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형사사건에 휘말리면 변호사 선임 착수금만 수백만원에서 사안에 따라 수천만원까지 들 수 있다 보니, 최근에는 이미 가입해 둔 보험으로 이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지 문의하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운전자보험에 가입돼 있으니 변호사비 걱정은 없다”거나 “실손보험 특약이 있으니 형사 합의금까지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계신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고 유형이나 처분 결과가 특약이 정한 요건에 들어맞지 않으면, 보험사로부터 지급을 거절당하는 일이 흔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보험사가 보장 범위를 실질적으로 좁히는 면책·제한 조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했다면 그 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원칙을 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형사 변호사비를 보장하는 보험에는 실제로 무엇이 있는지, 어떤 경우에 보험금이 나오는지, 그리고 지급이 거절됐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형사 사건 변호사비를 보장하는 보험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다만 이름은 ‘형사보험’이 아니라 운전자보험의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입니다.
형사사건에 휘말리면 변호사 선임 착수금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되다 보니, 가입해 둔 보험으로 이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형사 변호사비를 정면으로 보장하는 상품은 실제로 있습니다. 다만 단독 상품이 아니라 대부분 운전자보험에 딸린 ‘변호사선임비용 특약’(보험사에 따라 ‘자동차사고 변호사선임비용 특약’ 등으로도 불립니다) 형태로 판매됩니다.
이와 별도로 일부 손해보험사는 변호사비용·인지액·송달료를 보장하는 ‘민사소송법률비용보장 특별약관’도 팔고 있는데, 이는 형사사건이 아니라 민사소송 비용을 대상으로 한 담보입니다. ‘형사 변호사비 보험’을 찾는 분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은 대개 앞의 것, 즉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입니다.
형사 변호사비를 보장하는 보험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정체는 대부분 운전자보험의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입니다.
2. 다만 그 보장 범위는 교통사고 관련 형사사건에 한정돼 있습니다
특약이 막아주는 것은 ‘모든 형사사건’이 아니라 ‘자동차 운전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한 형사책임’입니다.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의 지급사유는 보험사마다 문구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피보험자가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급격하고도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에 상해를 입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 등으로 형사입건된 경우로 좁게 한정돼 있습니다.
그래서 신호위반·중앙선 침범·과속 같은 이른바 12대 중과실 사고는 원래 특약의 지급 대상 범위 안에 들어가지만, 뺑소니나 음주·무면허 운전은 상당수 약관에서 아예 보장 제외 항목으로 빠져 있습니다. 두 사유 모두 형사처벌 자체가 무겁고 종합보험의 특례 적용도 배제되는 항목이라, 보험사 입장에서도 위험을 떠안으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운전자보험에 가입돼 있으니 괜찮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낸 사고가 특약이 정한 지급 요건 — 상해 정도, 위반 항목, 뺑소니·음주 여부 — 에 들어맞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운전자보험의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은 교통사고로 인한 형사책임을 좁게 겨냥한 담보이지, 형사사건 전반을 막아주는 보험이 아닙니다.
3. 폭행이나 사기 같은 고의범죄는 대부분 보장 대상에서 빠집니다
보험은 우연한 사고를 보장하는 제도이지, 고의로 저지른 행위의 결과까지 떠안아주지 않습니다.
실제 상담에서는 폭행·상해·사기·횡령처럼 교통사고와 무관한 일반 형사사건으로 조사받게 된 분들이 “가입해 둔 운전자보험이나 실손보험으로 변호사비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묻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부분은 어렵습니다.
상법 제659조는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폭행·사기·횡령처럼 애초에 고의로 저지른 범죄는 이 조항에 따라 보험금 지급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운전자보험의 변호사선임비용 특약 역시 지급사유를 자동차 운전 중 발생한 사고로 한정해 두고 있어서, 사고와 무관한 일반 형사사건에는 별도의 고의범죄 면책 조항을 두지 않아도 애초에 담보 자체가 열리지 않는 구조입니다.
다만 무고나 명예훼손처럼 본인이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지위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라면, 민사소송비용을 보장하는 별도 특약이 적용될 여지가 있으므로 가입한 보험증권을 구체적으로 확인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고의범죄로 조사를 받는 상황이라면 가입한 보험에서 변호사비가 나올 것이라 기대하기보다, 변호사 선임부터 서두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4. 보험금을 받으려면 구속이나 기소 같은 처분 결과를 충족해야 합니다
특약은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지급되지 않고, 사건이 일정 단계까지 진행됐는지를 봅니다.
약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의 대표적인 지급사유로는 구속영장에 의해 구속된 경우,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경우(약식기소는 대개 제외됩니다), 그리고 불송치·불기소 처분을 받았더라도 진단서나 소견서상 중상해 기준을 충족해 애초에 중한 처벌 위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 등을 듭니다.
즉 경찰 조사를 한 번 받고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지급되지 않는 특약이 많고, 최종 처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보험사도 지급 여부를 확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에는 이 담보의 구조 자체도 달라졌습니다. 보험사·상품별로 세부 조건은 다르지만, 신규 가입자부터는 변호사 선임비용에 자기부담금 50%가 적용되고 지급 한도도 심급별로 나뉘어 1심·2심·3심 각각 최대 500만원 수준으로 축소되는 방향으로 개정됐습니다. 착수금 등 실제 지출한 비용만 대상이고, 성공보수금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보험금은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구속·기소·중상해 같은 약관상 처분 결과를 실제로 충족했을 때 지급됩니다.
5. 지급 요건이 다투어질 때는 절차에 따라 서류부터 챙겨야 합니다
보험사가 면책이나 제한 조항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그 조항을 근거로 지급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형사사건에 연루되면 통상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경찰서·수원중부경찰서 등) 조사 → 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흐름을 ①경찰 조사 ②검찰 송치·처분 ③기소·재판 ④보험금 청구의 네 단계로 보면, 각 단계마다 특약이 요구하는 서류 — 사고경위서, 진단서, 변호사 선임계약서와 세금계산서, 불송치결정서나 공소장·판결문 등 — 를 그때그때 챙겨둬야 나중에 보험금을 청구할 때 다투기가 수월합니다.
실제로 보험사가 면책·자기부담·한도 조항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 이때 확인해야 할 것은 계약 체결 당시 그 조항을 보험사가 구체적으로 설명했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보험자 및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및 보험청약서상 기재 사항의 변동사항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6다4893 판결).
즉 뺑소니·음주운전 면책이나 자기부담금·심급별 한도처럼 보장 범위를 실질적으로 좁히는 조항을 보험사가 가입 당시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그 조항을 내세워 지급을 거절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미 법령에 정해져 있거나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사항까지 일일이 설명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 같은 판례의 취지이므로, “설명을 못 들었다”는 주장만으로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험금 지급을 두고 다툼이 생겼거나 애초에 지급 여부가 불투명하다면, 아래 순서로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가입한 보험증권과 약관에서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의 지급사유·자기부담금·한도를 먼저 확인합니다.
본인 사건이 그 지급사유(구속·기소·불송치 중상해 등)에 해당하는지, 혹은 고의범죄에 해당해 애초에 지급 대상이 아닌지를 대조합니다.
지급요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보험사가 지급을 거절하면, 계약 체결 당시 그 조항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하고 변호사와 대응 방안을 검토합니다.
다만 보험금 지급 여부를 따지는 일과 형사사건 자체에 대한 대응은 별개로 움직여야 합니다. 보험금 심사를 기다리는 사이 조사·진술 시점을 놓치면, 정작 사건 본안에서 더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형사 사건에 휘말리면 당장 변호사비부터 걱정되다 보니, “가입한 보험으로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변호사 선임을 미루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보험금을 청구하려는 입장에서는 자기부담금과 심급별 한도를 감안하면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계산해둬야 하고, 반대로 보험사로부터 지급을 거절당한 입장에서는 그 거절이 약관 문언에 따른 정당한 것인지, 아니면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한 채 내세운 것인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저는 형사사건을 의뢰받는 쪽과 보험금 지급을 다투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사건 초기 대응이 결과를 가른다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왔습니다.
보험으로 다 해결될 거라 안심하기보다, 지금 상황에서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정확히 짚어드리겠습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실손보험에도 형사 변호사비용 특약이 있나요?
A. 실손의료보험 자체는 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이라 변호사비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변호사선임비용은 대부분 운전자보험이나 일부 상해보험에 별도로 붙는 특약에서만 확인할 수 있으니 가입한 보험증권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Q. 폭행 사건으로 조사받는데 운전자보험으로 변호사비를 받을 수 있나요?
A. 어렵습니다.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은 자동차 운전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한 형사책임을 지급사유로 한정하고 있어, 운전과 무관한 폭행·상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Q. 음주운전 사고인데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으로 보장받을 수 있나요?
A. 대부분의 약관이 음주운전·무면허운전·뺑소니를 보장 제외 사유로 정하고 있어 지급받기 어렵습니다. 가입한 약관의 면책 항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Q. 경찰 조사만 받고 아직 기소되지 않았는데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약관마다 다르지만 구속되거나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경우를 기본 지급사유로 두는 경우가 많아, 단순 조사 단계에서는 지급이 보류되거나 거절될 수 있습니다. 불송치·불기소 결정에도 중상해 기준을 충족해야 지급되는 경우가 있으니 최종 처분 결과를 확인해야 합니다.
Q. 보험사가 자기부담금 50%를 적용한다는데, 계약 당시 설명을 못 들었습니다.
A. 보험사가 계약 체결 당시 자기부담금이나 한도 같은 중요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그 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설명 여부를 다퉈볼 만한 사안입니다.
Q. 성공보수도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으로 보장되나요?
A. 아니요. 대부분의 특약은 착수금 등 실제 지출한 비용만 보장하고 성공보수금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가입 전 약관의 보장 범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