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범죄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도중 보석으로 석방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연락을 시도했다가 다시 구속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피고인 중 상당수는 “그냥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전하려 했다”, “직접 만난 것도 아니고 문자 한 통 보낸 것뿐인데 뭐가 문제냐”는 생각으로 피해자에게 연락을 시도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법원은 이런 접촉을 가볍게 보지 않고, 접촉 사실이 확인되는 즉시 보석취소 절차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보석취소결정에 대해서는 불복하더라도 재판의 집행이 정지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며, 접촉금지 조건을 위반한 피고인의 신병을 신속하게 확보하는 방향으로 실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성범죄 사건에서 보석 중 피해자 접촉이 금지되는 법적 근거와, 이를 어겼을 때 보석취소·보증금 몰취·재구속에 이어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체적인 절차를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피해자 접촉 금지는 법원이 정한 보석의 조건이지 권고사항이 아닙니다
성범죄 보석에서 접촉금지 조건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법적 의무입니다.
법원이 보석을 허가할 때는 형사소송법 제98조에 따라 하나 이상의 조건을 반드시 붙여야 하고, 성범죄 사건에서는 대부분 같은 조 제4호, 즉 “피해자… 생명·신체·재산에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하고 주거·직장 등 그 주변에 접근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조건이 함께 붙습니다.
이 조건은 보석허가결정문에 명시되며, 단순한 권고나 도의적 당부가 아니라 피고인이 지켜야 할 법적 의무입니다. 직접 찾아가는 것뿐 아니라 문자, 전화, SNS 메시지, 제3자를 통한 전달까지 “접촉”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사과하려고 했다”, “합의를 시도한 것뿐이다”라는 말로 접촉을 정당화하려는 경우가 많지만, 조건의 문언상 목적이나 선의는 위반 여부 판단에서 크게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피해자 접촉 금지는 법원이 정한 보석조건이며, 목적이나 방식과 무관하게 이를 어기면 조건위반으로 평가됩니다.
2. 접촉금지 조건을 어기면 보석이 취소되고 곧바로 재구속됩니다
보석취소결정은 불복해도 집행이 멈추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02조 제2항은 피고인이 법원이 정한 조건을 위반한 때(제5호) 또는 피해자 등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가할 우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제4호)에는 직권 또는 검사의 청구로 보석을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접촉금지 조건 위반이 확인되면 검사가 법원에 보석취소를 청구하고, 법원은 통상 서면 심리나 심문을 거쳐 취소 여부를 결정합니다. 문제는 이 결정에 불복해 항고를 하더라도 집행이 정지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1심 법원이 한 보석취소결정에 대하여 불복이 있으면 보통항고를 할 수 있고, 보통항고에는 재판의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이 없다. 이는 결정과 동시에 집행력을 인정함으로써 석방되었던 피고인의 신병을 신속히 확보하려는 것이다(대법원 2020. 10. 29.자 2020모633 결정).
즉, 보석취소결정이 내려지면 항고 절차와 무관하게 곧바로 재구속이 집행됩니다. “일단 항고부터 하고 보자”는 대응은 신병 확보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접촉금지 조건을 어기면 검사의 청구로 보석이 취소되고, 항고 여부와 관계없이 즉시 재구속됩니다.
3. 보증금은 몰취될 수 있고, 취소와 동시가 아니어도 결정될 수 있습니다
보석취소만으로 보증금을 자동으로 돌려받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103조는 법원이 보석을 취소할 때 결정으로 보증금 또는 담보의 전부나 일부를 몰취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접촉금지 조건 위반처럼 피고인의 귀책사유가 뚜렷한 경우, 실무상 보증금 몰취까지 함께 검토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여기서 흔히 오해하는 지점은 “보석이 취소됐으니 보증금은 자동으로 돌려받거나, 아니면 그 자리에서 다 몰수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보증금 몰취 여부와 그 결정 시점에 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보석보증금을 몰수하려면 반드시 보석취소와 동시에 하여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보석취소 후에 별도로 보증금몰수결정을 할 수도 있다(대법원 2001. 5. 29.자 2000모22 전원합의체 결정).
또한 접촉금지 조건 위반이 있더라도 법원이 곧바로 보석 자체를 취소하지 않고, 형사소송법 제102조 제3항에 따라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는 방식으로 먼저 대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위반이 반복되거나 위해 우려가 커지면 결국 취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 몰취는 보석취소와 같은 시점에 결정되지 않을 수 있고, 위반의 경중에 따라 과태료·감치로 먼저 처리될 수도 있습니다.
4. 접촉 방식에 따라 별도의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단순 연락도 보복 목적이 인정되면 특가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접촉금지 조건 위반은 보석취소 사유일 뿐 아니라, 접촉의 내용에 따라 별도의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9는 자기 형사사건의 수사나 재판과 관련해 고소·고발, 진술, 증언, 자료제출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취소·번복하게 할 목적으로 상해·폭행·체포·감금·협박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위해가 아니더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같은 조 제4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미안하다고 사과만 하려 했다”는 접촉도,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하거나 합의를 종용받았다고 느낄 만한 정황이 있다면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5도6707 판결에서는 성폭력 사건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등의 행위를 한 부분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보복협박등)과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을 함께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기도 했습니다. 반복적으로 연락을 시도하는 경우에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 별도로 문제될 수도 있습니다.
접촉의 목적과 방식에 따라 보복범죄 가중처벌이나 스토킹범죄로까지 처벌 범위가 확대될 수 있습니다.
5. 위반이 의심되면 재구속과 재판 전까지 이런 순서로 진행됩니다
신고부터 재구속 집행까지,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피해자 측이 접촉 사실을 인지하면 통상 ①관할 수사기관(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경찰서·수원중부경찰서 등)이나 담당 검사실에 접촉 사실을 신고 또는 보고 → ②검사가 조건위반 자료를 검토해 법원(수원지방법원)에 보석취소를 청구 → ③법원이 서면 심리 또는 심문을 거쳐 취소·과태료·감치 여부를 결정 → ④취소가 결정되면 검찰의 집행지휘로 곧바로 재구속되어 이후 재판이 계속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피고인 측이든 피해자 측이든, 접촉 여부를 둘러싼 다툼이 생기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석허가결정문에 접촉금지 조건이 어떤 범위로 규정돼 있는지(직접 연락·제3자를 통한 전달·SNS 포함 여부 등) 확인합니다.
문자메시지, 통화기록, SNS 대화 캡처 등 접촉 사실을 뒷받침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자료를 즉시 확보합니다.
변호인을 통해 검사의 보석취소 청구 여부와 재구속 임박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소명자료를 준비합니다.
이 과정을 얼마나 신속하게 밟느냐에 따라 재구속을 막을 수 있는지, 혹은 이미 재구속된 이후 다시 보석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크게 달라집니다.
마치며
성범죄 사건에서 보석 중 접촉 문제는 “그래도 사과 한마디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접촉 사실 하나하나가 위험 신호일 수 있으므로, 연락이 오는 즉시 캡처·녹음 등으로 기록을 남기고 대리인이나 수사기관에 곧바로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접촉을 시도한 피고인 입장에서도 “좋은 뜻이었다”는 해명만으로는 재구속을 막기 어렵고, 실제로 위해나 강요의 의도가 없었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준비해야 합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보석과 접촉금지 조건을 둘러싼 다툼을 피해자 측과 피고인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접촉의 경위 하나가 재구속 여부와 이후 재판 결과를 크게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보석취소는 결정과 동시에 집행됩니다.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문자 한 통만 보낸 것도 접촉금지 조건 위반인가요?
A.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접촉금지 조건은 직접 만나는 행위뿐 아니라 문자·전화·SNS 메시지 등 연락 수단을 가리지 않고 적용되는 것이 실무 경향입니다.
Q. 제3자를 통해 사과나 합의 의사를 전달해도 문제가 되나요?
A. 문제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연락하지 않았더라도 제3자를 시켜 피해자에게 의사를 전달했다면 접촉금지 조건 위반이나 면담강요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Q. 우연히 마주친 경우도 위반인가요?
A. 고의성이 없었다는 사정은 참작될 수 있지만, 접근 사실 자체가 확인되면 법원이 위반 여부를 심리하게 되므로 마주친 경위를 구체적으로 소명할 자료를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Q. 보석이 취소되면 무조건 재구속인가요, 항고로 막을 수 있나요?
A. 보석취소결정은 항고를 하더라도 집행이 정지되지 않으므로, 항고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재구속이 먼저 집행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Q. 보증금은 취소되면 바로 몰수되나요?
A. 취소와 동시에 몰취가 결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법원이 이후 별도로 몰취 여부와 범위를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몰취되지 않은 금액은 청구일로부터 7일 이내에 환부됩니다.
Q. 접촉금지 위반이 새로운 형사사건으로도 조사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위해나 강요의 목적이 인정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범죄로, 반복적인 연락이면 스토킹범죄로 별도 입건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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