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라 알려지면서, 계약을 앞둔 임차인들 사이에서 등기부등본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임대인이 세금을 체납한 상태에서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차인분들 중에는 “등기부에 근저당도 없고 깨끗한 집이니 괜찮겠지”라며 계약을 서두른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나서야 임대인이 오래전부터 세금을 체납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등기부에도 안 나오는데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항변해봐도 이미 배당 순위에서 밀려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곤 합니다.
최근에는 이런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국세징수법과 국세기본법이 잇따라 개정되면서, 임차인이 계약 전에 임대인의 미납 국세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열람 제도가 정비되었고,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을 보호하는 안분 규정까지 새로 마련됐습니다.
아래에서는 계약 전에 임대인의 미납 국세를 확인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그럼에도 보증금을 완전히 지키지 못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등기부등본이 깨끗해도 임대인의 미납 국세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는 임대인의 세금 체납이 보증금을 위협하는 숨은 변수입니다.
부동산 계약을 앞둔 분들은 대부분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근저당권·가압류·전세권 등 권리관계부터 확인합니다. 그런데 등기부등본에는 임대인이 세금을 얼마나 체납했는지는 전혀 나타나지 않습니다. 국세·지방세는 등기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국세가 조세채권으로서 다른 채권보다 우선해 징수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임대인이 세금을 체납한 상태에서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면, 매각대금에서 그 세금이 먼저 빠져나간 뒤 남은 돈으로 다른 채권자들이 배당을 받게 됩니다. 등기부에는 없던 위험이 배당 단계에서 갑자기 드러나는 셈입니다.
이런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7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임대인이 국세징수법 제108조에 따른 납세증명서를 임차인에게 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임대인이 이를 제시하는 대신, 계약 체결 전에 국세징수법 제109조 제1항에 따른 미납국세·체납액 열람에 동의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도 있습니다.
등기부등본이 아무리 깨끗해도,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는 별도의 절차로 직접 확인해야 하는 정보입니다.
2. 국세징수법에 따라 계약 전에도 미납국세 열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의 동의만 있으면 계약 전에 전국 세무서에서 미납국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세징수법 제109조 제1항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주거용 건물이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상가건물을 임차하려는 사람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전 또는 계약을 체결한 뒤 임대차 기간이 시작되는 날까지,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그 임대인이 납부하지 않은 국세·체납액의 열람을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열람 대상은 ①신고기한까지 신고했지만 아직 내지 않은 국세, ②고지서는 발급됐지만 아직 납부기한이 지나지 않은 국세, ③이미 체납된 금액까지 포함합니다. 신청은 임차할 건물 소재지의 관할 세무서뿐 아니라 전국 어느 세무서에도 할 수 있고, 신청을 받은 세무서장은 반드시 이에 응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열람에 동의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국세징수법 제109조 제2항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의 보증금이 대통령령으로 정한 금액인 1,000만원을 초과하면 임대차 기간이 시작되는 날까지는 임대인의 동의 없이도 열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세무서장은 열람 사실을 지체 없이 임대인에게 통지합니다.
국세뿐 아니라 지방세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지방세징수법 제6조는 국세징수법 제109조와 사실상 같은 구조로 미납지방세 열람 제도를 두고 있으므로, 재산세·지방소득세 등 지방세 체납 여부도 같은 절차로 병행해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임대인의 동의를 얻거나 보증금이 1,000만원을 넘으면, 계약 후에도 임차 개시일 전까지 미납국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확정일자를 갖춰도 임대인의 당해세 앞에서는 보증금이 밀릴 수 있습니다
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 같은 당해세는 확정일자보다 우선하는 예외입니다.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은 국세를 다른 채권보다 우선해 징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정하면서도, 그 예외로 법정기일보다 먼저 전세권·저당권을 설정했거나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해서는 국세가 우선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서두를수록 유리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3항은 이 원칙에 다시 예외를 둡니다. 임대인이 체납한 세금이 그 부동산 자체에 부과된 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 이른바 당해세라면, 확정일자를 아무리 먼저 받아뒀어도 그 세금이 보증금반환채권보다 우선해 배당받습니다. 등기부에 근저당 하나 없는 집이라도, 임대인이 상속받은 부동산에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면 그 세금이 보증금보다 먼저 빠져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당해세 우선 원칙이 실제로 얼마나 엄격하게 다뤄지는지는 대법원 판례에서도 드러납니다.
개정된 지방세법에 의하여 새로 규정된 당해세의 우선적 효력은 그 우선적 효력을 설정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에 이미 성립한 저당권이나 질권에 대해서까지 소급하여 적용될 수는 없다(대법원 1999. 3. 12. 선고 98다59125 판결).
이는 지방세법상 당해세 조항에 관한 사건이지만, 당해세 우선 효력에는 소급이 있을 수 없고 담보권자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는 국세기본법상 당해세 원칙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즉 당해세는 강력하지만, 그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일과 성립 시점은 법원이 엄격하게 따진다는 것입니다.
당해세는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으면서도 확정일자보다 앞설 수 있는 예외적인 세금입니다.
4. 체납액 규모와 세금의 종류에 따라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당해세인지 일반 국세인지, 법정기일과 확정일자 중 어느 쪽이 빠른지가 회수 가능액을 가릅니다.
미납국세가 확인됐다고 해서 무조건 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는 확정일자와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이, 그 확정일자보다 법정기일(신고일 또는 고지서 발송일)이 늦은 일반 국세보다는 우선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확정일자를 먼저 받아두면 대부분의 체납 국세보다는 앞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예외인 당해세입니다. 같은 조 제3항은 그 부동산 자체에 부과된 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는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보다도 우선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이 이 세 가지 세금을 체납한 상태로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확정일자를 아무리 빨리 받아뒀어도 그 세금이 먼저 배당받고 남은 돈으로 보증금을 돌려받게 됩니다.
다만 2023년 개정된 국세기본법 제35조 제7항은 이런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확정일자보다 법정기일이 늦은 당해세에 한해서는 임차인이 그 당해세보다 먼저 배당받아 갈 수 있도록 하는 안분 규정을 새로 두었습니다. 지방세인 재산세 등에 대해서도 지방세기본법에 같은 취지의 규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결국 회수 가능성은 ①체납액이 당해세인지 일반 국세인지, ②법정기일과 확정일자 중 어느 쪽이 빠른지에 따라 크게 갈립니다.
우선순위를 가르는 기준은 며칠 차이로도 뒤집힐 만큼 엄격합니다. 대법원도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의 우선변제권 순위는 확정일자를 부여받은 날짜를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보아, 대항요건을 먼저 갖췄더라도 확정일자 부여일이 늦으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2. 10. 13. 선고 92다30597 판결). 세금과의 우선순위를 다툴 때도 날짜 하나하나가 결과를 가르므로, 계약 전에 미리 확인하고 확정일자를 최대한 앞당겨 받아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5. 미납국세 확인은 이런 순서로 진행하면 됩니다
계약 전 열람 신청부터 확정일자까지, 순서를 놓치면 확인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미납국세 확인은 통상 ①임대인에게 국세징수법 제108조 납세증명서 제시 또는 제109조 제1항 열람 동의를 요청 → ②동의를 받으면 임차할 건물 소재지 관할 세무서(수원 소재 건물이라면 수원세무서 등)나 인근 아무 세무서에서 열람 신청 → ③동의를 받지 못했다면 계약 체결 후 보증금 1,000만원 초과 요건으로 임대차 시작일 전까지 동의 없이 열람 → ④그럼에도 체납이 확인된 상태로 이미 경매에 넘어갔다면 관할 법원(수원 소재 부동산이라면 수원지방법원)의 배당절차에서 우선순위를 다투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임대인의 자금 사정이 의심된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인에게 국세징수법 제108조 납세증명서 제시를 요청하거나, 제109조 제1항에 따른 미납국세·체납액 열람 동의를 받는다.
관할 세무서 또는 인근 세무서에 미납국세 열람을 신청하고, 지방세징수법 제6조에 따른 미납지방세도 함께 확인한다.
확인 결과 체납이 있다면 계약 진행 여부·보증금 감액·완납 조건 특약 등을 정하고, 계약 후에는 지체 없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요건을 확보한다.
이 과정을 거치고도 미납국세가 발견된다면, 계약을 강행하기보다 임대차 및 조세우선순위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와 함께 계약 조건을 조정하거나 계약 자체를 재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임대인의 미납 국세 문제는 “집도 멀쩡하고 등기부도 깨끗한데 설마”라는 생각 때문에 계약 직전까지 확인이 미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을 지켜야 하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계약 전 열람 신청과 확정일자 확보를 서두르는 것이 최선의 방어입니다. 반대로 세금이 밀려 있지만 정상적으로 임대차를 유지하려는 임대인 입장에서도, 열람에 협조하고 필요하면 분납·완납 계획을 명확히 밝히는 편이 분쟁을 줄이고 계약을 원만히 이어가는 길입니다.
저는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자문과 임대인의 세금·임대차 분쟁 대응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확인 시점의 하루 차이로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사건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그리고 이미 계약한 뒤 미납국세가 걱정된다면, 지금이 바로 확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대인이 미납국세 열람에 동의해주지 않으면 확인할 방법이 없나요?
A. 계약 전 단계라면 동의가 필요하지만, 계약을 체결한 뒤에는 보증금이 1,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임대차 기간이 시작되는 날까지 임대인 동의 없이도 열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세무서장이 열람 사실을 임대인에게 통지합니다.
Q. 미납국세 열람은 어디서 신청하나요?
A. 임차할 건물 소재지의 관할 세무서뿐 아니라 전국 어느 세무서에서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을 받은 세무서장은 반드시 열람 신청에 응해야 합니다.
Q. 상가를 임차할 때도 같은 제도를 쓸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국세징수법 제109조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주거용 건물뿐 아니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상가건물을 임차하려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Q. 확정일자를 받아두면 임대인의 세금 체납과 무관하게 보증금이 안전한가요?
A. 대부분의 일반 국세보다는 우선할 수 있지만, 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 같은 당해세는 확정일자보다도 우선합니다. 다만 2023년 개정으로 확정일자보다 법정기일이 늦은 당해세에 대해서는 임차인이 우선 배당받을 수 있는 안분 규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Q. 지방세 체납 여부도 따로 확인해야 하나요?
A. 그렇습니다. 지방세징수법 제6조에 따라 국세와 별도로 재산세 등 지방세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열람 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국세와 지방세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열람 결과 미납국세가 확인되면 계약을 무조건 포기해야 하나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체납액 규모와 완납 계획, 보증금 대비 체납액 비율 등을 따져 계약금 조정이나 완납 조건 특약을 거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당해세 규모가 크다면 계약 재검토가 안전합니다.
Q. 계약 후에 뒤늦게 미납국세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나요?
A. 계약 체결 당시 임대인이 정보 제시 의무(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7)를 위반하고 이를 숨겼다면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결론은 은폐 여부와 체납 규모, 계약 경위에 따라 달라지므로 사안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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