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는 배우자의 동의없이 자녀들 데리고 가출한 경우, 상대 배우자나 자녀에게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하지 않고, 단지 거소를 옮겨 자녀에 대한 보호와 양육을 계속하였다면 형법상 미성년자약취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반면에 배우자가 사망하고 외조부가 양육해 오던 미성년 자녀를 친권자인 아버지가 데리고 갔다가 미성년자약취죄로 처벌받은 사례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10세 딸아이의 아버지 A씨는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어린 딸의 양육을 시골에 사시는 장인에게 맡기고 일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교통사고 배상금과 관련하여 장인과 분쟁이 생기자, A씨는 장인과의 인연을 끊고, 딸아이의 양육을 자신이 직접 하기로 결심하고 친구 B와 함께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로 찾아갔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 정문에서 나오는 딸을 발견한 A씨가 딸에게 다가가서 자동차에 태우려고 하자 딸이 울면서 싫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친구 B가 울면서 반항하는 A씨의 딸을 양손으로 안아서 차량 뒷좌석에 강제로 태운 후 “할아버지에게 간다”고 거짓말을 하였고, A씨는 차를 몰아 자신의 집으로 갔습니다.
A씨가 딸을 데려오기는 했지만 일을 나가야 하는 A씨로서는 막상 딸을 양육하기가 쉽지 않았으므로 딸을 맡길만한 근처 고아원을 찾아가 딸의 수용문제에 대해 상담을 하였으나 여의치 않자, 딸을 데리고 친구 B의 집으로 갔습니다.
다음날 A씨와 친구 B는 근처 아동복지상담소에 딸을 데리고 가던 중, 장인의 신고로 도로에서 잠복중이던 경찰에게 검거되어 형법 제287조 미성년자약취죄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비록 피해자가 A의 딸이기는 하나, 종래 살던 집을 버리고 아버지를 따라 나설 생각이 없는 딸을 강제로 차에 태운 다음, 근 하루 가까이를 집에 돌려 보내주지 아니한 A와 친구 B의 행위는 그로 인하여 입게 된 어린 피해자인 딸의 충격을 감안할 때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피고인 A와 B가 피해자를 강제로 데리고 다닌 주된 목적이 피고인들의 사적인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만은 아니고, 친딸인 피해자를 스스로 양육하며 생활하려는 데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친구 B가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도 피고인 A를 돕기 위한 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정에 피고인들의 연령, 전과관계, 피고인 A와 장인과의 관계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참작해 보면, 피고인 A와 장인간의 교통사고 배상금의 종국적 귀속 및 관리문제, 딸에 대한 양육권 등 분쟁은 민사상, 가사상 절차를 통해 원만하고 평화롭게 해결하는 데 그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되고,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만을 탓하여 이를 엄하게 다루기에는 다소 가혹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하겠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친부 A에 대하여는 선고를 유예하고, 친구 B에 대하여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다”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즉, 아무리 미성년 자녀의 친권자라고 하더라도, 외조부가 맡아서 양육해 오던 미성년 자녀를 자녀의 의사에 반하여 친부인 자신의 지배하로 옮긴 친권자는 미성년자약취죄로 처벌된다는 것입니다.
미성년자를 보호 감독하는 친권자의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감호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감호권을 남용하여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미성년자약취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셔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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