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아동·청소년 간음죄, 동의한 것처럼 보여도 처벌되는 아청법 제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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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아동·청소년 간음죄, 동의한 것처럼 보여도 처벌되는 아청법 제8조 

강대현 변호사

발달장애나 지적장애가 있는 청소년과 성관계를 가진 뒤, "싫다고 하지 않았다", "먼저 만나자고 했다"는 말로 책임을 피하려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는 이런 항변이 애초에 통하지 않도록 설계된 조문입니다. 폭행이나 협박은 물론 위계·위력조차 요구하지 않고, 피해자가 저항했는지 여부도 따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장애 아동·청소년 간음·추행죄가 왜 이런 구조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요건으로 성립하고 어디까지 처벌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장애 아동·청소년 간음죄 — 위계·위력도, 항거불능도 묻지 않는 구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8조 제1항은 "19세 이상의 사람이 장애 아동·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장애 아동·청소년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을 간음하게 하는 경우"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추행을 저지른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조문을 그대로 읽으면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다른 성범죄 처벌 규정에 흔히 등장하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하여" 같은 강제성 요소가 이 조문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강간·강제추행죄나 준강간·준강제추행죄는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였는지를 검사가 별도로 증명해야 성립합니다. 그러나 아청법 제8조는 행위자가 19세 이상이고 상대방이 13세 이상의 장애 아동·청소년이라는 사실, 그리고 간음이나 추행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구성요건이 충족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발달장애 청소년이 성인의 접근에 스스로 응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라도, 그 청소년이 조문상 "장애 아동·청소년"에 해당하고 행위자가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아청법 제8조는 폭행·협박은 물론 위계·위력, 항거불능 여부까지도 구성요건에서 빼놓았다 — 성립 여부는 오직 상대방이 장애로 인해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는지에 달려 있다.

'장애 아동·청소년'의 정의 — 진단명이 아니라 능력의 문제

조문이 말하는 장애 아동·청소년이란 「장애인복지법」 제2조제1항에 따른 장애인으로서,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13세 이상의 아동·청소년을 가리킵니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제1항은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정의하고 있는데, 아청법 제8조는 여기에 더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할 것을 별도로 요구합니다. 즉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이 조문의 보호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장애로 인해 성적 행위의 의미와 결과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까지 인정되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오해하는 부분은 장애인등록증이 있어야만 이 조문이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등록 여부는 행정절차상의 문제일 뿐, 이 조문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실질적으로 사물변별·의사결정능력이 미약했는지입니다.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더라도 특정 사안에서 판단능력이 충분히 확인되면 적용 여부가 다투어질 수 있고, 반대로 경계선 지능이라 정식 진단이나 등록이 없는 경우에도 구체적 상황에서 능력이 미약했다는 점이 인정되면 조문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 지능지수와 발달 수준 — 전문가 감정을 통해 확인하되 그 자체가 절대적 기준은 아님.

  • 사회적 성숙도 —또래 관계 형성, 일상적 의사소통 능력의 정도.

  • 성적 행위의 의미 이해 — 성관계의 결과와 의미를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지.

  • 관계 속 표현 능력 — 원치 않는 상황에서 거부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는지.

장애인등록 여부는 절차일 뿐이다 — 이 조문이 실제로 묻는 것은 그 사람이 구체적 상황에서 사물을 변별하고 스스로 결정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는지다.

항거불능을 요구하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와 무엇이 다른가

장애가 있는 사람을 보호하는 조문은 아청법 제8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는 연령 제한 없이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한 상태에 있는 사람을 간음·추행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다만 이 조문은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라는 문구를 요건으로 두고 있어, 장애로 인한 상태와 그 상태를 가해자가 "이용"했다는 인과관계까지 검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법원은 이 요건을 피해자의 비정상적인 상태가 범행을 저지르기 쉬운 조건이 되고, 가해자가 그 조건을 틈타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해석해 왔습니다.

반면 아청법 제8조에는 이런 "이용하여"라는 표현 자체가 없습니다. 상대방이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장애 아동·청소년이라는 사실과 행위자가 19세 이상이라는 사실, 그리고 간음·추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구성요건이 완성됩니다. 상대방이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해 입증 부담을 성폭력처벌법 제6조보다 더 가볍게 설계한 셈입니다. 예를 들어 지적장애가 있는 성인을 상대로 한 사건이라면 검사는 항거불능 상태와 그 이용 관계까지 증명해야 하지만, 상대방이 장애 아동·청소년이라면 그 단계의 증명 없이도 처벌이 가능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6조는 장애 상태를 '이용했는지'까지 따지지만, 아청법 제8조는 상대방이 장애 아동·청소년이라는 사실만으로 구성요건이 완성된다 — 미성년자라는 점을 감안해 보호를 한 단계 더 두텁게 한 것이다.

"동의한 것처럼 보였다"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이유

이 조문의 전제는 분명합니다.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애초에 미약한 사람에게는 성적 행위에 대한 유효한 동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형법상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의제강간이 나이만으로 동의 능력 자체를 부정하듯, 아청법 제8조는 장애로 인한 능력 미약을 이유로 같은 논리를 적용합니다. 겉으로 거부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적극적으로 만남에 응했거나, 먼저 연락을 취한 정황이 있더라도 그 자체가 무죄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실무에서 피고인 측이 자주 내세우는 항변은 "피해자가 좋아한다고 말했다", "먼저 만나자고 했다", "성인처럼 행동해서 몰랐다"는 식입니다. 이런 사정들은 양형 단계에서 정상참작 사유로 고려될 여지는 있어도, 구성요건 해당성 자체를 부정하는 근거로는 작용하지 않습니다. 조문 자체가 저항 여부나 표면적 동의를 성립 요건으로 삼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령 SNS를 통해 알게 된 청소년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다 만나 관계를 가졌고, 그 청소년이 먼저 연락했으며 별다른 거부 표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그 청소년이 발달장애로 판단능력이 미약한 상태였고 행위자가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면 제8조 적용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동의나 적극적인 태도는 이 조문 앞에서 항변 사유가 되지 못한다 — 조문이 처음부터 그런 사정을 요건으로 삼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 요건의 특수성 — 13세부터 19세 미만까지 전 구간 보호

비장애 아동·청소년의 경우 보호 범위가 나이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형법 제305조가 정하는 의제강간·의제추행 연령이 개정을 거쳐 16세 미만으로 상향되었고, 아청법 제8조의2는 13세 이상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추행한 경우를 별도로 처벌합니다. 16세 이상 19세 미만의 비장애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관계는 폭행·협박이나 위계·위력 같은 강제 요소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이 계열 조문으로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장애 아동·청소년은 다릅니다. 아청법 제8조는 13세 이상이라는 하한만 두고, 상한은 아동·청소년의 정의에 따라 19세 미만까지 그대로 적용됩니다. 18세 장애 청소년이라도 이 조문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는 장애로 인한 판단능력 미약이 나이가 찬다고 해서 저절로 해소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입법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다만 13세 미만 장애 아동은 이 조문이 아니라 형법 제305조의 의제강간·의제추행이나 성폭력처벌법상 13세 미만자에 대한 처벌 규정처럼 더 무거운 조문이 적용되므로, 나이가 어릴수록 오히려 보호 강도가 더 세지는 체계로 이해하면 됩니다.

실무 쟁점 — "장애가 있는지 몰랐다"는 주장, 통할까

이 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가 상대방이 장애 아동·청소년이라는 사실, 즉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어야 합니다. 고의가 전혀 없었고 알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면 이론적으로는 적용을 다툴 여지가 남습니다. 그러나 실무에서 이런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특수학교 재학 여부, 대화나 행동에서 드러나는 발달 수준, 보호자 동반 여부, 만남 경위와 대화 내용의 수준 등을 종합해 행위자가 최소한 미필적으로라도 상대방의 상태를 인식했는지를 판단합니다. 채팅 앱 대화 캡처, 지인의 진술, 실제 만남에서의 정황 등이 주요 증거로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대화 수준이 또래보다 현저히 유아적이었는데도 관계를 계속 이어갔다면, 그 사실 자체가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더라도 관계를 지속하며 상대방의 특성을 알게 된 이후의 행위는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기 쉽습니다.

"몰랐다"는 주장은 대화 수준·만남 경위·주변 정황을 통해 쉽게 뒤집힌다 — 처음엔 몰랐더라도 관계를 지속하며 알게 된 이후의 행위까지 함께 평가되기 때문이다.

처벌 수위 — 간음은 벌금형 없이 실형이 원칙인 구조

제1항의 간음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만 규정되어 있고 벌금형이 없습니다. 형법 제62조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할 때에 한해 집행유예를 붙일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법정형 하한인 3년을 초과해 선고되는 순간 집행유예 자체가 봉쇄됩니다. 작량감경 등을 통해 선고형을 3년 이하로 낮출 수 있는지가 실무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되는 이유입니다.

제2항의 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2021년 3월 23일 개정 전에는 벌금 상한이 1천500만원이었던 것이 지금의 수준으로 상향되었습니다. 벌금형이 함께 규정돼 있어 사안의 경중에 따라 재량의 폭이 간음죄보다 넓습니다. 처벌 구조 자체가 실형을 전제로 짜여 있다 보니, 장애 여부와 능력미약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 다툼, 초범 여부나 반성·재발방지 노력 같은 양형 자료 준비가 결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가 먼저 다가왔거나 좋아한다고 말해도 처벌되나요?

A. 예. 조문은 폭행·협박이나 위계·위력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피해자의 태도나 감정 표현과 무관하게 능력미약 요건과 행위자의 인식이라는 두 요소만 충족되면 성립합니다. 다만 이런 사정은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경계선 지능이나 비교적 가벼운 지적장애도 해당되나요?

A. 장애 정도의 경중 자체가 절대적 기준은 아니며, 구체적 상황에서 사물변별·의사결정능력이 미약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등록장애인이 아니어도 실질적 제약이 인정되면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상대방에게 장애가 있는지 몰랐다면 무죄가 되나요?

A. 고의가 전혀 없었다면 이론상 다툴 여지는 있지만, 실무에서는 대화 수준이나 만남 경위 등을 근거로 미필적 고의를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어 단순히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무죄를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Q. 간음이 아니라 추행에 그쳤다면 처벌이 더 가벼운가요?

A. 제2항이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간음죄보다 법정형이 낮게 설계돼 있고 벌금형도 함께 규정돼 있어, 집행유예나 벌금형 선고 가능성이 간음죄보다 상대적으로 넓습니다.

Q.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도 이 조문으로 처벌되나요?

A. 조문은 행위자를 19세 이상으로 한정하고 있어, 가해자가 19세 미만이라면 이 조문이 아니라 형법상 다른 규정이나 소년법에 따른 절차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Q. 합의금을 주고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했다는 사정만으로 공소제기 자체가 막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진지한 합의와 재발방지 노력은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아청법 제8조는 장애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사건에서 "동의했다", "저항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방어 논리가 되지 못하도록 설계된 조문입니다. 폭행·협박은 물론 위계·위력, 항거불능 여부까지 구성요건에서 빼둔 것은 애초에 판단능력이 미약한 사람에게 유효한 동의를 기대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됩니다.

다만 실제 사건에서는 장애의 존재와 정도, 행위자의 인식 여부, 능력미약에 대한 구체적 판단이 첨예하게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아 수사 초기 단계의 대응이 이후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 관할 사건을 포함해 아청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면, 조문의 요건이 실제 사실관계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부터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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