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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성범죄 고소, 알리바이 입증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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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성범죄 고소, 알리바이 입증 전략 

안영진 변호사

2023년 11월 2일 저녁 9시 20분, 30대 직장인 K씨는 집에서 혼자 저녁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K씨는 경찰서에서 날아온 출석요구서를 받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낯선 여성이 K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것입니다. 고소장에는 2023년 11월 2일 21:20경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앞에서 피고소인이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고 도망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K씨는 그날 홍대에 간 적이 없었습니다. 회사에서 야근을 마치고 8시 40분경 집에 도착했고, 9시부터 혼자 저녁을 먹으며 TV를 보았을 뿐입니다.

K씨의 변호인은 휴대전화 위치 기록, 신용카드 결제 내역, 집 앞 CCTV, 통신사 기지국 기록 등 당시 어디에 있었는지 보여줄 객관적 증거가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K씨는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객관적 증거들을 바탕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 사례는 제 저서 『형사 변호사가 소개하는 성범죄 방어 지침서』에서 다룬 실제 사례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성범죄 혐의를 받았을 때 부재를 증명하는 알리바이 입증 전략은 강력한 방어 수단이 됩니다. 알리바이는 범죄 발생 시간에 피고인이 범행 현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 있었다는 주장을 뜻합니다.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따르면, “형사소송에 있어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증거가 없거나 불충분하여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검사가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하지 못하면 법원은 무죄를 선고해야 하므로, 알리바이는 이 증명을 탄핵하는 매우 강력한 방어 수단입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알리바이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첫째로 성범죄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직접 증거인 경우가 많아, 피고인이 현장에 없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확인되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립니다.

둘째로 고소장에 범행 일시가 2023년 3월 중순이나 저녁 무렵처럼 막연하게 적히는 일이 빈번한데, 피고인이 특정 시간대의 알리바이를 입증하면 고소 내용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셋째로 현대인은 스마트폰 위치 기록, 카드 결제 내역, 교통카드 사용 기록, CCTV 등 일상적인 디지털 행적을 남기므로, 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면 당시 행적을 객관적으로 재구성하기 유리합니다.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대표적인 객관적 증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결제 내역입니다. 결제 내역은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 머물렀음을 증명하는 자료로, 카드사 앱이나 홈페이지 다운로드 혹은 증명서 발급으로 확보해 주유나 식사 등 일상 활동과 가맹점 위치를 입증합니다.

- 교통카드와 하이패스 사용 기록입니다. 교통카드사 및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에서 이용 내역을 확인해 특정 시간의 승하차 역이나 고속도로 주행 경로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 CCTV 영상입니다. 집 주변, 식당, 편의점, 지하철역, 도로의 CCTV는 이동 방향, 복장, 행동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다만 통상 30일 이내에 영상이 덮어쓰기 되므로 사건 초기에 변호인을 통해 보존을 요청해야 합니다(기소 전 증거보전신청 등).

- 목격자 진술입니다. 가족, 친구, 동료 등 피고인과 함께 있었던 이들의 증언과 통화 내역, 문자메시지를 보존하여 당시 누구와 함께 어떤 상태로 있었는지를 밝힐 수 있습니다.

실제 판결에서도 이러한 알리바이 증거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법원 2011. X. X. 선고 2010고정XX 판결의 경우, 피고인은 성매매 여성의 수첩에 자신의 아이디와 차량번호가 적혀 있다는 이유로 기소되었고 피해 여성 역시 경찰 조사에서 피고인이 맞는 것 같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의 하이패스 카드 거래내역을 확인한 결과, 사건 당일 구미 나들목으로 진입해 서대구 나들목으로 진출했다가 다시 서대구 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해 22:21경 구미 나들목으로 진출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문제의 아이디 접속 시각이 22:07경이었으므로 피고인은 고속도로에서 운전 중이었습니다.

법원은 “위 하이패스 카드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위 접속시각에 피고인은 고속도로에서 운전하고 있었던 셈이다.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같은 아이디를 도용하여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라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법원 2019. X. X. 선고 2018고단XX 판결에서도 알리바이 증거가 혐의를 벗겨냈습니다.

피고인은 식당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를 강제추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고, 피해자는 2017년 3월 10일 밤 10시경 식당에서 피고인이 어깨를 만지고 껴안으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목격자로 지목한 직원이 법정에 출석해 추행 장면을 목격한 바 없다고 증언했으며, 다른 동료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추행이 일어나기 어려웠다는 정황이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는 농장에서 같이 일한 남자 직원이 추행 사실을 목격했다고 진술하나, 피해자가 지목한 목격자로 보이는 E은 이 법원에 증인으로 나와 추행 사실을 목격한 바 없다고 증언하였다. 정황상 다른 동료가 빤히 보고 있는 자리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했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알리바이를 주장할 때에는 몇 가지 주의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증거를 조작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존재하는 증거를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것만으로 방어는 충분합니다.

아울러 가족이나 지인에게 거짓 진술을 부탁해서도 안 됩니다. 허위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피고인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무너집니다.

기억에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막연하게 주장하는 태도 역시 경계해야 합니다. 시간에 관한 기억이 객관적 증거와 어긋나면 오히려 신빙성에 타격을 입으므로, 알리바이는 반드시 객관적 증거로 뒷받침할 수 있을 때 주장해야 합니다.

실질적인 증거 확보를 위해서는 수사 초기 대응이 관건입니다. CCTV에 대한 증거보전신청(또는 정보공개청구 등), 스마트폰의 구글 타임라인/위치 기록 등 확보, 사진 파일의 촬영 시간과 좌표가 담긴 메타데이터(예를 들어 범죄사실에 기재된 장소가 서울 종로구인데, 해당 일시에 강원도 원주에 소재하고 있었다는 점이 사진으로 밝혀지면 좋겠지요), 카카오톡 위치 공유 기록 등 개인 기기에 남아 있는 디지털 흔적을 꼼꼼히 점검해야 합니다.

동시에 카드사 앱을 통한 결제 내역 조회, 티머니나 캐시비 등 교통카드 이용 내역 확인, 통신사 위치 정보 사실조회, 도로공사를 통한 하이패스 기록 확인을 병행하고, 자주 방문한 장소의 CCTV 위치를 파악해 보존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증거보전신청, 정보공개청구 등).

성범죄 혐의를 받았을 때 하지 않은 행위를 해명해야 하는 상황은 무겁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형사소송의 원칙상 입증 책임은 피고인이 아닌 검사에게 있습니다(*그런데 요새는 이 원칙이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특히 성범죄에서요).

억울한 혐의를 받는다면 사건 당일의 시간대별 행적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위치 기록과 카드 결제 및 CCTV 등 객관적 증거를 신속히 수집하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글을 읽으신 분들의 평안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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