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텔레그램 대화방이나 SNS에서 딥페이크 영상을 거래하거나 유포하다가, 대화 상대가 실은 신분을 숨긴 경찰관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입건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그냥 온라인에서 몇 마디 나눈 것뿐인데 무슨 증거가 되겠냐”, “상대도 어차피 익명인데 신분이 드러날 리 없다”는 생각으로 대화를 이어가다가, 정작 그 상대가 경찰관이었고 대화 내용과 전송한 파일이 고스란히 증거로 확보된 뒤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범의 없는 사람을 유인해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하지만, 이미 범행 의사를 가진 사람에게 단순히 기회를 제공하는 수사는 위법하지 않다는 기준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고, 이 법리는 경찰이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해 접근하는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아래에서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사건에서 경찰의 위장수사가 언제부터, 어떤 절차로 가능해졌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서부터 위법한 함정수사가 되는지 최근 법 개정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도 이제 경찰의 위장수사 대상이 됩니다
2025년 6월 4일 시행된 개정 성폭력처벌법으로 위장수사 대상이 성인 피해 디지털 성범죄까지 넓어졌습니다.
위장수사 제도는 2021년 9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먼저 도입됐습니다. 당시에는 아동성착취물을 제작·배포·소지하거나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착취 목적 대화를 하는 등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디지털 성범죄에 한정해서만 경찰이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해 수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적 허위영상물 제작·유포 사건이 성인 피해자를 상대로도 급증하면서, 피해자가 성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위장수사를 쓸 수 없다는 점이 수사 공백으로 지적됐습니다. 이에 따라 2024년 12월 3일 공포된 개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2025년 6월 4일부터 시행되면서, 위장수사 대상이 피해자가 성인인 디지털 성범죄까지 확대됐습니다.
이 개정으로 허위영상물(딥페이크) 편집·반포,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물 유포,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등 정보통신망을 매개로 한 디지털 성범죄 전반이 위장수사의 대상 범죄에 포함됐습니다. 즉 텔레그램·오픈채팅·SNS 등에서 딥페이크물을 제작·거래·유포하는 정황이 있다면, 신분을 밝히지 않거나 아예 위장한 경찰관이 대화 상대로 접근해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이제는 법적 근거를 가진 정식 수사기법입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사건도 2025년 6월 4일부터는 경찰이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해 수사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2.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는 요건과 승인 절차가 다릅니다
신분을 숨기는 정도가 깊어질수록 더 엄격한 사전 통제를 거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2조의2 이하는 위장수사를 두 단계로 나눕니다. 신분비공개수사는 경찰관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정보통신망 등 범죄 현장에 접근해 대화하거나 게시물을 확인하며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장의 내부 승인만으로 개시할 수 있고 기간은 원칙적으로 3개월 이내입니다.
신분위장수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위장 신분을 위한 문서·전자기록을 작성하거나 그 위장 신분으로 물품을 거래·계약하는 것까지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그만큼 통제도 엄격해서 검사에게 허가를 신청하고 검사가 관할 지방법원 판사에게 청구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며(제22조의3 제3항), 미리 허가를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긴급한 경우에만 먼저 시행한 뒤 12시간 이내에 사후 허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22조의5 제2항). 그 시간 안에 허가를 받지 못하면 즉시 중지해야 합니다.
위장수사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위법한 행위를 하게 되더라도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형사처벌·징계·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면책 규정도 함께 마련돼 있습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허가받은 기간과 범위 안에서 이뤄진 행위에 한하는 것이지, 절차를 벗어난 수사까지 보호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신분을 숨기는 것은 내부 승인만으로, 위장 신분을 만들어 쓰는 것은 법원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가능합니다.
3. 위장수사가 범의를 유발하는 함정수사로 변질되면 위법해집니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범죄에 접근하는 것과, 없던 범죄의사를 만들어내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릅니다.
위장수사가 합법적으로 확대됐다고 해서 경찰이 아무 대화 상대에게나 딥페이크 제작이나 전송을 유도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함정수사를 두 유형으로 나눠, 이미 범행을 결심한 사람에게 단순히 범행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지만, 원래 범행 의사가 없던 사람을 사술이나 계략으로 유인해 범의를 갖게 만든 뒤 검거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하게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7362 판결).
실제로 이 판결은 단속 실적을 올리려는 경찰관들이 노래방에 손님을 가장해 들어가, 업소 측이 도우미를 부른 적이 없다고 거절했음에도 재차 요구해 도우미를 불러낸 사안에서, 범의를 유발한 위법한 함정수사로 보고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반대로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903 판결은, 이미 범행을 저지르려는 자에게 단순히 기회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면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해, 두 유형의 경계선을 보여줍니다.
딥페이크 사건에 대입하면, 이미 딥페이크물을 제작·거래·유포하고 있거나 그런 게시물을 올려놓은 대화방에 경찰관이 위장 신분으로 들어가 거래를 시도하며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적법한 위장수사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애초에 그런 생각이 전혀 없던 사람에게 경찰관이 먼저 딥페이크 제작을 권유하거나, 만들어 보내라고 거듭 요구해 결과물을 만들게 만들었다면, 그 수사는 허가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함정수사로 다퉈질 여지가 있고 그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도 위법수집증거로 배제될 수 있습니다.
이미 진행 중인 범죄에 접근해 증거를 모으는 것은 적법하지만, 없던 범행 의사를 경찰이 만들어냈다면 그 수사 자체가 위법해질 수 있습니다.
4. 딥페이크 제작부터 소지·시청까지 처벌 수위가 단계별로 다릅니다
같은 딥페이크물이라도 편집·반포·소지 중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형량 구간이 달라집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는 딥페이크 관련 행위를 단계별로 나눠 처벌합니다. 사람의 얼굴·신체·음성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한 경우 제1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이렇게 만든 편집물·합성물이나 그 복제물을 반포한 경우, 또는 편집 당시에는 동의가 있었더라도 사후에 의사에 반해 반포한 경우에도 제2항에 따라 같은 형량이 적용됩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반포한 경우에는 제3항에 따라 형이 더 무거워져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위장수사로 확보되는 대화방 거래 정황이 바로 이 영리 목적·정보통신망 이용 여부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작하거나 유포하지 않고 단순히 소지·구입·저장·시청만 한 경우에도 제4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나는 만들거나 퍼뜨린 적 없고 받아서 보기만 했다”는 항변은 형량을 낮추는 사정이 될 수는 있어도, 처벌 자체를 막아주지는 못합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위장수사로 신원이 특정된 뒤에는 통상의 형사절차가 그대로 이어집니다.
위장수사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신원이 특정되면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사이버수사팀의 출석 조사 → ②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③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영리 목적 반포 등 혐의가 무겁거나 여죄가 많은 경우에는 구속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화 상대가 경찰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당황해서 진술부터 서두르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와 정황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화가 시작된 경위와 순서를 시간 순으로 정리해, 누가 먼저 딥페이크 제작이나 전송을 언급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위장수사에 대한 사전 허가 또는 승인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허가된 기간과 범위 안에서 대화가 이뤄졌는지를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통해 확인합니다.
전송하거나 저장한 파일의 종류와 횟수, 영리 목적 여부를 뒷받침할 정황(대가 요구·거래 내역 등)이 있는지 대조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위장수사의 절차적 적법성과 혐의별 형량 구간을 함께 검토받는다면, 불필요하게 과중한 처벌을 피하고 실질적인 방어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치며
딥페이크 관련 사건은 “그냥 대화방에서 있었던 일인데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의 대상이 된 피해자 입장에서는 위장수사로 확보된 증거가 있더라도 그 절차가 적법했는지, 혐의별로 형량 구간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실질적인 처벌과 피해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조사를 받게 된 입장에서도 “대화 상대가 먼저 요구해서 그런 것”이라는 사정이 있었다면, 그것이 적법한 기회 제공이었는지 위법한 함정수사였는지를 정확히 가려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와 피의자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위장수사 절차의 적법성 여부와 혐의별 형량 구간에 대한 이해가 사건의 결과를 크게 좌우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화 상대가 경찰관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을 면할 수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범행 의사를 갖고 있던 사람에게 경찰이 단순히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면 위법한 함정수사로 보지 않기 때문에, 상대가 경찰관이었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면하기는 어렵습니다.
Q.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는 구체적으로 뭐가 다른가요?
A. 신분비공개수사는 신분을 밝히지 않고 대화·게시물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내부 승인만 있으면 되지만, 신분위장수사는 위조 신분으로 거래·계약까지 할 수 있어 검사를 거친 법원의 사전 허가가 필요합니다.
Q. 위장수사로 확보된 대화 내용도 증거로 쓰이나요?
A. 허가받은 기간과 범위 안에서 수집된 것이라면 증거로 사용됩니다. 다만 허가 범위를 벗어났거나 범의를 유발한 정황이 있다면 위법수집증거로 다툴 수 있습니다.
Q. 딥페이크를 만들기만 하고 퍼뜨리지 않았어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됩니다. 편집·합성한 것만으로도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제1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되고, 반포는 그와 별개로 처벌됩니다.
Q. 받은 딥페이크 영상을 저장만 해뒀는데도 처벌 대상인가요?
A. 대상입니다. 소지·구입·저장·시청만 한 경우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어, 만들거나 퍼뜨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Q. 위장수사가 위법했다고 인정되면 사건 전체가 무죄가 되나요?
A. 위법한 함정수사로 인정되면 그에 기한 공소제기 자체가 효력을 잃어 공소기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어디서부터 허가 범위를 벗어났는지는 구체적인 대화 경위에 따라 판단이 갈립니다.
Q.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를 받기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위장수사의 적법성 다툼과 혐의별 형량 구간 판단 모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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