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구상금, 산재사고 가해자가 실제로 물어내는 한도는 어디까지일까
근로복지공단 구상금, 산재사고 가해자가 실제로 물어내는 한도는 어디까지일까
법률가이드
손해배상노동/인사

근로복지공단 구상금, 산재사고 가해자가 실제로 물어내는 한도는 어디까지일까 

강대현 변호사

교통사고나 작업 현장 사고로 다른 회사 소속 근로자가 다쳤을 때, 치료비와 휴업급여는 일단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에서 먼저 지급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공단이 보험급여를 지급한 뒤에는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에게 그 돈을 돌려받으려는 구상금 청구서가 날아오는데, 상당수는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 전액을 그대로 물어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합니다. 실제로는 근로자 자신의 과실비율, 위자료 포함 여부, 근로자 소속 사업주의 과실 유무에 따라 가해자가 실제로 부담해야 할 구상금의 한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근로복지공단 구상금이 어떤 법적 구조로 청구되는지, 그리고 가해자가 실제로 물어내야 하는 금액이 어디까지로 제한되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근로복지공단 구상금이란 — 산재보험법 제87조가 만드는 대위 구조

근로자가 업무 중 재해를 입으면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요양급여·휴업급여·장해급여 등 보험급여를 먼저 지급합니다. 이 급여를 지급하면 사업주는 같은 사유에 대해 근로기준법에 따른 재해보상 책임을 면제받습니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제1항). 그런데 사고의 원인이 그 근로자의 소속 사업주가 아니라 별도의 제3자, 즉 가해자의 불법행위에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근로자는 원래 그 가해자를 상대로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공단이 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먼저 지급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 제1항에 따라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근로자가 가해자에 대해 가지고 있던 손해배상청구권이 법률상 당연히 공단에게 넘어갑니다. 이것이 바로 '대위(代位)'이고, 공단이 이 대위된 권리를 근거로 가해자에게 돈을 청구하는 절차가 구상금 청구입니다. 근로자가 산재보험금과 손해배상금을 이중으로 받는 것을 막으면서도, 사고에 대한 궁극적 책임은 가해자에게 남겨두려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산재보험은 다친 근로자를 먼저 구제하는 제도일 뿐, 가해자의 배상책임 자체를 없애주는 제도가 아니다 — 공단이 지급한 만큼 근로자의 청구권이 그대로 공단에게 넘어간다.

가해자가 구상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 — '제3자'의 범위

산재보험법이 말하는 '제3자'란 그 재해근로자의 산재보험 가입관계 당사자, 즉 소속 사업주가 아니면서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으로 재해를 일으킨 사람을 가리킵니다. 실무에서 구상금 청구 대상이 되는 제3자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공사 현장이나 물류창고처럼 여러 업체 근로자가 뒤섞여 일하는 곳에서는, 다친 근로자의 소속 회사가 아닌 다른 업체 소속 근로자나 관리자의 과실로 사고가 나는 일이 흔하고, 이런 경우 그 다른 업체와 관리자가 제3자에 해당합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하나의 사업을 분할해 함께 수행하는 둘 이상의 사업주가 있고, 그중 근로자를 달리하는 근로자의 행위로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구상권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같은 산재보험 관계 안의 내부자로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공단은 재해조사 과정에서 사고 경위를 확인해 제3자 행위 여부를 판단하고, 제3자가 확인되면 구상금 청구 예고통지를 거쳐 청구서를 발송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합니다.

  • 출퇴근·업무 중 교통사고를 낸 가해운전자와 그 보험사

  • 같은 현장의 다른 업체 소속 근로자·관리자의 과실로 사고를 유발한 경우

  • 건물·시설물의 하자로 사고를 일으킨 소유자·점유자(민법 제758조 공작물책임)

  • 기계·설비의 제조·설치 하자로 사고 원인을 제공한 업체

구상금의 한도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리한 '제3자 책임비율' 원칙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 전액을 가해자가 그대로 물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은 공단이 제3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 범위를 "제3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하여 보험급여 중 제3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사고 발생에 재해근로자 자신의 과실도 섞여 있었다면, 보험급여 중 그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은 공단이 가해자에게 전가하지 못하고 공단 스스로 종국적으로 떠안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근로복지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가 6천만원이고, 사고에 대한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30%(가해자의 책임비율 70%)로 인정된다면, 공단이 가해자에게 대위 청구할 수 있는 구상금의 원칙적 한도는 6천만원의 70%인 4,200만원입니다. 근로자 과실분에 해당하는 나머지 1,800만원은 공단이 부담하고 가해자에게 청구하지 못합니다. 이 원칙이 확립되기 전에는 실무 처리 방식이 엇갈려 가해자가 과도한 금액을 청구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로는 이 책임비율 기준이 명확한 상한선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공단이 대위할 수 있는 금액은 보험급여 전액이 아니라 '보험급여 × 가해자의 책임비율'을 넘지 못한다 —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은 공단이 스스로 부담한다.

'공제 후 과실상계' — 손해액과 구상액을 산정하는 순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계산 방식의 순서도 함께 정리했습니다. 재해근로자가 받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치료비에 대응하는 요양급여, 일실수입에 대응하는 휴업급여·장해급여 등)에 대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는, 먼저 손해액에서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그 나머지 금액에 과실상계를 적용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을 따라야 합니다. 과실상계를 먼저 해버리면 공단이 대위할 수 있는 몫이 줄어드는 결과가 생기기 때문에, 판례는 재해근로자와 공단의 이익을 함께 고려해 공제를 먼저 하는 순서로 정리한 것입니다.

이 순서는 실제 소송에서 청구금액을 검증할 때 그대로 쓰입니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공단이 보내온 구상금 청구서의 산출 내역이 이 순서를 제대로 따랐는지, 즉 손해액에서 보험급여를 먼저 뺀 뒤 과실상계를 적용했는지, 그 결과가 앞서 설명한 '보험급여 × 가해자 책임비율' 한도를 넘지 않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계산 순서 하나만 바뀌어도 최종 구상액이 달라질 수 있어, 청구서만 보고 그대로 납부하기보다 산출 근거 자료를 요청해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위자료는 구상 대상이 아니다 — 대위 범위의 경계

구상금 청구서를 받았을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7다231119 판결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 제1항이 말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근로복지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와 동일한 성질을 가지고 상호보완 관계에 있는 손해에 한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요양급여는 치료비(적극적 손해)와, 휴업급여·장해급여는 일실수입(소극적 손해)과 대응하지만, 위자료(정신적 손해)는 산재보험급여로는 전혀 전보되지 않는 손해이므로 공단이 이를 대위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결론입니다.

이 법리는 교통사고처럼 가해자 측 보험사가 치료비·일실수입과 위자료를 한꺼번에 지급하는 사안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공단이 구상금을 청구할 때 그 산출 내역에 위자료 성격의 금액이 섞여 있다면, 가해자는 그 부분을 제외하도록 다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위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책임보험자가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액 중 위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손해액만을 공단의 대위 대상으로 인정했습니다. 청구서에 항목별 근거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그 내역을 먼저 요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사업주와 함께 책임질 때 — 공동불법행위와 순환구상 방지

사고가 재해근로자의 소속 사업주와 제3자(가해자)의 공동불법행위로 발생한 경우도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사안에서도 공단이 가해자에게 대위 청구할 수 있는 궁극적인 한도는 앞서 본 '제3자 책임비율' 원칙 그대로입니다. 다만 계산 과정이 한 단계 더 추가됩니다. 전원합의체 판결은 순환적인 구상소송을 막기 위해, 공단이 보험급여에서 먼저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 상당액을 공제하고, 그다음 남은 금액에서 다시 사업주의 과실비율 상당액을 공제한 차액에 대해서만 제3자에게 대위 청구할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예를 들어 보험급여가 1억원이고 사고에 대한 과실비율이 재해근로자 10%, 사업주 30%, 가해자 60%로 나뉜다면, 1차로 근로자 과실분(1천만원)을 뺀 9천만원 중에서 다시 사업주 과실분(3천만원)을 빼야 하므로, 공단이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구상금은 결국 6천만원, 즉 가해자 자신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귀결됩니다. 사업주가 이미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 책임을 면제받은 상태에서 다시 제3자로부터 구상당하고 또 그 제3자가 사업주에게 재구상하는 식의 순환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가해자가 실제로 다툴 수 있는 지점 — 방어 전략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구상금 청구서를 받았다고 해서 청구 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청구서 자체는 공단이 일방적으로 산정한 결과물이고, 위에서 살펴본 원칙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경우도 실무에서는 존재합니다. 방어 전략을 세울 때는 다음 지점들을 차례로 점검하는 것이 실질적입니다.

  • 청구 금액이 실제 지급된 보험급여 항목(요양급여·휴업급여·장해급여 등)별 내역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 위자료·장례비 중 정신적 손해 성격의 금액이 대위 대상에 섞여 청구되지 않았는지

  •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이 사고 경위(현장조사·안전조치 위반 여부 등)에 비춰 과소하게 산정되지는 않았는지

  • 소속 사업주에게도 과실이 있었다면 그 비율만큼 공제된 차액으로 청구되었는지

소멸시효도 놓치기 쉬운 방어 지점입니다. 공단의 구상권은 재해근로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손해배상청구권을 그대로 승계하는 대위 채권이므로, 민법 제766조가 정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즉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의 기간 제한을 함께 따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사고 발생 시점과 청구 시점 사이의 간격이 크다면 이 기간 경과 여부부터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근로복지공단 구상금 청구서를 받으면 무조건 그 금액을 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구상금은 보험급여 전액이 아니라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제한되고, 위자료 등 대위 대상이 아닌 항목이 섞여 있는지도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산출 근거 자료를 요청해 금액이 적정한지 따져본 뒤 대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은 누가, 어떻게 정하나요?

A. 1차적으로는 근로복지공단이 사고 경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정하지만, 이 산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소송으로 이어지면 경찰 조사기록, 현장 상황, 안전조치 이행 여부 등을 근거로 법원이 과실비율을 다시 판단할 수 있습니다.

Q. 사고를 일으킨 사람이 저와 재해근로자의 회사 소속 관리자라면 어떻게 되나요?

A. 같은 사업을 분할해 함께 수행하는 사업주들 사이에서 근로자를 달리하는 근로자의 행위로 재해가 발생한 경우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구상권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다만 그 외의 제3자 관계라면 일반적인 구상 원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Q. 보험사가 이미 저 대신 배상금을 지급했는데도 공단이 또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재해근로자가 제3자로부터 동일한 사유로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배상을 이미 받았다면, 공단은 그 배상액에 해당하는 범위에서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거나 이미 지급한 금액에 대해 별도로 정산합니다. 이중으로 전액을 다시 청구받는 구조는 아니지만, 정산 내역은 꼭 확인해야 합니다.

Q. 구상금 소송으로 넘어가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공단이 산정한 보험급여 지급 내역, 과실비율 산정 근거, 사고 경위를 보여주는 자료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항목별로 대위 가능 여부와 책임비율 한도를 다투는 것이 핵심이므로, 소송 초기에 자료를 정리해 대응 방향을 잡는 것이 유리합니다.

맺음말

근로복지공단의 구상금은 보험급여를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전액이 그대로 넘어오는 청구가 아닙니다.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 위자료 포함 여부, 소속 사업주의 과실 유무에 따라 가해자가 실제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원칙적으로 '보험급여 중 가해자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제한됩니다. 청구서를 받았다면 산출 근거부터 항목별로 뜯어보고, 대위 대상이 아닌 금액이 섞여 있지는 않은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수원지법을 비롯한 여러 법원에서 이런 구상금 소송의 산정 근거가 실제로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청구되는 사례를 자주 접합니다. 청구 금액의 적정성을 가리는 문제인 만큼, 청구서를 받은 초기 단계부터 항목별로 짚어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강대현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23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