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생전에 한 자녀에게 3억 원을 보냈습니다.
차용증은 작성하지 않았고, 계좌에는 돈을 보낸 기록만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형제들이 이 돈을 발견하면서 상속분쟁이 시작됐습니다.
돈을 받은 자녀는 처음에는 아버지가 그냥 주신 돈이라고 말했다가 특별수익으로 공제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증여가 아니라 빌린 돈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대여금으로 인정되면 특별수익에서 빠지기 때문에 상속에 유리하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대여금으로 인정되면 아버지가 자녀에게 받을 돈이 상속재산에 들어갑니다. 다른 상속인이 아버지의 채권을 물려받아 실제 반환을 요구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별도의 대여금 반환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게 되죠.
그렇다면 부모에게 받은 돈은 증여와 대여 중 어느 쪽으로 인정될 때 유리할까요?
상속전문변호사 법률사무소 카라
오늘은 구체적인 금액을 예로 들어 특별수익과 반환채무의 차이, 법원이 증여와 대여를 구분하는 기준, 상속분쟁 전에 확보해야 할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부모에게 받은 돈이 증여라면 상속분에서 어떻게 빠질까요?
특별수익은 부모가 생전에 특정 상속인에게 상속재산 중 일부를 미리 준 것으로 보는 재산입니다. 자녀가 결혼할 때 받은 주택 구입비나 사업자금, 다른 형제보다 훨씬 많이 받은 현금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특별수익으로 인정되면 부모가 사망할 당시 남아 있던 재산에 생전 증여액을 더한 뒤 각 상속인의 몫을 계산합니다. 돈을 미리 받은 상속인은 그 금액만큼 현재 남은 상속재산에서 덜 받게 됩니다.
다만 부모에게 받은 돈이라고 해서 모두 특별수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의 재산과 소득, 다른 자녀에게도 비슷한 지원을 했는지, 돈의 액수와 사용처 등을 살펴 ‘상속재산을 미리 준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통상적인 생활비나 교육비까지 언제나 특별수익으로 계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별수익이 자신의 상속분보다 많다면 남아 있는 상속재산을 더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때 초과한 특별수익을 상속재산분할 절차에서 당연히 반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도 초과특별수익자는 현재 남은 상속재산에 대한 몫이 없지만, 초과분 자체를 반환할 의무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했다면 유류분 반환청구가 별도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대여금이라고 주장하면 특별수익보다 유리할까요?
대여금은 나중에 돌려받기로 하고 빌려준 돈이므로 부모가 사망할 때까지 갚지 않았다면 남은 대여금채권도 상속재산이 됩니다.
그렇다면 간단한 사례로 비교해 볼게요.
아버지가 재혼한 배우자와 아들 한 명을 남기고 사망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사망 당시 남은 재산은 1억 원이고, 아들은 생전에 아버지에게 3억 원을 받았습니다.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은 5분의 3, 아들의 법정상속분은 5분의 2입니다.
3억 원이 증여로 인정되면 남은 재산 1억 원에 특별수익 3억 원을 더한 4억 원을 기준으로 상속분을 계산합니다. 아들은 자신의 계산상 상속분인 1억6천만 원보다 이미 많은 돈을 받았으므로 남은 1억 원에서는 상속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특별수익으로 받은 3억 원 중 초과분을 상속재산분할만으로 다시 내놓는 것은 아닙니다.
3억 원이 대여금이라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받을 3억 원의 채권과 남은 현금 1억 원을 합친 4억 원이 상속재산입니다. 재혼 배우자는 그중 5분의 3에 해당하는 권리를 상속받으므로, 대여금채권 중 1억8천만 원을 아들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아들은 특별수익에서 빠지는 대신 다른 상속인에게 실제 돈을 갚아야 할 수 있는 거죠.
이 사례에서는 돈을 받은 아들에게 증여가 더 유리하고, 재혼 배우자에게는 대여금이 더 유리합니다. 남아 있는 상속재산이 적고 생전에 받은 돈이 많을수록 차이가 커질 수 있겠죠.
그러므로 대여금으로 인정되면 특별수익이 아니니 유리하다는 판단은 위험합니다. 남은 상속재산과 상속인 수, 각자의 법정상속분, 아직 갚지 않은 원금을 넣어 실제 금액부터 계산해야 합니다.
차용증이 없으면 법원은 증여와 대여를 어떻게 구분할까요?
차용증은 중요한 자료이지만 차용증 한 장으로 판단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 사이에서는 세금이나 재산관리 때문에 형식적인 차용증만 작성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차용증이 없어도 원금과 이자를 꾸준히 갚은 자료가 있다면 대여 관계를 인정받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일부 금액을 갚았다는 사실도 자세히 살펴봅니다. 아버지에게 매달 송금한 돈이 대여금 상환인지 생활비인지, 부모 재산을 관리하고 남은 돈을 돌려준 것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상속분쟁이 시작된 뒤 갑자기 몇 차례 돈을 보낸 경우라면 처음부터 갚기로 한 대여였다는 주장이 약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어요.
돈을 받은 상속인이 전부를 빌렸다고 인정하면 일부 상환액을 제외한 나머지 채무까지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별수익에서 빠지기 위해 대여금이라고 주장하기 전에 남은 채무와 이자, 소멸시효 문제까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미 상속분쟁이 시작됐다면 어느 쪽으로 대응해야 할까요?
먼저 부모의 전체 금융거래를 날짜순으로 정리해 보세요. 돈을 받은 날짜와 금액, 사용처, 반환한 날짜와 금액을 한눈에 볼 수 있어야 증여인지 대여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돈을 받은 상속인이라면 부모가 준 돈이라거나 빌린 돈이라고 먼저 단정하기보다 당시 자료부터 확인하는 편이 좋아요.
증여라면 그 돈이 생활비나 통상적인 지원이었는지, 상속분을 미리 준 특별수익이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대여였다면 처음 빌린 금액에서 실제 상환액을 뺀 채무가 얼마인지 계산해야 합니다.
다른 상속인이 부모의 대여금채권을 주장한다면 송금 내역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돈을 빌려주기로 한 합의와 반환 약속이 있었다는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대여로 인정되더라도 금전채권은 각 상속인에게 법정상속분에 따라 나뉘어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상속재산분할심판과 별도로 대여금 반환소송이 필요한지도 검토해야 합니다.
증여라고 주장할 때와 대여라고 주장할 때는 재판 절차와 입증자료도 달라져요.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는 생전 증여가 특별수익에 해당하는지를 다투게 되고, 대여금 반환소송에서는 실제 대여계약과 미상환액을 입증해야 하거든요.
부모가 자녀에게 보낸 돈의 성격은 단어 하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남아 있는 상속재산과 각 상속인의 지분을 계산한 뒤, 차용증과 상환 내역, 부모가 생전에 남긴 메시지를 함께 검토해야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과 불리한 결과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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