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주식회사에서는 감사가 형식적으로 이름만 올려둔 채 실제 감사업무를 거의 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 사이 대표이사가 법인 자금을 개인 용도로 빼돌리는 일이 벌어지면, 피해는 회사와 주주만이 아니라 거래 상대방 등 제3자에게까지 미칩니다. 문제는 이때 감사 본인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입니다. 상법은 감사가 임무를 게을리해 대표이사의 위법행위를 막지 못했다면 감사 스스로 회사와 제3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감사의 임무해태 책임이 어떤 요건으로 성립하고, 실제로 어떤 사정이 있어야 인정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감사에게 요구되는 임무 — 상법 제412조·제413조가 정한 감시·조사 의무
감사는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사하는 기관입니다. 상법 제412조 제1항은 감사가 이사의 직무의 집행을 감사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감사가 언제든지 이사에 대하여 영업에 관한 보고를 요구하거나 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권한은 감사가 선택적으로 쓸 수 있는 도구가 아니라, 감사가 자신의 직무를 다하기 위해 실제로 행사해야 하는 수단입니다. 여기에 더해 상법 제413조는 감사가 이사회에서 주주총회에 제출할 의안과 서류를 조사해 법령·정관 위반이나 현저히 부당한 사항이 있는지 의견을 진술하도록 정하고 있어, 감사의 조사의무는 결산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회사 운영 전반에 걸쳐 있습니다.
감사와 회사의 관계는 상법 제415조가 준용하는 제382조 제2항에 따라 위임관계로 다뤄지고, 이에 따라 감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직무를 수행할 의무를 집니다. 이 주의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회사 규모와 업종, 내부통제시스템 정비 수준에 따라 달라지지만, 최소한 정기적으로 회계장부와 전표를 확인하고 이사회에 출석해 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하는 정도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요구되는 기본 활동입니다. 감사가 이런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채 명목상 지위만 유지했다면, 그 자체가 임무해태의 출발점이 됩니다.
감사의 조사·보고 의무는 결산기 서류 확인에 그치지 않고, 이사의 직무집행 전반을 상시로 감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임무해태 시 지는 두 갈래 책임 — 회사에 대한 책임과 제3자에 대한 책임
감사가 임무를 게을리했을 때 지는 책임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상법 제414조 제1항은 감사가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감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제3자에 대하여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두 조항의 요건이 다르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회사에 대한 책임은 경과실만 있어도 성립할 수 있는 반면, 제3자에 대한 책임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라는 더 무거운 주관적 요건을 요구합니다.
이렇게 요건을 달리 두는 이유는 두 책임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 대한 책임은 위임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데 따른 채무불이행 성격이 강한 반면, 제3자에 대한 책임은 원래 계약관계가 없는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해 상법이 특별히 인정한 법정책임입니다. 그래서 대표이사의 횡령을 감사가 단순히 부주의로 놓쳤다면 회사에 대한 배상책임은 비교적 쉽게 인정될 수 있지만, 거래상대방 등 제3자에게까지 책임을 지려면 횡령 정황을 알면서도 방치했거나(고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알 수 있었을 정도로 감사업무를 방기한(중과실) 사정이 별도로 입증돼야 합니다. 상법 제414조 제3항은 감사와 이사가 함께 책임질 사유가 있으면 연대하여 배상하도록 정해, 대표이사와 감사가 나란히 피고가 되는 소송 구조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제414조 제1항 — 감사의 임무해태로 회사에 손해가 생기면 회사에 대해 배상책임.
제414조 제2항 —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해태해 제3자에게 손해가 생기면 제3자에 대해 배상책임.
제414조 제3항 — 감사와 이사 모두 책임 있는 경우 연대하여 배상.
회사에 대한 책임은 경과실로도 성립하지만, 제3자에 대한 책임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성립한다 — 이 차이가 소송에서 입증책임의 무게를 가른다.
법원이 보는 판단 기준 — 내부통제가 없다고 감사 책임이 가벼워지지 않는다
감사의 임무해태 여부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68636 판결에서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이 판결은 재무제표 분식을 막을 안전장치나 보고체계, 내부통제시스템이 갖춰지지 않고 이사회가 사실상 형해화돼 감독기능을 하지 못하는 등 조직적으로 부정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였다는 사정이, 오히려 감사의 주의의무 수준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한층 높인다고 판시했습니다. 감사의 직무가 최종 결산서류를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무제표 작성 과정에 고의적·조직적 분식이 개입돼 있는지를 일상적으로 점검하는 데까지 미친다고 본 것입니다.
이 판단기준을 대표이사 횡령 사안에 적용하면, "회사에 감시체계 자체가 없었으니 감사도 몰랐을 수밖에 없었다"는 항변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감시체계 부재라는 사정 자체가 감사가 더 적극적으로 장부와 자금 흐름을 확인했어야 할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다244115 판결은 이사·감사가 실제로는 업무에 관여하지 않은 이른바 명목상 지위였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를 밝힌 바 있어, "이름만 걸어뒀을 뿐 실제로는 아무 권한도 행사하지 않았다"는 항변 역시 그 자체로 면책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내부통제시스템이 없을수록 감사가 스스로 장부와 자금 흐름을 확인했어야 할 필요성은 커진다 — 감시체계 부재는 면책 사유가 아니라 가중 사유로 작용한다.
실제로 어떤 사정이 임무해태로 인정되나 — 대표이사 횡령에 적용해 보면
소규모 주식회사에서 흔히 나타나는 형태는 대표이사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쓰거나, 명목상 가지급금을 계속 늘려가며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가 매 결산기 재무제표만 형식적으로 확인하고 서명했을 뿐, 가지급금 잔액이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데도 그 사유를 확인하지 않았거나,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아 자금집행 안건 자체를 접하지 못했다면 임무해태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반대로 감사가 정기적으로 장부를 열람하고 이상 징후를 발견해 이사회에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다른 이사들이 이를 묵살했다면, 그 감사에게까지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집니다.
법원이 임무해태 여부를 가릴 때 실무상 살펴보는 요소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정기적으로 재무제표·전표·통장 거래내역을 확인했는지, 그 주기와 방법.
이사회에 출석해 자금집행·차입·보증 등 주요 안건을 실제로 검토했는지.
가지급금 급증, 반복적인 대여금 상환 지연 등 이상 징후를 인지할 만한 자료가 있었는지.
이상 징후를 인지한 뒤 상법 제412조의 보고요구권·조사권을 실제로 행사했는지.
위법행위를 발견한 뒤 이사회에 보고하거나 유지청구 등 제지 조치를 취했는지.
장부를 형식적으로 서명만 했는지, 아니면 실제로 확인하고 이상 징후에 대응했는지가 임무해태 인정의 핵심 갈림길이다.
제3자가 감사에게 직접 배상을 청구하려면 무엇을 입증해야 하나
상법 제414조 제2항에 따라 제3자가 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네 가지를 증명해야 합니다. 감사의 임무해태 사실, 그 임무해태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는 사정, 제3자에게 발생한 손해, 그리고 임무해태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입니다. 이 중 가장 다툼이 잦은 부분은 고의·중과실 요건으로, 단순히 "감사가 있었는데도 몰랐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을 정도로 기본적인 감사업무조차 하지 않았다는 구체적 사정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실무상 주의할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판례는 회사 재산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주주가 입은 손해, 이른바 간접손해는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을 정한 상법 제401조의 손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봅니다(대법원 1993. 1. 26. 선고 91다36093 판결). 상법 제415조로 제401조 법리를 준용받는 감사의 책임에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입니다. 따라서 주주가 "감사가 횡령을 막지 못해 회사 가치와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감사를 상대로 직접 배상을 청구하기는 어렵고, 회사와 직접 거래해 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권자처럼 회사와 무관하게 독자적인 손해를 입은 제3자일 때 청구가 성립하기 쉽습니다.
감사의 책임이 줄어들거나 면제되는 경우
감사의 책임도 무제한은 아닙니다. 상법 제415조가 준용하는 제400조 제1항에 따라 회사에 대한 책임은 주주 전원의 동의로 면제할 수 있고,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정관에 규정을 두면 이사회 결의로 감사가 그 행위를 한 날 이전 최근 1년간 받은 보수액의 6배를 초과하는 부분에 한해 책임을 감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감면 규정은 감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표이사의 횡령을 방치한 사안 대부분이 바로 이 고의·중과실 영역에서 다투어지는 만큼, 정관상 감면 규정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감사가 책임을 면하거나 줄이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은, 문제를 인지한 시점에 이사회 의사록이나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했다는 기록을 남겨두는 일입니다. 감사가 이상 징후를 확인해 상법 제412조의 보고요구권·조사권을 행사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했다는 자료가 있다면, 이후 횡령이 밝혀지더라도 그 감사가 임무를 게을리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결산서류에만 형식적으로 서명해 온 감사는, 실제로는 문제를 몰랐다고 항변해도 그 자체가 임무해태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감사와 이사의 연대책임, 그리고 구상 관계
상법 제414조 제3항은 감사와 이사가 함께 책임질 사유가 있으면 연대하여 배상하도록 정합니다. 대표이사가 직접 횡령을 저지르고 감사가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회사나 제3자는 대표이사와 감사 모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어느 한쪽에서든 손해 전액을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연대책임이기 때문에 회사나 제3자 입장에서는 자력이 있는 쪽을 상대로 먼저 집행할 수 있다는 실익이 있습니다.
다만 감사와 이사 사이의 책임 비중이 같은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횡령을 저지른 대표이사의 책임이 훨씬 무겁고, 감사의 책임은 그 위법행위를 막지 못한 감시의무 위반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정은 대외적으로 회사나 제3자에게 배상한 뒤, 감사가 대표이사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는 단계에서 책임 비율을 정하는 데 반영됩니다. 다만 구상권 행사는 별도의 소송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이미 자금을 빼돌린 대표이사에게 실제로 회수할 재산이 남아 있는지도 별개의 문제이므로, 감사 입장에서는 애초에 임무해태로 평가받지 않도록 감사업무의 기본을 지키는 편이 실질적으로 더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비상근 감사도 상근 감사와 같은 수준으로 책임을 지나요?
A. 비상근이라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당연히 가벼워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회사 규모와 감사가 실제로 회사 업무에 관여할 수 있었던 정도는 주의의무의 구체적 수준을 판단할 때 함께 고려되는 요소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결산서류 확인과 이사회 참석 같은 기본적인 감사활동조차 하지 않았다면 비상근이라는 사정만으로 면책되기는 어렵습니다.
Q. 감사가 횡령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나요?
A. 몰랐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왜 몰랐는지가 중요합니다. 통상적인 감사업무를 성실히 수행했는데도 대표이사가 정교하게 은폐해 알 수 없었다면 책임을 면할 여지가 있지만, 애초에 장부 확인이나 이사회 출석 같은 기본적인 감사활동 자체를 하지 않아 몰랐던 것이라면 그 자체가 임무해태로 평가됩니다.
Q. 회사에 감사가 여러 명이면 책임도 나눠지나요?
A. 감사가 여러 명이라도 각자 독립된 기관으로서 자신의 임무를 다해야 하고, 어느 한 명이 임무를 게을리했다면 그 감사가 개별적으로 책임을 집니다. 여러 감사가 함께 임무를 해태했다면 상법 제414조에 따라 각자 회사나 제3자에게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Q. 감사위원회를 둔 회사도 같은 책임 구조인가요?
A. 감사위원회 위원도 이사로서 감사에 준하는 직무를 수행하므로 임무를 게을리하면 상법상 이사의 책임 규정에 따라 회사와 제3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다만 감사위원회는 이사회 내 위원회 형태로 운영돼 개별 위원의 관여 정도, 회의 참석 여부 등이 구체적인 책임 판단에서 함께 고려됩니다.
Q. 감사가 뒤늦게라도 문제를 이사회에 보고했다면 책임을 면할 수 있나요?
A. 문제를 인지한 즉시 이사회에 보고하고 조치를 요구했다면 그 이후의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하거나 줄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문제를 인지하고도 보고를 미룬 기간 동안 손해가 확대됐다면, 그 지연된 기간에 대한 책임까지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Q. 제3자가 감사에게 배상을 받으면 회사에는 따로 청구할 수 없나요?
A. 감사와 회사(또는 대표이사)에 대한 청구권은 별개로 존재하므로 함께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손해액을 초과해 이중으로 배상받을 수는 없습니다. 어느 한쪽에서 손해 전부를 배상받으면 나머지 채무자에 대한 청구권은 그 범위에서 소멸합니다.
맺음말
감사는 대표이사의 위법행위를 막는 마지막 안전장치이지만, 실제로는 형식적인 자리로 여겨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상법 제414조는 감사가 임무를 게을리해 대표이사의 횡령을 막지 못했다면, 회사에 대해서는 물론 경우에 따라 제3자에 대해서도 감사 스스로 배상책임을 지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명목상 감사였다는 사정이나 내부통제시스템이 없었다는 사정은 면책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책임을 무겁게 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의 횡령이 드러나 회사나 채권자로부터 손해배상을 청구받았거나, 반대로 감사로서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감사가 실제로 어떤 조사·보고 활동을 했는지 자료부터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관할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 기업들 사이에서도 대표이사 횡령을 둘러싼 감사·이사 책임 분쟁이 꾸준히 제기되는 만큼, 사안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책임 범위를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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