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에서 성희롱·성폭력 의혹이 불거지면 학교법인은 대개 가장 무거운 징계인 파면으로 대응합니다. 그런데 파면을 통보받은 교수 상당수는 처분 자체의 정당성보다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소청심사 청구기한을 놓치거나, 사실관계만 다투다가 정작 승부처인 징계양정 판단을 놓칩니다. 사립학교 교원의 파면은 국공립 교원과는 다른 법 구조 위에서 이뤄지고, 이를 다투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절차 역시 일반 행정심판과 다른 독자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이 글에서는 대학교수가 성비위로 파면됐을 때 그 처분이 어떤 근거로 정당화되는지, 그리고 소청심사에서 실제로 승패를 가르는 지점이 어디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사립학교 교원 징계의 종류와 절차 — 파면은 어떻게 결정되나
사립학교법 제61조는 교원이 법령을 위반해 본분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거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했을 때 임용권자가 징계의결을 요구하도록 정하고, 징계 종류를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 여섯 가지로 규정합니다. 학교법인은 이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재량으로 넘어갈 수 없이 반드시 징계의결을 요구해야 한다는 점이 출발점입니다. 제64조에 따라 임용권자는 미리 충분한 조사를 한 뒤 해당 사건을 관할하는 교원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고, 징계위원회가 심의·의결한 결과에 따라 임용권자가 실제 처분을 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대학교수에게 특히 중요한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강등은 동종 직무 내 하위 직위로 임명하며 3개월간 직무정지·보수 전액 감액을 내용으로 하는데, 고등교육법 제14조에 해당하는 대학 교원·조교에게는 이 강등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대학교수의 경우 정직과 해임·파면 사이의 간극이 상대적으로 크고, 징계위원회가 성비위를 중하게 평가하면 정직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해임 또는 파면으로 건너뛰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징계 절차의 첫 단계에서부터 어떤 사실관계로 어떤 조항이 적용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이후 소청심사 대응의 기초가 됩니다.
성비위 사건에서 파면·해임이 원칙이 되는 이유 — 감경이 막히는 구조
사립학교 교원의 징계기준은 사립학교 교원 징계규칙 제2조에 따라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의 별표를 준용합니다. 이 규칙 제4조 제2항 제4호는 국가공무원법 제83조의2 제1항 제1호 각 목에 해당하는 성 관련 비위, 즉 성매매알선 등 행위, 성폭력범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성희롱에 해당하는 사안은 훈장·표창 등 공적이 있더라도 징계를 감경할 수 없다고 명시합니다. 다시 말해 모범교원 표창을 여러 차례 받은 교수라도 성비위가 인정되면 그 공적을 근거로 한 감경 자체가 법적으로 봉쇄됩니다.
징계시효 역시 일반 비위보다 훨씬 깁니다. 국가공무원법 제83조의2 제1항 제1호는 성매매·성폭력범죄·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성희롱에 해당하는 징계 사유는 사유 발생일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으면 징계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일반 비위는 3년, 금품·향응 수수 등은 5년). 오래전 발생한 사안이라도 뒤늦게 문제가 제기되면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감경 봉쇄와 긴 징계시효가 맞물려, 성비위 사건에서는 학교법인이 애초부터 파면·해임을 원칙적인 선택지로 검토하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성 관련 비위는 공적에 의한 징계 감경이 법령상 원천적으로 막혀 있어, 다른 비위보다 훨씬 무거운 처분으로 귀결되기 쉽다.
파면과 해임, 실무에서 갈리는 두 처분의 격차
파면과 해임은 둘 다 교원 신분을 완전히 박탈하는 중징계이지만 그 후폭풍은 상당히 다릅니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는 파면 처분을 받은 때부터 5년, 해임 처분을 받은 때부터 3년 동안 공무원·교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고 정하는데, 이 결격사유는 사립학교법 제57조를 통해 사립학교 교원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재취업이나 다른 학교로의 이직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2년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더 큰 차이는 퇴직급여에서 나타납니다. 공무원연금법 제65조 제1항 제2호는 징계에 의해 파면된 경우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의 일부를 감액해 지급하도록 정하고, 시행령은 그 비율을 재직기간 5년 미만이면 퇴직급여의 4분의 1, 5년 이상이면 2분의 1로, 퇴직수당은 2분의 1로 구체화합니다. 이 규정은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제42조를 통해 사립학교 교원에게도 그대로 준용됩니다. 반면 해임은 금품·향응 수수나 공금 횡령·유용을 사유로 한 경우에만 더 낮은 비율(8분의 1 또는 4분의 1)로 감액될 뿐, 성비위만을 이유로 한 해임 자체는 원칙적으로 퇴직급여 감액 사유가 아닙니다. 다만 같은 사안으로 형사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해임이라도 파면과 같은 비율로 감액될 수 있습니다.
재임용 제한 — 파면 5년, 해임 3년.
퇴직급여 감액 — 파면은 재직기간에 따라 4분의 1 또는 2분의 1(원칙 적용), 해임은 금품비위·형사처벌 결부 시에만 감액.
퇴직수당 감액 — 파면 2분의 1, 금품비위 해임 4분의 1.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로 파면·해임된 경우 — 처분일로부터 20년간 재임용 제한(성인 대상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음).
그래서 소청심사에서 "파면을 해임 또는 그 이하로 낮춰달라"는 청구는 단순히 명예를 지키는 문제가 아니라, 수천만 원 단위의 퇴직급여와 향후 재취업 시점이 걸린 실질적인 다툼입니다.
소청심사, 무엇을 다투는 절차인가 — 청구부터 결정까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9조에 따라 교원은 징계처분과 그 밖의 불리한 처분에 불복할 때 처분이 있었음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이때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습니다. 본인 의사에 반하는 파면·해임·면직 처분이라면, 심사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있을 때까지 학교법인은 후임자를 보충 발령하지 못한다는 점도 함께 규정돼 있어, 청구인이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그 자리가 다른 사람으로 채워지는 상황은 원칙적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제10조는 심사위원회가 청구를 접수한 날부터 60일 이내(불가피한 경우 30일 연장 가능)에 결정하도록 정하고, 그 결정은 다음 다섯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각하 — 청구 자체가 부적법한 경우(기한 도과 등).
기각 — 청구에 이유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취소 또는 변경 — 처분의 취소·변경을 구하는 청구에 이유가 있는 경우.
효력 유무 확인 — 처분의 효력 유무나 존재 여부 확인을 구하는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
의무이행 명령 — 위법·부당한 거부처분이나 부작위에 대해 의무이행을 구하는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
결정에 불복하는 당사자는 제10조 제4항에 따라 결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이 기간 안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결정이 그대로 확정됩니다.
실제 승부처 — 징계사유의 존부와 양정의 재량권 일탈·남용
소청심사와 뒤이은 행정소송에서 다투는 지점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애초에 성비위라는 징계사유 자체가 사실로 인정되는지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파면이라는 양정이 지나치게 무거운 것은 아닌지입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성비위는 공적에 의한 감경이 법령상 봉쇄돼 있지만, 이는 감경 사유의 적용을 막을 뿐 징계양정 자체에 대한 재량권 통제, 즉 비례원칙 심사를 배제하지 않습니다.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인정되려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있어야 하고, 이는 비위행위의 내용·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그 밖의 제반 사정을 참작해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고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성립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판단 기준입니다. 실제로 성희롱을 이유로 한 해임·파면 처분이 발생 경위와 피해 정도에 비추어 지나치게 무겁다고 인정되어 비례원칙 위반으로 취소된 사례도 있습니다. 반대로 성희롱으로 인한 품위유지 의무 위반은 고의가 있다면 비위의 경중을 불문하고 해임 이상 파면까지 가능하다는 학칙상 기준 자체를 합리적이라고 본 사례도 있어, 결국 개별 사안에서 행위의 정도와 피해자와의 관계, 반복성 등 구체적 사실관계가 승패를 가릅니다.
감경 사유의 봉쇄와 양정 자체에 대한 재량권 통제는 별개다 — 성비위라도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히 무겁다면 비례원칙 위반으로 다툴 여지가 남는다.
형사 무죄와 징계는 별개 — 성인지 감수성 기준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교원소청심사위원회결정취소)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전문대학 컴퓨터계열 교수가 소속 학과 학생들을 성희롱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사건에서, 대법원은 민사·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형사재판처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그 결과 같은 사안의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는 사정만으로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같은 판결은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을 심리할 때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도 제시했습니다.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으로 즉시 신고하지 못하거나 가해자와의 관계를 한동안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실무적으로 이는, 형사 단계에서 불기소나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소청심사나 행정소송에서 자동으로 유리한 결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형사와는 다른 기준으로 사실관계와 진술의 신빙성이 다시 심리된다는 전제 위에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소청심사 결정의 기속력과 그 한계 — 학교법인이 재징계해야 하는 경우
교원지위법 제10조의2는 심사위원회의 결정이 처분권자를 기속한다고 정하고, 이 기속력은 행정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정지되지 않는다고 명시합니다. 즉 소청심사에서 파면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이 나오면, 학교법인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일단 그 결정에 따라 원직복직 등 구제조치를 이행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2두12297 판결은 이 기속력이 미치는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결정의 기속력은 주문뿐 아니라 그 전제가 된 요건사실의 인정과 판단에까지 미치는데, 만약 심사위원회가 "징계사유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양정 판단에는 나아가지 않은 채 처분을 취소했다면, 이후 학교법인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심리한 결과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된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심사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령 결론적으로 원래의 파면이 과중해 취소가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야 학교법인이 인정된 사유를 기초로 적정한 수준의 재징계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이는 청구인 입장에서, 소청심사 단계에서 "징계사유 자체가 없다"는 주장과 "사유는 있지만 양정이 과중하다"는 주장 중 어느 쪽을 주된 논리로 세울지에 따라 이후 학교법인의 재징계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비위로 파면되면 소청심사에서 다투기가 사실상 불가능한가요?
A. 공적에 의한 감경만 법령상 봉쇄될 뿐, 징계사유 자체를 사실로 인정할 수 있는지와 파면이라는 양정이 비례원칙에 맞는지는 별도로 다툴 수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논리와 양정의 과중함을 다투는 논리는 서로 다른 증거와 주장 구조를 요구하므로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Q. 형사사건에서 무혐의나 무죄를 받으면 소청심사에서도 유리해지나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판례는 형사재판의 무죄가 곧바로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의 부존재를 뜻하지 않는다고 보는데, 형사와 행정·민사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형사 결과와 별개로 소청심사 단계의 사실관계 주장을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합니다.
Q. 파면과 해임 중 실질적으로 어느 쪽이 더 불리한가요?
A. 파면은 재임용 제한기간이 5년으로 해임의 3년보다 길고, 재직기간에 따라 퇴직급여의 4분의 1 또는 2분의 1이 감액됩니다. 해임은 금품비위나 형사처벌이 결부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퇴직급여 감액이 없어, 두 처분 사이의 재산상 격차가 상당히 큽니다.
Q. 소청심사 청구기한을 놓치면 다른 방법이 없나요?
A. 처분이 있었음을 안 날부터 30일이라는 청구기한을 넘기면 청구 자체가 각하될 수 있어 기한 준수가 최우선입니다. 기한을 넘겼다면 처분에 무효사유가 있는지를 별도로 검토해 민사·행정소송으로 다투는 방법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Q. 소청심사에서 파면처분이 취소되면 곧바로 복직되나요?
A. 심사위원회가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하면 학교법인은 이에 기속되어 결정 취지에 따른 구제조치를 해야 하고, 학교법인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그 효력은 정지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후 행정소송에서 학교법인이 승소하면 절차가 다시 진행될 수 있습니다.
Q. 피해자가 성인 학생인 경우와 미성년자인 경우 처분에 차이가 있나요?
A.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파면·해임된 경우에는 처분일로부터 20년간 교원 재임용이 제한되는 등 훨씬 장기적인 결격사유가 적용됩니다. 대학교수 사건은 대개 성인 학생을 대상으로 해 이 장기 결격 조항이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지만, 사안에 따라 다른 법률상 취업제한 문제가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
대학교수의 성비위 파면은 사립학교법상 감경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처분 자체를 뒤집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감경 봉쇄와 징계양정에 대한 재량권 통제는 서로 다른 문제이고, 징계사유의 존부와 양정의 과중함은 소청심사와 행정소송에서 각각 별도로 다툴 수 있는 지점입니다. 형사 결과와 무관하게 사실관계가 다시 심리된다는 점, 소청심사 결정의 기속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에 따라 학교법인의 재징계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까지 고려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결국 파면 통보를 받은 시점부터 30일이라는 짧은 청구기한 안에 어떤 논리 구조로 다툴지를 정하는 것이 절차 전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사실관계를 다툴 자료와 양정의 과중함을 뒷받침할 자료를 함께 준비해 두는 쪽이 결과적으로 선택지를 넓힙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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