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요즘 월세를 두세 달치씩 밀리는 세입자가 늘면서, 임대인분들이 “차라리 보증금에서 까 주세요”라는 요청을 받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세입자분들 중 상당수는 “보증금이 있으니 월세 한두 달 밀려도 나중에 정산하면 그만이다”라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임대인에게 “보증금에서 까 주세요”라고 요청하면, “그건 내가 정할 일이다”라며 거절당하고 계속 월세를 청구받거나, 심지어 나중에 “연체한 사실 자체는 남는다”며 재계약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임대차 존속 중 보증금과 연체차임의 관계에 대해 임대인이 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할지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세입자는 보증금의 존재를 이유로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세입자가 밀린 월세를 보증금에서 까 달라고 요구할 때 임대인이 반드시 응해야 하는지, 응하지 않으면 어떤 절차로 대응할 수 있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밀린 월세는 임대차가 끝나기 전에는 보증금에서 저절로 빠지지 않습니다
보증금은 연체차임을 포함한 모든 채무를 담보할 뿐, 공제 여부는 임대차 존속 중엔 임대인의 선택입니다.
민법 제618조에 따라 임대차는 임차인이 차임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고, 보증금은 그 차임 지급의무를 포함해 임차인이 임대차 관계에서 부담할 수 있는 모든 채무, 즉 연체차임이나 목적물 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등을 담보하기 위해 미리 맡겨두는 담보금일 뿐입니다. 그 자체가 매달 월세를 대신 내주는 결제 수단이 아닙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세입자들이 “보증금이 몇 천만 원이나 있는데, 월세 몇 십만 원 밀린 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보증금은 계약이 끝나고 목적물을 돌려줄 때 정산하기 위한 것이지, 계약이 진행되는 도중에 세입자가 원한다고 그때그때 꺼내 쓸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대법원도 임대인에게 보증금이 교부되어 있더라도, 임대차관계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그 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할 것인지를 임대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즉 세입자가 아무리 “까 달라”고 요구해도, 임대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월세를 청구하는 것도 정당한 권리 행사입니다.
보증금은 임대차가 끝난 뒤 정산을 위한 담보일 뿐, 임대차 존속 중 공제 여부는 임대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2. 세입자는 보증금이 있다는 이유로 월세 지급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보증금 존재만으로는 차임 지급의무가 사라지지 않고, 미루는 동안 지연손해금까지 불어납니다.
세입자가 “보증금에서 까 달라”며 월세 지급을 미루는 것은 법적으로 차임 지급의무의 이행지체에 해당합니다. 임대인이 공제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이상, 연체된 차임은 여전히 세입자가 갚아야 할 빚으로 남고, 지급이 늦어진 기간만큼 지연손해금이 계속 붙습니다.
임대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이 교부되어 있더라도 임대인은 임대차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동안에는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할 것인지 여부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의 종료 전에는 공제 등의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연체차임이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은 아니고, 임차인도 임대차보증금의 존재를 이유로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
이 판례가 말하는 핵심은, 임대인이 “나중에 보증금에서 까면 되니 지금 당장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청구를 미뤄도, 그 사이 연체차임의 소멸시효는 계속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지급기일부터 소멸시효가 흐르기 때문에, 임대인이 “보증금이 있으니 괜찮다”며 방치하다가는 오래된 연체차임을 나중에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세입자가 보증금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월세 지급을 거부할 근거는 없고, 오히려 미루는 사이 지연손해금과 시효 문제만 커집니다.
3. 임대인이 “그럼 까 드릴게요”라고 응해도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공제는 구두 합의만으로 애매해질 수 있어, 금액·시점을 서면으로 명확히 해야 분쟁을 막습니다.
물론 임대인이 세입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연체된 월세는 보증금에서 정산하겠다”고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임대인의 재량이므로 가능한 선택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그냥 구두로 알겠다고 했다” 정도로는 나중에 공제한 금액이나 시점을 두고 다시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공제하기로 했다면 어느 달 차임을, 얼마씩, 언제부터 보증금에서 차감하는지를 문자메시지나 내용증명 등 서면으로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계는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생기지만, 그 의사표시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나중에 입증하지 못하면 다시 분쟁이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임대인이 나중에 보증금에서 밀린 월세를 전부 공제해 “정산 완료” 상태로 만들어 주더라도, 그 이전에 이미 연체액이 일정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임대차기간 중 어느 때라도 차임이 3기분에 달하도록 연체된 사실이 있다면 임차인과의 계약관계 연장을 받아들여야 할 만큼의 신뢰가 깨어졌으므로 임대인은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고, 반드시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당시에 3기분에 이르는 차임이 연체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1. 5. 13. 선고 2020다255429 판결).
즉 상가 세입자가 한때 차임 3기분(주택은 2기분)에 이르도록 연체했다가 나중에 보증금 공제나 완납으로 문제를 해결했더라도, 임대인은 그 이력을 근거로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1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1호). “다 갚았으니 없던 일”이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세입자도, 임대인도 알아두어야 합니다.
보증금으로 정산해 주더라도 한때 3기(상가)·2기(주택)에 달했던 연체 이력은 남고, 이는 계약갱신 거절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4. 연체가 쌓일수록 임대인이 쓸 수 있는 대응 수위도 달라집니다
1~2회 연체는 독촉 단계지만, 2기·3기에 달하면 해지권까지 발생합니다.
임대차 유형에 따라 계약을 끝낼 수 있는 문턱도 다릅니다. 민법 제640조는 일반적인 건물 임대차에서 차임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은 상가 임대차의 경우 그 기준을 3기의 차임액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1~2회 정도 밀린 초기 단계에서는 대부분 독촉과 협의로 해결되지만, 연체가 이 기준에 도달하면 임대인은 더 이상 세입자의 사정을 봐줄 의무 없이 계약을 해지하고 명도(인도)를 구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특히 앞서 본 것처럼 “3기(2기)에 달한 사실” 자체가 기준이라, 그 이후 세입자가 부랴부랴 밀린 돈을 갚아도 이미 발생한 갱신거절·해지 사유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보증금이 연체차임뿐 아니라 원상회복비용, 관리비 체납액까지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연체가 방치될수록 보증금이 소진되고, 임대인이 실제로 회수하지 못하는 금액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임대인은 임대차 종료 후 부족한 금액을 별도로 청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5. 밀린 월세를 받아내려면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내용증명 발송 전, 연체 이력과 공제 의사표시 여부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세입자가 “보증금에서 까 달라”는 말만 반복하며 월세를 계속 미룬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①연체 사실과 금액을 특정해 차임 지급을 최고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 ②연체액이 2기(주택)·3기(상가) 기준에 도달하면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 ③그래도 임차인이 목적물을 반환하지 않으면 관할 법원(임대 목적물 소재지가 수원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건물명도 및 밀린 차임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 ④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강제집행(인도집행)을 통해 목적물을 돌려받는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소송까지 가지 않고 신속하게 밀린 차임만 받아내고 싶다면, 지급명령(독촉절차)을 먼저 시도해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임차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곧바로 통상의 소송 절차로 넘어간다는 점은 알아두어야 합니다.
세입자가 밀린 월세를 보증금에서 까 달라고 요구해 오는 상황이라면, 대응에 앞서 다음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차계약서상 차임액과 지급일, 연체가 시작된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개월 수를 정리해 2기(주택)·3기(상가) 기준 도달 여부를 계산합니다.
그동안 임대인이 “보증금에서 공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문자·통화·서면 등으로 한 적이 있는지 확인합니다(없다면 연체는 여전히 살아 있는 채무입니다).
통장 거래내역으로 실제 입금 내역과 미납 금액을 대조해, 훗날 소송에서 그대로 쓸 수 있는 자료로 정리해 둡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임대차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밀린 차임 회수와 계약 해지·갱신거절 여부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월세 몇 달이 밀리는 정도는 “보증금이 있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월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언제부터 얼마가 연체됐는지, 공제 의사를 표시한 적이 있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당장 형편이 어려워 보증금으로 대신 메우고 싶은 세입자 입장에서도, “보증금이 있으니 괜찮다”는 생각만으로는 연체 이력 자체가 남는다는 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저는 임대인과 세입자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연체 이력을 어떻게 정리하고 어느 시점에 어떤 절차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보증금이 있다고 안심하고 있다가는 갱신거절이나 강제집행까지 갈 수 있는 문제입니다. 지금 상황을 정확히 짚어봐야 할 시점이라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세입자가 밀린 월세를 보증금에서 까 달라고 하는데, 그냥 받아들여야 하나요?
A. 아닙니다. 임대차 존속 중 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할지는 임대인의 재량이고, 응하지 않고 계속 차임을 청구해도 정당한 권리 행사입니다. 다만 응하기로 했다면 금액과 시점을 서면으로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보증금이 밀린 월세보다 적으면 어떻게 되나요?
A. 부족한 금액은 보증금으로 다 메워지지 않으므로, 임대인은 그 차액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건물명도소송에 밀린 차임 청구를 함께 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월세가 2번 밀리면 바로 계약을 끝낼 수 있나요?
A. 주택 등 일반 건물 임대차는 민법 제640조에 따라 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면 임대인이 해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해지 의사표시와 명도 절차가 뒤따라야 실제로 목적물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Q. 상가는 몇 번 밀려야 계약을 끝낼 수 있나요?
A.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에 따라 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갱신 거절 사유(제10조 제1항 제1호)도 마찬가지로 3기 기준입니다.
Q. 세입자가 밀린 돈을 나중에 다 갚으면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없나요?
A. 거절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차기간 중 어느 때라도 3기(상가)·2기(주택) 연체 사실이 있었다면, 그 후 완납하더라도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Q. 보증금에서 밀린 월세가 자동으로 빠지는 시점은 언제인가요?
A. 임대차가 종료되어 목적물을 반환할 때입니다. 이때는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도 그때까지 남은 연체차임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됩니다.
Q. 세입자가 보증금만 믿고 월세를 아예 내지 않으면 어떻게 대응하나요?
A. 연체차임에 지연손해금을 더해 청구할 수 있고,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통해 강제로 받아낼 수 있습니다. 연체가 기준(2기·3기)에 달하면 계약 해지와 명도소송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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