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상가 임대차 종료를 앞두고, 임차인이 어렵게 구해온 신규임차인에게 임대인이 시세보다 훨씬 높은 차임과 보증금을 불러 계약을 무산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임대인분들 중에는 “내 건물이니 얼마를 부르든 내 자유 아니냐”, “계약을 거절한 것도 아니고 조건만 제시했을 뿐이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조건 때문에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이 깨지고 임차인이 권리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면, 임차인 쪽에서 권리금 회수 방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임대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기존 차임보다 현저히 높은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한 행위도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종전보다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계약 체결을 대놓고 거절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임대인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어떤 경우에 ‘현저히 고액’의 차임 요구로 평가되는지, 그리고 방해행위가 인정되면 어떤 절차와 기준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신규임차인에게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은 차임을 부르면 권리금 회수 방해가 됩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는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임대인에게 부과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3은 권리금을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 노하우, 상가건물 위치에 따른 영업상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양도하거나 이용하게 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금전 등이라고 정의합니다. 임차인이 오랜 기간 쌓아온 이 가치는 임대차가 끝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신규임차인에게 넘겨주고 그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정당합니다.
이를 위해 같은 법 제10조의4는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가 종료될 때까지, 임대인이 특정한 방해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①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에게 직접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받는 행위, ②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막는 행위, ③조세·공과금과 주변 시세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④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 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가 그것입니다.
이 중 실무에서 가장 다툼이 잦은 것이 ③번, 즉 ‘현저히 고액의 차임 요구’입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계약을 거절한 것이 아니라 조건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그 조건이 통상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높다면 사실상 계약 체결을 막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임대인이 신규임차인에게 시세보다 현저히 높은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했다면, 계약을 명시적으로 거절하지 않았더라도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2. ‘현저히 고액’인지는 기존 차임과의 격차, 주변 시세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차임 인상률이 클수록, 주변 시세와 차이가 클수록 방해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법에서 말하는 ‘현저히 고액’ 여부는 정해진 배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가건물에 관한 조세·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합니다. 여기에 더해 기존 임차인이 내던 차임·보증금과 임대인이 신규임차인에게 요구하는 금액의 차이, 상가건물의 시세와 적정 차임, 거래관행과 경제상황까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실제로 2001년부터 한 상가에서 약국을 운영해 온 임차인이 보증금 1억원·월차임 600만원으로 계약을 갱신해오다가, 임대인으로부터 월차임을 2,40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임차인은 새로 구한 예비 임차인에게 보증금 5억원·월세 2,000만원의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22억원 규모의 권리금 계약이 깨졌습니다.
차임만 비교하더라도 기존 차임의 약 333%에 달하고 환산보증금은 기존의 약 357%에 달하는바, 이 정도의 차임 및 보증금의 차이는 현저히 고액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6다201338 판결).
즉 인상률이 3배를 넘는 수준이라면 그 자체로 ‘현저히 고액’으로 평가될 여지가 크고, 임대인이 실제로 계약을 거절하지 않았더라도 이런 조건 제시만으로 방해행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급심 실무에서도 인근 시세 대비 뚜렷하게 높은 차임·보증금을 부른 경우 방해행위를 인정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차임 인상 폭이 기존의 3배를 넘나드는 수준이라면, 계약 거절 의사가 없었더라도 현저히 고액의 요구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3. 계약 체결 자체를 거절해도,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방해행위가 인정됩니다
확정적인 거절 의사를 밝혔다면 임차인이 실제로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어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제10조의4 제1항 제4호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도 금지합니다. 다만 신규임차인이 될 사람이 보증금·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거나, 임차인으로서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거나, 임대인이 직접 선택한 신규임차인과 이미 권리금 계약을 맺고 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했다면, 임차인이 실제로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그 거절행위 자체가 방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다284226 판결). 신규임차인을 데려와 봐야 소용없다는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까지 임차인에게 불필요한 절차를 강요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결국 임대인이 노골적으로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만 제시해 사실상 계약을 무산시키는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협상 결렬처럼 보여도, 그 이면에 있는 조건의 합리성이 핵심 쟁점이 되는 것입니다.
노골적인 거절이든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 제시든,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을 무산시켰다면 방해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4. 방해행위가 인정되면 임대인은 권리금 상당액을 배상해야 합니다
배상액은 권리금 계약상 금액과 임대차 종료 당시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합니다.
임대인이 제10조의4 제1항을 위반해 임차인에게 손해를 발생시켰다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다만 배상액에는 상한이 있는데,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더 낮은 금액을 넘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실제 소송에서는 권리금 감정평가가 배상액을 좌우하는 핵심 쟁점이 됩니다.
이 손해배상청구권은 임대차가 종료된 날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임대차 종료 후 시간을 끌다가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면 시효 항변에 부딪힐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편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인 10년이 지난 임차인이라도 권리금 보호를 못 받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만료됐더라도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는 별도로 존속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7다225312, 225329 판결). 재계약이 불가능한 것과 권리금을 받을 권리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배상액은 권리금 감정평가 결과에 좌우되고, 임대차 종료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청구권 자체가 소멸합니다.
5. 방해행위 대응은 증거 확보부터 소송까지 이렇게 진행됩니다
신규임차인과 오간 조건, 주변 시세 자료를 먼저 정리해야 대응 방향이 정해집니다.
권리금 회수 방해가 의심되면 통상 ①임대인에게 방해행위 중단과 정당한 조건 제시를 요구하는 내용증명 발송 → ②임의 협의가 안 되면 관할법원(상가 소재지가 수원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 → ③소송 과정에서 권리금 감정평가와 인근 시세 조사 → ④판결 확정 및 강제집행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소송 전에 수원지방법원의 민사조정 절차를 먼저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대인의 조건 제시가 방해행위인지를 다투려면,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아래와 같은 자료부터 체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주고받은 임대조건 제안 내역(문자, 메일, 녹취, 중개업소를 통한 조건서)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인근 상가의 실거래 차임·보증금 자료(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인근 중개업소의 시세 확인서 등)를 확보해 임대인이 제시한 조건과 비교표를 만듭니다.
기존 임대차계약서와 그동안의 차임 인상 내역을 정리해 이번 인상 요구가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났는지 대조합니다.
이런 자료가 갖춰지면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는 물론, 협상 단계에서 임대인에게 조건 재검토를 요구하는 근거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권리금 문제는 임대차 종료를 코앞에 두고 불거지는 경우가 많아, 임차인도 임대인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흔합니다.
권리금을 받지 못하게 된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인이 제시한 조건이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났다는 점을 시세 자료로 뒷받침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신규임차인과의 협상 기록이 구체적일수록 방해행위 입증과 손해배상 산정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새로운 임대조건을 제시한 임대인 입장에서도 “내 건물이니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그 조건이 주변 시세와 기존 차임에 비추어 합리적인 범위 안에 있었는지가 관건이며, 이를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하지 못하면 예상보다 큰 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저는 상가 임대차와 권리금 분쟁에서 권리금을 지키려는 임차인과, 정당한 임대조건을 다투는 임대인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조건의 합리성을 어떻게 소명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제시받은 조건, 혹은 지금 제시하려는 조건이 적정한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대인이 신규임차인에게 아주 높은 차임을 부르기만 하면 무조건 방해행위인가요?
A. 아닙니다. 단순히 높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조세·공과금, 주변 시세, 기존 차임과의 격차, 거래관행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다만 대법원은 기존 차임의 3배를 넘는 인상 요구를 두고 현저히 고액일 여지가 많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Q. 임대인이 아예 계약을 거절하지 않고 조건만 제시했는데도 책임을 질 수 있나요?
A. 네. 대법원은 확정적인 거절 의사를 밝힌 경우 실제 신규임차인 주선 여부와 무관하게 거절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 제시로 사실상 계약을 무산시킨 경우도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임대차 기간이 10년을 넘었는데도 권리금을 보호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 10년이 지났더라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는 별도로 존속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재계약 여부와 권리금 보호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Q. 손해배상액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A. 신규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더 낮은 금액이 상한이 되며, 실제로는 권리금 감정평가 결과가 배상액을 좌우합니다.
Q. 손해배상 청구는 언제까지 할 수 있나요?
A. 임대차가 종료된 날부터 3년 이내에 청구권을 행사해야 하며, 그 기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Q. 신규임차인을 아직 구하지 못했는데도 방해행위를 주장할 수 있나요?
A. 임대인이 애초에 계약 체결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밝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신규임차인을 실제로 주선하지 못했더라도 방해행위를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 사전 검토가 필요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