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통지를 받은 순간, 대부분은 경황이 없어 그 자리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대로 지켜보기만 합니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은 이 순간에도 변호인을 부를 권리를 명확히 보장하고 있고, 최근 대법원은 이 권리가 단순히 피의자 본인의 선택에 딸린 것이 아니라 변호인 자신에게 주어진 독자적 권리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현장에서 수사기관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셨으니 변호인에게는 따로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압수수색 현장에서 변호인을 부를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그 권리가 왜 피의자와 별개로 보장되는지, 그리고 이 권리가 지켜지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압수수색 현장에 변호인을 부를 수 있는 법적 근거 — 형사소송법 제121조·제219조
압수수색 참여권의 출발점은 형사소송법 제121조입니다. 이 조문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원래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법원 자신이 집행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조문입니다. 그런데 실제 수사는 대부분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영장을 발부받아 직접 집행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이 경우에도 참여권이 적용되도록 다리를 놓는 조문이 형사소송법 제219조입니다. 제219조는 제121조를 포함한 여러 조문을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압수, 수색 또는 검증"에 준용하도록 정해, 수사기관이 직접 집행하는 압수수색에도 당사자와 변호인의 참여권이 그대로 적용되게 합니다.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것이 피의자신문 참여권과의 관계입니다. 조사실에서 변호인이 신문에 배석하는 권리는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가 별도로 정한 권리로, 압수수색 현장의 참여권과는 근거 조문도 국면도 다릅니다. 신문참여권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를 옆에서 조력하는 권리라면, 압수수색 참여권은 "수사기관이 무엇을 어떻게 가져가는지"를 그 자리에서 지켜보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두 권리는 서로 대체되지 않으므로, 압수수색 현장에서 변호인이 없었다는 사정을 신문 단계에서 뒤늦게 문제 삼기는 어렵고, 애초에 압수수색 단계에서부터 참여권을 챙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통지 없는 집행은 원칙적으로 위법 — 제122조의 사전 통지 의무와 예외
참여권이 실제로 기능하려면 참여할 기회, 즉 사전 통지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22조는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함에는 미리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제121조에 규정한 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정해, 통지를 원칙으로 못박고 있습니다. 통지 없이 이뤄진 집행은 그 자체로 참여권을 형해화하는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절차의 적법성에 흠이 생깁니다. 다만 조문은 단서로 두 가지 예외를 두는데, 참여권자가 스스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시한 때, 그리고 급속을 요하는 때입니다.
실무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대체로 두 번째 예외, 즉 "급속을 요하는 때"의 범위입니다.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구체적으로 소명되지 않은 채 단순히 "통지하면 증거를 숨길 수 있으니"라는 추상적 우려만으로 통지를 생략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런 경우 사후에 그 압수수색 처분 자체의 적법성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통지 의무의 예외는 문언 그대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수사기관이 편의를 위해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재량이 아니라는 점이 이 조문의 취지입니다.
원칙 — 집행 일시·장소를 참여권자(피의자·변호인)에게 미리 통지.
예외 1 — 참여권자가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스스로 명시한 경우.
예외 2 — 급속을 요하는 경우(증거인멸·도주 우려 등 구체적 사정이 뒷받침되어야 함).
예외 사유가 불분명하면 사후에 압수 처분 자체의 적법성을 다툴 여지가 생김.
피의자가 "참여 안 하겠다"고 해도 변호인의 권리는 남는다 — 대법원 2024도19106
이 지점에서 가장 실무적으로 중요한 판례가 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4도19106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휴대전화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압수자인 피의자의 변호인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사안을 다루면서,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가 규정한 변호인의 참여권은 피압수자의 보호를 위하여 변호인에게 주어진 고유권"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그리고 이 고유권의 성격 때문에 도출되는 결론이 핵심입니다. 피압수자 본인에게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고, 피압수자 스스로 참여 의사를 밝혔거나 반대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시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변호인에게는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2조에 따라 별도로 집행 일시와 장소를 통지해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법리가 뒤집는 것은 현장에서 흔히 일어나는 처리 방식입니다. 피의자 본인이 그 자리에서 "변호사 안 불러도 됩니다"라거나 아예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이 변호인에게는 통지 자체를 하지 않은 채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의자의 의사표시가 변호인의 참여 기회까지 대신 포기하는 효과를 내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이는 이 판결이 처음 만든 법리가 아니라 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과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도12400 판결,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도10729 판결 등을 통해 축적되어 온 법리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자정보 압수수색을 계기로 확립되었지만 그 취지는 압수수색 참여권 전반에 적용됩니다.
변호인의 압수수색 참여권은 피의자를 대신해서가 아니라 변호인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권이다 — 피의자가 참여를 포기해도 변호인에게는 별도로 통지해야 한다.
전자정보 압수수색에서 참여권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
휴대전화나 컴퓨터처럼 방대한 전자정보가 담긴 매체를 압수할 때는 참여권이 지켜져야 하는 시점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단계로 늘어납니다. 대법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이래로 확립된 원칙은, 저장매체 자체를 압수하거나 하드카피·이미징 형태로 통째로 복제해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기는 경우, 범위를 정해 출력·복제하기 곤란한 예외적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이후 복제·탐색·출력하는 전 과정에서 피압수자나 변호인의 참여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현장에서 기기를 넘겨받는 순간뿐 아니라, 이후 사무실에서 키워드 검색이나 폴더별 분류로 관련 정보를 골라내는 탐색 작업 하나하나가 참여권이 미치는 범위에 들어갑니다.
이 점이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입니다. 현장에서는 변호인이나 피의자가 참여했더라도, 며칠 뒤 디지털포렌식팀이 복제본을 열람·분석하는 별도 기일에 참여 기회를 다시 통지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사후 분석 절차 역시 압수수색의 연장선이므로, 이 단계에서 참여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면 이후 확보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업장 압수 당시에는 변호인이 입회했지만, 이후 압수된 노트북의 하드디스크를 이미징해 분석하는 별도 기일을 통지받지 못했다면, 그 분석 결과로 확보한 자료의 적법성이 쟁점이 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참여권을 침해하면 어떻게 되나 —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대법원은 이 조문의 취지를 위법한 압수수색을 비롯한 수사과정의 위법행위를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려는 것으로 설명하면서, 절차를 위반해 수집한 증거는 물론 그 증거를 기초로 확보한 2차적 증거까지도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봅니다. 참여권 침해도 이 원칙이 적용되는 절차 위반에 해당하므로, 변호인에게 통지 없이 이뤄진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됩니다.
다만 이 원칙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법률에 정해진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획일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이 오히려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목적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절차 위반이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 아니거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쪽이 형사사법 정의의 실현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낳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있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이를 가리는 기준으로 절차 조항의 취지와 위반 정도,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침해된 권리와 피고인 사이의 관련성,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는 것이 판례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2024도19106 판결에서도 참여권 관련 법리 자체는 위와 같이 엄격하게 선언하면서도, 그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에서는 절차 위반이 증거능력을 뒤집을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보아 원심의 유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참여권 침해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결과가 자동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침해의 경위와 정도가 함께 다투어진다는 뜻입니다.
현장에서 변호인이 실제로 하는 일
참여권이 이론적으로 보장된다는 것과, 현장에서 그 권리가 실질적인 방어 기능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변호인이 압수수색 현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영장 자체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의 범위를 확인하고, 수사기관이 그 범위를 벗어나 무관한 물건까지 가져가려 하지 않는지를 살핍니다. 압수 대상이 아닌 물건이나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자료가 압수목록에 포함되려 하면 그 자리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이런 이의 제기 여부와 그 경과는 이후 절차의 적법성을 다툴 때 중요한 사실관계로 남습니다.
전자정보가 압수 대상이라면 변호인은 저장매체 자체를 통째로 가져가는 대신 범위를 정해 출력·복제하는 방식을 요구할 수 있는지, 그것이 불가능한 예외적 사정이 실제로 있는지를 따집니다. 또한 압수 완료 후에는 압수목록 교부를 요구해 무엇이 어떤 형태로 압수되었는지 서면으로 남기고, 이후 진행될 탐색·분석 절차의 일시가 별도로 통지되는지를 확인해 둡니다. 이렇게 현장에서 남긴 이의 제기와 확인 기록은 나중에 압수수색 처분에 불복하거나 증거능력을 다툴 때 그대로 근거 자료가 되므로, 참여 자체보다 참여하며 무엇을 남겼는지가 실질적으로 더 중요합니다.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압수물·수색장소 범위 확인.
범위를 벗어난 압수 시도에 대한 현장 이의 제기.
전자정보는 저장매체 자체가 아닌 범위를 정한 출력·복제 방식 요구.
압수목록 교부 요구 및 이후 탐색·분석 기일의 별도 통지 여부 확인.
예외적으로 참여권이 제한되는 경우와 사후 불복 방법
참여권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앞서 본 대로 형사소송법 제122조 단서는 참여권자가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스스로 명시했거나 급속을 요하는 경우를 예외로 두는데, 다만 2024도19106 판결이 확인했듯 이 예외는 피의자 본인에게는 적용되어도 변호인에게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변호인에 대한 별도 통지 생략이 정당화되려면 판결이 말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예컨대 변호인이 아직 선임되지 않은 상태였다거나 증거인멸의 구체적 위험이 소명되어 변호인에게까지 통지할 경우 압수 목적 자체를 달성할 수 없는 사정이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정 없이 단지 피의자가 참여를 원치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변호인에 대한 통지를 생략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참여권이 지켜지지 않은 채 압수수색이 종료됐다면 사후에 다툴 방법도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17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압수에 관한 처분에 불복이 있으면 관할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는데, 이를 실무에서 준항고라 부릅니다. 압수수색 절차 자체에 참여권 침해와 같은 위법이 있었다면 이 준항고를 통해 압수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압수물 자체의 환부로 이어지거나 이후 형사재판에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근거가 됩니다. 다만 준항고는 기간 제한이 있고 압수수색 당시의 구체적 경위를 소명해야 하므로, 현장에서 남긴 기록이 있는지 여부가 이 절차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변호인을 아직 선임하지 못한 상태에서 압수수색이 시작되면 참여권을 포기해야 하나요?
A. 변호인이 없더라도 피의자 본인이 참여권자로서 현장에 참여할 수 있고, 이후 변호인을 선임하면 아직 진행 중인 절차, 특히 전자정보 탐색·분석처럼 나중에 이어지는 단계에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종료된 압수 자체까지 되돌릴 수는 없으므로 최대한 이른 시점에 변호인과 연락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압수수색 현장에서 변호인 없이 진행됐다면 그 증거는 무조건 못 쓰나요?
A. 원칙적으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되지만, 절차 위반이 적법절차의 실질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위반의 경위와 정도, 침해된 권리와 피고인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법원이 판단합니다.
Q.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하는 것과 압수수색 현장 참여는 같은 권리인가요?
A. 다릅니다. 신문참여권은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가 정한 별도의 권리로 조사실에서의 배석을 다루고, 압수수색 참여권은 형사소송법 제121조·제219조가 정한 권리로 압수수색 집행 현장을 다룹니다. 두 권리는 근거 조문과 국면이 달라 서로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Q. 경찰이 급하다며 통지 없이 압수수색을 진행했는데 문제 삼을 수 있나요?
A. 형사소송법 제122조 단서의 "급속을 요하는 때"는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 구체적 사정이 뒷받침되어야 인정되는 예외이므로, 그런 사정 없이 통지를 생략했다면 준항고로 그 압수 처분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습니다.
Q.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뒤 며칠 후 포렌식 분석에도 참여권이 있나요?
A. 있습니다. 대법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이래로 저장매체나 복제본을 옮겨 복제·탐색·출력하는 전 과정에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법리가 확립되어 있어, 현장에서의 압수뿐 아니라 이후 분석 기일에도 별도 통지가 필요합니다.
Q. 피의자가 "변호사 필요 없다"고 말했다면 변호인에게는 통지하지 않아도 되나요?
A. 대법원 2024도19106 판결에 따르면 그렇지 않습니다. 변호인의 참여권은 변호인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권이므로, 피의자가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시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호인에게는 별도로 집행 일시와 장소를 통지해야 합니다.
맺음말
압수수색은 통지를 받는 순간부터 이미 절차가 시작된 것이고, 그 절차 안에서 변호인을 부를 권리는 피의자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법이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별개의 권리입니다. 현장에서 무심코 넘어간 통지 누락이나 참여 기회 배제가 나중에는 압수물 전체의 증거능력을 좌우하는 쟁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만큼, 통지를 받은 시점에 곧바로 변호인에게 연락하고 현장에서 이의 제기와 확인 절차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자정보처럼 이후 분석 단계가 이어지는 압수물이라면 그 단계까지 참여권이 미친다는 점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수원지검이나 경기남부 관할 경찰서에서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사안에서도 이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통지를 받았거나 이미 현장이 진행 중이라면 지체 없이 법률 조력을 구해 절차의 적법성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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