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도심 곳곳에서 노후 상가건물의 재건축·리모델링이 활발해지면서, 임대인이 “건물을 철거할 계획”이라며 상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차인분들 중에는 “철거한다는데 임차인이 무슨 수가 있겠어요”, “재건축이라니 그냥 짐 싸는 수밖에 없죠”라며 갱신 요구도, 권리금 회수도 일찌감치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계약서와 임대인의 통지 내용을 들여다보면, 계약 체결 당시 철거·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받은 적이 없거나 건물 노후도를 증명할 안전진단조차 받지 않은 경우가 많아, 애초에 갱신거절 자체가 법적으로 무효였던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임대인이 협의 과정에서 철거·재건축 계획을 언급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갱신거절이나 권리금 회수 방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기준을 거듭 확인하면서도, 그 계획이 법이 정한 구체적 요건을 실제로 갖췄는지는 매우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상가 임대인이 철거·재건축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이 무엇인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임차인이 갱신과 권리금 회수 기회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철거·재건축을 이유로 한 갱신거절도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춰야 유효합니다
임대인이 “철거할 계획”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갱신거절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전 6개월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다만 법은 차임 연체, 부정한 방법의 임차, 무단 전대, 고의·중과실에 의한 파손 등과 함께 이른바 ‘철거·재건축’ 사유를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예외는 임대인이 “철거하겠다”고 말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법 제10조 제1항 제7호는 임대인이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해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로서,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가목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와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라 진행하는 경우, 나목은 건물이 노후·훼손되거나 일부 멸실되어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다목은 도시정비법 등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입니다.
실무에서는 임대인이 이 세 요건 중 어느 것도 명확히 입증하지 못한 채, 그저 “곧 철거할 예정”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경우 형식적으로는 갱신거절 통지가 이루어졌더라도, 법이 정한 실질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 거절은 효력이 없고 임차인은 여전히 갱신된 임대차관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철거·재건축을 이유로 한 갱신거절은 막연한 계획이 아니라, 법이 정한 세 요건 중 하나를 실제로 충족해야만 유효합니다.
2. 계약 체결 당시 구체적인 철거 계획을 알리지 않았다면 갱신거절은 무효입니다
고지의 구체성과 실제 이행 여부가 갱신거절의 효력을 가릅니다.
가장 자주 문제 되는 것은 가목, 즉 ‘계약 체결 당시 구체적 고지’ 요건입니다. 핵심은 시점입니다.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맺거나 갱신할 때 이미 몇 년 몇 월경 공사에 들어갈 예정인지, 공사 기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렸어야 합니다. 계약을 맺은 뒤 한참이 지나서야, 그것도 갱신요구 시점에 임박해 불쑥 “이제 철거하겠다”고 통보하는 경우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법원은 이 구체성 여부를 상당히 꼼꼼하게 살핍니다. 건물의 내구연한이나 안전 상태에 비추어 철거·재건축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뒷받침되는지, 계획이 설계·인허가 등 구체적 단계까지 진행되어 있는지를 따지는 것입니다.
건물 내구연한 등에 따른 철거·재건축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그 계획·단계가 구체화되지 않았음에도 짧은 임대 가능기간만 확정적으로 제시·고수하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철거·재건축 계획 및 그 시점을 고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2다202498 판결).
이 판시를 뒤집어 보면, 반대로 건물의 노후·안전 문제가 객관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데도 임대인이 유독 짧은 기간만 확정적으로 고수하거나, 신규 임차인에게 고지한 내용과 실제 정황이 모순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법원은 그 철거·재건축 주장을 정당한 갱신거절 사유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24. 7. 31. 선고 2024다232530 판결도 같은 취지를 재확인했습니다.
고지가 계약 체결 당시 이루어졌는지, 그 계획이 실제로 구체화되고 이행되었는지가 갱신거절의 효력을 가르는 핵심입니다.
3.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재건축을 핑계 삼으면, 권리금 회수 기회까지 지킬 수 있습니다
갱신거절 사유가 부족하면 임차인은 갱신은 물론 권리금 회수 기회도 지킬 수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는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정합니다. 신규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받는 행위,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막는 행위, 주변 시세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체결을 거절하는 행위가 모두 금지됩니다.
다만 이 보호의무에는 단서가 있습니다. 제10조 제1항 각호의 갱신거절 사유, 즉 철거·재건축 사유가 실제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도 함께 면제됩니다. 바꿔 말하면, 임대인이 앞서 살펴본 세 요건 중 하나를 실제로 갖추지 못했다면 이 면제도 적용되지 않고, 임차인은 여전히 신규임차인을 주선해 권리금을 회수할 권리를 갖습니다.
대법원은 이 원칙을 더 나아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끝난 뒤에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는 별개로 존속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의 만료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의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지 않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7다225312 판결).
이 판결은 당시 5년이던 갱신요구권 상한을 전제로 한 사안이지만, 같은 법리는 현행법의 10년 상한(제10조 제2항)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제10조의4 제1항 단서는 지금도 철거·재건축 등 제10조 제1항 각호의 갱신거절 사유만을 권리금 보호의무의 예외로 정할 뿐, 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의 만료 자체를 예외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철거·재건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임차인은 갱신 요구권은 물론 권리금 회수 기회까지 별도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4. 갱신거절이 부당하다면, 손해배상 액수는 이렇게 정해집니다
손해배상액은 신규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종전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합니다.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해 임차인에게 손해를 발생시켰다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3항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다만 그 배상액은 무제한이 아니라,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는 상한이 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신규임차인과 체결한 권리금 계약서상 금액과,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한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 노하우, 입지에 따른 영업상 이점 등 유형·무형 재산가치를 기준으로 산정) 두 금액을 비교해 더 낮은 쪽이 배상액의 상한이 됩니다. 이 손해배상청구권은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하므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편 갱신거절 사유 자체가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면, 임차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손해배상만이 아닙니다. 임대인이 건물인도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갱신거절이 무효라는 점을 항변해 임대차관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다툴 수 있습니다. 즉 갱신 유지를 주장하는 길과, 갱신은 받아들이되 권리금 손해를 배상받는 길, 두 갈래 구제수단을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5. 분쟁이 생기면, 조정부터 소송까지 이렇게 진행됩니다
내용증명 발송 전 자료부터 정리해야 분쟁의 방향이 정해집니다.
상가 임대인의 철거·재건축 갱신거절 분쟁은 통상 ①임대차기간 만료 전 6개월~1개월 사이 갱신요구를 내용증명으로 발송 → ②임대인이 거절 통지를 하면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 관할 조정위원회 등)에 조정을 신청 → ③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임차권 확인 또는 권리금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하거나, 임대인이 먼저 건물인도소송을 제기한 경우 그 소송에서 갱신거절 무효를 항변 → ④ 판결이 확정되면 그에 따라 임대차관계가 유지되거나 손해배상이 집행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임대인이 철거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해 왔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차계약서(원계약·갱신계약)와 갱신요구 통지 시점·방법을 확인합니다.
임대인이 계약 체결 당시 철거·재건축 계획을(공사시기·소요기간 포함) 구체적으로 고지했는지, 문자·통지문·특약사항 등 자료로 확인합니다.
건물 노후도, 안전진단 결과, 재건축·재개발 관련 인허가나 철거신고 서류 등 객관적 자료를 확보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갖추고 상가 임대차 갱신·권리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갱신을 유지하는 방향과 권리금을 회수하는 방향 중 실질적으로 유리한 쪽을 판단해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철거한다”는 임대인의 말 한마디에 눌려, 많은 임차인들이 법이 정한 요건을 따져보지도 않고 서둘러 짐을 싸곤 합니다.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건 대부분 이 때문입니다.
갱신을 거절당한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인의 고지가 계약 체결 당시 구체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실제로 노후·안전 문제가 객관적으로 뒷받침되는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반대로 실제로 건물이 노후화돼 재건축이 불가피한 임대인 입장에서도,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서둘러 갱신을 거절하면 오히려 임차인의 갱신 주장이나 권리금 손해배상 청구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습니다.
저는 상가 임대차 갱신과 권리금 분쟁에서 갱신을 거절당한 임차인 쪽과, 실제로 철거·재건축을 앞둔 임대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 체결 시점의 고지 내용과 객관적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철거·재건축을 이유로 한 갱신거절이 정당한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지금이 바로 확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대인이 구두로만 “철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는데, 갱신거절이 유효한가요?
A. 원칙적으로 부족합니다. 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구체적 계획을 고지했어야 하고, 단순한 구두 언급만으로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 가목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Q. 임대인이 저를 내보낸 뒤 철거하지 않고 새 임차인을 들이면 어떻게 되나요?
A. 그 자체가 갱신거절 사유가 실제로는 갖춰지지 않았다는 유력한 정황이 됩니다. 이 경우 갱신거절 무효를 주장하거나, 권리금 회수 방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권리금 계약을 이미 체결했는데 임대인이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을 거부하면요?
A.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는 것이므로 권리금 회수 방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철거·재건축 요건이 실제로 충족된 경우에는 예외이므로, 그 요건 충족 여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Q. 갱신요구권 행사기간 10년을 이미 다 채웠는데도 권리금을 보호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의 만료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의 예외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갱신을 더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신규임차인을 주선해 권리금을 회수할 권리는 별도로 보호됩니다.
Q. 건물이 실제로 노후한 것은 맞는데, 그러면 무조건 갱신거절이 인정되나요?
A. 노후 사실만으로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안전사고 우려가 객관적으로 뒷받침되는지, 계획이 구체적 단계까지 진행됐는지를 법원이 개별적으로 심사합니다.
Q.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반드시 소송으로 가야 하나요?
A. 반드시는 아니지만, 실무적으로는 조정 불성립 후 임차권 확인이나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송 전 협상을 통해 이사비나 권리금 일부를 지급받고 원만히 정리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Q. 손해배상 청구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하므로, 이 기간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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