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오후 2시, 40대 자영업자 P씨는 매장에서 일하던 중 서울 ○○경찰서로부터 성폭력범죄 혐의로 고소가 접수되어 출석 일정을 잡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P씨는 몇 달 전 헤어진 연인이 자신을 강간으로 고소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며, 이날을 기점으로 수사기관의 조사와 검찰 기소, 법원 재판에 이르는 1년여 동안 성범죄 피의자 신분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재판 결과 끝내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그에 이르기까지 겪은 고통은 극심했습니다.
제가 쓴 책 『형사 변호사가 소개하는 성범죄 방어 지침서』를 바탕으로 성범죄 피의자가 숙지해야 할 수사 및 재판 절차 전반을 실무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성범죄 혐의로 피소되었을 때 대다수는 경찰의 최초 연락(대부분 전화가 옵니다)으로 사건 발생을 인지하게 되며, 이때가 향후 대응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대한 시점입니다.
수사관과의 첫 통화에서는 혐의사실을 섣불리 시인하거나 부인해서는 안 되며, 변호사 조력 없이 덜컥 출석 일정을 확정 짓는 행동은 금물입니다. 대신 변호인을 선임하겠다거나 일정을 확인한 뒤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하며 답변을 유보해 방어 준비를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통화를 마친 직후에는 사건 당일의 전후 상황을 시간대별로 꼼꼼히 복기해 두고 즉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을 진행해야 합니다.
경찰 조사를 앞두고는 경찰 수사서류 열람·복사에 관한 규칙 제3조 제2항에 근거해 피의자 권리로서 정보공개포털(https://www.open.go.kr)을 통해 고소장 중 혐의사실 부분에 대한 열람 및 복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고소장을 확보하면 피소된 정확한 죄명과 고소인이 주장하는 구체적 행위, 범행 일시 및 장소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 실효성 있는 방어 전략을 설계하는 토대가 됩니다.
나아가 확인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일시, 장소, 실제 행위를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하고{*고소장 = 고소인 입장에서 사실관계를 재구성한 내용이 담긴 서류 vs. (변호인)의견서 = 피의자 입장에서 사실관계를 재구성한 내용이 담긴 서류} 카카오톡 대화, 문자, 카드 결제 내역, 폐쇄회로(CCTV) 영상 등 객관적인 물증과 현장 목격자를 정리해 향후 진술과 주장을 뒷받침할 기초 사실관계를 탄탄히 다져두어야 합니다.
피의자 신문은 방어의 성패를 가르는 첫 관문인 만큼 철저한 사전 준비가 요구됩니다. 수집된 객관적 증거를 종합 검토해 혐의를 전면 부인할지, 사실관계 일부만 인정할지, 혹은 전부 자백할지 여부를 변호인과 상의하여 명확한 기본 입장부터 정립해야 합니다.
동시에 메신저 대화나 숙박업소 출입구 CCTV, 주변 목격자 진술 등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선별해 수사관에게 제출할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실제 조사실 안에서는 묻는 말에만 간결하게 진술하고 장황한 부연설명으로 실언을 자초하지 말아야 하며(*꼬리가 길면 잡히게 되어 있습니다), 기억이 불분명한 부분은 왜곡해 둘러대기보다 모른다(*혹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사실대로 밝히는 태도가 안전합니다.
수사 전문 인력인 수사관 앞에서 행하는 거짓말은 결국 탄로 나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무너뜨리므로 절대 삼가야 합니다. 조사가 종료된 후에는 피의자의 조서 열람권을 바탕으로 본인 진술과 다르게 적힌 대목이 없는지 면밀히 확인하고 추가를 요구해야 하며, 추가 증거 제출이나 후속 조사 여부도 점검해야 합니다.
변호인이 동석하면 질문 의도를 파악하고 불리한 진술을 방지하는 한편 조사 직후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유리한 법리 주장을 펼칠 수 있어 실질적인 방어권 행사에 큰 보탬이 됩니다.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사건을 종결하는 불송치 결정을 내리거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사건을 검찰로 넘기는 송치 결정을 내립니다.
불송치 결정이 내려지면 수사는 일단락되지만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제기할 경우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 보완수사가 이어질 수 있으므로 변호인을 통해 이후 절차에 대비해야 합니다. 송치 결정이 내려진 사건은 검찰 단계로 이행해 기소 여부를 다투게 됩니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수사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며 사안에 따라 보완수사나 추가 피의자 조사를 진행합니다. 검찰 조사에서도 경찰 단계와 마찬가지로 변호인을 대동한 채 유도신문에 휘말리지 않고 사실관계만 명확히 답변해야 합니다(*다만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 등 이슈로 검찰에서 조사는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검사는 최종적으로 공소제기와 불기소 처분 중 하나를 결정합니다.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거나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의 혐의없음, 위법성이나 책임이 조각되는 죄가안됨, 그리고 혐의는 인정되나 제반 정황을 참작해 선처하는 기소유예 처분이 불기소에 해당합니다.
반면 재판에 넘기는 기소 결정은 정식 형사재판에 회부하는 구공판과 벌금형을 청구하는 구약식으로 구분됩니다. 기소유예는 검사의 기소재량에 따르는 처분이므로 초범 여부, 피해자와의 합의, 반성의 진정성, 추행의 경중, 재범 방지 의지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됩니다. 만약 피해자와의 합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자필 반성문, 성범죄 예방 교육 이수증, 정신과 진료내역, 심리상담소견서 등을 성실히 제출함으로써 기소유예 처분을 적극 호소해 볼 수 있습니다.
구약식 벌금형 청구 사안에 대해 법원이 약식명령을 발부하면 정식 공판 없이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으나, 이에 불복하고자 할 때는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반드시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합니다.
공소장이 송달되어 정식 공판이 개시되면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부터 변호인과 협의해 확정해야 하며,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에 근거해 검찰 측 증거기록 일체에 대한 열람 및 등사를 신청하여 공격 논리와 증거를 꼼꼼히 분석해야 합니다.
법정에서는 공소사실 인정 시 진지한 반성의 자세를 보이고, 무죄를 주장하는 사안이라면 증거에 입각한 체계적인 무죄 변론을 전개해야 합니다.
특히 피해자가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반대신문으로 진술의 모순점과 허구성을 짚어 신빙성을 탄핵해야 하며(*보통은 피해자 진술조서를 증거 부동의하여, 검사로 하여금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게 한 뒤에, 그 신청된 증인에 대해서 반대신문합니다),
* 사람이라면 기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흐려지는데, 첫 고소장 -> 고소인 보충조사(참고인 진술조서) -> 법정 증인신문 과정에서 기억이 더 구체화되는 경우를 지적해야 합니다.
** 위 각 과정에서의 진술의 '차이'가 있다면, 이를 강조해서 법정에 현출시키는 것도 좋은 신문 전략이 되겠습니다.
판결 선고 직전 주어지는 최후진술 기회를 통해 억울한 사정이나 참회의 심경을 법정에 진솔하게 피력해야 합니다.
재판 결과는 유죄 판결인 징역 실형, 집행유예, 선고유예, 벌금형으로 귀결되거나 검사의 입증이 부족할 경우 무죄 판결로 귀결됩니다.
성범죄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형벌 자체에 그치지 않고 가혹한 보안처분이 뒤따릅니다. 관할 경찰서에 개인정보를 제출하고 주기적으로 출석해 사진을 촬영해야 하는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되며,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 등 특정 사안에서는 신상정보 공개 고지 명령까지 부과됩니다.
실형 집행 종료 후 10년 내 재범 등 법정 요건을 갖춘 경우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이 내려질 수 있고, 유죄 판결 확정 시 일정 기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대한 취업이 전면 제한됩니다.
이처럼 성범죄 고소는 유죄 확정 시 무거운 형벌과 신상정보 등록, 취업 제한 등 회복하기 어려운 사회적 낙인을 동반하므로 초기 대응이 결과의 전부를 좌우합니다.
최초 수사관의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당황하여 섣부른 진술을 남기지 말고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요청해야 하며, 사건 직후 객관적 증거와 타임라인을 신속히 복원해야 합니다.
혐의에 대한 일관된 진술 태도를 견지하는 동시에 합의 및 양형 사유를 치열하게 준비해야 하고, 무죄를 다투더라도 형사재판의 유죄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음을 상기하며 냉정하게 절차에 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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