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은 형이나 누나가 갑자기 사망했는데 재산보다 빚이 더 많다면 남은 형제는 상속포기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부모가 살아 있다면 문제가 간단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중증 치매로 요양원에 있어도 법에서 정한 선순위 상속인은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동생이 부모를 대신해 상속포기신청서를 작성하면 될 것 같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의 상속포기를 대신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가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성년후견 절차를 거쳐 법정대리인을 선임해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미혼 형제가 채무를 남기고 사망했을 때 누가 먼저 상속인이 되는지, 치매 부모를 대신해 상속포기하려면 어떤 법원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동생이 자신의 상속포기까지 준비해야 하는 시점은 언제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미혼 형제가 사망하면 치매 부모가 먼저 상속받을까요?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사람이 사망했다고 해서 형제자매가 바로 상속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에서 정한 상속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녀와 손자녀 등 직계비속
부모와 조부모 등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사망한 형제에게 배우자와 자녀가 없고 부모가 살아 있다면 부모가 2순위 상속인이 됩니다. 동생은 3순위이므로 부모보다 먼저 상속받을 수 없습니다. 부모가 치매라는 이유로 상속 순위가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아버지는 이미 사망하고 어머니만 살아 있다면 어머니가 단독상속인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두 분 모두 살아 있다면 두 분이 공동으로 상속합니다. 이때 한 분만 상속을 포기하고 다른 한 분은 상속을 받아들이면 형제자매에게 상속 순서가 내려오지 않습니다.
상속되는 것은 부동산과 예금만이 아닙니다. 대출금, 카드대금, 세금, 보증채무도 함께 넘어옵니다. 사망한 형제가 사업을 했거나 다른 사람의 채무를 보증했다면 통장 잔액만 보고 상속포기 여부를 정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부동산 등기사항증명서, 금융거래와 대출 내역, 세금 체납,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소송과 보증 관계까지 조사해야 합니다.

동생이 치매 부모 대신 상속포기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을까요?
동생이 부모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상속포기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가 작성한 위임장이 있더라도 작성 당시 부모에게 그 내용을 이해하고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면 위임의 효력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언제나 혼자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초기 치매로 상속재산과 채무, 상속포기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면 부모가 직접 상속포기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병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판단능력을 살펴봅니다.
중증 치매로 부모가 사무를 처리할 능력을 지속적으로 잃은 상태라면 가정법원에 성년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동생은 부모의 자녀로서 후견개시를 청구할 수 있지만, 신청했다고 당연히 성년후견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부모의 건강과 재산 상태, 가족관계와 이해충돌 등을 살펴 후견인을 정합니다.
후견인이 선임되면 후견결정문과 후견등기사항증명서에 표시된 대리권의 범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상속포기는 후견인이 가볍게 결정할 수 있는 일상적인 재산관리가 아닙니다. 후견감독인이 선임돼 있다면 상속의 승인·한정승인·포기에는 후견감독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생이 후견인이 되면 부모의 상속포기로 자신이 다음 상속인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와 후견인인 동생의 이해가 부딪치는 구조라면 후견감독인이 부모를 대리하거나 별도의 특별대리인 선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후견인을 맡았다고 부모의 재산과 상속 문제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년후견인을 정하는 동안 상속포기 3개월이 지나면 어떻게 할까요?
상속포기는 원칙적으로 상속이 시작된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해야 합니다. 정확히는 형제가 사망했다는 사실과 자신이 상속인이 됐다는 사실을 모두 안 날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치매 부모가 상속인이 됐다고 해서 이 3개월을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가 이미 피성년후견인이라면 민법 제1020조에 따라 친권자 또는 후견인이 상속 개시를 안 날부터 기간을 계산합니다. 아직 후견개시결정을 받지 않은 상태라면 기간 계산을 둘러싼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후견절차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은 위험합니다.
가족이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면 다음 절차를 함께 진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망한 형제의 재산과 채무 조사
치매 부모의 진단서와 의무기록 확보
성년후견 또는 필요한 범위의 후견심판 청구
상속 승인·포기 기간의 연장 신청 검토
채무가 분명하면 한정승인과 상속포기 중 어느 절차가 부모에게 유리한지 판단
민법은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따라 가정법원이 3개월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후견인 선임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기간이 지난 뒤 해결책을 찾기보다 미리 기간연장을 신청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행동도 피해야 합니다. 고인의 예금을 인출해 사용하거나 자동차를 매도하고, 받을 돈을 임의로 추심하면 상속을 받아들인 것으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장례비를 결제한다는 이유로 고인의 카드와 통장을 바로 사용하는 것도 신중해야 합니다.

치매 부모가 상속포기하면 동생도 다시 포기해야 할까요?
치매 부모의 상속포기가 법원에서 수리되면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봅니다. 다른 직계존속이 없다면 그다음 순위인 형제자매가 상속인이 됩니다.
이때 부모 이름으로 제출한 상속포기가 동생에게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동생은 자신이 상속인이 됐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별도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해야 합니다. 형제자매가 여러 명이라면 각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혼인 누나가 채무를 남기고 사망했고 아버지는 이미 사망했으며, 어머니와 남동생 두 명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먼저 어머니가 상속인이 됩니다. 어머니가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하면 두 남동생이 다음 상속인이 되며, 남동생들은 각자 상속포기신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형제자매가 모두 포기하면 4촌 이내의 친척에게 상속 순서가 내려갈 수 있습니다. 사촌과 조카까지 채무가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면 가족관계증명서와 제적등본을 통해 다음 순위 상속인의 범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채무의 규모나 종류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면 한정승인도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한정승인은 물려받은 재산의 범위 안에서만 고인의 채무를 갚는 절차인데요, 부동산이나 임차보증금처럼 남겨야 할 재산이 있거나 숨은 채무가 걱정된다면 무조건 포기하기 전에 두 절차를 비교해 보시는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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