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임대차 기간이 끝나 건물을 돌려받으려고 명도소송을 제기했는데, 오히려 세입자로부터 보증금부터 돌려달라는 답을 듣고 당혹스러워하는 임대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대인분들 중 상당수는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세입자가 당연히 집을 비워줘야 한다”고 생각해 곧바로 소송부터 제기하는데, 정작 세입자로부터 “보증금 먼저 주셔야 나가겠습니다”라는 답을 들으면 이 주장이 억지인지 정당한 것인지부터 헷갈려 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임대차 종료로 발생하는 임차인의 건물 반환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를 동시이행 관계로 엄격하게 인정하고 있어, 세입자의 이러한 주장이 상당 부분 법적 근거를 갖는다는 점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이 항변권이 인정된다고 해서 명도소송 자체가 무력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세입자가 보증금을 이유로 명도를 거부할 수 있는 범위와, 그 항변권이 실제로 소송과 강제집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임대인이 밟아야 할 절차를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임대차가 끝나도 세입자는 보증금을 받을 때까지 집을 비워주지 않아도 됩니다
임차인의 건물 반환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습니다.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거나 계약이 해지되면 세입자는 건물을 임대인에게 반환할 의무를 지지만, 임대인 역시 보증금 중 연체차임 등 정산할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반환할 의무를 집니다. 대법원은 이 두 의무가 별개로 이행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고 일관되게 판단해 왔습니다.
임대차계약의 종료로 인하여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명도할 의무와 임대인이 보증금 중 연체차임 등 그 임대차에 관하여 명도시까지 생긴 모든 채무를 청산한 나머지를 반환할 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고, 임차인이 동시이행의 항변권에 기하여 목적물을 점유하면서 사용·수익하는 이상 그 점유는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77. 9. 28. 선고 77다1241, 1242 전원합의체 판결).
즉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 건물에 머무르며 사용하고 있어도, 그 자체만으로 불법점유가 되어 형사책임이나 별도의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판례는 이 경우에도 세입자가 건물을 실질적으로 사용·수익해 얻은 이익이 있다면 이는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보고 있어, 무상으로 계속 거주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임대차가 끝나도 보증금을 받기 전까지 세입자의 점유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그 사용이익은 부당이득으로 정산될 수 있습니다.
2. 하지만 이 항변권은 명도소송에서 이긴다는 뜻이 아니라 상환이행판결을 뜻할 뿐입니다
법원은 통상 보증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건물을 인도하라는 상환이행판결을 내립니다.
세입자가 동시이행항변권을 주장한다고 해서 임대인의 명도청구 자체가 기각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대개 “피고(세입자)는 원고(임대인)로부터 보증금 OOO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건물을 인도하라”는 형태의 상환이행판결을 선고합니다. 즉 임대인은 소송에서 승소하되, 그 판결의 집행 조건으로 보증금 지급이 따라붙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판결을 실제로 집행하는 단계에서 발생합니다. 반대급부, 즉 보증금 지급이 조건으로 붙은 판결은 임대인이 그 조건을 이행했거나 이행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비로소 집행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30조 제2항). 보증금을 준비하지 않은 채 판결문만 들고 강제집행을 신청하면 그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임대인 입장에서는 소송에서 승소하는 것 자체보다, 승소 이후 보증금 정산액을 지급하거나 공탁하는 절차까지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실제로 건물을 돌려받는 시점을 앞당기는 핵심입니다.
상환이행판결은 임대인의 승소이지만, 보증금을 준비하지 않으면 그 판결만으로는 건물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3. 연체차임이 있으면 보증금에서 먼저 공제되고, 다 소진되면 항변권도 사라집니다
연체차임·원상회복비용을 공제한 나머지에 대해서만 동시이행이 인정됩니다.
세입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은 애초에 낸 금액 전부가 아닙니다. 임대인은 연체된 차임, 미납 관리비, 임대차 목적물의 훼손에 따른 원상회복비용 등을 보증금에서 먼저 공제할 수 있고, 동시이행 관계는 이러한 공제를 마친 후 남는 금액에 대해서만 인정됩니다.
실무에서는 명도소송을 제기하면서 건물 인도 청구와 함께 연체차임 및 인도 시까지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함께 병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연체액이 확정되면, 그 금액만큼 보증금에서 공제한 잔액을 기준으로 상환이행판결이 선고됩니다.
더 나아가 연체차임 등이 보증금 전액에 이르러 임대인이 반환할 금액이 전혀 남지 않게 되면, 세입자는 그 시점부터 동시이행항변권 자체를 잃습니다. 이후의 점유는 더 이상 정당한 권원에 의한 점유로 보호받지 못해 불법점유로 평가될 수 있고, 그 기간에 대한 손해배상 내지 부당이득 반환 책임이 별도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이 연체차임 등으로 모두 소진되는 순간, 세입자의 동시이행항변권도 함께 사라집니다.
4. 세입자가 보증금을 이유로 유치권까지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임차보증금반환청구권은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될 수 없습니다.
명도소송에서 세입자 측이 동시이행항변에 더해 “보증금을 담보로 유치권을 행사하겠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유치권이 성립하려면 민법 제320조에 따라 그 채권이 목적물 자체에 관하여 생긴 것이어야 하는데, 임차보증금반환청구권은 이러한 견련관계를 인정받지 못합니다.
임대차에 있어서 임차인의 임대인에 대한 임차보증금반환청구권은 목적물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고 할 수 없어, 임차인은 이 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여 임차목적물에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1976. 5. 11. 선고 75다1305 판결).
따라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이유로 유치권을 주장하며 건물 인도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는 유치권만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앞서 본 동시이행항변권까지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야 합니다. 세입자는 유치권이 아니라 동시이행항변권을 근거로만 보증금 반환 시까지 인도를 미룰 수 있습니다.
5. 명도소송부터 강제집행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소송과 별개로 점유이전금지가처분과 보증금 공탁을 함께 준비해야 실제로 건물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세입자와 협의가 되지 않을 때 임대인이 밟아야 할 절차는 대개 ①내용증명으로 계약 종료 사실과 인도 기한을 통지 → ②점유이전금지가처분 신청(부동산 소재지 관할, 예를 들어 수원 소재 건물이라면 수원지방법원) → ③명도소송, 즉 건물인도 및 연체차임·부당이득반환 청구를 병합해 제기 → ④승소판결 확정 후 보증금 정산액을 지급하거나 공탁하고 강제집행(인도집행)을 신청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중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건너뛰고 소송부터 제기했다가, 소송 도중 세입자가 제3자에게 점유를 넘겨버려 승소판결을 받고도 그 판결로는 집행할 수 없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명도소송을 준비한다면 소장 제출과 거의 동시에 가처분도 함께 신청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세입자와의 다툼이 보증금 정산 문제로 번졌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차계약서와 최근 차임·관리비 납부내역을 대조해 연체 여부와 금액을 먼저 확정합니다.
원상회복이 필요한 훼손 부분, 미납 관리비 등 보증금에서 공제할 항목을 정리해 실제 반환할 금액을 계산합니다.
세입자와 협의가 안 되면 공탁 또는 지급제공 사실을 남겨, 판결 확정 후 곧바로 조건부 집행문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명도소송과 보증금 정산 문제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소송과 강제집행을 하나의 흐름으로 준비해 실제로 건물을 돌려받는 시점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이유로 버티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내 건물인데 왜 못 들어가느냐”는 답답함이 앞서 초기 대응이 감정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물을 돌려받아야 하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연체차임과 원상회복비용을 정리해 실제 반환할 보증금을 먼저 확정하고 그 금액을 준비해 두는 것이 소송과 집행을 가장 빠르게 끝내는 길입니다.
반대로 정당하게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세입자 입장에서도 동시이행항변권이 있다고 해서 무한정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연체차임이 쌓이면 그만큼 돌려받을 보증금이 줄어들고, 자칫 항변권 자체를 잃어 불법점유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저는 명도소송과 보증금 반환 분쟁에서 건물을 돌려받으려는 임대인과 보증금을 지키려는 임차인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연체차임과 공제 항목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보증금과 명도를 둘러싼 다툼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산이 복잡해집니다. 지금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이며,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세입자가 보증금 받기 전엔 못 나간다고 하는데, 이게 정당한 주장인가요?
A. 원칙적으로 정당합니다. 임차인의 건물 인도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어,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지 인도를 거부해도 불법점유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명도소송 자체를 막지는 못하고, 법원은 보증금 지급과 동시에 인도하라는 상환이행판결을 내립니다.
Q. 명도소송에서 이기면 바로 강제집행할 수 있나요?
A. 상환이행판결을 받은 경우, 임대인이 보증금(정산 후 잔액)을 지급하거나 공탁 등으로 이행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조건부 집행문을 받아 인도집행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을 준비하지 않으면 승소 판결이 있어도 집행이 막힐 수 있습니다.
Q. 연체차임이 있으면 보증금에서 어떻게 처리되나요?
A. 임대인은 연체차임과 원상회복비용 등을 보증금에서 먼저 공제할 수 있고, 공제 후 남은 금액에 대해서만 동시이행 관계가 인정됩니다. 연체액이 보증금을 초과하면 세입자는 항변권을 잃고 그 이후 점유는 불법점유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세입자가 유치권을 주장하며 버티면 어떻게 되나요?
A. 임차보증금반환청구권은 건물 자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아니어서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입니다. 유치권 주장만으로는 인도를 거부할 법적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Q.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은 꼭 해야 하나요?
A. 소송 중 세입자가 제3자에게 점유를 넘기면 승소판결을 받아도 집행 대상이 달라져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명도소송과 함께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해두는 것이 실무상 안전합니다.
Q. 세입자가 관리비나 시설 훼손 비용까지 문제 삼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원상회복비용과 미납 관리비도 보증금에서 공제할 항목입니다. 다만 통상적인 사용에 따른 자연 감가는 공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 정리해야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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