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를 재임대(전대)받아 권리금까지 주고 들어와 영업하던 전차인이,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 뒤늦게 알게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원래 임차인이라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권리금 회수기회를 두텁게 보호해 주지만, 전차인에게는 이 보호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법 조문 한 줄의 차이가 수천만 원짜리 권리금이 걸린 문제로 번지는 셈입니다. 이 글에서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왜 전차인을 권리금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지, 그리고 전차인이 실제로 어떤 방법으로 권리금 회수를 시도할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전차인의 권리금,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 드러나는 함정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상가 한 켠을 재임대받아 영업하는 전차인은 대개 전대인(원래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고 들어옵니다. 자리가 이미 자리 잡혀 있고 시설도 갖춰져 있으니, 신규 임차인이 새 상가를 얻는 것보다 권리금을 주고 전대차 자리를 얻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 전차인 상당수가 "나도 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임차인 아닌가"라고 생각하다가 실제로는 원 임대인을 상대로 아무런 권리금 청구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원칙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라는 데 있습니다. 전대인과 전차인 사이의 전대차관계는 별도의 계약관계이고, 이 법의 보호가 전대차에 적용되려면 제13조라는 준용조항을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이 준용조항이 나열하는 목록에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정한 제10조의4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전차인이 원 임대인을 상대로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주장할 법적 근거 자체가 없다는 뜻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고, 전대차관계에는 제13조가 정한 조문만 제한적으로 준용된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란 무엇인가 —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의 구조
먼저 원래 임차인이 받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가 어떤 내용인지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는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임차인에게 직접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수수하는 행위, 신규임차인에게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주변 시세보다 현저히 고액의 차임·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체결을 거절하는 행위가 모두 금지 대상입니다.
임대인이 이 의무를 위반해 임차인에게 손해가 생기면, 임대인은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다만 배상액은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하고, 이 청구권은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조문의 주어입니다. 법이 보호하는 것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임차인이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입니다. 권리금을 받는 주체도, 신규임차인을 주선하는 주체도 모두 "임차인"으로 못 박혀 있습니다. 전차인이 이 조문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뒤에서 볼 제13조 준용 목록과 함께 전차인이 보호 대상에서 빠지는 근본 이유입니다.
제13조 준용 조항 — 전대차에 적용되는 것과 빠진 것
제13조 제1항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중 어느 조문이 전대인과 전차인의 전대차관계에도 적용되는지를 열거합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정한 제10조, 환산보증금 초과 임대차의 증감청구를 정한 제10조의2, 차임연체 해지를 정한 제10조의8, 위기상황 관련 일부 조항, 차임 등 증감청구권을 정한 제11조, 월 차임 전환 시 산정률 제한을 정한 제12조가 그 목록입니다.
이 목록을 아무리 살펴봐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정한 제10조의4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법이 준용 대상을 하나하나 열거하는 방식을 택한 이상, 목록에 없는 조문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 해석의 기본 원칙입니다. 입법자가 실수로 빠뜨린 것이 아니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만큼은 전대차관계에 확장하지 않겠다는 의도적 선택으로 읽히는 구조입니다.
흥미로운 대조점은 제13조 제2항입니다. 이 조항은 "임대인의 동의를 받고 전대차계약을 체결한 전차인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 이내에 임차인을 대위하여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별도로 규정합니다. 즉 입법자는 전차인에게 필요한 보호가 있으면 이렇게 명시적인 특칙을 따로 두었습니다. 권리금에 대해서는 이런 특칙 자체가 없다는 사실이, 전차인 배제가 입법의 공백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전대차에 준용되는 조문 — 계약갱신요구권(제10조), 환산보증금 초과 임대차 증감청구(제10조의2), 차임연체 해지(제10조의8), 차임 등 증감청구권(제11조), 월차임 전환 산정률 제한(제12조).
전대차에 준용되지 않는 조문 —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제10조의4)를 포함해 목록에 없는 나머지 조항 전부.
전차인만을 위한 별도 특칙 — 임대인 동의를 받은 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대위행사(제13조 제2항).
제13조 제1항이 나열한 조문에 제10조의4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 열거되지 않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전대차관계에 적용되지 않는다.
법원은 임차인 권리금은 두텁게 보호한다 — 그런데 전차인은 왜 다른가
법원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얼마나 두텁게 보호하려 하는지는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9다285257 판결에서도 드러납니다. 이 판결은 임대인이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체결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로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를 내세운 사안에서, 임대인이 애초에 다른 사유로 계약체결을 거절해 놓고 나중에 결과적으로 1년 6개월 동안 영리목적 사용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당한 사유의 요건을 사후적으로 끼워 맞추는 방식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임차인에게 유리한 엄격 해석입니다.
그런데 이런 두터운 보호는 어디까지나 "임차인"에게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전차인은 제10조의4의 적용 대상 자체가 아니므로, 임대인의 방해행위가 아무리 명백해도 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구할 근거 조문이 없습니다. 법원이 정당한 사유를 아무리 엄격하게 해석해 임차인을 두텁게 보호하더라도, 그 보호망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전차인에게는 애초에 적용될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이 차이는 전대차관계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됩니다. 임대인과 전차인 사이에는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고, 전차인의 계약상대방은 어디까지나 전대인(원래 임차인)입니다. 신규임차인을 주선하고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는 주체도 법 문언상 임차인이지 전차인이 아닙니다. 전차인이 임대인에게 아무리 오래 영업하며 신뢰를 쌓았어도, 이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제10조의4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전차인이 실제로 쓸 수 있는 통로 — 전대차계약과 직접계약
원 임대인을 상대로 한 법정 청구권이 막혀 있다고 해서 전차인에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확실한 통로는 전대차계약서 자체에 권리금 조항을 넣어두는 것입니다. 전대차 종료 시 전대인이 전차인에게 권리금 상당액을 반환하도록 하거나, 전차인이 새로운 전차인을 주선할 권리를 갖도록 약정해 두면, 이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아니라 전대차계약 자체의 채권적 효력으로 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조항이 계약서에 없으면 이 통로도 막힙니다. 그래서 전대차 계약을 맺는 단계에서 권리금 관련 조항을 명확히 넣어두는 것이 사실상 유일하게 확실한 안전장치입니다.
두 번째 통로는 원 임대인이 전차인을 새로운 신규임차인으로 받아들여 직접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전차인은 더 이상 전차인이 아니라 임차인 지위를 새로 얻게 되어, 그때부터는 제10조의4의 보호 대상이 됩니다. 다만 이는 임대인의 의사에 달린 것이라 전차인이 일방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고, 임대인이 응할 유인이 있는지(기존 임차인과의 관계, 차임 조건 등)에 따라 성사 여부가 갈립니다.
세 번째로, 원래 임차인(전대인) 본인이 원 임대인으로부터 권리금 회수기회를 방해받은 사정이 있다면, 전차인은 전대인을 상대로 전대차계약상 채무불이행이나 부당이득을 근거로 정산을 구하는 방식을 검토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는 전대차계약의 구체적인 내용과 개별 사정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영역이라, 일반론으로 단정하기보다 계약서와 정황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전대차계약서에 권리금 반환·주선권 조항을 명시해 전대인에게 채권적으로 청구.
원 임대인과 신규 임대차계약을 직접 체결해 임차인 지위를 새로 취득.
전대인 본인의 권리금 보호가 침해된 사정이 있다면 전대인을 상대로 정산 검토.
무단전대라면 상황은 더 나쁘다 — 임차인 본인의 보호까지 흔들린다
임대인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무단전대는 문제를 한층 키웁니다. 제10조 제1항 제4호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한 경우"를 임대인이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규정합니다. 그런데 제10조의4 제1항 단서는 이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사유가 있으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의무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무단전대 상태라면 전차인은 물론이고, 정작 원래 임차인조차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받지 못할 위험에 놓입니다. 전대인 입장에서 임대인 몰래 전대차계약을 맺고 권리금을 받아 챙겼다가, 정작 자신의 권리금 회수기회마저 날리는 결과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전차인 입장에서도 전대차계약을 맺기 전 임대인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권리금 문제를 다루는 첫 단추입니다.
전대차 계약 전에 확인해야 할 것들
전차인이 권리금을 주고 상가에 들어가기 전에 확인해야 할 사항은 대체로 세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임대인의 동의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전대차계약서의 권리금 조항이며, 마지막은 원 임대차의 잔여기간과 갱신 가능성입니다. 전차인의 지위는 어디까지나 전대인의 임대차가 존속하는 동안에만 의미가 있으므로, 원 임대차가 언제 끝나는지, 전대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몇 번이나 더 행사할 수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임대인의 전대 동의서를 서면으로 확보해 둘 것 — 무단전대는 임차인·전차인 모두의 보호를 흔든다.
전대차계약서에 권리금 반환·주선권 조항을 명시할 것 — 원 임대인을 상대로 한 청구가 막혀 있는 만큼 유일한 안전장치다.
원 임대차의 잔여기간과 전대인의 남은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가능 횟수를 확인할 것 — 전차인의 지위는 그 범위 안에서만 유지된다.
등기부등본·임대차계약서로 원 임대인과 전대인의 관계, 차임·보증금 조건을 함께 확인할 것.
권리금과 별개로 챙겨야 할 것 — 시설비·원상회복 정산
전대차가 끝날 때는 권리금 문제와는 별개로 시설비 정산과 원상회복 의무도 챙겨야 합니다. 전차인이 영업을 위해 인테리어나 시설을 설치했다면, 이는 원칙적으로 전대인과의 전대차계약에 따라 정산할 문제이지 원 임대인에게 직접 청구할 사안이 아닙니다. 전대차계약서에 시설물 처리에 관한 조항(전대인의 매수 의무, 원상회복 범위 등)이 없다면, 전차인은 투입한 시설비를 회수하지 못한 채 원상회복 비용만 부담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대차계약을 맺을 때는 권리금 조항과 함께 시설물·인테리어 비용의 정산 방식, 원상회복의 범위와 비용 부담 주체까지 함께 규정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계약 종료 시점에 다툼이 생기는 경우 상당수는 이런 정산 조항이 처음부터 불명확했던 데서 비롯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차인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아예 받을 수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계약갱신요구권, 차임 등 증감청구권, 월차임 전환 산정률 제한 등 제13조 제1항이 열거한 조문은 전대차관계에도 적용됩니다. 다만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정한 제10조의4만큼은 이 목록에 없어 적용되지 않습니다.
Q. 전차인이 임대인 동의를 받고 들어왔다면 권리금 보호를 받을 수 있나요?
A. 임대인의 동의는 무단전대로 인한 계약갱신 거절 위험을 없애준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그 자체로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까지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제10조의4는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애초에 전대차관계에 준용되지 않는 조문이기 때문입니다.
Q. 전대인이 원 임대인으로부터 권리금 회수기회를 방해받으면 전차인도 그 혜택을 나눠 받나요?
A. 손해배상청구권은 원칙적으로 전대인(임차인) 본인에게 귀속됩니다. 전차인이 그 이익을 나눠 받으려면 전대차계약에 그에 관한 별도 약정이 있어야 하고, 약정이 없다면 전대인을 상대로 별도의 법적 근거를 찾아야 합니다.
Q. 무단전대 상태에서도 전차인이 신규임차인으로 직접 계약을 맺을 수 있나요?
A. 임대인이 전차인을 신규임차인으로 받아들여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다만 이는 전적으로 임대인의 의사에 달려 있고, 무단전대 사실이 협상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전대차계약서에 권리금 조항을 넣지 않았다면 이제 와서 방법이 없나요?
A. 계약서에 명시적 조항이 없다면 전대인을 상대로 한 채권적 청구가 어려워지지만, 사안에 따라 부당이득이나 묵시적 약정의 존재를 다툴 여지가 있는지는 구체적인 정황을 살펴봐야 합니다. 계약이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정산 조항을 추가하는 협의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Q. 시설비도 권리금처럼 원 임대인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시설비 정산은 전대인과의 전대차계약에 따를 문제이지 원 임대인에게 직접 청구할 사안이 아닙니다. 전대차계약서에 시설물 처리와 원상회복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맺음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의 관계만을 규율할 뿐, 전대차관계에는 제13조가 정한 조문만 제한적으로 준용됩니다. 그 목록에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정한 제10조의4가 빠져 있는 이상, 전차인은 원 임대인을 상대로 이 보호를 직접 주장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법원이 임차인의 권리금을 아무리 두텁게 보호하려 해도, 그 보호망 자체에 들어가지 못하는 전차인에게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점이 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결국 전차인이 권리금을 지키는 길은 전대차계약을 맺는 단계에서 권리금·시설비 정산 조항을 명확히 해 두거나, 원 임대인과의 직접 계약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좁혀집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상가 재임대와 권리금 분쟁이 꾸준히 상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전대차 계약을 맺기 전이라면 계약서 조항부터, 이미 계약을 맺었다면 전대인과의 정산 방법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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