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수 사건에서 처벌 대상은 직접 물건을 국내로 들여온 사람만이 아닙니다. 이미 들어온 마약인 줄 알면서 이를 건네받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잠시 맡아 보관만 해준 사람도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소지·운반)만 걱정하다가, 수사가 진행되면서 관세법 위반이라는 별도의 죄명까지 추가되어 형량이 예상보다 커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마약 밀수품을 옮기거나 보관하는 행위가 왜 관세법으로도 따로 처벌되는지, 그 법리적 근거와 실제 적용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밀수품취득죄란 무엇인가 — 관세법 제274조가 정한 처벌 대상
관세법 제274조 제1항은 같은 법 제269조에 해당하는 물품, 즉 밀수출입죄의 객체가 되는 물품을 취득·양도·운반·보관 또는 알선하거나 감정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물품원가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직접 물건을 몰래 들여온 밀수입범만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밀수입된 것임을 알면서 나중에 관여한 사람까지 독립된 정범으로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조문이 열거한 행위 태양은 취득·양도·운반·보관·알선·감정 여섯 가지입니다. 물건을 사서 갖는 것(취득),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양도), 옮기는 것(운반), 맡아두는 것(보관), 거래를 주선하는 것(알선), 물건 가치를 매겨주는 것(감정) 중 어느 하나에라도 해당하면 그 자체로 구성요건을 충족합니다. "옮기거나 보관만 해도 처벌된다"는 말은 바로 이 조문 구조에서 나옵니다. 마약을 직접 사거나 판 사실이 없더라도, 그 물건을 잠깐 나른 것만으로 별도의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취득 — 대가를 지급했는지와 무관하게 물건의 점유를 넘겨받는 행위.
양도 — 자신이 가진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행위.
운반 — 장소를 이동시키는 행위. 단순 배달·전달도 포함.
보관 — 자기 지배 아래 일시적으로 맡아두는 행위. 무상·단기간이라도 성립 가능.
알선 — 거래 당사자를 연결해 주는 행위.
관세법 제274조는 밀수품인 줄 알면서 취득·양도·운반·보관·알선·감정 중 하나만 해도 성립한다 — "잠깐 옮겨줬을 뿐"이라는 사정은 형량 참작 사유일 뿐 구성요건 해당성을 부정하지 못한다.
마약이 관세법상 '밀수품'이 되는 이유 — 무신고수입죄와의 연결
관세법 제274조가 말하는 "제269조에 해당되는 물품"이란 결국 밀수출입죄의 객체를 뜻합니다. 관세법 제269조 제2항 제1호는 제241조에 따른 수입신고를 하지 않고 물품을 수입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마약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허가 없이는 애초에 수출입 자체가 금지되어 있으므로, 정상적인 통관 절차를 거쳐 신고하고 들여올 방법 자체가 없습니다. 결국 국내로 반입된 마약은 예외 없이 무신고수입에 해당해 관세법 제269조 제2항의 객체가 됩니다.
이 연결고리를 뒷받침하는 것이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8786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판매 목적의 상용물품을 여행자휴대품신고서 제출이라는 간이수입신고 방법으로 우회해 면세통관받은 사안에서, 이러한 통관은 적법한 것으로 볼 수 없어 관세법 제269조 제2항 제1호 소정의 무신고수입죄가 성립하고,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 그 물품을 취득한 행위는 관세법 제274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밀수품취득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정식 신고·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몰래 들여온 물건이라는 인식만 있으면 취득 단계에서도 밀수품취득죄가 성립한다는 법리로, 이는 마약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실무적으로 마약 밀수 사건은 국제우편, 특송화물, 여행자 위탁수하물 등을 통해 이뤄지는데, 세관 신고서에 마약을 있는 그대로 기재해 신고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마약이 관련된 이상 무신고수입 요건은 사실상 항상 충족되고, 문제는 오직 그 물건을 넘겨받거나 옮기거나 보관한 사람이 "밀수입된 물건이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로 귀결됩니다.
마약류관리법과 관세법, 왜 따로 처벌되나 — 보호법익이 다른 두 죄
"마약류관리법으로 이미 처벌받는데 관세법까지 문제되느냐"는 의문이 자주 나옵니다. 그러나 두 법률이 지키려는 가치는 서로 다릅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제59조·제61조는 마약류의 오남용을 막아 국민보건과 사회 안전을 지키기 위한 규정이고, 관세법 제269조·제274조는 세관을 통한 정상적인 통관질서와 국가의 관세 징수권을 지키기 위한 규정입니다. 같은 물건, 같은 사건이라도 두 법이 보호하는 법익이 전혀 다르므로, 하나의 행위가 두 죄의 구성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두 죄가 함께 성립할 수 있습니다.
죄수 판단은 행위가 어떻게 나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나의 행위(예컨대 마약이 든 소포를 인수하면서 그대로 자기 집에 두는 행위)가 마약류관리법위반죄와 관세법위반(밀수품취득)죄의 구성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면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되어 그중 무거운 형으로만 처단될 수 있습니다. 반면 마약을 넘겨받는 행위와 이후 별도의 장소로 옮기거나 상당 기간 보관하는 행위가 시간적·장소적으로 분리되어 별개의 행위로 평가되면, 형법 제37조의 경합범으로 두 죄의 형이 가중되어 합산에 가까운 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따로 처벌된다"는 말은 바로 이 지점, 즉 마약류관리법위반죄 하나로 끝나지 않고 관세법위반죄가 별도의 죄명으로 추가되는 구조를 가리킵니다.
마약류관리법위반죄와 관세법위반(밀수품취득)죄는 국민보건과 통관질서라는 서로 다른 법익을 보호하는 별개의 범죄여서, 행위 태양에 따라 두 죄가 함께 성립하고 경합범으로 형이 가중될 수 있다.
법원이 보는 핵심 — '정을 알면서'라는 고의 요건
관세법 제274조의 밀수품취득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물건을 취득·운반·보관한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물건이 밀수입된 것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행위했어야 합니다. 전혀 몰랐다면 고의가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실무에서 법원은 "몰랐다"는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여러 정황증거를 통해 인식 여부를 판단합니다.
법원이 주로 살피는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거래가격이 정상적인 시가보다 현저히 낮게 책정되었는지, 물건의 포장이나 전달 방식이 통상적인 상거래와 다른지(비닐로 여러 겹 밀봉된 상태, 정체를 알 수 없는 특송화물 형태), 인수·보관 장소가 은밀한지(개인 물류창고, 렌터카 트렁크,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야외), 거래 상대방과 대포폰이나 가상자산 등 추적이 어려운 수단으로 연락하고 대금을 주고받았는지, 유사한 거래를 반복해 왔는지 등입니다. 이런 정황이 겹칠수록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밀수입된 물건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마약 사건에서는 여기에 마약류 특유의 사정이 더해집니다. 물건이 은어로 지칭되거나, 실제 물건을 확인하지 않은 채 지시받은 장소에서 인수해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이른바 '던지기' 방식이 사용된 경우, 법원은 이러한 거래방식 자체를 정황상 인식이 있었던 근거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누가 시켜서 심부름했을 뿐"이라는 항변만으로는 고의를 부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나 — 운반책·보관책의 실제 사례
국제택배로 들어온 소포를 지시에 따라 수령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만 한 운반책의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본인이 직접 마약을 매매하거나 투약한 사실이 없더라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운반·소지에 해당함과 별개로, 그 소포가 무신고로 들여온 것을 인식했다면 관세법상 밀수품취득죄의 '운반' 요건도 함께 충족됩니다. 실제로 수사기관은 이런 운반책을 마약류관리법위반과 관세법위반 두 죄명으로 함께 입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인의 부탁으로 며칠간 자신의 집이나 창고에 물건을 맡아준 보관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마약을 팔거나 사용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사정은 마약류관리법위반죄의 형량을 정할 때 참작될 여지는 있지만, 관세법 제274조가 정한 '보관' 요건 자체는 그대로 충족되어 별도 기소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매도인과 매수인을 연결만 해준 알선책 역시 밀수품취득죄의 '알선' 태양에 해당해, 마약류관리법상 매매 알선죄와 별도로 관세법위반죄가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운반책 — 물건을 옮기기만 했어도 '무신고 수입품임을 알았는지'가 쟁점.
보관책 — 대가 없이 잠깐 맡아준 경우도 '보관' 요건 충족 가능.
알선책 — 거래를 연결만 해도 밀수품취득죄의 '알선'에 해당.
미수·예비도 처벌 — 관세법 제274조 제2항·제3항
관세법 제274조 제2항은 제1항 죄의 미수범을 본죄에 준해 처벌하도록 정하고, 제3항은 이 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예비를 한 자를 본죄의 2분의 1을 감경하여 처벌하도록 정합니다. 실제로 물건을 넘겨받기 전 단계, 예컨대 마약이 든 소포를 찾으러 가다가 잠복 중이던 수사기관에 검거된 경우에도 예비범으로 형사책임을 지게 됩니다. "아직 물건을 손에 넣지도 못했다"는 사정이 처벌 자체를 막아주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도 별도로 미수범·예비음모범 처벌 규정을 두고 있어(제58조 제3항·제4항, 제59조 제3항·제4항), 마약 밀수 관련 사건에서는 실행의 착수 시점과 기수·미수 여부가 마약류관리법과 관세법 양쪽에서 각각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단계에서 검거되었는지에 따라 두 법률의 적용 범위와 형량 산정이 달라지므로, 사건 초기에 수사 경위와 검거 시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몰수·추징과 징역·벌금 병과 — 관세법 제282조·제275조
관세법 제274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경우, 관세법 제282조 제2항에 따라 범인이 소유하거나 점유하는 그 물품은 몰수 대상이 되고, 몰수할 수 없을 때는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범칙 당시 국내도매가격에 상당하는 금액을 범인으로부터 추징합니다. 마약은 압수 후 감정을 거쳐 폐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실물 몰수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 결과 추징으로 귀결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마약의 시가가 높게 산정될수록 추징액도 그만큼 커집니다.
관세법 제275조는 제274조를 포함한 관세법위반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 정상에 따라 징역과 벌금을 함께 부과(병과)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징역형을 선고받더라도 그와 별도로 벌금까지 부과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마약류관리법위반죄의 형과 관세법위반죄의 추징액·벌금까지 더해지면, 최종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형사적·경제적 불이익은 처음 예상보다 상당히 커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약을 산 게 아니라 잠깐 맡아준 것뿐인데도 밀수품취득죄가 성립하나요?
A. 관세법 제274조 제1항은 취득뿐 아니라 보관 행위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어, 대가 없이 잠깐 맡아준 경우에도 그 물건이 밀수입된 것임을 알았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몰랐다는 사정이 객관적 정황으로 뒷받침되면 고의가 부정될 여지는 있습니다.
Q. 마약류관리법위반과 관세법위반으로 둘 다 기소되면 형이 두 배가 되나요?
A. 반드시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의 행위로 두 죄의 구성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면 상상적 경합으로 무거운 형 하나만 적용될 수 있지만, 행위가 시간적·장소적으로 나뉘면 경합범으로 형이 가중되어 합산에 가까운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Q. 마약인 줄 몰랐다고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곧바로 무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거래가격, 포장 형태, 인수 장소와 방식 등 객관적 정황을 종합해 인식 여부를 판단하므로, 정상적인 거래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정이 많을수록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실제로 물건을 넘겨받기 전에 검거되면 처벌받지 않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관세법 제274조 제3항은 밀수품취득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예비한 자도 본죄의 2분의 1을 감경해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인수 직전 단계에서 검거되어도 처벌 대상이 됩니다.
Q. 관세법위반으로 벌금만 나오면 전과가 남지 않나요?
A. 벌금형도 형사처벌이므로 전과기록에 남습니다. 관세법 제275조에 따라 징역과 벌금이 함께 병과될 수도 있어, 벌금만으로 가볍게 끝나는 사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Q. 마약을 실제로 압수하지 못했는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몰수할 물품을 몰수할 수 없는 경우 관세법 제282조 제3항에 따라 범칙 당시 국내도매가격에 상당하는 금액을 추징하도록 하고 있어, 물건이 이미 폐기되거나 유통되어 남아 있지 않아도 형사책임과 추징은 별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
마약 밀수 사건에 연루되었을 때 마약류관리법위반만 걱정하다가는 정작 관세법위반이라는 별도의 죄명, 그리고 그에 따른 몰수·추징과 벌금 병과까지 함께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옮기거나 보관만 했다"는 사실만으로 형사책임이 가벼워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두 법률이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행위를 처벌한다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방어 전략도 제대로 세울 수 있습니다.
고의 인정 여부, 경합 관계, 추징액 산정은 사건마다 구체적 정황에 따라 판단이 크게 달라지는 영역이라 초기 단계에서부터 수사 경위와 사실관계를 꼼꼼히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원지검·수원구치소 관할 사건처럼 조사가 이미 진행 중인 단계라면, 관세법위반 부분까지 함께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력을 구해 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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