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하나의 부동산을 두고 매매계약이 두 번 이상 체결되는 이른바 이중매매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매도인이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받아 놓고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매수인이 나타나면 같은 부동산을 다시 파는 사례인데, 이 과정에서 두 번째 매수인이 앞선 계약 사실을 알면서도 매수에 나서는 경우가 문제가 됩니다.
제가 상담한 두 번째 매수인분들 중에는 “먼저 계약한 사람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등기만 내 앞으로 먼저 마치면 그만 아니냐”는 생각으로 계약을 밀어붙인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먼저 계약했던 매수인이 소송을 제기하면, “나는 그냥 부동산을 산 것뿐이다”, “계약 내용을 자세히 몰랐다”는 식으로 방어해보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의 배임 책임을 중도금 지급 시점을 기준으로 엄격하게 인정하는 한편, 두 번째 매수인의 등기를 말소시킬 수 있는지는 단순한 인식을 넘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사정을 알고 부동산을 매수한 두 번째 매수인의 등기를 어떤 경우에 말소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무엇을 확인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부동산 이중매매는 원칙적으로 먼저 등기한 매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합니다
계약 순서가 아니라 등기 순서가 소유권을 결정하는 것이 부동산 물권변동의 원칙입니다.
민법 제186조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깁니다. 매매계약을 먼저 체결했다고 해서 곧바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람이 소유자가 됩니다.
그래서 매도인이 같은 부동산을 두 사람에게 파는 이중매매가 벌어져도, 계약 자체는 원칙적으로 둘 다 유효합니다. 계약금·중도금을 먼저 지급하고도 등기를 나중에 마친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매도인을 상대로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이나 계약 해제만 구할 수 있는 채권자의 지위에 머무르게 됩니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먼저 계약한 매수인이 “내가 먼저 계약했으니 당연히 내 땅이다”라고 생각했다가, 뒤늦게 두 번째 매수인 앞으로 등기가 넘어간 사실을 알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원칙만 놓고 보면 등기를 마친 두 번째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 자체를 뒤집기는 쉽지 않습니다.
부동산 이중매매는 원칙적으로 등기를 먼저 마친 매수인이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취득하고, 먼저 계약한 매수인은 매도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가질 뿐입니다.
2. 매도인이 중도금을 받은 뒤 이중매매하면 배임죄가 성립합니다
계약금 단계와 달리 중도금이 지급되면 매도인은 마음대로 계약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민법 제565조에 따라 계약금만 오간 단계에서는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면 자유롭게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르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이 단계에 이른 매도인은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에 협력할 신임관계에 놓이게 되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이렇게 성립하는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처분한 부동산의 시가가 크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형이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매도인이 중도금을 받은 뒤 이중매매를 하면 형사상 배임죄가 성립하고, 이는 뒤에서 볼 등기 말소 여부를 판단하는 전제가 됩니다.
3. 두 번째 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면 등기를 말소시킬 수 있습니다
단순히 사정을 알고 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매도 행위에 적극 가담한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매도인의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해서 두 번째 매수인 명의의 등기가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두 번째 매수인이 앞선 계약 사실을 그저 알고 있었던 정도라면, 그 매매계약과 등기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러나 두 번째 매수인이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 매도인의 배임행위를 유인하거나 부추기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 매매 또는 증여 계약 자체가 민법 제103조가 정한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가 된다고 봅니다.
피고는 그 부가 이 사건 부동산을 원고에게 매도하여 원고로부터 등기독촉을 받고 있는 사정을 잘 알면서 그로부터 이를 증여받음으로써 그 부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다면 위 수증행위는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2. 2. 9. 선고 81다1134 판결).
다만 대법원은 이중매매 사실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다고 쉽게 단정하지는 않습니다(대법원 1995. 3. 17. 선고 94다48721 판결). 적극 가담이 인정되려면 두 번째 매수인이 먼저 팔라고 종용했거나, 시세보다 현저히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계약을 유도했거나, 계약 체결 과정 전반을 주도한 정황 등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계약이 있었다더라”는 소문을 들은 정도이거나, 중개업소를 통해 통상적인 방식으로 매수한 것만으로는 적극 가담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사정을 알고 샀다는 사실만으로는 등기를 말소시킬 수 없고,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는 사정이 별도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4. 이중매매로 인한 이득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됩니다
처분한 부동산의 가액이 클수록 매도인이 받는 처벌 수위도 크게 달라집니다.
배임죄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 즉 이득액 규모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달라집니다. 이중매매로 인한 이득액은 통상 처분한 부동산의 시가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평가되므로, 아파트나 상가처럼 가액이 큰 부동산일수록 형이 무거워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5조·제356조가 적용되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에 그치지만,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한 채만으로도 이 기준을 넘기기 쉬워, 이중매매 사건에서는 생각보다 쉽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형사처벌 수위뿐 아니라, 두 번째 매수인의 적극 가담 여부를 다투는 민사 소송에서도 사안의 중대성을 가늠하는 배경 사정으로 함께 고려됩니다.
5. 등기 말소는 매도인을 대위한 소송과 처분금지가처분으로 진행됩니다
소송에 앞서 두 번째 매수인이 다시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막는 절차가 먼저입니다.
두 번째 매수인 명의 등기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무효라 해도, 그 등기를 말소할 권리는 원래 매도인에게 있습니다. 이때 먼저 계약한 매수인은 매도인에 대해 가지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민법 제404조에 따른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해 매도인을 대신하여 두 번째 매수인의 등기 말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특정 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채권자대위권 행사는 매도인의 재산 상태, 즉 무자력 여부와 관계없이 인정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절차는 통상 ①두 번째 매수인이 부동산을 다시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 → ②매도인을 대위해 두 번째 매수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의 소를 제기(관할은 부동산 소재지 관할 법원, 수원 소재 부동산이라면 수원지방법원) → ③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등기 말소 및 매도인 앞으로의 회복등기, 이어 매도인을 상대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까지 순차로 진행 → ④필요하다면 매도인을 상대로 배임죄 형사고소(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관할서, 수원지방검찰청)를 병행하는 순서로 이루어집니다.
소송을 준비하기 전에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매계약서, 계약금·중도금 영수증, 문자·통화 기록 등 매도인과의 계약 이행 경과를 확인할 자료를 모읍니다.
두 번째 매수인 명의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등기 원인과 등기 접수일, 등기 경위를 확인합니다.
두 번째 매수인이 매매 조건, 계약 경위, 매도인과의 관계 등에서 적극 가담을 뒷받침할 정황이 있는지 주변 관계자 진술과 자료로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부동산 이중매매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처분금지가처분부터 등기말소청구, 배임죄 형사고소까지 필요한 절차를 놓치지 않고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중매매를 둘러싼 분쟁은 “설마 등기까지 넘어가겠나”, “계약서는 내가 먼저 썼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냈는데 등기를 빼앗긴 매수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두 번째 매수인의 적극 가담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승패를 가릅니다. 처분금지가처분을 서두르지 않으면 두 번째 매수인이 다시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를 설정해 회복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정을 알고 부동산을 매수한 두 번째 매수인 입장에서도, “그냥 산 것뿐”이라는 항변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계약 경위와 조건, 매도인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에 따라 적극 가담 여부에 대한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부동산 이중매매 분쟁에서 등기를 빼앗긴 쪽과 사정을 알고 매수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 경위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법리를 앞세우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등기가 넘어간 상황이라도, 적극 가담 여부에 따라 결론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두 번째 매수인이 등기까지 마쳤는데, 정말 말소가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다만 두 번째 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는 사정이 별도로 인정되어야 하고, 단순히 이중매매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Q. 적극 가담인지 아닌지는 무엇으로 판단하나요?
A. 두 번째 매수인이 먼저 팔라고 종용했는지, 시세보다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유인했는지, 계약 체결 과정을 주도했는지 등 구체적인 정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통상적인 중개를 통한 매수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Q. 등기 말소 소송과 별개로 형사고소도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매도인의 배임죄 형사고소와 두 번째 매수인 등기 말소를 구하는 민사소송은 별개 절차이므로 병행해서 진행할 수 있고, 형사 수사기록이 민사소송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Q. 두 번째 매수인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나요?
A. 적극 가담 정도가 인정되면 매도인의 배임죄에 대한 공범으로 형사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사정을 알고 매수한 정도라면 형사책임까지 묻기는 어렵습니다.
Q. 처분금지가처분은 꼭 먼저 해야 하나요?
A. 필수는 아니지만 강력히 권합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두 번째 매수인이 부동산을 다시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면 승소하더라도 실제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계약금만 받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판 경우도 문제가 되나요?
A. 계약금만 오간 단계라면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자유롭게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어, 원칙적으로 배임죄나 등기 말소 문제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중도금이 지급된 이후부터 문제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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