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물이 돌아다니는 사이트를 운영하다 적발된 사람들은 대부분 "나는 영상을 직접 찍거나 올린 게 아니라 자리만 빌려줬을 뿐"이라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런 사이트 운영자를 유포행위를 거들었을 뿐인 방조범이 아니라, 유포죄 자체를 실행한 정범으로 기소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이 정한 반포·전시·제공이라는 실행행위가 이용자 개개인의 업로드 클릭이 아니라 사이트라는 구조 자체를 통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사이트 운영이라는 행위가 어느 지점부터 방조를 넘어 정범이 되는지, 그 판단 기준과 실제 형량 차이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방조범과 정범 — 같은 사건도 처벌 수위가 완전히 달라진다
형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정합니다. 반면 형법 제32조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를 종범으로 처벌하되,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반드시 감경하도록 규정합니다. 이 감경은 재판부의 재량이 아니라 법률상 필요적 감경이어서, 같은 사건이라도 정범으로 기소되느냐 종범으로 기소되느냐에 따라 최종 선고형의 상한 자체가 달라집니다.
사이트 운영자 사건에서 이 구분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수사 초기에는 "게시판을 관리했을 뿐"이라는 이유로 방조 혐의만 적용됐다가, 압수수색으로 서버 운영 방식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정범으로 죄명이 바뀌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누가 촬영물을 올렸는가'가 아니라 '그 촬영물이 다수에게 노출되는 구조를 누가 만들고 통제했는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이어지는 항목에서 이 구조적 판단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종범은 정범의 형보다 반드시 감경되지만(형법 제32조 제2항), 정범으로 인정되면 이 감경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 — 사이트 운영자에게 이 구분은 단순한 죄명 차이가 아니라 실형 여부를 가르는 문턱이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 '반포등'의 실행행위를 누가 하는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은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여기서 '전시'와 '제공'은 특정인에게 파일을 직접 건네주는 행위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불특정 다수가 접근해 열람할 수 있는 상태에 콘텐츠를 두는 행위 자체가 이 구성요건에 포섭될 수 있다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이해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사이트 운영자의 역할이 다시 보입니다. 이용자가 파일을 서버에 올리는 순간과, 그 파일이 게시판 페이지로 렌더링되어 접속자 누구나 볼 수 있게 되는 순간은 서로 다른 단계입니다. 후자, 즉 콘텐츠를 실제로 다수에게 노출시키는 페이지 구조·검색·재생 기능을 설계하고 유지한 사람은 이용자의 업로드 행위와는 별개로 '전시'라는 실행행위의 일부를 스스로 수행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용자가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운영자를 단순 방조자로 취급하면, 정작 그 콘텐츠를 대량으로 노출시키는 구조를 운영한 책임이 축소되는 결과가 됩니다.
기능적 행위지배 — 공동정범과 방조범을 가르는 실질 기준
대법원은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해 범죄를 실행했을 것이 필요하다고 판시해왔습니다(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2도7477 판결 등 참조). 공동정범의 본질은 분업적 역할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에 있고, 종범은 이러한 행위지배 없이 정범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데 그친다는 점에서 양자가 구별됩니다. 사이트 운영자가 이 기능적 행위지배를 갖췄는지는 결국 그가 콘텐츠 유포라는 결과 발생에 얼마나 필수불가결하게 관여했는지로 판가름됩니다.
실무에서 정범 판단에 무게를 싣는 요소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이런 요소가 여럿 확인될수록 단순한 공간 제공을 넘어 유포행위 자체에 대한 행위지배가 인정되기 쉬워집니다.
게시물을 성적 콘텐츠·신체부위별로 분류하거나 썸네일·미리보기를 자동 생성해 열람을 쉽게 만든 경우.
다운로드 횟수나 조회수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거나 업로드를 유도하는 이벤트를 운영한 경우.
유료 결제·등급제를 통해 열람 권한을 차등 부여하고 그 대가를 직접 수취한 경우.
필터링을 의도적으로 우회하거나, 신고·삭제요청이 접수돼도 장기간 방치·묵인한 경우.
기능적 행위지배는 서버를 소유했는지가 아니라, 그 콘텐츠가 다수에게 노출되는 과정에 운영자의 결정과 설계가 얼마나 개입했는지로 판단된다.
영리목적 정보통신망 유포 — 3년 이상 유기징역이 적용되는 구조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3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같은 조 제2항의 죄를 범한 자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벌금형 선택 여지 없이 징역형만 규정된 가중처벌 조항입니다. 사이트 자체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한 정보통신망에 해당하므로, 그 사이트를 통해 촬영물이 반포·전시된 이상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유포'라는 요건은 대개 충족됩니다. 남는 쟁점은 '영리 목적'인데, 유료회원제·광고 수익·포인트 판매 구조를 갖춘 운영자는 이 요건이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상습성까지 인정되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5항에 따라 해당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반면 정보통신망법 제74조 제1항 제2호가 정한 일반 음란물 유포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칩니다. 같은 '온라인 유포'라는 외형이라도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되는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 사이에는 형량 차이가 큽니다. 수사기관이 사이트 운영자를 조사할 때 영리성과 상습성 입증에 힘을 쏟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이트 운영 자체가 유포행위로 평가된 실제 사례
다크웹에서 아동성착취물 공유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사건은 사이트 운영자가 어떻게 유포행위의 주체로 평가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으로 성폭력처벌법과는 근거 조문이 다르지만, 운영자가 유료회원들로부터 암호화폐로 대가를 받고 콘텐츠 접근 권한을 부여한 행위 자체가 콘텐츠를 '제공'하는 행위로 평가됐다는 논리 구조는 성인 대상 불법촬영물 사이트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은 이용자 각자가 무엇을 올렸는지가 아니라, 운영자가 결제 시스템·회원등급·콘텐츠 목록을 설계해 대가를 받고 접근을 열어준 구조 그 자체였습니다. 단순히 서버를 임대해준 호스팅 업체와, 콘텐츠 유통 구조를 직접 설계·운영한 사람은 이 지점에서 분명히 갈립니다. 사이트 운영자가 콘텐츠의 존재를 인식하면서 그 열람·유통 구조를 유지·관리했다면, 이용자의 업로드는 운영자가 만든 유포 구조의 한 부분으로 흡수되어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방조범으로 남는 경우 — 정범 판단을 피하는 한계는 어디인가
모든 사이트 운영이 정범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콘텐츠에 대한 개별적 인식이나 관여 없이 순수하게 자동화된 서버·저장공간만 제공하고, 게시물의 분류·추천·정산에 전혀 관여하지 않으며, 신고나 삭제요청이 들어오면 지체 없이 처리해 온 경우라면 기능적 행위지배가 부정되어 방조 또는 무혐의로 판단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운영기록이 함께 확인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정범과 방조범을 가르는 경계는 다음과 같은 지표들로 확인됩니다. 이 지표들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따라 같은 '사이트 운영자'라는 표현 안에서도 결론이 크게 갈립니다.
게시물 개별 검수·삭제·고정 노출 등 편집 권한을 실제로 행사했는지.
수익 구조가 게시물 조회·다운로드와 직접 연동되어 있었는지.
신고·삭제요청 처리 이력이 신속했는지, 아니면 장기간 방치됐는지.
운영정책·공지사항에서 특정 유형 콘텐츠 업로드를 유도하거나 묵인하는 내용이 있었는지.
수사기관이 정범 여부를 판단할 때 실제로 보는 자료
압수수색이 이루어지면 수사기관은 서버 로그와 관리자 계정 접속기록, 게시물 등록·삭제 이력, 결제·정산 내역, 운영정책·공지사항, 필터링이나 추천 알고리즘의 소스코드까지 확보해 운영자가 유포 구조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재구성합니다. 이 자료들이 확보되면 '나는 몰랐다'는 진술은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지고, 반대로 실제 관여 정도가 제한적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남아 있다면 방조 또는 그보다 낮은 수준의 책임으로 다툴 근거가 됩니다.
이런 이유로 수사 초기 단계, 즉 압수수색이나 첫 소환조사 시점부터 어떤 자료가 어떤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진술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영 기간이 길고 회원 수가 많을수록 확보되는 자료의 양도 많아지므로, 초기에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정범·방조범 쟁점을 함께 검토하는 대응이 이후 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서버만 빌려주고 운영은 다른 사람이 맡았다면 방조범인가요?
A. 명의상 서버 임대인이라도 실제로 게시물 분류·정산·필터링 등 운영에 관여했다면 정범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서버 제공 외에 콘텐츠 관리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자료로 뒷받침되면 방조나 무혐의로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Q. 이용자가 스스로 업로드한 영상인데도 운영자가 처벌받나요?
A. 업로드는 이용자가 했더라도, 그 영상이 다수에게 노출되는 게시판 구조와 열람 권한을 설계·유지한 것은 운영자입니다.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면 업로드 주체와 별개로 운영자도 유포죄의 정범으로 기소될 수 있습니다.
Q. 해외 서버에 사이트를 두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서버 소재지와 무관하게 국내 이용자를 상대로 콘텐츠가 유통되고 운영자가 국내에서 활동한다면 국내 형사법 적용 대상이 됩니다. 실제로 다크웹이나 해외 서버를 이용한 사이트도 국내 수사기관에 의해 운영자가 특정·기소된 사례가 있습니다.
Q. 유료회원제가 아니라 광고만 붙어 있어도 영리목적으로 보나요?
A. 광고 수익이 실질적인 운영 동기이자 대가로 인정되면 영리목적 요건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다만 광고 게재 사실만으로 자동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수익 규모와 사이트 운영 목적을 함께 살펴 판단합니다.
Q. 정범과 방조범은 형량 차이가 실제로 얼마나 나나요?
A. 방조범은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정범의 형보다 반드시 감경되지만, 정범으로 인정되면 이 감경이 적용되지 않고 성폭력처벌법 제14조가 정한 법정형 전체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영리목적 정보통신망 유포가 인정되면 3년 이상 유기징역까지 열려 있어 그 격차는 상당히 큽니다.
Q. 신고를 받고 바로 삭제했는데도 책임을 지나요?
A. 삭제 이전까지 유포된 부분에 대한 책임은 별개로 남을 수 있지만, 신고 즉시 삭제하고 이후 재업로드를 차단하는 등 관리 노력을 기울인 사실은 관여 정도가 제한적이었다는 정황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처리 이력을 구체적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맺음말
불법촬영물 사이트 운영자에게 방조범과 정범의 구분은 단순한 죄명 문제가 아니라 실형 여부와 형량 상한을 가르는 문턱입니다. 게시물 분류·정산·필터링·삭제요청 처리 방식 하나하나가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할 근거가 될 수 있고, 영리목적과 상습성이 함께 인정되면 형량은 크게 뛰어오릅니다. '나는 자리만 빌려줬을 뿐'이라는 설명이 통하는지는 결국 서버 로그와 운영 기록이 말해줍니다.
디지털성범죄 사건은 수원지검을 비롯한 수사기관이 전담 조직을 두고 서버 압수수색부터 자금흐름 추적까지 폭넓게 수사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사이트 운영과 관련해 수사가 시작됐거나 그런 통지를 받았다면, 정범·방조범 쟁점을 포함한 대응 전략을 초기부터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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