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이나 시공을 마쳤는데 원사업자가 검사 결과를 알려주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려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급사업자 입장에서는 대금을 언제 받을 수 있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불안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이 침묵에 명확한 답을 정해 두고 있습니다. 원사업자가 일정 기한 안에 서면으로 검사 결과를 알리지 않으면, 그 목적물은 법적으로 이미 검사에 합격한 것으로 처리됩니다. 이 글에서는 그 기한이 왜 10일로 정해져 있는지, 기한을 넘겼을 때 실제로 어떤 효과가 생기는지, 그리고 이 규정을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각각 어떻게 활용하거나 대비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하도급 검사, 왜 10일 서면통지 의무가 따로 있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9조는 검사의 기준·방법·시기를 함께 규율합니다. 먼저 제1항은 수급사업자가 납품한 목적물등에 대한 검사의 기준과 방법을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협의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타당하게 정하도록 합니다. 검사가 원사업자 마음대로 정한 자의적인 잣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이어 제2항이 이 글의 핵심인데, 원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는 목적물등을 수령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검사 결과를 수급사업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이 기간 내에 통지하지 않으면 검사에 합격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합니다.
이 규정이 따로 만들어진 이유는 하도급 관계의 구조적 불균형 때문입니다. 원사업자가 검사 결과 통지를 미루면서 대금 지급 시점을 늦추거나, 나중에 뒤늦게 불합격을 통보해 반품이나 재작업을 강요하는 사례가 실무에서 반복되어 왔습니다. 수급사업자로서는 검사 결과를 알기 전까지는 대금 청구도, 재작업 여부 판단도 할 수 없어 사실상 원사업자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입니다. 법이 10일이라는 짧은 기한과 함께 '통지가 없으면 합격'이라는 강한 효과를 붙인 것은, 이 기다림의 시간을 법적으로 끊어내기 위한 장치입니다.
기산점도 업종별로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제조위탁의 경우 목적물을 수령한 날뿐 아니라 기성부분을 통지받은 날도 기산점에 포함되고, 건설위탁의 경우에는 수급사업자로부터 공사의 준공 또는 기성부분을 통지받은 날이 기준이 됩니다. 다만 용역위탁 가운데 역무의 공급을 위탁하는 경우, 즉 사람의 노무 제공 자체가 목적인 위탁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청소·경비·인력파견처럼 결과물이 아니라 노무 제공 자체를 위탁받는 유형은 애초에 '검사'라는 개념과 잘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도급법 제9조제2항은 원사업자가 목적물등을 수령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서면으로 검사 결과를 통지하지 않으면, 그 목적물은 검사에 합격한 것으로 본다고 정한다.
적법한 서면통지의 요건 — 무엇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법문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연락'이 아니라 '서면 통지'입니다. 전화나 구두로 "합격입니다" 혹은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이 조항이 요구하는 통지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문서, 공문, 이메일, 팩스처럼 내용이 기록으로 남는 방식이어야 하고, 그 안에는 어떤 목적물을 언제 검사했는지, 판정 결과가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불합격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에 어긋났는지가 담겨 있어야 실질적인 통지로 볼 수 있습니다. 판정 근거 없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식의 모호한 문구만 보낸 경우는 법이 요구하는 통지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또 하나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 도달주의입니다. 통지는 원사업자가 발송한 시점이 아니라 수급사업자에게 도달한 시점을 기준으로 효력이 판단됩니다. 수령일로부터 9일째 되는 날 우편으로 발송했더라도 실제 도달이 10일을 넘겼다면, 그 시점에는 이미 검사 결과 통지 기한이 지나버린 상태입니다. 원사업자 입장에서는 발송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실제로 도달했는지, 도달 시점이 10일 이내인지를 함께 확인해 두어야 나중에 다툼의 여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목적물의 특정 — 어떤 납품·시공 건에 대한 검사인지 구체적으로 기재.
검사일자와 검사 기준 — 언제, 어떤 기준으로 검사했는지 명시.
판정 결과 — 합격·불합격 여부를 명확한 문구로 표시.
불합격 시 구체적 사유 — 어떤 항목이 어떤 기준에 미달했는지 근거 제시.
기한을 넘기면 벌어지는 일 — 검사 합격 간주의 실제 효과
10일이 지나도록 서면통지가 없으면 법률상 곧바로 '검사에 합격한 것으로 본다'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는 단순한 추정이 아니라 법정 의제에 가까운 강한 효과로 이해되는데, 원사업자가 뒤늦게 "사실은 목적물에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 주장만으로 합격 간주의 효력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원사업자는 그 목적물을 이유로 반품하거나 대금을 깎거나 재작업을 요구할 근거를 잃게 됩니다. 검사라는 절차 자체를 원사업자가 스스로 방치한 데 따른 결과이므로, 그 불이익도 원사업자가 지는 것이 이 조항의 구조입니다.
이 효과는 대금 지급 문제와도 바로 연결됩니다. 같은 법 제13조는 원사업자가 목적물등의 수령일부터 60일 이내의 가능한 짧은 기한으로 정한 지급기일까지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검사 합격이 이미 확정된 이상 원사업자가 대금 지급을 미룰 명분은 더 줄어듭니다. 만약 원사업자가 수령일부터 60일이 지나도록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그 초과기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하는 이율(연 100분의 40 이내에서 은행 연체금리 등을 고려해 정한 이율)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검사 합격 간주는 이 지연이자 청구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를 미리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10일 이내 서면통지가 없으면 목적물은 법률상 합격 처리되고, 원사업자는 그 이후 하자나 불합격을 이유로 반품·감액을 주장하기 어려워진다.
'정당한 사유'는 어디까지 인정되나
제9조제2항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는"이라는 단서를 두고 있어, 10일이라는 기한에 예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예외는 좁게 해석되는 편입니다. 목적물의 특성상 전문적인 정밀시험이나 장기간의 성능시험을 거쳐야만 검사가 완료될 수 있는 경우, 혹은 수급사업자 쪽에서 검사에 필요한 자료나 시료 제공을 늦게 하여 검사 자체가 지연된 경우처럼, 원사업자의 통제 밖에 있는 사정이 있어야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원사업자 내부의 사정, 예를 들어 담당 부서의 인력 부족, 결재 절차 지연, 발주자와의 정산 협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정 등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정들은 결국 원사업자 내부의 업무 처리 문제일 뿐, 목적물 자체의 검사와는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당한 사유를 주장하려는 원사업자라면 그 사유가 검사 완료 자체를 객관적으로 지연시킨 요인이었는지를 먼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급사업자가 합격 간주를 대금청구에서 활용하는 법
검사 합격 간주는 조문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대금 분쟁에서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활용하려면 먼저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목적물을 언제 인도했는지, 원사업자가 언제 이를 수령했는지를 인수증이나 납품확인서, 현장 사진, 세금계산서 발행일 등으로 특정하고, 그 시점으로부터 10일이 지나는 날짜를 캘린더로 계산해 둡니다. 이후 원사업자로부터 서면통지가 왔는지, 왔다면 그 도달 시점이 언제인지를 확인해 통지 부재 또는 지연 사실을 증거로 남겨 둡니다.
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지급명령이나 소송으로 넘어가는 경우, 원사업자가 "목적물에 하자가 있어 대금을 줄 수 없다"거나 "검사에서 불합격했다"는 항변을 내놓는 일이 흔합니다. 이때 검사 합격 간주 법리는 이런 항변을 봉쇄하는 근거가 됩니다. 원사업자가 10일 이내에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입증되면, 하자나 불합격 주장 자체가 법률상 성립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수령일부터 60일이 지난 부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하는 이율에 따른 지연이자까지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목적물 인도·수령일을 증명하는 자료(인수증, 납품확인서, 세금계산서).
수령일부터 10일이 되는 날짜를 계산한 자료.
서면통지 수신 여부와 도달 시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우편물 조회, 이메일 수신 기록).
대금 청구 내역과 지연이자 산정 근거.
원사업자가 지는 리스크 — 벌칙·과징금·시정조치
검사 결과 통지를 게을리하는 것은 단순히 대금 분쟁에서 불리해지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하도급법 제30조제1항제1호는 제9조를 위반한 원사업자에 대해 하도급대금의 2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어, 서면통지 의무 위반 자체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제25조의3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제9조를 위반한 원사업자에 대해 하도급대금의 2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제25조에 따른 시정조치로 대금 지급명령이나 위반행위 중지 명령, 시정조치 사실의 공표명령까지 내려질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도 이런 위반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반복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하도급법 위반 벌점이 누적되고, 그 벌점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관계 법령에 따라 공공입찰 참가자격 제한이나 관계 기관 통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건설·제조 하도급을 지속적으로 발주하는 원사업자라면 개별 건의 통지 지연이 단발성 실수로 끝나지 않고 회사 전체의 입찰 자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검사 담당 부서의 업무 프로세스에 10일 기한을 명시적으로 반영해 두는 것이 형사처벌·과징금·벌점 리스크를 모두 줄이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실무 유의점 — 통지서 보관과 반품과의 경계
검사 결과 통지 의무는 부당반품 금지 규정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같은 법 제10조는 수급사업자에게 책임을 돌릴 사유가 없는데도 목적물등을 반품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검사의 기준 및 방법을 불명확하게 정해 목적물등을 부당하게 불합격으로 판정하고 이를 반품하는 행위도 부당반품으로 규정합니다. 검사 기준을 애초에 명확히 정해두지 않은 채 뒤늦게 자의적으로 불합격 처리하고 반품까지 하는 것은, 통지 기한 위반과는 별개로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위반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고려하면 원사업자는 계약 체결 단계에서부터 검사 기준과 방법을 서면으로 명확히 정해 두고, 검사 담당자가 10일 기한을 놓치지 않도록 내부 일정 관리를 갖추는 것이 우선입니다. 수급사업자는 납품이나 시공 완료 시점에 인수증이나 준공확인서를 반드시 받아 수령일을 명확히 특정해 두고, 이후 통지가 오는지 여부를 캘린더로 관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분쟁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는 검사기준 합의서, 목적물 인도 증빙, 통지서 수발신 기록이 그대로 승패를 가르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검사 결과를 전화로 통보받았는데 이것도 서면통지로 인정되나요?
A. 구두 통보만으로는 하도급법 제9조가 요구하는 서면통지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문서·공문·이메일처럼 내용이 기록으로 남는 형태여야 하고, 판정 결과와 근거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야 합니다.
Q. 목적물을 아직 정식으로 수령하지 않았는데도 10일 기산이 시작되나요?
A. 기산점은 원칙적으로 목적물등의 수령일입니다. 다만 제조위탁은 기성부분을 통지받은 날도 포함되고, 건설위탁은 준공 또는 기성부분을 통지받은 날이 기준이 되므로 업종에 따라 확인이 필요합니다.
Q. 9일째 되는 날 통지서를 발송했는데 상대방이 11일째 받았다면 기한을 지킨 것으로 보나요?
A. 통지의 효력은 발송이 아니라 도달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제 도달이 10일을 넘겼다면 그 시점에는 이미 기한이 지난 것으로 보아 합격 간주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Q. 합격 간주됐는데도 원사업자가 대금을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통해 대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수령일부터 60일이 지난 부분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하는 이율에 따른 지연이자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원사업자가 뒤늦게 하자를 주장해도 합격 간주 법리로 반박할 수 있습니다.
Q. 역무를 위탁받은 용역계약에도 이 10일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나요?
A. 아닙니다. 용역위탁 가운데 역무의 공급을 위탁하는 경우에는 하도급법 제9조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결과물 검사가 아니라 노무 제공을 위탁받는 유형이기 때문입니다.
Q. 원사업자가 검사 기준 자체를 정하지 않은 채 나중에 불합격 처리했다면요?
A. 검사 기준과 방법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협의해 정하도록 되어 있고, 이를 불명확하게 정한 채 부당하게 불합격 판정을 하고 반품까지 하면 별도로 부당반품 금지 규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하도급법 제9조가 정한 10일 서면통지 기한은 짧아 보이지만, 그 기한을 넘기는 순간 검사 합격이라는 확정된 법률효과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규정이 아닙니다. 수급사업자에게는 대금 청구의 확실한 근거가 되고, 원사업자에게는 지키지 못하면 형사처벌과 과징금까지 이어질 수 있는 리스크가 됩니다. 어느 쪽이든 목적물의 인도·수령 시점과 통지 여부를 정확히 기록해 두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고, 분쟁이 생겼을 때도 유리한 위치에 서는 출발점입니다.
시화·정왕 등 산업단지 인근의 제조·건설 하도급 거래에서는 물량이 많고 검사·통지 절차가 촘촘하게 관리되지 않아 이런 기한 도과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통지 기한 하나가 대금 전체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만큼, 상황이 애매하다면 관련 서류를 먼저 정리해 두고 검토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