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마당에 있던 나무나 집 앞 가로수가 쓰러져 차량이나 담장, 지붕을 덮치는 사고가 매년 되풀이됩니다. 이런 사고를 당한 사람들 대부분은 태풍은 천재지변이니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지만, 나무를 심고 관리해 온 과정에 하자가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나무가 사유지에 있었는지 도로변 가로수였는지에 따라 책임을 물을 상대방과 입증책임의 구조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 사고에서 수목의 재식·보존 하자를 근거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체적 요건과, 태풍이라는 자연현상이 어디까지 면책 사유가 되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태풍에 나무가 쓰러지면 정말 천재지변으로 끝나는가 — 책임 판단의 두 갈래
강풍에 나무가 쓰러져 사람이 다치거나 재산이 파손되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그 나무가 어디에, 누구의 관리 아래 있었느냐입니다. 개인 소유의 마당이나 상가 부지, 아파트 단지 안에 심어진 나무라면 민법 제758조 제2항에 따라 그 나무의 점유자·소유자를 상대로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반면 도로변 가로수처럼 지방자치단체가 도로의 부속시설로 설치·관리하는 나무라면 국가배상법 제5조가 정한 공공영조물 책임의 문제가 됩니다.
두 조문은 요건과 입증책임의 무게가 다릅니다. 민법상 공작물책임은 점유자가 손해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다했음을 입증하면 소유자에게 책임이 넘어가는 구조여서, 점유자 입장에서는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항변의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반면 국가배상법상 영조물책임은 아래에서 살펴보듯 무과실책임에 가깝게 운영되어, 지방자치단체가 나름대로 점검·관리를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면책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사고를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나무의 소재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청구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태풍이라는 공통된 자연현상이 개입해 있다는 점도 두 경우 모두에서 쟁점이 됩니다. 나무가 넘어진 직접적 계기는 강풍이지만, 그 나무가 애초에 부실하게 심어졌거나 병들어 있었는데도 방치되었다면 태풍은 손해를 확대시킨 계기일 뿐 책임을 완전히 지워주는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 구분을 이해하지 못하면 태풍이라는 말 한마디에 정당한 배상청구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민법 제758조 제2항 — 수목의 재식·보존 하자란 무엇인가
민법 제758조 제1항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의 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점유자가 손해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그 소유자가 책임을 진다고 정합니다. 그리고 같은 조 제2항은 이 규정을 수목의 재식 또는 보존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 그대로 준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나무를 잘못 심었거나(재식의 하자), 심은 뒤 관리를 소홀히 해 안전성을 잃은 상태로 방치했다면(보존의 하자) 그 나무의 점유자와 소유자가 순차적으로 배상책임을 지게 됩니다.
대법원은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그 공작물이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인지를 보되, 설치·보존자가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8다61615 판결). 나무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뿌리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채 심어졌거나 지주목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뿌리가 지반에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한 경우, 배수가 되지 않는 성토지에 얕게 심어 뿌리가 옆으로만 퍼진 경우가 재식의 하자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병충해나 부패로 줄기 속이 비어가는 징후, 한쪽으로 눈에 띄게 기울어진 상태를 장기간 방치한 경우는 보존의 하자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실제 분쟁에서는 나무의 점유자가 누구인지가 먼저 문제됩니다. 아파트 단지 안 조경수라면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가 점유자에 해당하고, 개인주택 마당의 나무라면 대개 소유자 본인이 점유자를 겸합니다. 임차인이 토지를 빌려 영업하며 그 부지의 나무까지 관리해 온 경우라면 임차인이 점유자로서 1차 책임을 지고, 임차인이 관리에 소홀함이 없었음을 입증하면 책임이 토지 소유자에게 넘어가는 구조가 됩니다.
재식의 하자 — 부적절한 위치·깊이·지주목 미설치 등 심는 단계의 결함.
보존의 하자 — 병충해·부패·지반 침하 등 관리 단계에서 방치된 결함.
1차 책임자 — 나무를 사실상 관리해 온 점유자(관리사무소·입주자대표회의·임차인 등).
2차 책임자 — 점유자가 주의의무를 다했음을 입증한 경우의 소유자.
수목의 재식·보존 하자는 나무가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췄는지, 관리자가 위험성에 비례해 요구되는 방호조치를 다했는지로 판단한다.
가로수라면 국가배상법 제5조 — 지자체를 상대로 하는 영조물책임
도로변 가로수는 개인이 아니라 도로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도로의 부속물로 설치·관리하는 공공의 영조물입니다.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은 도로·하천 그 밖의 공공의 영조물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어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 가로수가 쓰러진 사고라면 원칙적으로 해당 도로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하게 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헷갈리는 부분은 청구 상대방입니다. 도로 관리 권한이 조례로 자치구청장 등에게 위임된 경우, 그것이 단순한 내부위임이 아니라 기관위임이라면 위임받은 하위 지방자치단체장은 상위 지방자치단체 산하 행정기관의 지위에서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어서 사무의 귀속주체, 즉 배상책임의 주체는 여전히 상위 지방자치단체가 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다223538 판결). 예를 들어 특별시 소관 도로의 보도 관리가 조례로 자치구청장에게 위임되어 있다면, 그 보도의 가로수 관리 하자로 인한 사고는 자치구가 아니라 특별시가 배상책임을 지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국가배상법상 영조물책임이 민법상 공작물책임보다 무겁게 작동한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국가배상법 제5조에 따른 영조물의 설치·관리상 하자로 인한 책임은 무과실책임이고, 민법 제758조가 정한 공작물 점유자의 책임과 달리 별도의 면책사유도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손해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4. 11. 22. 선고 94다32924 판결). 지자체가 정기점검을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배상책임을 피할 수 없고, 하자 자체의 존부가 관건이 된다는 뜻입니다.
가로수 하자로 인한 지자체의 배상책임은 무과실책임에 가깝게 운영되어, 정기점검을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면책되지 않는다(대법원 1994. 11. 22. 선고 94다32924 판결).
하자 판단기준 —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가르는 결과
가로수든 사유지 나무든, 하자가 있었는지를 가르는 실무상 핵심 기준은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입니다. 대법원은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의 하자는 영조물이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말하되, 객관적으로 보아 시간적·장소적으로 손해발생의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없는 경우, 즉 관리행위가 미칠 수 없는 상황이었음이 입증되는 경우라면 하자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0다56822 판결). 다만 이 판결은 고장이 자연재해 등 외부요인에 의한 불가항력에 기인한 것이 아닌 한, 현재의 기술수준상 부득이했다는 사정만으로 예견·회피가능성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도 함께 밝혔습니다.
나무 사고에 이 기준을 대입하면, 예견가능성은 나무의 상태에 대한 사전 징후로 판단됩니다. 줄기가 이미 눈에 띄게 기울어 있었는지, 병충해로 잎이 말라가는 징후가 있었는지, 인근 주민의 민원이나 신고가 지자체 또는 관리주체에 접수된 적이 있는지, 정기 전정·수목진단 이력이 있었는지가 모두 판단 자료가 됩니다. 회피가능성은 비용과 기술 측면에서 사전에 지주목 보강, 가지치기, 위험목 벌목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했는지를 따지는 문제입니다.
반대로 겉으로 건강해 보이고 정기 전정과 점검 이력도 있는 나무가, 기상청이 관측 이래 최대급으로 발표한 순간최대풍속의 태풍에 쓰러졌다면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 모두 부정되어 하자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태풍이라는 사정 하나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고 이전 그 나무의 구체적인 상태와 관리 이력이 하자 판단의 실질적인 무게중심이 됩니다.
예견가능성 판단자료 — 기울어짐·병충해 등 육안 징후, 민원·신고 이력, 정기 진단 기록.
회피가능성 판단자료 — 지주목 보강, 가지치기, 위험목 제거 등 사전 조치의 실행 가능성.
기상 요소 — 기상청 특보 등급, 관측 지점의 순간최대풍속 수치.
태풍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하자가 부정되지 않는다 — 사고 이전 나무의 상태에 비추어 손해를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태풍은 불가항력 항변이 되는가 — 자연력과 하자의 경합
관리주체 쪽에서 가장 많이 내세우는 항변이 태풍이라는 불가항력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사고란 하자만이 유일한 원인인 경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자연적 사실이나 제3자·피해자의 행위와 경합해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하자가 공동원인의 하나가 되는 이상 그 손해는 하자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4. 11. 22. 선고 94다32924 판결). 즉 태풍이라는 자연현상이 사고에 기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관리주체를 면책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하자가 손해 발생의 공동원인으로 인정되면 여전히 배상책임이 성립합니다.
다만 하자와 자연력이 함께 작용해 손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손해 전액을 관리주체가 배상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손해가 자연력과 가해자 측의 과실행위가 경합해 발생한 경우,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자연력이 기여한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 범위로 배상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다52122 판결). 이 사건은 태풍으로 인한 침수 피해에 가해자 측 자재의 부적절한 적치가 결합된 사안이었는데, 법원은 자연력의 기여분을 공제한 50%만을 배상범위로 인정했습니다.
이 두 판례를 함께 보면 실무적인 그림이 분명해집니다. 하자가 인정되는 이상 태풍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 자체가 부정되지는 않지만, 실제 배상액을 산정하는 단계에서는 태풍의 위력이 손해 확대에 기여한 정도만큼 배상액이 감액될 수 있습니다. 반면 나무 자체에 아무런 하자가 없었고 순전히 태풍의 위력만으로 쓰러졌다는 사정이 입증된다면, 애초에 하자가 인정되지 않아 배상책임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하자와 태풍이 경합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배상책임은 성립하되, 손해의 공평한 분담 원칙에 따라 태풍의 기여분만큼 배상액이 감액될 수 있다(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다52122 판결).
실제 적용 예시로 보는 하자 인정·부정의 경계
가령 아파트 단지 화단에 심긴 소나무가 지주목 없이 방치되어 뿌리가 얕게만 자란 상태였고, 입주민이 여러 차례 기울어짐을 관리사무소에 신고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가 태풍에 쓰러져 주차 차량을 파손했다면, 재식·보존의 하자와 예견가능성이 모두 인정되어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가 배상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같은 태풍으로 인접한 다른 동의 잘 관리된 은행나무가 함께 쓰러졌다면, 그 나무에 대해서는 별도의 하자 징후가 없었다는 사정이 유리한 항변 자료가 됩니다.
가로수 사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로 확장 공사 과정에서 뿌리 일부가 절단된 채 방치된 가로수가 몇 달 뒤 강풍에 쓰러졌다면, 시공 단계에서 발생한 훼손과 사후 관리 소홀이 결합된 전형적인 보존의 하자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면 별다른 공사 이력이나 민원 없이 정상적으로 관리되던 가로수가 지역 관측 사상 최대 순간풍속을 기록한 태풍에 쓰러졌다면, 지자체 측에서 예견·회피가능성이 없었다는 불가항력 항변을 시도해 볼 여지가 생깁니다.
하자 인정에 유리한 사정 — 기울어짐·병충해 신고 이력, 공사로 인한 뿌리 손상, 오랜 기간 방치.
하자 부정에 유리한 사정 — 정기 진단·전정 기록, 신고·민원 부재, 기록적 순간최대풍속.
손해배상 청구, 어떤 증거를 준비해야 하나
사고 직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장 증거 확보입니다. 쓰러진 나무의 밑동과 뿌리 부분, 줄기 속의 부패나 병충해 흔적을 사진으로 최대한 상세히 남기고, 파손된 차량이나 시설물도 각도를 달리해 촬영해 두어야 합니다. 사고 당시의 기상청 특보 발령 이력과 인근 관측소의 순간최대풍속 자료는 태풍의 강도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됩니다.
가로수 사고라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가로수 관리대장, 전정·진단 이력, 민원 접수 내역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사고 이전에 그 가로수에 대한 신고가 있었는데도 조치가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예견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자료가 됩니다. 아파트나 사유지 사고라면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에 기존 전정·점검 기록의 열람을 요청하고, 다른 입주민의 목격 진술이나 사전 민원 제기 사실을 확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절차 면에서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 청구라 해도 반드시 배상심의회에 먼저 신청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가배상법 제9조는 배상심의회에 배상신청을 하지 않고도 곧바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신속한 해결을 원한다면 배상신청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송으로 바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다만 소액이거나 쟁점이 단순한 사안이라면 배상신청을 먼저 시도해 합의로 해결하는 방법도 실무에서 종종 활용됩니다.
사고 현장 사진 — 나무 밑동·뿌리·병충해 흔적, 파손 시설물.
기상 자료 — 사고 당시 특보 발령 이력, 관측소 순간최대풍속.
관리 이력 — 가로수 관리대장, 전정·진단 기록, 민원 접수 내역(정보공개청구로 확보).
목격·피해 자료 — 목격자 진술, 파손 견적서, 진단서 등 손해 입증 자료.
관리주체가 여럿일 때 — 소유자·점유자·지자체·수목관리업체의 구상관계
피해자 입장에서는 관리주체 내부의 구상관계를 신경 쓸 필요 없이, 점유자·소유자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곧바로 배상을 청구하면 됩니다. 내부적으로 누가 최종 책임을 지는지는 배상이 이루어진 뒤 관리주체들 사이에서 정리될 문제입니다. 민법 제758조 제3항은 점유자 또는 소유자가 손해의 원인에 대해 책임 있는 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국가배상법 제5조 제2항도 손해의 원인에 대해 책임을 질 자가 따로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자에게 구상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가 가로수 전정·유지관리를 외부 조경업체에 위탁했는데, 그 업체가 계약 내용대로 전정을 하지 않아 나무가 부실한 상태로 방치되었다면, 지자체가 피해자에게 먼저 배상한 뒤 위탁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를 근거로 그 업체에 구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도로 관리 비용을 부담하는 자와 실제 관리를 맡은 자가 다른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6조에 따라 비용부담자도 함께 배상책임을 질 수 있어, 청구 상대방을 넓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파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준공 당시 시행사나 조경업체가 부실하게 식재한 나무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가 피해자에게 먼저 배상한 뒤 하자담보책임이나 부실시공을 이유로 시행사·시공사·조경업체에 구상을 청구하는 절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이런 내부 다툼과 무관하게 자신이 확인한 1차 책임자를 상대로 신속히 청구를 진행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피해자는 관리주체 내부의 구상관계를 따질 필요 없이 점유자·소유자 또는 지자체에 직접 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구상은 배상 이후 관리주체들 사이에서 별도로 정리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 소유 마당의 나무가 태풍에 쓰러져 옆집 담장을 부쉈다면 저도 배상책임을 지나요?
A. 민법 제758조 제2항에 따라 나무의 재식 또는 보존에 하자가 있었다면 점유자인 소유자 본인이 1차적으로 배상책임을 집니다. 다만 나무가 건강했고 관리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는데 기록적인 강풍에 쓰러진 것이라면 하자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아파트 단지 안 조경수가 쓰러져 주차된 차가 파손됐다면 누구에게 청구하나요?
A. 통상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가 점유자로서 1차 배상책임을 지고,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면 소유자인 구분소유자 측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먼저 청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가로수가 쓰러진 사고인데 관할 구청과 시청 중 누구에게 배상을 청구해야 하나요?
A. 도로 관리 권한이 조례로 구청장에게 위임된 경우라도 그것이 기관위임이라면 사무의 귀속주체인 상위 지방자치단체가 배상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쪽이 책임주체인지 불분명하면 실무상 두 기관 모두를 상대로 청구를 진행하며 확인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Q. 태풍특보가 발령된 상황이었다면 무조건 불가항력으로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태풍이라는 자연현상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면책되지는 않고, 나무의 상태나 전정·민원 이력에 비추어 손해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는지가 함께 판단됩니다. 다만 하자가 인정되더라도 태풍의 기여분만큼 배상액이 줄어드는 경우는 있습니다.
Q. 배상심의회에 먼저 신청해야만 소송을 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국가배상법 제9조에 따라 배상심의회에 신청하지 않고도 바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신속한 합의를 원한다면 배상신청 절차를 먼저 이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Q. 사고가 발생한 지 한참 지났는데 지금이라도 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청구권은 지방재정법 제82조에 따라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이 지나도 시효로 소멸합니다. 시효가 임박했다면 서둘러 청구 의사를 밝히거나 소송을 제기해 시효를 중단시켜야 합니다.
맺음말
태풍으로 나무가 쓰러진 사고는 자연재해라는 인상 때문에 애초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단정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 나무가 어디에 있었는지, 사고 이전에 어떤 상태였는지에 따라 소유자·점유자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배상책임을 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사유지 나무라면 민법 제758조 제2항의 재식·보존 하자를, 가로수라면 국가배상법 제5조의 영조물 하자를 근거로 삼되, 두 경우 모두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을 뒷받침할 사전 징후와 관리 이력이 청구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태풍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자책하며 청구를 포기하기보다는, 나무의 상태를 촬영한 사진과 기상 자료, 관리대장을 먼저 확보해 하자 여부를 따져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처럼 도로변 가로수와 노후 조경수가 많은 지역에서는 이런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사고 직후 증거를 정리한 다음 청구 가능성을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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