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인수하고 매매대금 깎았다면, 면책적 채무인수인지 이행인수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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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 인수하고 매매대금 깎았다면, 면책적 채무인수인지 이행인수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강대현 변호사

부동산을 사고팔면서 매도인의 근저당 채무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매수인이 넘겨받고, 그만큼 매매대금을 깎아주는 방식은 실무에서 아주 흔합니다. 문제는 이 채무인수의 법적 성질입니다. 매도인이 채무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면책적 채무인수인지, 매도인·매수인 두 사람 사이의 내부 약정에 불과한 이행인수인지에 따라, 나중에 채무가 연체됐을 때 실제로 책임지는 사람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계약서에 "매수인이 인수한다"는 한 줄만 적어놓고 넘어갔다가, 매수인이 채무를 갚지 않아 경매가 걸리거나 임차인에게 소송을 당하는 상황에서야 자신이 여전히 채무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매매대금을 채무액만큼 공제하는 계약을 법원이 왜 원칙적으로 이행인수로 보는지, 면책적 채무인수로 인정받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매수인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매도인이 쓸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인지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채무인수형 매매 — 이행인수와 면책적 채무인수, 무엇이 다른가

민법이 규정하는 채무인수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민법 제453조는 채권자와 인수인이 직접 계약을 맺어 채무자를 면책시키는 방식을 정하고, 민법 제454조는 채무자와 인수인 사이의 계약으로 채무인수가 이뤄지되 그 효력은 채권자의 승낙이 있어야 생긴다고 정합니다. 후자의 방식으로 채권자 승낙까지 갖춰진 것이 바로 면책적 채무인수이며, 승낙이 이뤄지면 원래 채무자였던 매도인은 채무관계에서 완전히 빠져나가고 인수인인 매수인만 채권자에 대한 채무자로 남습니다.

반면 부동산 매매 실무에서 훨씬 흔하게 등장하는 것은 이행인수입니다. 이는 매도인과 매수인 두 당사자만의 내부 계약으로, 매수인이 매도인을 대신해 채무를 갚아주기로 약속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채권자는 이 약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으며, 채권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매도인만이 유일한 채무자입니다. 매수인이 그 약속을 어기고 채무를 갚지 않더라도 채권자는 매수인에게 직접 청구할 권리가 없고, 매도인에게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어디까지나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내부 관계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행인수는 매도인·매수인 두 당사자만의 내부 약정이라 채권자는 이에 구속되지 않는다 — 매수인이 채무를 갚지 않아도 채권자는 여전히 매도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매매대금에서 채무액을 공제했다면 — 판례가 원칙으로 삼는 것은 이행인수

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2다84370 판결은 부동산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등을 인수하면서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매도인을 면책시키는 면책적 채무인수가 아니라 이행인수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같은 취지로 대법원 1993. 2. 12. 선고 92다23193 판결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압류채무·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매수인이 인수하며 그 금액을 매매대금에서 빼기로 한 사안에서 동일하게 이행인수로 판단했습니다.

이 원칙이 확립된 이유는 계약당사자의 통상적인 의사를 반영한 것입니다. 매매대금 공제 약정은 대개 매수인이 나중에 그 채무를 자기 부담으로 갚겠다는 의미일 뿐, 채권자와의 법률관계까지 새로 설정하겠다는 의도까지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매도인을 완전히 면책시킬 의도였다면 채권자의 승낙을 받는 절차를 별도로 거쳤어야 하는데, 실제 계약 현장에서는 그런 절차 없이 계약서 한 줄로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계약서에 "인수한다"는 문구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매도인이 채무에서 벗어났다고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매매대금에서 채무액을 공제하기로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면책적 채무인수가 성립하지 않는다 — 원칙은 이행인수다.

병존적 채무인수와는 어떻게 구별하나 — 대가관계와 권리관계 이전 여부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54627 판결은 이행인수인지, 아니면 매수인이 채권자에게 직접 채무를 부담하는 병존적 채무인수(제3자를 위한 계약)인지를 가르는 판별 기준을 제시합니다. 핵심은 계약 당사자에게 채권자가 매수인에 대해 직접 채권을 취득하게 할 의사가 있었는지이고, 이는 계약 체결의 동기·경위·목적, 당사자의 지위, 당사자 사이 및 제3자와의 이해관계,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합니다.

같은 판결은 더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합니다. 인수의 대상이 된 채무의 책임을 구성하는 권리관계까지 함께 양도된 경우이거나, 채무인수인이 그 채무부담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었을 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병존적 채무인수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대금에서 채무액만큼 공제받은 정도가 아니라 담보물에 관한 권리나 계약상 지위까지 통째로 넘겨받고 그 대가를 얻었다면, 채권자에게 직접 책임지겠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그만큼 커지는 셈입니다.

  • 이행인수 — 매수인이 매도인에게만 의무 부담, 채권자는 관여하지 않고 승낙도 필요 없음.

  • 병존적 채무인수 — 매수인이 채권자에게도 직접 채무를 부담, 매도인의 채무와 병존, 채권자 승낙 불요.

  • 면책적 채무인수 — 매도인의 채무가 소멸하고 매수인만 채무자로 남음, 채권자의 승낙이 반드시 필요(민법 제454조).

매수인이 인수채무를 갚지 않으면 — 매도인이 쓸 수 있는 수단

92다23193 판결은 채무인수인(매수인)이 인수채무의 일부인 근저당권 피담보채무의 변제를 게을리해 매매목적물에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고, 매도인이 그 진행을 막기 위해 직접 피담보채무를 변제한 사안도 다룹니다. 이 경우 매도인은 채무인수인에 대해 손해배상채권을 취득할 뿐만 아니라, 이 사유를 들어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결론입니다. 매수인이 인수한 채무는 매매대금 지급채무를 갈음한 것이기 때문에, 그 불이행은 대금을 안 낸 것과 실질적으로 같게 취급된다는 논리입니다.

같은 판결은 이때 매도인의 손해배상·구상채무와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고도 판시했습니다. 매수인이 인수채무를 변제하지 않아 매도인이 대신 갚았거나 손해를 입었다면, 매도인은 그 손해배상 또는 구상금을 지급받기 전까지 소유권이전등기 절차 진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미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준 뒤라면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문제, 즉 등기 말소와 대금 정산을 함께 다퉈야 하므로 절차가 한층 복잡해집니다. 실무적으로는 매수인의 채무불이행 정황(연체 통지, 경매개시결정 등)을 문서로 확보해두는 것이 이후 해제나 구상을 주장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면책적 채무인수로 인정받으려면 — 채권자의 승낙, 묵시적으로도 가능하지만 엄격히 본다

2012다84370 판결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면책적 인수에 대한 임차인의 승낙이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다고 밝히면서도, 임차인이 채무자인 임대인(매도인)을 면책시키는 것은 자신의 채권을 처분하는 행위이므로 회수가능성이 의문시되는 상황에서는 임차인의 어떠한 행위를 묵시적 승낙으로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습니다. 즉 임차인이 새로운 소유자에게 별다른 이의 없이 임대차보증금을 청구했다거나 갱신계약을 맺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매도인을 면책시키는 승낙을 했다고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민법 제455조는 인수인이나 채무자가 상당한 기간을 정해 채권자에게 승낙 여부의 확답을 최고할 수 있고, 채권자가 그 기간 안에 확답을 발송하지 않으면 거절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확실하게 면책적 채무인수로 만들고 싶다면, 채권자(금융기관이면 은행, 임대차라면 임차인)로부터 명시적인 동의서를 받아두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근저당 채무라면 금융기관에 채무인수 심사를 신청해 채무자 변경 절차를 밟아야 하고, 은행이 이를 거절하면 매매계약서에 아무리 면책 문구를 넣어도 채권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습니다.

공인중개사가 판단해주지 않는다 — 계약서에 직접 명시해야 하는 이유

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다239364 판결은 부동산 매수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등을 인수하며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한 경우, 그 채무인수가 면책적 채무인수·이행인수·병존적 채무인수 중 무엇에 해당하는지를 가리는 행위는 단순한 사실행위가 아니라 법률사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이 판단을 근거로, 공인중개사가 중개 과정에서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까지 조사·확인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중개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전달한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부분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중개사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판례가 실무에 던지는 함의는 분명합니다. "채무를 인수하는 것으로 처리했다"는 중개사의 안내만 믿고 넘어가서는 안 되고, 계약당사자 스스로 또는 법률전문가를 통해 계약서 문구를 명확히 해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이행인수로 하고 싶다면 "본 채무인수는 이행인수로 하며, 매도인은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면하지 아니한다"는 식으로, 면책적 채무인수를 원한다면 "채권자의 승낙을 받아 면책적 채무인수로 한다"는 식으로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남겨두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방법입니다.

채무액을 공제한 잔금만 냈다면 — 잔금지급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

92다23193 판결은 다른 특별한 약정이 없는 이상 매수인이 매매대금에서 채무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함으로써 잔금지급의무를 다한 것으로 본다고 판시했습니다. 매수인이 인수하기로 한 채무를 현실적으로 변제할 의무까지 지는 것은 아니고, 매도인에 대해서는 공제 후 나머지 금액만 지급하면 대금지급의무 자체는 완수한 것으로 취급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매수인 입장에서 "채무를 왜 아직 안 갚았느냐"는 이유만으로 매도인이 잔금 미지급을 주장하며 소유권이전등기를 거부할 수는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것이 매수인이 인수채무를 방치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잔금지급의무 자체는 완수됐더라도, 인수채무를 계속 이행하지 않으면 앞서 살펴본 대로 매도인의 계약해제·손해배상 청구 위험이 그대로 남습니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잔금을 다 냈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인수한 채무를 실제로 어떻게 관리하고 상환할지까지 계약 체결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정해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매매계약서에 "매수인이 채무를 인수한다"고만 적으면 면책적 채무인수가 되나요?

A. 아닙니다. 판례상 매매대금에서 채무액을 공제하며 매수인이 인수한다고 약정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인수로 보고 매도인이 여전히 채권자에 대한 채무자로 남습니다. 면책적 채무인수가 되려면 채권자의 승낙이 별도로 필요합니다.

Q. 매수인이 대출금을 계속 안 갚아 경매가 진행되면 매도인은 어떻게 하나요?

A.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매도인이 경매를 막기 위해 직접 변제한 뒤 매수인에게 손해배상이나 구상을 청구할 수 있고, 이를 이유로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소유권이전등기를 이미 넘겨줬다면 원상회복 문제가 함께 검토돼야 합니다.

Q.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매수인이 인수했는데 임차인이 아무 말 없었다면 면책된 건가요?

A. 아닙니다. 임차인의 승낙은 묵시적으로도 가능하지만, 판례는 회수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임차인의 소극적 태도만으로 승낙을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명시적 동의서를 받아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Q. 공인중개사가 채무인수 성격을 안 알려줬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을 가리는 것은 법률사무에 해당해 공인중개사의 통상적인 설명의무 범위를 넘는다고 봅니다. 중개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전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Q. 병존적 채무인수와 이행인수는 실제로 어떻게 구별하나요?

A. 채권자가 매수인에게 직접 채권을 취득하게 할 의사가 있었는지가 핵심 기준입니다. 담보물에 대한 권리관계까지 함께 넘겨받았거나 그 채무부담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았다면 병존적 채무인수로, 단순히 대금에서 채무액만큼 공제받은 경우라면 이행인수로 판단하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Q. 근저당 채무를 확실하게 면책적으로 넘기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

A. 채권자인 금융기관에 채무인수 절차를 신청해 심사를 받고 채무자 변경에 대한 승낙을 받아야 합니다. 은행이 동의하지 않으면 매매계약서에 면책 문구를 넣어도 채권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어 매도인이 채무자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맺음말

채무를 인수하며 매매대금을 깎는 방식의 거래는 실무에서 널리 쓰이지만, 계약서 한 줄만 보고 매도인이 채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판례는 매매대금 공제 약정을 원칙적으로 이행인수로 보고, 매도인을 완전히 면책시키려면 채권자의 승낙이라는 별도 요건을 요구합니다. 매수인이 인수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매도인에게는 손해배상·구상은 물론 계약 해제까지 검토할 수 있는 수단이 남아 있지만, 그 전에 자신이 이행인수·병존적 채무인수·면책적 채무인수 중 어느 지위에 있는지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의 부동산 거래에서도 근저당이나 임대차보증금을 매수인이 떠안는 방식의 계약은 흔히 등장합니다. 계약서에 채무인수 관련 문구를 넣을 때는 그 성격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정해 명확한 표현으로 남겨두고, 필요하다면 계약 체결 전에 조항을 함께 검토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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