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서 토지만 낙찰받았는데 그 위에 미등기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낙찰자는 토지 소유권을 취득했으니 건물을 철거해 달라고 요구하고 싶지만, 건물 점유자는 “법정지상권이 있으니 나갈 수 없다”고 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건물이 미등기라는 사실 자체가 아닙니다. 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누구였는지, 건물은 누가 처음 지었는지, 이후 매매가 있었다면 건물 소유권이 실제로 이전되었는지를 봐야 합니다. 이 부분에 따라 철거청구가 가능한 사건인지, 철거는 어렵고 지료만 청구해야 하는 사건인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은 토지와 그 위의 건물이 원래 같은 사람의 소유였다가 저당권 실행에 따른 경매로 각각 다른 사람 소유가 되었을 때 문제 됩니다.
여기서 건물에 등기가 되어 있어야만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물을 직접 신축한 사람은 등기 없이도 원시적으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 소유자가 자신이 직접 지은 미등기 건물까지 함께 소유하고 있었다면, 이후 토지만 경매로 넘어간 경우에도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4다13533 판결).
즉 “미등기니까 무조건 철거할 수 있다”는 접근은 위험합니다. 먼저 건물의 진짜 소유자가 누구였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봐야 할 시점, 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만 낙찰받은 사건에서 법정지상권 성립 여부를 판단하려면 시점을 정확히 나눠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시점은 원칙적으로 저당권이 설정된 당시입니다.
예를 들어 A가 토지와 그 위 건물을 모두 소유하고 있었고,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뒤 경매가 진행되어 B가 토지만 낙찰받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근저당권 설정 당시 이미 건물이 존재했고 토지와 건물이 모두 A의 소유였다면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근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이미 달랐다면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은 원칙적으로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등기부등본만 보는 것이 아니라 건물 신축 시기와 소유관계까지 함께 조사해야 합니다.
또한 저당권 설정 당시 건물이 완전히 완공되지 않았던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그날 건물이 완성되지 않았으니 법정지상권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은 저당권 설정 당시 건물이 아직 독립된 건물로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건물의 종류와 규모를 외형상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공사가 진행되어 있었고 이후 경매 매수인이 대금을 완납할 때까지 기둥·지붕·주벽 등 독립된 건물의 요건을 갖춘 경우 법정지상권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4다13533 판결,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3600, 3617 판결).
따라서 공사 중인 미등기 건물이 있다면 근저당권 설정 당시의 항공사진, 공사사진, 건축허가서, 공사도급계약서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물을 직접 지은 사람이라면 미등기여도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
미등기 건물 문제에서 반드시 구별해야 하는 것이 원시취득자와 매수인입니다. 건물을 자기 비용으로 직접 신축한 사람은 건물이 독립된 부동산의 요건을 갖추는 시점에 등기 없이도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토지 소유자가 직접 건물을 신축했다면 건물이 미등기 상태라고 하더라도 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와 건물이 같은 사람의 소유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이후 토지가 경매되어 제3자에게 넘어가면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미등기 건물의 건축주가 누구인지, 공사비를 누가 부담했는지, 건축허가와 공사계약이 누구 명의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면 미등기 건물을 다른 사람에게서 매수한 경우에는 전혀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A가 토지와 미등기 건물을 함께 B에게 매도했고, B는 토지에 대해서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지만 건물은 미등기 상태라 이전등기를 하지 못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후 B가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했고 경매를 통해 C가 토지만 낙찰받았습니다.
이 경우 B는 미등기 건물을 사실상 매수했지만 건물 소유권을 등기로 취득한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 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는 B 소유였지만 건물 소유권은 여전히 원시취득자에게 남아 있어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 소유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98. 4. 24. 선고 98다4798 판결, 대법원 2002. 6. 20. 선고 2002다9660 전원합의체 판결).
토지와 건물을 함께 샀는데 왜 건물 주인이 아닐까? 부동산 소유권은 등기가 필요
이 부분은 일반인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입니다. 미등기 건물을 매매계약서에 포함해 함께 샀더라도, 그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받으려면 원칙적으로 등기가 필요합니다. 원시취득자는 등기 없이 소유권을 취득하지만, 그 건물을 다시 사는 사람은 단순한 매매계약만으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미등기 건물 매수인은 건물을 사용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 사실상의 지위를 가질 수는 있어도, 법률상 소유자라고 바로 볼 수는 없습니다. 이 차이 때문에 토지와 건물을 같이 산 뒤 토지만 등기를 이전받은 상태에서 토지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면 법정지상권 성립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4. 8. 23. 선고 2024다215313 판결).
더불어 토지와 건물이 매매나 증여, 강제경매 등으로 서로 다른 소유자에게 귀속되는 경우에는 민법 제366조 외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문제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등기 건물을 대지와 함께 매수하고 토지에 대해서만 등기를 넘겨받은 사건에서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도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토지와 미등기 건물을 함께 매도한 경우, 건물의 처분권까지 매수인에게 넘어간 사정을 고려하면 종전 소유자에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2. 6. 20. 선고 2002다9660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토지만 낙찰받은 사건에서는 민법 제366조뿐 아니라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법정지상권이 없으면 건물철거를 청구할 수 있다
검토 결과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토지 낙찰자는 토지 소유권에 기해 건물 철거와 토지 인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C가 경매로 토지를 낙찰받았는데 B가 법정지상권 없이 미등기 건물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면, C는 그 건물의 철거와 건물이 위치한 토지 부분의 인도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등기 건물은 등기부가 없기 때문에 누구를 상대로 철거청구를 해야 하는지가 별도의 쟁점이 됩니다.
이때는 단순한 점유자가 아니라 건물을 법률상·사실상 처분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대법원은 타인의 토지 위에 있는 미등기 건물로 인해 소유권이 침해되는 경우, 그 건물을 철거할 의무는 건물을 법률상 또는 사실상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91. 6. 11. 선고 91다11278 판결).
예를 들어 미등기 건물을 매수해 실제로 사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임대까지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등기명의는 없더라도 건물의 처분권자로서 철거의무를 부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송 전에는 현재 거주자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건물 매매계약서, 임대차계약, 건축허가 명의, 재산세 납부자료, 실제 관리·처분 관계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피고를 잘못 지정하면 철거판결을 받아도 집행 단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철거와 함께 토지 사용료도 받을 수 있다… 다만 ‘지료’라고 부르면 안 될 수 있다
법정지상권이 없는 사람이 타인의 토지를 건물 부지로 계속 사용하고 있다면 토지소유자는 차임 상당의 금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 법적 성격을 정확히 구별해야 합니다.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는 경우 토지 사용대가는 지료입니다. 반면 법정지상권 자체가 없다면 무단점유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가 됩니다.
예를 들어 건물이 토지 150㎡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고 그 토지의 적정 차임이 월 100만 원이라면, 낙찰자는 일정 기간의 토지 사용에 따른 차임 상당 부당이득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송에서는 “법정지상권이 없으므로 철거 및 인도, 차임 상당 부당이득을 청구한다”는 구조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면 토지 낙찰자가 건물 철거를 요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법정지상권은 건물을 유지하기 위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에서 인정하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와 미등기 건물을 모두 소유하던 사람이 직접 건물을 신축했고, 이후 토지만 경매로 넘어간 경우라면 건물소유자에게 법정지상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토지소유자는 건물을 철거하라고 하기보다 토지를 사용하는 대가인 지료를 청구해야 합니다. 그래서 실제 소송에서는 법정지상권 성립 여부에 따라 철거청구와 지료청구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지료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도 바로 소송할 수 있을까?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지료를 얼마로 할지 합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먼저 지료확정소송을 따로 하고 그다음 돈을 청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법정지상권이 발생한 경우 토지소유자가 법원의 지료결정을 전제로 곧바로 지료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법원은 토지의 위치와 이용현황,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해 적정한 지료를 정하게 됩니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다266324 판결).
따라서 법정지상권의 존재 자체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면 철거소송만 고집하기보다 지료청구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법은 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 토지소유자가 지상권 소멸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정지상권의 경우 처음부터 지료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당사자 사이의 협의나 법원 판결을 통해 지료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면, 건물소유자가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지료 지급을 지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6. 4. 26. 선고 95다52864 판결).
따라서 낙찰자가 “2년 동안 한 푼도 안 냈으니 법정지상권을 없애겠다”고 주장하려면 먼저 지료가 적법하게 정해져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지료가 확정된 뒤 2년 이상 연체하면 소멸청구를 검토할 수 있다
당사자가 지료를 합의했거나 법원의 판결로 지료액이 확정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건물소유자가 그 후 자신의 책임 있는 사유로 2년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토지소유자는 민법 제287조에 따라 지상권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법리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는 사건이라면 처음부터 철거만 요구하기보다 지료 확정 → 지료 청구 → 장기 연체 시 지상권 소멸청구라는 단계적인 대응도 고려해야 합니다.
경매기록에 ‘법정지상권 성립 여지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면?
경매 매각물건명세서나 현황조사서에 “법정지상권 성립 여지 있음”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낙찰자는 이 문구만 보고 “건물은 절대 철거할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아무런 문구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지상권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경매기록은 해당 권리관계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판결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저당권 설정일, 건물 신축 시점, 당시 토지와 건물 소유관계, 미등기 건물의 원시취득자와 매수 관계를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미등기 건물은 등기부만으로 소유관계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경매기록 외의 자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토지만 낙찰받은 뒤 미등기 건물 철거를 검토한다면 우선 토지 등기부를 통해 근저당권 설정일과 경매개시결정등기, 소유권 변동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다음 건축물대장이나 건축허가서, 사용승인자료, 공사도급계약서, 항공사진 등을 통해 건물의 신축 시점을 살펴봐야 합니다. 건물을 매매했다는 주장이 있다면 매매계약서와 대금 지급내역도 확인해야 합니다.
현재 건물을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와 별개로 누가 건물을 사실상 처분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조사해야 합니다. 결국 법정지상권 소송은 현재 모습만 보는 사건이 아니라 수년 전 저당권 설정 당시로 돌아가 토지와 건물의 소유관계를 다시 복원하는 소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토지만 낙찰받았다면 ‘철거’가 아니라 법정지상권부터 확인해야
토지를 낙찰받았는데 그 위에 미등기 건물이 있다고 해서 바로 철거소송부터 제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당권 설정 당시 건물이 존재했는지,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동일했는지, 건물소유자가 직접 신축한 원시취득자인지 아니면 미등기 건물을 매수한 사람인지에 따라 법정지상권 성립 여부가 달라집니다.
법정지상권이 부정된다면 미등기 건물의 처분권자를 상대로 건물철거와 토지인도, 차임 상당 부당이득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법정지상권이 인정된다면 철거를 요구하기보다 법원에 적정 지료를 정해 달라고 하면서 지료 지급을 청구하는 방향으로 소송을 구성해야 합니다.
현재 경매로 토지만 낙찰받았는데 미등기 주택·창고·상가 등이 남아 있고 점유자가 법정지상권을 주장하고 있다면, 경매기록의 문구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근저당권 설정일과 건물 신축 시점, 원시취득 여부, 건물 매매 및 점유관계부터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법률사무소 강현에서는 법정지상권 성립 여부를 먼저 검토한 뒤, 성립하지 않는 경우 철거·토지인도·부당이득반환을, 성립하는 경우 지료 확정과 장기 연체에 따른 지상권 소멸 가능성까지 연결해 구체적인 소송 방향을 판단해 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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