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 발행 사기에 이름을 빌려줬는데 처벌받나요
사건 개요
지인이 찾아와 "회사를 하나 운영하는데, 등기부에 대표이사로 이름만 잠깐 올려주면 된다"고 부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경영에 관여할 것도 아니고,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니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 인감증명서를 떼어주고 전환사채(CB) 발행 관련 서류에 서명·날인을 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회사가 "3개월 뒤 원금과 이자를 보장한다"며 다수의 투자자에게 전환사채를 팔아 수십억 원을 끌어모은 뒤, 실제로는 상환 능력도 사업 실체도 없이 자금을 빼돌리고 잠적하는 사건으로 번지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피해자들의 고소로 수사가 시작되면, 수사기관은 실제로 자금을 편취한 주범뿐 아니라 등기부상 대표이사·이사로 이름이 올라 있던 사람들까지 함께 입건합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나는 서류에 도장만 찍었을 뿐, 투자금을 어떻게 쓰는지도 몰랐다"고 항변하지만,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회사의 공식 대표자 명의로 전환사채 발행 공고와 계약이 이루어진 이상 그 책임을 쉽게 넘겨받지 않습니다. "이름만 빌려준 것"과 "사기에 가담한 것" 사이의 거리가, 정작 당사자가 생각하는 것만큼 멀지 않은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명의를 빌려준 사실 자체가 곧바로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명의 제공의 경위와 인식 정도에 따라 공동정범부터 방조범, 나아가 무혐의까지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그 갈림은 "억울하다"는 항변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명의를 빌려준 시점에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어떤 행위까지 했는지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증명하느냐에 좌우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형사책임의 범위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명의를 빌려준 시점에 회사의 상환 능력 결여나 자금 편취 의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즉 사기죄의 고의(편취의 범의) 유무입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사기죄로 처벌하며, 그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둘째, 단순히 서류에 이름을 올린 것을 넘어 계약 체결·자금 관리·투자자 설명 등 실행행위에 기능적으로 관여했는지, 즉 공동정범과 방조범을 가르는 지점입니다. 셋째, 전환사채 발행으로 편취한 금액이 5억원 또는 50억원을 넘는지입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은 사기죄의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다수 투자자를 상대로 한 전환사채 사기는 대개 이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갑니다.
세 지점 중 어느 하나라도 "명의만 빌려줬다"는 항변과 배치되는 정황이 나오면, 예컨대 명의 대여의 대가로 돈을 받았거나 투자설명회 자리에 함께 나섰던 사실이 드러나면, 사건 전체의 방향이 정범 쪽으로 기울어 버립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부터 이 세 지점을 사실관계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공동정범과 방조범을 가르는 지점을 사실관계로 세우기
사기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단순한 공모 사실을 넘어, 범행에 대한 기능적 행위지배—즉 자신의 역할을 통해 범죄 실현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는지—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방조범은 정범의 범행을 알면서 이를 용이하게 하는 지원행위에 그친 경우로,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정범의 형보다 필요적으로 감경됩니다. 명의만 빌려준 경우 원칙적으로 정범이 되기는 어렵지만, 어디까지 관여했는지에 따라 판단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명의 제공 당시의 인식 수준을 대화 기록으로 재구성합니다.
"몰랐다"는 진술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명의를 부탁받을 때 오간 문자·카카오톡·통화 녹음, "실제 사업을 한다", "정상적인 회사다"라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던 정황, 회사 홈페이지·사업자등록증 등 외견상 정상 기업으로 보였던 자료를 확보해, 사기 범행의 구체적 내용까지는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반대로 "이름만 올려주면 대가를 주겠다"는 식의 제안이 있었다면, 그 자체가 통상적인 사업 참여로 보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2) 실행행위 관여 여부를 계약서·자금흐름으로 확인합니다.
전환사채 발행 공고·투자계약서에 명의자가 직접 서명했는지, 투자자 상담이나 설명회에 참석했는지, 회사 계좌의 입출금을 직접 관리했는지를 은행 거래내역과 계약서 원본으로 확인합니다. 이런 관여가 전혀 없이 형식적 서명·인감 제공에 그쳤다면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범, 또는 그마저도 인정되지 않을 여지를 다투는 근거가 됩니다.
3) 명의 대여의 대가 유무를 명확히 정리합니다.
대가를 받지 않고 순수하게 부탁을 들어준 경우와, 매월 일정액을 받기로 하고 이름을 빌려준 경우는 고의 판단에서 무게가 다릅니다. 대가가 있었다면 그 금액·지급 시기·명목을 정리해, 그것이 통상적인 근로의 대가인지 아니면 범행 가담에 대한 몫인지를 미리 소명할 준비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미필적 고의 판단과 이득액 산정에 대응하기
공동정범이든 방조범이든,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문제 삼는 것은 미필적 고의입니다.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했다면 확정적 고의가 없더라도 고의가 인정될 수 있어, "구체적으로는 몰랐다"는 항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함께 챙깁니다.
1) 편취 범의를 뒷받침할 객관적 정황을 미리 차단합니다.
판례는 편취의 범의를 범행 전후의 재력·환경·거래 이행과정·피해자와의 관계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명의자가 회사의 재무상태·상환계획에 접근할 권한이 없었고, 실제로 회사가 정상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는 사무실·직원·거래처가 존재했다는 등 통상적인 사업으로 믿을 만한 근거를 정리해,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고 용인했다"는 평가를 반박할 자료로 삼습니다.
2)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이득액을 개별 책임 범위로 다툽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전체 피해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 구간(5억원·50억원)에 들어가는지, 아니면 명의자가 실제로 관여한 범위만으로 개별 판단해야 하는지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명의자가 관여한 시기·거래 범위가 전체 편취액의 일부에 그쳤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추어 이득액 산정 단계에서부터 다툴 필요가 있습니다.
3) 방조범 인정 시 감경 사유를 적극적으로 소명합니다.
공동정범을 다투기 어려운 상황이라도, 방조범으로 인정되면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른 필요적 감경이 적용됩니다. 여기에 더해 실질적 가담 정도가 낮았던 점, 명의 제공을 후회하고 수사에 협조한 정황,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사정 등을 양형 자료로 갖추어, 초기 대응 단계부터 처벌 수위를 실질적으로 낮추는 방향을 함께 준비합니다.
결론
"이름만 빌려줬을 뿐"이라는 말은 억울함의 표현일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형사책임을 벗어나는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명의를 빌려준 시점에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실행행위에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대가를 받았는지에 따라 결과는 공동정범부터 방조범, 무혐의까지 크게 갈립니다.
전환사채 발행 사기처럼 다수 투자자를 상대로 한 사건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이득액 산정과 가담 정도를 초기 단계에서부터 정확히 다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수사가 시작되었거나 그런 부탁을 받아 이름을 빌려준 사실이 있다면, 인식과 관여의 정도를 어떻게 정리하고 소명해야 할지 지금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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