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그날 아침의 30분이 사건 전체를 결정합니다
압수수색, 그날 아침의 30분이 사건 전체를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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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그날 아침의 30분이 사건 전체를 결정합니다 

윤영석 변호사

1. 압수수색은 ‘수사의 시작’이 아니라 ‘재판의 절반’입니다

어느 날 아침 초인종이 울립니다. 신분증을 내보인 수사관들이 서류 한 장을 펼쳐 보이고, 노트북과 휴대전화, 서류철을 상자에 담아 나갑니다. 그 자리에 계셨던 분들이 나중에 저를 찾아와 하시는 말씀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어서, 일단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러나 형사사건의 승부는 상당 부분 그 30분에서 갈립니다. 수사기관이 그날 확보한 자료가 이후의 피의자신문, 구속영장 청구, 기소 여부, 그리고 법정에서의 유·무죄까지 사실상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그날의 절차에 하자가 있었을 경우 그렇게 수집된 증거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압수수색 현장은 수사의 입구인 동시에, 이미 재판의 한 장면입니다.

2. 영장을 건네받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네 가지

형사소송법 제118조는 압수·수색영장을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제시하도록 하고, 피의자에게는 그 사본까지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수사상 압수수색에는 제219조에 의하여 준용됩니다). 멀찍이서 잠깐 펼쳐 보이고 접는 것은 적법한 제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영장을 손에 받아 들고 다음 네 가지를 확인하십시오. 사진 촬영이 제지되더라도 메모는 남기실 수 있습니다.

첫째, 혐의사실입니다. 어떤 죄명으로, 언제, 어떤 행위를 했다고 보고 있는지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수사기관이 그리고 있는 그림이고, 이후 모든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둘째, 압수할 물건입니다.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물건은 원칙적으로 가져갈 수 없습니다. 상자에 담기는 물건이 영장의 기재 범위 안에 있는지 그 자리에서 대조하셔야 합니다.

셋째, 수색할 장소입니다. 주거지 영장으로 사무실을, 사무실 영장으로 차량을 수색할 수는 없습니다.

넷째, 유효기간과 야간집행 허가 여부입니다. 야간집행을 허가하는 기재가 없다면 일출 전·일몰 후의 집행은 허용되지 않습니다(제125조).

3. 참여권 ― “변호인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 권리가 참여권입니다. 형사소송법 제121조는 피의자와 변호인이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제122조는 집행에 앞서 참여권자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변호인에게 연락하겠다, 도착할 때까지 개시를 미뤄 달라”는 요구는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법률이 명시한 권리의 행사입니다.

실무상 수사기관이 무한정 기다려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즉시 변호인에게 연락하여 전화로라도 현장에 관여하도록 하는 것과, 아무 말 없이 문을 열어 주는 것은 결과가 전혀 다릅니다. 참여를 요구하였는데도 배제된 채 집행이 이루어졌다면, 그 사실 자체가 이후 증거능력을 다투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그러므로 요구는 반드시 하시고, 그 요구와 거부의 경위를 시각과 함께 기록해 두십시오.

4. 진짜 싸움은 휴대전화와 서버에서 벌어집니다

오늘날 압수수색의 실질은 종이 서류가 아니라 전자정보입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은 정보저장매체를 압수할 때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매체 자체를 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선별압수의 원칙입니다.

대법원은 이른바 종근당 사건 결정(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저장매체를 반출하여 이미징하고 그로부터 관련 정보를 탐색·출력하는 일련의 과정 전체가 하나의 압수수색이므로 각 단계마다 피압수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영장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범죄정보를 발견하였다면 탐색을 중단하고 새로운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현장에서 “일단 통째로 가져가서 사무실에서 보겠다”는 말을 들으셨다면, 그 자리에서 선별압수 원칙과 이후 탐색 과정에 대한 참여를 요구하셔야 합니다. 그 한마디를 했는지 여부가 몇 달 뒤 법정에서 증거능력의 결론을 바꿉니다.

5. “임의제출” 이라는 말 앞에서는 반드시 멈추십시오

영장이 없는데도 수사기관이 휴대전화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18조의 임의제출입니다. 임의제출은 말 그대로 동의에 의한 것이므로 거절하실 수 있고, 거절이 곧 불리한 정황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일단 제출하고 나면 영장 없이 이루어진 압수가 적법해집니다.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은 임의제출된 전자정보의 압수 범위 역시 제출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제한되고, 그 탐색 과정에서도 피의자의 참여권과 압수목록 교부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제출 여부를 결정하기 전, 그리고 제출을 하시더라도 그 범위를 어떻게 특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셔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6. 압수가 끝난 뒤에도 남아 있는 방법들

현장이 종료되었다고 대응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먼저 압수목록입니다. 제129조는 압수한 경우 목록을 작성하여 소유자·소지자·보관자 등에게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목록을 받지 못하셨다면 즉시 요구하십시오. 무엇이 넘어갔는지를 특정하지 못하면 이후 어떤 다툼도 어렵습니다.

다음은 준항고입니다. 제417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압수에 관한 처분에 불복이 있는 자가 관할법원에 그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영장 범위를 벗어난 압수, 참여권이 배제된 집행, 선별압수 원칙에 반하는 전부 복제 등은 준항고의 대상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환부·가환부입니다. 제218조의2에 따라 압수물의 소유자 등은 검사에게 환부 또는 가환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영업용 서버나 업무용 단말기가 압수되어 사업이 사실상 정지된 상황이라면, 가환부 청구는 형사절차의 방어와 별개로 시급한 실무적 과제입니다.

7. 현장에서 지켜야 할 다섯 가지

하나. 영장을 받아 들고 혐의사실·압수할 물건·수색할 장소·유효기간을 확인하고 메모합니다.

둘. 즉시 변호인에게 연락하고, 참여권 행사를 명시적으로 요구합니다.

셋. 묻는 말에 즉석에서 답하지 않습니다. 현장의 진술은 조서가 아니어도 수사보고서로 남습니다.

넷. 자료를 삭제하거나 옮기지 않습니다. 증거인멸은 별개의 범죄이며, 구속 사유로 직결됩니다.

다섯. 반출되는 물건과 그 과정, 오간 대화를 시각과 함께 기록하고 압수목록을 반드시 받습니다.

8. 압수수색은 “당해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유죄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것은 수사기관이 이미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을 정도의 소명을 갖추었다는 신호이고, 통상 그 다음 단계는 피의자신문과 신병 판단입니다. 그 사이에 확보되는 방어의 시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저는 형사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법정이 아니라 그 앞의 절차라고 생각합니다. 절차가 지켜졌는지를 다투는 일은 기술적인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뢰인의 삶을 좌우합니다. 압수수색을 앞두고 계시거나 이미 겪으신 상황이라면,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상담을 받으시기를 권합니다. 그날의 30분을 최대한 정확하게 복원하는 것이 대응의 시작입니다.

윤영석 변호사

법무법인 베테랑 대표변호사 / 법학박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변호사·민사법 전문변호사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형사실무연습 강의

한국법무보호복지학회 부회장

압수수색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베테랑은 형사사건에 특화된 로펌으로 수원 본사무소와 서울·인천·대전·부산·광주 사무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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