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한 30대 남성이 사무실을 찾아와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는데 이제 감옥에 가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회식 자리에서 우발적으로 동료 직원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는 강제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는 중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연락을 받지 않았고 합의 의사도 전혀 없다고 전해왔기에, 그는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며 성범죄는 합의하지 못하면 무조건 실형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합의는 양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유일한 기준은 아닙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기소유예, 선고유예,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실제로 법원은 합의 여부 외에도 다양한 사정을 종합하여 형을 정합니다.
성범죄 양형기준에서 법원이 살펴보는 양형기준이란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객관적인 기준입니다. 법정형 범위 안에서 선고형을 정하는 과정에 참고하는 지침으로, 크게 세 가지 요소로 짜여 있습니다.
첫째는 해당 범죄 유형에서 특히 중요하게 따지는 특별양형인자로, 감경요소와 가중요소로 나뉩니다.
둘째는 모든 범죄에 공통 적용되는 일반양형인자이며,
셋째는 형의 집행을 유유할지 판단하는 집행유예 참작사유입니다.
양형기준상 피해자와의 합의나 처벌불원은 특별양형인자 중 가장 강력한 감경요소여서, 합의가 성립하면 권고형량 범위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합의가 없다고 해서 반드시 실형이 선고되는 것은 아니며, 다른 감경요소들을 충분히 입증하면 집행유예나 선고유예, 기소유예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합의 없이 유리한 양형을 이끌어내는 데 참작되는 대표적인 요소로는 일곱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진지한 반성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뉘우치는지 여부를 양형의 출발점으로 삼으므로, 수사 초기부터 일관되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법원에 낼 반성문은 자필로 작성하는 편이 진정성을 전달하기에 적합하며, 변명이나 합리화 없이 범행 내용과 피해자에 대한 사죄의 뜻을 담아 재판 중에도 수시로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반성의 뜻을 밝히면서도 하지만 피해자가 먼저 유도했다는 식으로 핑계를 덧붙이면 진정성을 의심받아 역효과를 냅니다.
두 번째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입니다. 형사처벌 전력이 전혀 없다면 재범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받으므로 범죄경력조회서 등으로 초범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성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다른 종류의 전과가 있더라도 동종 전과가 없음을 부각하면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세 번째는 우발적 범행이라는 정황입니다. 계획적 범행보다 우발적 범행이 감경 사유로 참작되므로, 술자리에서 순간적으로 일어난 행동이라면 오랜만의 회식으로 과음한 상태에서 우발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당시 정황을 차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평소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는 사실을 직장 동료들의 탄원서 등으로 증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단순히 술 때문에 그랬다고 탓하는 태도는 변명으로 비쳐 반감을 사고 법원 역시 단순 음주를 감형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추세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강제추행 사건에서 추행의 정도가 약한 경우입니다. 법원은 접촉 부위와 시간, 방법 등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어깨나 팔, 등처럼 일상적인 부위에 짧은 순간 닿는 데 그쳤다는 사실과 피해자가 느낀 성적 수치심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피력할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여러 명이 범행한 사건에서 주도적이 아니라 소극적으로 가담한 경우입니다. 사건 전체 구조에서 자신의 역할이 어떠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주도자와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 진술해야 합니다.
여섯 번째는 상당한 피해 회복 노력입니다.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더라도 형사공탁 제도를 활용해 피해 회복을 위해 애쓴 정황을 남길 수 있습니다. 피해자에게 전달하려던 합의금을 법원에 형사공탁하면 피해 회복에 힘썼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됩니다. 공탁 금액은 사안의 경중에 맞추어 지나치게 적지 않도록 책정하고, 변호사를 거쳐 정중한 사과 편지를 함께 전달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일곱 번째는 재범 방지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입니다. 성범죄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한 수료증을 제출하거나, 정신과 상담 및 심리 치료 기록을 증거로 내고, 가족이나 지인이 재범을 막기 위해 함께 돕겠다는 탄원서를 첨부하는 조치가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요소를 바탕으로 실무에서 유리한 양형 자료를 갖추려면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먼저 건전한 사회적 유대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가족관계증명서, 안정된 직업을 증명하는 재직증명서, 가족이 올바르게 선도하겠다는 탄원서, 평소 성실함을 증언하는 직장 동료와 지인의 탄원서를 폭넓게 구비합니다. 다음으로 과음이나 과중한 스트레스, 순간적인 오판 등 범행에 이르게 된 배경과 전후 사정을 소상히 밝히고, 사과 시도나 자수, 증거 인멸 정황이 없음을 소명합니다. 또한 합의 시도 내역과 형사공탁 내역, 사과 편지 사본 등을 갖추어 피해 회복을 외면하지 않았음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나아가 유사한 조건에서 감형된 하급심 판결례를 변호인을 통해 찾아 법원을 설득하고, 수사 단계부터 재판 끝까지 모순 없이 일관된 반성 태도를 지켜나가야 합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공탁과 반성이 합의를 대신해 선처를 끌어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아래 각 사례는 실제 경험한 사안을 익명화 및 각색한 것임을 밝힙니다).
30대 남성 A씨는 지하철에서 피해자의 신체를 한 차례 만진 혐의로 기소되었고 피해자는 합의를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이에 A씨는 초기부터 잘못을 인정하며 깊이 반성했고, 피해자를 위해 법원에 500만 원을 형사공탁했습니다. 동시에 성범죄 예방 교육을 이수하고 가족과 직장 동료 10명의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법원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초범인 점, 우발적 범행이었던 점, 추행 정도가 비교적 약했던 점, 공탁으로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과 재범 방지 의지를 두루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20대 남성 B씨는 회식 자리에서 동료 직원을 추행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피해자가 이직 후 연락을 끊어 합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B씨는 수사 초기부터 잘못을 시인하며 정신과 상담과 치료를 병행했습니다. 성폭력 예방 교육 이수증과 부모님의 탄원서, 회사 적응 훈련 확인서를 성실히 낸 결과, 법원은 유죄는 인정하되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어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선고 자체가 실효되는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습니다.
다만 감형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피해야 할 행동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합의를 강요하는 행위입니다.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주변인을 통해 압박하면 2차 가해로 판단되어 양형에 치명적인 불이익을 받으므로, 연락과 조율은 변호사를 통해서만 신중히 진행해야 합니다. 둘째는 혐의를 다투면서 반성문을 내는 행동입니다. 범행을 부인하면서 동시에 반성한다는 태도는 법원에 모순된 진술로 비치므로, 다툴 사안인지 잘못을 인정하고 선처를 구할 사안인지 처음부터 명확히 노선을 정해야 합니다. 셋째는 거짓 탄원서를 꾸며내는 일입니다. 사실과 다른 탄원서는 문서 위조나 공무집행 방해의 소지가 생기므로 반드시 진실된 내용만 담아야 합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정은 분명 부담스러운 조건이지만, 그것이 곧장 실형으로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단편적인 합의 여부뿐 아니라 피고인의 반성과 태도, 구체적인 범행 정황, 피해 회복을 향한 노력, 재범 방지 의지 등을 폭넓게 살펴 판단합니다. 억울한 사정을 소명하든 잘못을 인정하든, 양형 단계에서 반성과 형사공탁, 재범 방지 교육, 사회적 유대관계 소명 등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치를 차분히 밟아나간다면 법정에서 진정성과 노력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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