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어린이집·학교나 가정 안에서 벌어진 신체접촉 시비가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기소됐다가, 정작 재판에서는 강제추행에 대해서만 무죄가 나오고 아동복지법위반(성적학대) 혐의로는 유죄가 확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강제추행은 무죄가 나왔으니 이제 다 끝난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마음을 놓았다가, 같은 사실관계로 기소된 아동복지법위반 혐의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고 당혹스러워하는 경우였습니다. 강제추행 무죄 판결문을 받아 들고 안심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동복지법위반 혐의의 재판 일정을 통보받으면서 사건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는 식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 정도에 관한 기존 법리를 변경하면서도, 이와는 별개로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행위는 폭행·협박이라는 수단 요건 자체가 없는 독자적인 구성요건으로 다루어 왔습니다.
아래에서는 강제추행죄와 아동복지법위반죄가 서로 어떤 요건으로 판단되는지, 그리고 하나의 사실관계에서 무죄와 유죄가 동시에 나올 수 있는 이유를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강제추행 무죄와 아동복지법위반 유죄는 서로 모순되는 결론이 아닙니다
두 죄는 보호법익과 구성요건이 전혀 다른 별개의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아동을 상대로 한 신체접촉이나 부적절한 언동이 문제 되면, 수사기관은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와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의 성적 학대행위 금지 규정을 함께 검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의 사실관계에서 출발하더라도, 검사는 두 죄명을 함께 기소하거나 예비적·택일적으로 구성해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이 두 죄명을 심사하는 잣대는 전혀 다릅니다.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수단이 있었는지, 그 수단으로 인해 추행이라는 결과가 발생했는지, 그리고 추행의 고의가 있었는지까지 모두 증명돼야 성립합니다. 반면 아동복지법위반(성적학대)죄는 이런 수단 요건 없이, 문제 된 행위 자체가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것으로 평가되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검사가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 요건을 법정에서 증명하지 못하면 그 죄명에 대해서만 무죄가 선고되고, 같은 행위가 별도로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면 아동복지법위반죄는 유죄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법원이 오락가락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재판을 한 결과입니다.
강제추행 무죄는 아동복지법위반 무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두 죄는 처음부터 다른 요건을 심사하는 별개의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2.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별도 요건이 있어 무죄가 나올 여지가 있습니다
폭행·협박의 기준이 완화됐어도, 그 자체가 확인되지 않으면 강제추행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수단이 실제로 존재해야 하고, 그 수단으로 인해 추행이 이루어졌다는 인과관계, 나아가 추행의 고의까지 모두 증명돼야 합니다.
종전에는 이 폭행·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됐지만,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기존 법리를 변경했습니다.
강제추행죄에서 폭행 또는 협박은 반드시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기준이 완화됐다고 해서 폭행·협박이라는 요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신체접촉은 있었지만 그것이 우발적이거나 일상적인 접촉에 가까워 유형력의 행사나 해악의 고지로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 또는 추행의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한 경우에는 여전히 강제추행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됩니다.
강제추행죄에서 무죄가 나왔다는 것은, 폭행·협박이라는 수단 요건이나 추행의 고의를 검사가 증명하지 못했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3.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행위는 폭행·협박 없이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 자체로 평가하기 때문에 강제추행보다 성립 범위가 넓습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는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제71조 제1항 제1의2호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 조항에는 강제추행죄와 달리 ‘폭행’이나 ‘협박’이라는 수단 요건이 없습니다. 신체접촉의 정도와 부위, 발언의 내용과 상황, 행위자와 아동의 관계, 아동의 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행위가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만한 것으로 평가되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즉 폭행이나 협박으로 볼 만한 유형력의 행사나 해악의 고지가 없었다는 이유로 강제추행죄에서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그 행위 자체의 성적 성격과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은 별도로 판단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신체접촉이 짧고 은밀하게 이뤄져 폭행·협박으로 구성하기 어려운 사안이나, 성적인 발언·노출처럼 신체접촉 자체가 없는 사안에서도 아동복지법위반(성적학대)이 별도로 인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행위는 폭행·협박이라는 문턱이 없어, 강제추행죄보다 넓은 범위의 행위를 포섭합니다.
4. 유죄가 확정되면 형사처벌과 별개로 취업제한 등 부수적 불이익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벌금 상한만 비교해도 아동복지법위반이 강제추행죄보다 훨씬 무겁게 설계돼 있습니다.
아동복지법위반(성적학대)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제추행죄의 법정형(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벌금 상한이 훨씬 높게 설정돼 있습니다. 같은 징역 상한이라도 벌금 상한을 이렇게 크게 둔 것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적 학대행위를 그만큼 무겁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위가 1회성인지 반복적인지, 피해아동과의 관계가 보육교사·친족·이웃처럼 신뢰관계를 이용한 것인지, 행위 이후 은폐나 회유를 시도했는지 등이 양형에 반영됩니다. 강제추행죄에서 무죄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아동복지법위반의 양형이 함께 가벼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형 집행이 끝난 뒤에도 일정 기간 아동관련기관에 취업이 제한되는 등(아동복지법 제29조의3) 형사처벌과 별개의 불이익까지 이어질 수 있어, 자격이나 직업 유지 측면에서도 파급이 큽니다.
5. 수사부터 재판까지, 두 죄명이 함께 다뤄지는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수사 초기에 두 죄명이 어떻게 병행되는지 파악해야 대응 방향이 정해집니다.
아동학대 관련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경찰서·수원중부경찰서 등) 신고 또는 고소 접수 → ②피해아동 진술(진술조력인 참여), 목격자·CCTV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이 단계에서 강제추행과 아동복지법위반이 함께 또는 예비적으로 공소장에 기재됨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에서 각 죄명을 별도로 심리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강제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사통지서나 공소장에 강제추행과 아동복지법위반이 각각 어떤 구체적 행위로 특정돼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문제 된 행위에 폭행·협박으로 평가될 만한 유형력의 행사나 해악의 고지가 있었는지 진술조서·영상녹화물로 확인합니다.
피해아동 진술이 시기별로 일관되는지, 반복 진술과 전문가의 진술분석 의견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아동 대상 성범죄·아동학대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두 죄명 각각에 대한 방어 전략을 따로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강제추행 혐의로 조사받다가 무죄 판결을 받고도 아동복지법위반으로 재판이 이어지면, 이미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이 다시 시작되는 듯한 당혹감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아동과 보호자 입장에서는 강제추행 무죄만으로 사건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아동복지법위반 혐의를 뒷받침할 진술·정황 자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혐의를 받는 쪽 입장에서도 강제추행 무죄를 받았다는 사실만 믿고 아동복지법위반 혐의에 대한 방어를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두 죄명은 별개로 심사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동 대상 성범죄·아동학대 사건에서 신고인 측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죄명 하나하나의 요건을 어떻게 나눠 방어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강제추행 무죄가 사건의 끝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아동복지법위반 혐의까지 함께 짚어봐야 할 때,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강제추행으로 무죄를 받았는데 아동복지법위반으로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나요?
A. 네. 두 죄는 별개의 범죄로 취급되기 때문에 강제추행 무죄가 확정돼도 같은 사실관계에 대한 아동복지법위반 혐의는 별도로 심리·처벌될 수 있습니다.
Q. 폭행이나 협박이 전혀 없었는데도 아동복지법위반이 인정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는 폭행·협박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행위 자체가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것으로 평가되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하나의 사건에서 강제추행과 아동복지법위반이 함께 기소되면 어떻게 되나요?
A. 법원은 각 죄명의 구성요건을 따로 심사해 하나는 무죄, 다른 하나는 유죄로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두 죄명에 대한 방어 논리를 각각 준비해야 합니다.
Q. 아동복지법위반(성적학대)의 형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A.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어, 강제추행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벌금 상한이 훨씬 높습니다.
Q. 유죄가 확정되면 형사처벌 외에 다른 불이익도 있나요?
A. 네. 아동복지법 제29조의3에 따라 형 집행이 끝난 뒤에도 일정 기간 아동관련기관 취업이 제한되는 등 부수적 불이익이 따를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에서 강제추행 혐의만 받았는데, 아동복지법위반으로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수사·기소 단계에서 검사가 같은 사실관계에 아동복지법위반 혐의를 추가하거나 죄명을 변경할 수 있으므로, 조사 초기부터 두 죄명 모두를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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