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보증 선 회사 채무 급증, 법원이 보증책임 제한하는 요건
근보증 선 회사 채무 급증, 법원이 보증책임 제한하는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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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보증 선 회사 채무 급증, 법원이 보증책임 제한하는 요건 

강대현 변호사

회사가 커나가는 동안 임원이나 대표이사가 개인 명의로 회사 빚에 연대보증을 서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문제는 보증 당시 예상했던 금액을 훨씬 뛰어넘어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뒤에 찾아옵니다. 법원은 이런 경우 무조건 보증인을 구제해주지 않고, 매우 제한된 요건이 갖춰졌을 때만 보증책임을 합리적인 범위로 줄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근보증(계속적 보증)에서 채무가 급증했을 때 법원이 보증책임을 제한하는 요건이 무엇인지, 그리고 회사 임원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 어떤 대응이 가능한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근보증(계속적 보증)이란 — 회사 채무 보증이 위험한 이유

회사가 은행이나 거래처와 계속 거래하면서 발생하는 채무를 대표이사·임원·대주주 등이 개인 자격으로 보증서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보증은 특정 시점의 확정된 채무 하나만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반복해서 발생할 불특정 다수의 채무를 포괄적으로 담보하는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계속적 보증 또는 근보증이라고 부릅니다. 이후 회사가 대출을 늘리거나 물품거래 규모를 확대하면 보증인이 부담하는 채무액도 함께 불어납니다. 문제는 보증 서명 당시엔 회사가 앞으로 얼마나 채무를 늘릴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계약서에 서명할 때는 몇천만원 수준이던 거래가, 몇 년 뒤 수억원대로 불어나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근보증은 민법 제428조의3에 규정돼 있습니다. 이 조문은 2015년 민법 개정으로 신설되어 2016. 2. 4.부터 시행됐고, 보증하는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지 않으면 그 근보증계약 자체가 효력이 없다고 정합니다. 최고액을 명시하지 않은 근보증계약서에 서명했다면, 그 계약은 애초에 무효이므로 보증책임을 다툴 필요조차 없이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최고액이 서면에 명확히 적혀 있다면 그 금액 범위 안에서는 유효한 보증으로 인정되고, 이제 문제는 '그 한도 안에서 실제로 얼마나 책임지는가', '한도가 없거나 그 한도를 넘겼다면 어디까지 책임지는가'로 넘어갑니다.

보증한도액의 유무가 가르는 책임범위

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다40444 판결은 근보증계약에 미리 보증한도액이 정해져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증인은 채권자와 주채무자 사이의 거래액 중 그 한도액 범위 내에서 보증책임을 질 것을 이미 예상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주채무가 아무리 많이 발생했더라도, 그것이 애초에 정해둔 한도액 범위 안에 있는 이상 '예상치 못한 급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한도액을 3억원으로 정해 근보증을 섰다면, 회사 채무가 실제로 3억원까지 불어났다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보증책임을 다툴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위 판결은 여기에 더해, 한도액을 원본채무 기준으로만 볼 것인지 이자·지연손해금 같은 부수채무까지 포함할 것인지는 우선 당사자의 약정에 따르되, 별다른 특약이 없다면 한도액 안에 부수채무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보증채무 자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지연손해금은 근보증 한도액과 별도로 부담합니다. 결국 한도액이 있는 근보증에서 책임범위를 다투려면, 채무액이 한도를 실제로 넘어섰는지, 넘어섰다면 그 초과분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반대로 한도액 자체가 없거나, 한도액이 있어도 그 범위 안에서 채무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사정이 있다면, 다음 항목에서 보는 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신의칙으로 보증책임을 제한받는 두 가지 요건

판례가 인정하는 책임제한은 예외적인 구제수단입니다. 위 94다40444 판결은 계속적 보증계약에서 보증인이 부담할 주채무액이 보증 당시 예상했거나 예상할 수 있었던 범위를 훨씬 상회하고, 그 원인이 채권자가 주채무자의 자산상태가 현저히 악화된 사실을 잘 알면서도(또는 중대한 과실로 모른 채) 이를 모르는 보증인에게 아무런 통보나 의사 타진 없이 고의로 거래규모를 확대한 데 있는 등 신의칙에 반하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보증인의 책임을 합리적인 범위로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풀어 보면 두 가지 요건이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첫째, 실제 발생한 주채무가 보증인이 보증 당시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던 범위를 훨씬 넘어서야 합니다. 단순히 채무가 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훨씬' 상회하는 정도의 현저한 격차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 그 급증의 원인이 채권자 쪽에 있어야 합니다. 채권자가 주채무자의 재무상태 악화를 이미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몰랐으면서, 보증인에게 아무 통보도 없이 고의로 거래규모를 계속 확대한 사정이 있어야 신의칙 위반으로 평가됩니다. 두 요건 중 하나만 있고 다른 하나가 없으면 책임제한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채무가 예상보다 훨씬 많이 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 — 그 증가가 채권자의 고의적·중과실적 거래 확대와 보증인에 대한 통보 결여에서 비롯됐다는 신의칙 위반 사정까지 함께 인정돼야 보증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회사 임원이라 어쩔 수 없이 섰다면 —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권

실무에서 근보증을 서는 대부분의 사람은 회사의 이사·임원이라는 지위 때문에 회사의 요구로 부득이 보증인이 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정이 있다면 채무 급증을 신의칙으로 다투는 것과는 별개로,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해지권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2. 5. 26. 선고 92다2332 판결은 회사의 이사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회사의 요구로 부득이 회사와 은행 사이 계속적 거래로 인한 채무를 연대보증한 사람이, 이후 회사를 퇴사해 이사 지위를 떠났다면 보증계약 성립 당시의 사정에 현저한 변경이 생긴 경우에 해당하므로 사정변경을 이유로 그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해지권의 실익은 시점 효과에 있습니다. 해지의 효력은 장래를 향해서만 발생하므로, 해지 이전에 이미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증책임을 집니다. 반대로 해지 의사표시가 채권자에게 도달한 이후 새로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책임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퇴사와 동시에 자동으로 보증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퇴사 사실을 근거로 해지 의사표시를 채권자에게 도달시켜야 그 시점 이후의 채무 확대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위 판결에서도 근보증계약서에 임원 퇴임 시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대법원은 해지 의사표시까지 반드시 그 서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 다만 실무적으로는 분쟁을 줄이기 위해 서면으로 명확히 통지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법원이 실제로 보는 판단 기준 —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

위 두 요건을 갖췄다고 보증인이 주장만 해서는 부족합니다. 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을 주장하는 쪽, 즉 보증인이 그 요건사실을 증명할 책임을 집니다. 법원은 보증 당시 회사의 재무상태와 거래규모, 그리고 채무가 급증한 시점의 재무상태를 비교해 '예상 범위를 훨씬 상회'했는지를 먼저 살핍니다.

  • 보증 당시 거래규모·재무제표와 급증 이후 시점의 재무제표 비교

  • 채권자가 주채무자의 자산상태 악화를 인식했거나 인식할 수 있었던 시점(연체 이력, 신용등급 하락, 담보가치 하락 통지 등)

  • 채권자가 그 악화 사실을 알고도 대출·거래를 추가로 확대한 내역(증액 시기·증액 규모)

  • 보증인에게 그 확대 사실을 통보하거나 의사를 타진한 기록의 유무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채권자 측에 유리하게 밝혀지면(예컨대 재무상태 악화를 통보했다거나, 보증인이 임원으로 재직하며 내부적으로 확대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정황이 있다면) 책임제한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법원이 이 법리를 매우 제한적으로만 적용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계속적 보증은 원래 장래 채무 증감을 예정하고 체결하는 계약이므로, 어지간한 증가는 보증인이 감수하기로 약속한 위험으로 취급되고, 채권자의 신의칙 위반이 뚜렷이 드러나는 예외적인 사안에서만 구제가 인정됩니다.

책임 제한이 인정된 경우와 안 되는 경우 — 구체적 적용 예시

예를 들어 A가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은행 대출에 근보증을 섰고, 보증 당시 회사의 연 매출과 대출 규모가 3억원 안팎이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후 회사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며 대출을 20억원까지 늘렸는데, 은행이 회사의 연체와 자금경색 정황을 파악하고도 A에게 아무 통보 없이 계속 대출을 실행해 왔다는 사정이 확인된다면, A는 급증한 채무 전부가 아니라 합리적인 범위로 책임을 제한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같은 상황에서 근보증계약서에 애초에 '보증한도액 10억원'이 명시돼 있었다면, 회사 채무가 10억원까지 늘어난 것 자체는 A가 이미 감수하기로 한 범위 안이므로 신의칙 위반을 다툴 여지가 좁아집니다. 또한 은행이 대출을 늘리기 전 A에게 서면으로 연대보증 확대 동의를 구했거나, A가 회사 재무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받는 임원이었다면, '보증인이 몰랐고 통보받지 못했다'는 요건 자체가 무너져 책임제한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같은 '채무 급증'이라도 한도액 유무, 통보 여부, 보증인의 경영 관여 정도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지금 보증인이 해야 할 실무 대응

이미 근보증을 선 상태에서 회사 채무가 늘고 있다면, 우선 근보증계약서 원본을 찾아 최고액이 서면으로 명시돼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최고액 기재가 없다면 계약 자체의 효력을 다툴 여지가 있고, 기재돼 있다면 현재 채무액이 그 한도를 넘어섰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다음 순서입니다.

  • 근보증계약서·대출약정서에서 최고액 기재 여부와 실제 채무 잔액 대조

  • 회사 재직 여부가 바뀌었다면(퇴사·이사직 사임) 채권자에게 서면으로 해지 의사표시 발송, 발송일과 도달일 기록 보관

  • 채권자가 회사의 자산상태 악화를 인지한 시점을 뒷받침할 자료(연체통지·신용등급 변동·담보권 실행 이력 등) 확보

  • 채권자로부터 거래 확대에 관한 통보나 동의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는지 스스로도 점검(있었다면 책임제한 주장이 어려워짐을 미리 인지)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권은 퇴사 사실만으로 자동 발생하지 않으므로, 회사를 이미 떠났다면 지금이라도 채권자에게 해지 의사표시를 도달시켜 그 이후 채무 확대를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반면 여전히 재직 중이거나 회사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면 채권자의 신의칙 위반을 다투기보다, 채무 규모 자체를 낮추는 협상이나 일부 변제, 담보 재조정 등 실질적 대응을 함께 검토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근보증과 확정채무 보증은 뭐가 다른가요?

A. 확정채무 보증은 계약 체결 시점에 이미 정해진 특정 채무 하나만을 담보하지만, 근보증(계속적 보증)은 장래 반복적으로 발생할 불특정 다수의 채무를 포괄적으로 담보합니다. 근보증은 민법 제428조의3에 따라 보증하는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계약 자체가 무효입니다.

Q. 근보증계약서에 최고액이 안 적혀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A. 민법 제428조의3 제2항에 따라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지 않은 근보증계약은 효력이 없습니다. 계약서를 확인해 최고액 기재 자체가 빠져 있다면, 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을 다투기 전에 계약 무효부터 주장할 수 있습니다.

Q. 보증한도액이 정해져 있어도 책임을 제한받을 수 있나요?

A. 한도액이 있으면 그 범위 안의 채무 증가는 이미 예상한 위험으로 취급돼 책임제한이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다만 한도액 범위 안에서도 채권자가 주채무자의 자산상태 악화를 알고도 보증인에게 통보 없이 거래를 확대한 사정이 뚜렷하다면 예외적으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

Q. 회사를 퇴사하면 보증책임에서 자동으로 벗어나나요?

A. 퇴사만으로 자동 종료되지 않습니다. 이사 지위 때문에 부득이 보증을 섰던 경우라면 사정변경을 이유로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그 해지 의사표시가 채권자에게 도달해야 효력이 생기고 도달 이전에 이미 발생한 채무는 여전히 책임집니다.

Q. 채권자가 회사 사정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나요?

A. 채권자와 주채무자 사이의 거래내역, 대출 증액 시기와 규모, 그리고 보증인에게 발송된 통지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확보해야 합니다. 통보 여부는 신의칙 위반을 인정받는 핵심 요건이므로, 채권자 측의 내부 문서나 거래내역 확보가 사실상 승패를 가릅니다.

Q. 이런 사안은 소송 없이 협상으로 해결할 수도 있나요?

A. 채무 규모나 한도액 초과 여부가 비교적 명확한 경우에는 채권자와 협상으로 보증 범위를 조정하거나 일부 변제로 정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신의칙 위반 여부가 다투어질 정도로 사실관계가 복잡하다면 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회사 채무를 근보증한 뒤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해서 곧바로 법원이 책임을 깎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보증한도액이 있었는지, 급증이 보증인의 예상 범위를 훨씬 벗어났는지, 그리고 그 원인이 채권자의 신의칙 위반에 있는지가 함께 갖춰져야 비로소 합리적인 범위로 책임이 제한됩니다. 이사 지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증을 섰던 경우라면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권도 함께 검토할 수 있지만, 이 역시 해지 의사표시를 도달시킨 시점 이후의 채무에만 효력이 미칩니다.

결국 근보증계약서에 최고액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 채권자와 주채무자 사이에 어떤 거래내역이 오갔는지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 승산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경기남부에서 기업을 운영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며 회사 채무를 보증한 분들이라면, 채무 급증 사실을 확인한 시점에 곧바로 계약서와 거래내역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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