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은 신고일, 예외는 사실혼
"2016년 봄부터 같이 살았는데, 신고는 2018년 가을에 했습니다." 상담실에서 이런 말씀을 꺼내시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답부터 드리면, 재산분할의 원칙적 기산점은 혼인신고일이지만, 그 앞의 동거가 '사실혼'으로 인정되면 그 기간의 기여까지 합산해 분할 비율을 정합니다. 근거는 재산분할의 대상을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으로 정한 민법 제839조의2 제1항 이고, 원칙이 신고일로 잡히는 이유는 혼인은 신고로 성립한다고 정한 민법 제812조 제1항 때문입니다.
전세보증금 6천만 원의 출처
제가 맡았던 사건 하나가 떠오릅니다. 의뢰인 A씨는 동거 2년, 혼인 8년 만에 이혼 소송을 하게 되셨습니다. 쟁점은 부부가 살던 아파트였습니다. 동거를 시작하며 얻은 전세보증금 1억 2천만 원 중 6천만 원이 A씨가 모아둔 돈이었고, 그 보증금은 나중에 매매대금 일부로 들어가 남편 단독명의 아파트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상대방은 "혼인신고 전 일이니 재산분할과 무관하다"고 맞섰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사건의 흐름을 바꾼 건 서류 세 장이었습니다. 동거 시작 두 달 뒤 두 사람의 주민등록이 같은 세대로 합쳐진 초본, 그해 가을 예식장에서 찍은 사진과 청첩장, 그리고 A씨가 남편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있던 자격득실확인서였습니다. 결혼식은 올렸지만 아이를 갖고 나서 신고하자며 미뤄둔 흔한 경우였고, 혼인신고만 없을 뿐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있었다면 사실혼으로 본다는 실무 기준 에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반대로 갈린 사건
같은 해 맡았던 다른 사건도 있었습니다. 동거기간은 오히려 더 긴 3년이었지만, 그 기간은 통째로 빠졌습니다. 예식도 없었고 양가 부모는 동거 사실 자체를 몰랐으며, 두 사람은 생활비를 각자 통장에서 반씩 이체하는 방식으로만 관리했습니다. 월세 계약서 역시 한 사람 명의였습니다.
갈림길은 함께 산 기간의 길이가 아니라, 그 시기에 두 사람이 하나의 경제공동체였는지입니다. 법원은 단순히 동거하며 정을 나눈 사실이 아니라 재산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상대의 협력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그래서 같은 3년이라도, 한쪽 소득으로 생활하고 다른 쪽 소득을 모아 목돈을 만든 경우와 각자 지갑을 끝까지 따로 쓴 경우는 판단이 달라집니다.
사실혼을 가르는 표지
상담할 때 제가 순서대로 여쭤보는 항목입니다. 아래 중 셋 이상이 남아 있으면 동거기간 주장을 뒷받침할 틀이 대체로 잡힙니다.
결혼식 또는 상견례 — 청첩장, 예식 사진, 축의금 장부
주민등록 세대 합가 시점 — 초본의 주소 이력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재, 각종 서류상 '배우자' 표기
생활비 공동관리 — 공동계좌, 정기 이체 내역
주거 마련의 자금 출처 — 보증금 송금 내역, 공동 대출
자녀 출생 또는 임신 사실
반대로 각자 소득과 지출을 완전히 분리해 왔다면, 동거기간은 인정받기 어렵고 그 시기에 넣은 돈은 별도의 반환 청구로 다퉈야 합니다.
자료에도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시간은 늘 상대편입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한다는 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이 있고, 사실혼을 해소하는 경우에도 재산분할 규정이 준용된다 는 것이 확립된 실무입니다. 협의이혼 의사확인을 받았다면 그날부터 3개월 안에 신고해야 확인의 효력이 유지되고, 판결에 불복하려면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안에 항소해야 합니다.
더 현실적인 압박은 증거에서 옵니다. 은행 거래내역은 통상 5년 치가 온라인으로 조회되고, 그 이전 자료는 지점을 방문하더라도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동거를 시작한 게 8년 전이라면, 보증금을 보낸 그 이체 한 건이 이미 사라지기 직전입니다.
혼자 준비하실 때 놓치는 지점
직접 답변서를 쓰신 분들의 서면을 보면 "2016년부터 함께 살았습니다"라는 문장 하나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원은 이 한 문장을 알아서 사실혼 주장으로 읽어주지 않습니다. 언제부터, 누구의 돈이, 어디로 흘러 지금의 어느 재산이 되었는지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상대방 명의 계좌나 대출 자료가 필요하다면 가사소송법상 재산명시·재산조회 절차 를 써야 하는데, 신청 시기를 놓치면 변론이 마무리되어 버립니다.
상담은 서류부터 봅니다. 혼인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초본(주소 변동 포함), 당시 임대차계약서, 보증금을 보낸 계좌 내역, 예식 사진이나 청첩장 정도만 챙겨 오시면 첫 상담에서 동거기간을 주장할 만한 사건인지 가늠해 드릴 수 있습니다. 사진 파일과 캡처만 있어도 괜찮습니다. 남아 있는 자료가 적더라도, 그 시기의 생활 방식을 시간 순으로 복원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기억이 선명할 때 정리해 두시는 편이 언제나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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