청구 기각을 구하면서 다투는 내용은 본소로 다투던 내용과 사실상 같기 때문입니다.

이 논리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실제 하급심에서 채택된 적이 있습니다. 손해배상채무 부존재확인소송에 보험사가 원고로, 피해자 측이 반소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건에서 원심 법원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의 제소강제적 기능이 채권자의 반소에 의하여 이행의 소의 제기라는 형태로 현실화된 경우에는 본소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은 그 당초의 기능상의 목적을 다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본소를 각하했습니다. 심지어 이 원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취지까지 밝히며 소송실무 운용도 이런 경우 본소를 취하하도록 권고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파기됐습니다.

반소로 이행청구를 하면 본소의 목적을 방어만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논리는 실제 하급심이 채택한 적이 있지만,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이 본소를 각하하지 않는 이유 — 소송요건은 소급해서 흠결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9. 6. 8. 선고 99다17401, 17418 판결과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2428, 2435 판결은 같은 문구로 이 문제를 정리합니다. "소송요건을 구비하여 적법하게 제기된 본소가 그 후에 상대방이 제기한 반소로 인하여 소송요건에 흠결이 생겨 다시 부적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채무의 부존재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어 본소로 그 확인을 구하였다면, 피고가 그 후에 그 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본소청구에 대한 확인의 이익이 소멸하여 본소가 부적법하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핵심 판시입니다.

이 판시가 말하는 원칙은 절차법의 기본 골격에 가깝습니다. 소송요건의 존부는 원칙적으로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채무자가 소를 제기할 당시 이미 적법하게 확인의 이익을 갖추고 있었다면, 그 뒤에 벌어진 상대방의 소송행위(반소 제기)만으로 이미 갖춰진 적법성이 소급해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채권자가 반소로 이행판결을 구한다고 해서 채무자가 애초에 갖고 있던 법률상 지위의 불안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반소는 채권자의 별개 청구일 뿐, 채무자의 본소가 추구하는 확정 효과 자체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 법리의 실질입니다.

적법하게 제기된 본소는 그 뒤에 상대방이 반소를 제기했다는 사정만으로 소급하여 부적법해지지 않는다 — 이것이 대법원이 반복 확인한 원칙이다.

반소는 언제든 취하될 수 있다 — 민사소송법 제271조가 만드는 함정

대법원이 이 결론을 유지하는 데는 더 실질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71조는 "본소가 취하된 때에는 피고는 원고의 동의 없이 반소를 취하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만약 반소가 제기됐다는 사정만으로 본소의 확인의 이익이 소멸한다는 논리를 인정한다면, 채무자는 사실상 본소를 취하하도록 유도당하는 셈이 됩니다. 그런데 채무자가 그렇게 본소를 취하하고 나면, 채권자는 제271조에 따라 언제든 일방적으로 반소를 취하해버릴 수 있습니다.

결국 채무자는 애초에 본소로 확정받으려 했던 확정판결, 즉 기판력 있는 판단을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소송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사태에 놓일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2428, 2435 판결은 바로 이 지점을 지적하며, 반소 제기 사정만으로 본소의 확인의 이익이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는 기존 법리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채무부존재확인의 본소와 이행청구의 반소가 병행해서 심리되고, 본소기각과 반소인용, 혹은 채무액 다툼이 있다면 본소 일부인용과 반소 일부인용이 함께 선고되는 형태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 반소 제기만으로는 본소의 확인의 이익이 소멸하지 않음 — 본소는 별도로 실체 판단을 받는다.

  • 본소가 취하되면 채권자는 민사소송법 제271조에 따라 동의 없이 반소를 취하할 수 있다.

  • 따라서 본소·반소는 원칙적으로 병행 심리되어 각각 기판력 있는 결론에 이른다.

본소-반소 관계와 별개로 제기된 소송은 다르다 — 확인의 이익이 부정되는 경우

다만 이 법리를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 판례들은 어디까지나 같은 소송절차 안에서 본소에 대응해 반소가 제기된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채권자가 반소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법원에 별도의 이행청구소송(또는 채권확정소송)을 제기해 두고, 채무자가 그와 무관한 별개 절차에서 같은 채무의 부존재확인을 구한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1. 7. 24. 선고 2001다22246 판결이 그런 사안입니다. 채권자가 다른 법원에 채권확정의 소를 먼저 제기해 계속 중인 상태에서 채무자가 별도 절차로 같은 채무의 부존재확인을 구하자, 대법원은 채무자가 그 이행청구소송에서 청구기각 판결을 구함으로써 채무 부존재를 다툴 수 있으므로 별도로 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고 보아 소를 각하한 원심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두 판례를 나란히 놓으면 기준이 분명해집니다. 이행청구가 같은 소송절차 안에서 '반소'로 제기됐는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절차에서 '별소'로 진행되고 있는지가 갈림길입니다. 같은 절차 안의 반소라면 앞서 본 반소취하·기판력 문제가 얽혀 있어 본소의 확인의 이익이 그대로 유지되지만, 서로 무관한 별개 절차라면 굳이 확인소송을 별도로 유지할 실익이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이미 다른 법원에 이행청구소송을 걸어둔 상태라면, 채무자의 확인소송에 굳이 반소로 대응하지 않고 소송절차의 병합이나 이송, 또는 관련 소송에서의 확인의 이익 부정 주장을 함께 검토할 여지가 생깁니다.

이행청구가 같은 절차 안의 반소인지, 서로 다른 절차의 별소인지에 따라 채무부존재확인 본소의 확인의 이익 유지 여부가 갈린다.

실무에서 채권자가 놓치면 안 되는 것 — 반소를 냈다고 본소 방어를 소홀히 하지 말 것

반소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본소에 대한 답변과 증거 제출을 소홀히 하는 채권자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본소와 반소는 별개의 청구로 각각 심리·판단되고 별도의 기판력이 발생하므로, 본소에서 채무 발생원인이나 금액에 관한 다툼을 제대로 정리해두지 않으면 같은 쟁점을 다루는 반소의 결론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채무의 발생원인을 뒷받침하는 계약서·거래내역·문자메시지 등 증거는 본소 답변서 단계에서부터 반소장과 함께 일관되게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인지대와 소송비용 부담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반소도 그 소가에 따른 별도의 인지대가 부과되고, 본소와 반소가 각각 승패를 달리하면 소송비용도 그 비율에 따라 안분됩니다. 아울러 채무자가 소송 도중 협상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해 본소를 취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채권자로서는 민사소송법 제271조에 따라 동의 없이 반소를 취하할 수 있는 지위를 염두에 두고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아니면 협의를 통해 함께 정리할지 전략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받으면 반드시 반소를 내야 하나요?

A. 의무는 아닙니다. 본소청구를 기각해 달라는 방어만으로도 채무의 존재를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방어에만 그치면 승소하더라도 집행권원을 얻지 못해 나중에 별도의 이행청구소송을 다시 해야 하므로, 실무에서는 이행반소를 함께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반소를 내면 상대방의 본소가 자동으로 취하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반소가 제기됐다는 사정만으로 본소가 부적법해지거나 취하되지 않습니다. 채무자가 본소를 유지하는 한 법원은 본소와 반소를 모두 심리해 각각 판단해야 합니다.

Q. 상대방이 본소를 취하하면 제 반소는 어떻게 되나요?

A. 민사소송법 제271조에 따라 본소가 취하되면 반소원고인 채권자는 채무자의 동의 없이도 반소를 취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채권자의 선택이며, 반소를 유지하면 법원은 반소만 놓고 이행청구 여부를 계속 심리합니다.

Q. 하급심이 본소를 각하한 사례도 있다는데, 지금도 같은 논리로 다퉈볼 수 있나요?

A. 과거 일부 하급심이 반소 제기를 이유로 본소를 각하한 사례가 있었지만 대법원에서 모두 파기됐습니다. 지금은 확립된 법리이므로 같은 논리로 본소 각하를 주장해도 상급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크고, 처음부터 본소·반소 모두에 대한 실체적 방어를 준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채권자가 반소 대신 다른 법원에 별도로 지급청구소송을 내면 어떻게 되나요?

A. 같은 절차 안의 반소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절차에서 진행되는 이행청구소송이라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행청구소송이 먼저 계속 중인 상태에서 채무자가 별도 절차로 같은 채무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면,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각하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Q. 본소와 반소가 같이 인용되거나 기각되는 경우도 있나요?

A. 그렇습니다. 본소기각과 반소 전부 또는 일부 인용이 함께 나오는 경우가 흔하고, 채무 금액 자체에 다툼이 있다면 본소 일부인용(일부 금액만 부존재 확인)과 반소 일부인용이 함께 선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청구가 별개로 심리되기 때문입니다.

맺음말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받은 채권자가 이행반소를 낸다고 해서 상대방의 본소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확립된 법리입니다. 그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적법하게 갖춰진 소송요건이 상대방의 나중 행위로 소급해 흠결되지 않는다는 절차법의 기본 원칙, 그리고 반소가 사라지면 본소를 낸 쪽이 애초에 노렸던 확정판결을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되는 불공평을 막아야 한다는 실질적 고려입니다.

따라서 채권자로서는 반소를 낼지 여부와 별개로 본소에 대한 실체적 방어를 병행해야 합니다. 채무의 발생원인과 금액에 다툼이 있다면 증거관계를 본소·반소 모두에 일관되게 정리해 제출해야 하고, 상대방이 소송 도중 본소 취하를 시도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반소 유지·취하 여부를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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