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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피해자는 법정에 안 나와도 진술이 증거가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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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피해자는 법정에 안 나와도 진술이 증거가 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를 둔 보호자들로부터, 아이가 법정에 다시 서지 않아도 그 진술이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는지 묻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에서 영상으로 다 찍어뒀으니 우리 아이는 법정에 안 나가도 되는 거죠?”라는 기대로 상담을 오시는 보호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영상만 있으면 자동으로 증거가 된다고 생각했다가, 정작 재판 단계에서 반대신문 기회를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 진술이 증거에서 배제되는 사례를 실무에서 드물지 않게 봅니다.

최근 대법원은 영상녹화물이 증거가 되려면 피고인 측의 반대신문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는지를 엄격히 살펴야 한다는 태도를 확립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통용되던 특례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는 미성년 피해자의 영상 진술이 어떤 절차를 거쳐야 법정 밖에서도 증거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절차를 놓쳤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미성년 피해자의 법정 진술 부담을 덜기 위해 영상녹화 진술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은 19세 미만 피해자의 진술과 조사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1항은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 전부를 비디오녹화기 등 영상물 녹화장치로 촬영·보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같은 피해 내용을 경찰, 검찰, 법정에서 반복해 진술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는 2차 피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조사에 진술조력인이 참여해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춰 질문을 전달하고, 아동친화적으로 꾸며진 별도 조사실에서 촬영이 이뤄집니다. 조사 시작부터 종료까지 전 과정이 끊김 없이 녹화되어야 하고, 편집되거나 일부만 발췌된 영상은 애초에 원칙에 어긋납니다.

문제는 이 영상이 촬영됐다는 사실 자체가, 그 영상을 법정에서 곧바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동안은 신뢰관계인이나 진술조력인이 “그 영상 속 진술은 아이가 실제로 한 말이 맞다”고 확인해주기만 하면 영상 자체가 증거가 되는 특례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미성년 피해자 진술을 영상으로 남기는 것은 원칙이지만, 그 영상 자체가 자동으로 법정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2. 영상녹화물만으로 증거가 되던 특례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사라졌습니다

반대신문 기회 없이 진정성립만 인정하는 방식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 헌재의 결론입니다.

예전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은, 19세 미만 피해자의 영상녹화물에 대해 피해자 본인이나 신뢰관계인·진술조력인의 진술만으로 그 영상이 실제 조사 내용 그대로라는 점(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방식이면 피고인 측은 그 영상 속 진술 내용에 대해 직접 반대신문을 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로, 영상 자체가 유죄의 핵심 증거로 쓰일 수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12월 23일, 이 조항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지나치게 제한해 헌법이 보장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미성년자인 성폭력 피해자 진술 영상녹화물에 대하여 신뢰관계인 또는 진술조력인에 의하여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한 특례 조항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헌법 제27조가 규정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헌법재판소 2021. 12. 23. 선고 2018헌바524 결정).

이 결정 이후 대법원도 같은 취지를 확인했습니다.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도14616 판결은, 조사 과정에 동석한 신뢰관계인의 진술만으로 진정성립을 인정해 영상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던 종전 실무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영상 속 진술을 신뢰관계인이 확인해줬다는 사실만으로는, 더 이상 그 자체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3. 지금은 법이 정한 두 가지 경우에만 영상녹화물 자체가 증거로 인정됩니다

반대신문 기회가 보장됐거나, 출석이 불가능하고 진술의 신빙성이 특별히 증명된 경우로 요건이 엄격해졌습니다.

위헌 결정 이후 신설된 성폭력처벌법 제30조의2는 19세 미만 피해자등의 영상녹화물이 증거로 쓰일 수 있는 경우를 두 가지로 좁혔습니다. 첫째, 증거보전기일이나 공판준비기일,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진술 내용에 관해 실제로 반대신문을 할 수 있었던 경우입니다. 다만 증거보전기일에서의 반대신문은 법원이 피고인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합니다.

둘째, 19세 미만 피해자등이 사망, 질병, 외국 거주, 소재불명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공판기일에 출석해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과 촬영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별도로 증명된 경우입니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이 정한 전문진술의 증거능력 요건과 같은 구조입니다.

여기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 대한 증명은 가볍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다는 점에 대한 증명은 단지 그러할 개연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16도17054 판결 등 참조).

결국 수사기관 조사 영상 하나만 있고, 그 내용에 대해 피고인 측이 다툴 기회를 한 번도 갖지 못했다면, 그 영상은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법정에 안 나와도 진술이 증거가 되려면, 반대신문 기회를 보장받았거나 출석이 불가능하다는 사정과 진술의 특별한 신빙성이 함께 증명되어야 합니다.


4. 법정에 서지 않고도 증거로 인정받으려면 사건 초기에 반대신문 기회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증거보전절차와 비디오 중계장치 증인신문이 법정 출석 없이도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통로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41조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 사법경찰관이 수사 검사에게 형사소송법 제184조에 따른 증거보전을 청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19세 미만 피해자는 별도 소명 없이도 공판기일에 출석해 증언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법이 정하고 있어, 증거보전 청구의 문턱이 낮습니다.

이 증거보전기일에는 판사 앞에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참여해 아이의 진술 내용에 관해 반대신문을 할 수 있고, 이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법원이 인정하면 그 조서와 영상은 나중에 정식 재판에서도 증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사건 초기 단 한 번의 기일로 아이의 반복 진술 부담과 피고인의 방어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구조인 셈입니다.

증거보전 시기를 놓쳤거나 그 자리에서 반대신문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면, 성폭력처벌법 제40조가 정한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증인신문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피해자가 법정이 아닌 별도의 중계시설에서 화상으로 증언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피해자와 피고인이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면서도 반대신문 자체는 그대로 이뤄집니다.

이런 절차 없이 수사기관 조사 영상만 확보해 두고 재판에 넘긴 사건은, 정작 법정에서 그 영상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단계에서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미성년 피해자 사건은 이런 절차로 진행됩니다

증거보전 시점을 놓치면, 그만큼 법정 밖에서 증거로 인정받을 길이 좁아집니다.

미성년 피해자 성범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신고 접수와 동시에 진술조력인이 참여하는 영상녹화 조사 → ②피해자 진술의 반복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법정대리인이나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증거보전 청구를 요청 → ③검사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법원에 증거보전을 청구해, 판사 주재로 피고인 측 반대신문 기회가 보장된 증인신문 진행 → ④검찰(수원지방검찰청) 기소 이후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에서, 위 요건을 갖춘 영상녹화물과 증거보전조서가 증거로 채택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피해 아동이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이 흐름에서 어느 단계를 놓쳤는지에 따라 이후 재판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래 순서로 자료와 절차를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1. 조사 과정에 진술조력인이 참여했는지, 조사 시작부터 종료까지 영상이 끊김 없이 촬영·보존됐는지 확인합니다.

  2. 공판기일 출석이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증거보전 청구 시기를 놓치지 않았는지, 이미 청구됐다면 그 기일에 반대신문 기회가 실제로 보장됐는지 확인합니다.

  3. 위 두 가지가 갖춰지지 않았다면 비디오 중계장치 증인신문 등 다른 절차로 반대신문권을 보완할 수 있는지 검토합니다.

이런 절차적 요건은 피해자 측과 피고인 측 모두에게 결과를 좌우하는 요소이므로, 이 분야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초기 단계부터 챙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치며

미성년 피해자가 관련된 사건은, “아이가 이미 다 진술했으니 그걸로 끝난 줄 알았다”는 생각 때문에 정작 필요한 절차를 초기에 챙기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술을 지켜야 하는 피해자·보호자 입장에서는 조사 영상만 믿고 있다가 증거보전 시기를 놓치면, 정작 재판에서 그 진술이 증거로 쓰이지 못하는 상황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반대신문권을 주장해야 하는 피고인 입장에서도, 조사 절차에 흠결이 있었는지, 진정성립 확인 방식이 지금 기준에 맞는지를 따져보지 않으면 방어 기회를 스스로 놓치게 됩니다.

저는 미성년 피해자를 대리하는 쪽과 반대신문권을 다투는 피고인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절차를 챙겼는지 여부가 재판 결과를 가르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영상 하나로 다 끝났다고 안심하기 전에, 그 영상이 실제로 법정 증거가 될 수 있는지부터 짚어봐야 합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사기관에서 촬영한 영상만 있으면 아이가 법정에 안 나가도 되나요?

A. 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반대신문 기회가 보장되었거나, 출석이 불가능한 사정과 진술의 특별한 신빙성이 함께 증명되어야 영상 자체가 증거로 인정됩니다.

Q. 증거보전 청구는 누가, 언제 할 수 있나요?

A. 피해자나 법정대리인, 사법경찰관이 수사 검사에게 요청할 수 있고, 19세 미만 피해자는 별도 소명 없이도 출석이 곤란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되도록 수사 초기에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Q. 증거보전기일에서 반대신문이 있었다면 그걸로 충분한가요?

A. 법원이 그 반대신문을 통해 피고인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었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형식적으로 자리만 마련됐다고 자동으로 충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Q. 피고인 측인데, 예전 방식대로 진행된 영상 증거를 다툴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신뢰관계인의 진정성립 확인만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던 방식은 위헌 결정으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므로, 그 절차로 수집된 영상이라면 증거능력을 다퉈볼 여지가 있습니다.

Q. 비디오 중계장치 증인신문은 일반 증인신문과 무엇이 다른가요?

A. 피해자가 법정이 아닌 별도 시설에서 화상으로 증언한다는 점만 다르고, 검사와 피고인 측의 신문·반대신문 절차는 그대로 진행됩니다.

Q. 진술조력인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A.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춰 질문을 전달하고 진술을 돕는 역할로, 조사 과정에 참여했는지 여부가 이후 영상의 절차적 적법성을 판단하는 요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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