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는데 제3자를 통한 접촉은 2차 가해인가요
사건 개요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의뢰인의 가족이 상담을 청해 왔습니다. 사건 초기 피해자 측 변호사를 통해 합의 의사를 타진했지만, 피해자는 "어떠한 형태의 연락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서면으로 분명히 전달해 왔습니다. 그런데도 의뢰인의 어머니는 애가 타는 마음에, 피해자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지인을 수소문해 "한 번만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지인은 피해자에게 몇 차례 문자와 구두로 이 말을 전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뢰인 측에 수사기관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사람을 시켜 계속 접촉해 온다"며 추가로 고소장을 접수했고, 스토킹처벌법 위반 여부까지 조사하겠다는 통지였습니다. 가족들은 "우리는 사과하고 합의하려던 것뿐인데 이것도 범죄냐"며 당혹스러워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피해자가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힌 이후 제3자를 동원해 접촉을 시도하는 행위는 그 의도와 무관하게 별도의 형사책임을 낳을 수 있고, 진행 중인 사건의 양형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합의하려는 선의'는 법정에서 접촉 방식의 위법성을 지워 주지 않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안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피해자가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밝혔는지입니다. 둘째, 제3자를 통한 접촉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 제2조제1호가 정한 스토킹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져 '스토킹범죄'로 완성되는지입니다. 셋째, 피해자가 진행 중인 형사사건에서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정당한 사유 없는 면담 강요나 위력 행사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5조의9제4항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넷째, 이러한 접촉 시도가 원래 사건의 양형(합의에 따른 감경 인정 여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입니다.
네 가지 쟁점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접촉이 문제 되는 것을 확인한 뒤에는, 애초에 하려던 '합의'를 법적으로 안전하게 시도할 방법을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선의의 합의 시도'가 왜 별도의 범죄로 번지는지 짚어냅니다
가족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이, 사과하고 합의하려는 목적이었는데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법적 위험을 확인합니다.
1) 피해자의 거부 의사 표시 시점을 먼저 확정합니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제1호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진 접촉을 스토킹행위로 규정합니다. 피해자 측 변호사를 통해 서면으로, 혹은 수사기관을 통해 구두로라도 연락 거부 의사가 전달된 바로 그 시점 이후의 접촉은 '정당한 이유'를 인정받기가 극히 어렵습니다. 거부 의사가 있기 전 시도한 접촉과 이후의 접촉은 법적 평가가 완전히 달라지므로, 시점을 문자·통화기록·내용증명 등으로 특정하는 작업을 가장 먼저 합니다.
2) 제3자를 통한 접촉이 스토킹행위의 법정 유형에 그대로 들어맞는지 확인합니다.
많은 분들이 "내가 직접 연락한 게 아니니 문제없다"고 생각하지만, 같은 조 라목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물건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스토킹행위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지인을 통해 말을 전하거나 문자를 대신 보내게 하는 것도 이 유형에 그대로 해당합니다. 다만 스토킹'범죄'로 처벌되려면 그런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므로(제2조제2호), 접촉이 단발성이었는지 여러 차례 반복되었는지를 가려 실제 처벌 가능성의 수위를 가늠합니다.
3) 특가법상 면담강요·위력행사죄 해당 여부를 함께 검토합니다.
피해자는 진행 중인 형사사건에서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 해당합니다. 특가법 제5조의9제4항은 그런 사람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지인을 거듭 동원해 연락을 종용하거나,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만남을 요구하는 말을 반복해서 전달하게 한 정황이 있다면 이 조항까지 함께 문제 될 수 있어, 접촉 횟수와 표현 수위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대응 방향을 정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이미 벌어진 접촉을 수습하고, 합의를 다시 안전한 방식으로 설계합니다
위험을 확인한 다음에는 두 갈래로 대응합니다. 하나는 이미 이루어진 접촉으로 제기된 추가 혐의에 대한 방어이고, 다른 하나는 합의라는 본래 목적을 법적으로 안전한 경로로 다시 시도하는 것입니다.
1) 접촉의 경위와 의도를 사실관계로 정리해 소명합니다.
스토킹행위나 위력 행사가 인정되려면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켰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협박이나 반복적 압박이 아니라 사죄의 뜻을 전하려 한 것이었다면, 접촉 횟수·표현·중단 경위 등을 객관적으로 정리해 소명 자료로 준비합니다. 다만 이 소명은 어디까지나 '억울함 호소'가 아니라 사실관계에 기초한 방어여야 하며, 실제로 반복적이고 집요했던 정황이 있다면 이를 축소하기보다 향후 재발 방지 조치를 함께 제시하는 편이 실무상 더 설득력 있습니다.
2) 직접 접촉을 전면 중단하고, 변호인을 경유한 공식 채널로만 창구를 일원화합니다.
가족·지인을 통한 우회 접촉은 물론, 의뢰인 본인의 직접 연락도 즉시 중단하도록 안내합니다. 이후 합의 의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면 피해자 측 변호사나 수사기관을 통한 서면 경로로만 진행합니다. 이렇게 창구를 하나로 좁혀 두면 추가 접촉 시도로 오인될 소지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고, 나중에 "접촉을 자제했다"는 사실 자체가 재판부에 긍정적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3) 형사공탁 특례 제도로 반성의 진정성을 다른 방식으로 남깁니다.
피해자가 합의 자체를 원하지 않는 경우, 2022년 도입된 형사공탁 특례를 활용하면 피해자의 주소나 연락처를 몰라도 사건번호만으로 법원에 피해 회복 금원을 공탁할 수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와의 직접 접촉 없이 이루어지므로 2차 접촉 시비에서 자유롭고, 재판부에 진지한 반성과 피해 회복 노력의 정황으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상 공탁은 당사자 간 합의보다 감경 폭이 제한적으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미리 안내해 기대치를 조정합니다.
결론
합의는 진심 어린 반성의 표현일 수 있지만, 그 방식이 피해자의 명확한 거부 의사를 넘어서는 순간 별개의 스토킹행위나 위력 행사로 평가받을 위험을 안게 됩니다. 더구나 그렇게 만들어진 접촉 시비는 원래 사건에서 인정받고자 했던 '반성'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만들어, 오히려 양형에서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면, 그 시점부터는 어떤 경로로도 직접·간접 접촉을 시도하기 전에 반드시 변호사와 함께 접근 방법을 다시 설계하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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