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형사사건 상담을 하다 보면, 고소를 당했거나 상대방을 고소한 의뢰인들이 공통적으로 궁금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상대방이 수사기관에서 어떤 진술을 했는지, 그 내용을 재판이 열리기 전에 미리 확인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어차피 재판 가면 다 보게 될 텐데 미리 알아서 뭐 하나”, “고소인이 뭐라고 진술했는지는 판사님이 다 알아서 판단해 주시겠지”라고 생각하며 준비 없이 첫 공판기일을 맞이합니다. 그런데 막상 공판이 시작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목록과 진술조서 내용을 그 자리에서 처음 접하게 되면, 반박할 자료를 준비할 시간도 없이 재판이 그대로 흘러가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상 증거개시 제도를 통한 법원의 열람ㆍ등사 허용 결정에 검사가 함부로 불복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상대방 진술 내용을 미리 확인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판단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상대방의 진술조서를 재판 전에 볼 수 있는 시점과 절차, 그리고 검사가 열람ㆍ등사를 거부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공소제기 전에는 상대방 진술조서를 보기 어렵습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증거인멸과 수사기밀 보호를 이유로 열람이 원칙적으로 제한됩니다.
경찰이나 검찰 단계에서 작성된 참고인 진술조서, 피해자 진술조서는 원칙적으로 사건관계인 외에는 열람할 수 없습니다. 수사가 진행 중인 단계에서 상대방의 진술 내용이 공개되면 말맞추기나 증거인멸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은 이 단계의 기록을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다룹니다.
다만 완전히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경우, 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21에 따라 피의자 심문에 참여할 변호인은 법원에 제출된 구속영장청구서와 그에 첨부된 고소장ㆍ고발장,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 등을 제한적으로 열람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검사가 증거인멸이나 공범의 도주 우려 등 수사에 방해가 될 사정을 들어 열람 제한 의견을 내면,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열람 범위를 좁힐 수도 있습니다. 즉 이 단계의 열람은 어디까지나 구속 여부를 다투기 위한 제한적 열람일 뿐, 사건 전체 기록에 대한 접근권은 아닙니다.
공소제기 전 단계에서는 상대방 진술조서에 대한 전면적인 열람권이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2. 공소제기 후에는 증거개시 신청으로 진술조서 열람이 가능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은 상대방의 공판 전 진술을 기재한 서류를 열람ㆍ등사 신청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검사에게 공소제기된 사건에 관한 서류 목록과, 검사가 증거로 신청할 서류, 그리고 검사가 증인으로 신청할 사람이 공판기일 전에 행한 진술을 기재한 서류등의 열람ㆍ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상대방, 즉 고소인이나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을 적은 진술조서가 바로 이 조항이 말하는 서류에 해당합니다.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다면 피고인 본인은 열람만 신청할 수 있고, 등사(복사)는 변호인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서류에는 문서뿐 아니라 녹음테이프ㆍ비디오테이프ㆍ컴퓨터용 디스크 등 특수매체도 포함되므로, 영상녹화된 진술 자료도 신청 대상이 됩니다.
검사는 국가안보, 증인보호의 필요성, 증거인멸의 염려, 관련 사건 수사에 지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구체적 사유가 있을 때에만 열람ㆍ등사를 거부하거나 범위를 제한할 수 있고, 거부할 때는 지체 없이 그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다만 서류등의 목록 자체에 대해서는 검사가 열람ㆍ등사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공소제기 후에는 검사가 보관한 상대방 진술조서도 정해진 절차를 거쳐 열람ㆍ등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3. 검사가 거부해도 법원에 신청하면 열람등사를 명령받을 수 있습니다
법원의 열람등사 허용 결정은 검사가 통상적인 방법으로 다툴 수 없는 사실상 최종 결정입니다.
검사가 열람ㆍ등사 신청을 받고도 48시간 이내에 거부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거나, 실제로 거부ㆍ제한하는 처분을 하면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법원에 열람ㆍ등사를 허용하도록 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66조의4). 법원은 열람ㆍ등사를 허용했을 때 생길 폐해의 유형과 정도,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및 재판의 신속한 진행을 위한 필요성, 해당 서류의 중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사에게 열람ㆍ등사를 명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검사가 이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를 제기한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판단한 바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에 따라 법원이 검사에게 수사서류 등의 열람ㆍ등사 또는 서면의 교부를 허용할 것을 명한 결정은 피고사건 소송절차에서의 증거개시(開示)와 관련된 것으로서 제403조에서 말하는 ‘판결 전의 소송절차에 관한 결정’에 해당한다 할 것인데, 위 결정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에서 별도로 즉시항고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제402조에 의한 항고의 방법으로 불복할 수 없다(대법원 2013. 1. 24.자 2012모1393 결정).
이 사건은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의 변호인이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을 담은 영상녹화물의 열람ㆍ등사를 신청했고, 제1심 법원이 이를 허용하도록 명령했음에도 검사가 등사를 거부하며 불복한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검사가 이런 결정에 통상적인 항고로 다툴 수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더 나아가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 제5항은 검사가 법원의 열람ㆍ등사 명령을 지체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증인이나 서류등에 대한 증거신청 자체를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어, 이 명령에는 상당히 강한 이행 강제력이 붙어 있습니다.
법원이 열람ㆍ등사를 명하면 검사는 사실상 이를 따르거나 그 증거 사용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4. 성범죄 등 피해자 보호가 필요한 사건은 열람 범위가 더 좁아집니다
같은 신청이라도 사건관계인의 안전과 2차 피해 방지가 우선 고려됩니다.
앞서 본 2012모1393 사건에서도 법원은 영상녹화물의 열람은 허용하면서도 등사까지는 거부하는 검사의 처분을 다투는 구도였습니다. 즉 같은 자료라도 열람은 허용되지만 등사(복사본 취득)는 제한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성범죄 피해자 진술처럼 민감한 내용일수록 이런 차등 취급이 자주 나타납니다.
형사소송법 제35조 제3항도 재판장이 피해자ㆍ증인 등 사건관계인의 생명 또는 신체의 안전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열람ㆍ복사에 앞서 성명 등 개인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열람을 허용하더라도 신상정보 부분을 가리거나, 사본을 만들지 못하게 하고 법원 또는 검찰청 안에서만 확인하게 하는 방식으로 조건을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소송이 계속 중인 사건의 피해자 쪽에서도 형사소송법 제294조의4에 따라 재판장에게 소송기록의 열람ㆍ등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재판장은 피해자의 권리구제나 진술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허가해야 하지만, 역시 심리 상황이나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허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양쪽 모두 보고 싶다고 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건관계인 보호와 방어권 보장 사이에서 법원이 구체적으로 저울질하는 구조입니다.
피해자 보호가 필요한 사건일수록 열람은 허용되어도 등사는 더 엄격하게 제한될 수 있습니다.
5. 재판 전 열람ㆍ등사는 이런 절차로 신청합니다
공소장을 받은 직후 증거목록부터 확인하는 것이 대응 시간을 벌어줍니다.
실무에서는 통상 ①경찰(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ㆍ수원중부경찰서 등)에서 수사를 받고 ②검찰(수원지방검찰청)이 공소를 제기하면 ③법원(수원지방법원)에 사건이 배당되어 첫 공판기일이 잡히기 전, 변호인이 검사에게 서류등 목록과 진술조서 열람ㆍ등사를 신청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④검사가 거부하거나 48시간 내 통지가 없으면 그 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에 열람ㆍ등사 허용 결정을 신청합니다.
공소장을 받고 나서 막연히 첫 공판기일만 기다리기보다는, 아래 순서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방어권을 지키는 데 유리합니다.
검사가 제출한 서류등 목록을 확인해, 상대방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나 영상녹화물이 목록에 있는지부터 파악합니다.
목록에서 확인한 서류를 특정해 검사에게 열람ㆍ등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48시간 이내 거부 통지 여부를 기록해 둡니다.
거부 통지를 받거나 기한 내 통지가 없으면 지체 없이 법원에 열람ㆍ등사 허용 결정을 신청해 시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이 절차를 제때 밟아 두면, 상대방 진술 내용을 첫 공판기일 이전에 확인하고 반박 논리와 증거를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상대방이 수사기관에서 뭐라고 진술했는지 모른 채 재판을 맞이하면, 정작 중요한 공판 준비 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것은 대부분 이 절차를 몰라서이지, 방법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상대방 진술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피고인 입장에서는 증거목록부터 챙겨 신청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관건입니다. 반대로 자신의 진술이 상대방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 걱정되는 고소인ㆍ피해자 입장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조치나 열람ㆍ등사 제한 신청 같은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불필요한 불안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저는 진술조서 열람ㆍ등사를 신청하는 피고인 측과, 그 열람을 다투거나 자신의 진술 보호를 원하는 고소인ㆍ피해자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이 절차를 제때 밟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를 여러 차례 보아 왔습니다.
재판 전에 상대방 진술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지, 지금 그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단계인데, 고소인이 뭐라고 진술했는지 지금 볼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수사가 진행 중인 단계의 진술조서는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비공개가 원칙이며,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일부 서류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Q. 공소장을 받았는데 언제부터 진술조서 열람을 신청할 수 있나요?
A. 공소가 제기된 직후부터 신청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에 따라 검사에게 서류등 목록과 열람ㆍ등사를 신청하면 되고, 첫 공판기일 전에 신청해 두는 것이 대응에 유리합니다.
Q. 변호인 없이 저 혼자 진술조서를 열람할 수 있나요?
A.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다면 피고인 본인은 열람만 신청할 수 있고, 등사는 변호인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변호인이 없다면 피고인 본인이 열람과 등사를 함께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검사가 열람ㆍ등사를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거부 통지를 받거나 48시간 내 통지가 없으면 법원에 열람ㆍ등사 허용 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이를 명하면 검사는 사실상 이를 따르거나 해당 증거의 사용을 포기해야 합니다.
Q.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 진술을 아예 볼 수 없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열람 자체는 허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신상정보 보호나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등사는 제한되거나 열람 장소ㆍ방법에 조건이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Q. 반대로 제가 피해자인데, 상대방(피고인) 측 자료를 볼 수 있나요?
A. 형사소송법 제294조의4에 따라 소송이 계속 중인 사건의 피해자도 재판장에게 소송기록의 열람ㆍ등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권리구제나 진술권 보장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허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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