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성추행 CCTV에 손이 안 보이면 무죄 가능한가요
사건 개요
출퇴근 시간 만원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옆에 있던 승객이 "지금 만졌잖아요"라며 소리를 지릅니다. 당황한 사이 주변 승객들의 시선이 몰리고, 역무원이 오고, 결국 경찰서까지 가게 됩니다. 본인은 손을 댄 기억이 없다고 항변하지만, "그럼 CCTV를 보자"는 말에 오히려 안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면만 확인하면 금방 오해가 풀릴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CCTV를 열람하면 기대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곤 합니다. 인파에 가려 손 자체가 화면에 잡히지 않거나, 각도상 몸통만 보이고 손끝은 사각지대에 걸쳐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때 상담을 청하는 분들의 질문은 한결같습니다. "손이 안 보이면 증거가 없는 거 아닌가요, 그럼 무죄 아닌가요." 하지만 실무에서 이 사건들의 결론은 CCTV 화면 한 장이 아니라, 그 공백을 수사기관과 변호인 중 누가 더 정밀하게 채우느냐에서 갈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CCTV에 손이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무죄가 자동으로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공백은 검찰 측 핵심 물증의 결여이기도 해서, 정황증거를 어떻게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핵심 쟁점
지하철 성추행은 통상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로 의율됩니다. 대중교통수단 등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1) 장소가 대중교통수단 등 공중밀집장소에 해당해야 하고, (2)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만한,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접촉행위가 있어야 하며, (3) 그 행위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자주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지하철 전동차 내 추행 사건에서, 이 죄가 기수에 이르기 위해 피해자가 실제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객관적으로 그런 감정을 일으킬 만한 행위를 행위자가 실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5도7102 판결). 즉 재판의 중심은 "피해자가 어떻게 느꼈는가"가 아니라 "접촉이라는 사실이 실제로 있었는가"이고, CCTV는 그 사실 존부를 다투는 여러 증거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래서 CCTV에 손이 안 보인다고 사건이 저절로 끝나지 않습니다. 검찰은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구체성·합리성이 인정되면 다른 직접증거 없이도 유죄를 구성할 수 있고(대법원 2021도3451 판결의 법리), 신체 위치·동선·주변인 반응 같은 간접증거를 함께 제시해 접촉 사실을 종합적으로 입증하려 듭니다. 반대로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의 증거재판주의에 따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CCTV라는 핵심 물증의 공백을 방어 측이 정확히 파고들면 결과가 뒤집힐 여지도 그만큼 커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CCTV의 사각과 한계를 정밀하게 짚어 방어논리로 세우기
"손이 안 보인다"는 사실을 그냥 넘겨서는 방어 자료가 되지 않습니다. 왜 안 보이는지, 그 이유가 접촉 자체가 없었다는 것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접근합니다.
1) CCTV 원본을 프레임 단위로 분석해 물리적 접촉 가능성 자체를 검토합니다.
압축된 재생 영상만으로는 판단이 부정확할 수 있어, 수사기관에 원본 데이터(초당 프레임 수, 해상도)를 확보하도록 요청하고, 사건 전후 수 초 구간을 프레임 단위로 끊어 신체 간 거리와 각도를 확인합니다. 화면상 손이 안 보이는 이유가 인파에 가려서인지, 애초에 그 각도에서 팔이 상대방 신체에 닿을 물리적 거리가 아니었는지를 구분해야 하며, 후자라면 접촉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강한 방어 논거가 됩니다.
2) 탑승 전후 동선과 혼잡도를 재구성해 '불가피한 밀착' 가능성을 뒷받침합니다.
같은 칸에 오래 서 있었는지, 열차가 급정거·급출발한 시점과 신체 접촉 시점이 겹치는지, 해당 시간대·노선의 혼잡도는 어느 정도였는지를 재구성합니다. 승하차 게이트 기록이나 다른 구간 CCTV로 이동 경로를 짚어, 접촉이 있었더라도 고의적 행위가 아니라 열차 흔들림이나 인파에 의한 불가피한 접촉이었을 가능성을 함께 제시합니다.
3) 접촉 부위와 태양을 특정해 '추행'의 객관적 요건 자체를 다툽니다.
접촉이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더라도, 그것이 곧 추행은 아닙니다. 옷차림(두꺼운 외투 등으로 신체 접촉이 실질적으로 차단됐는지), 접촉 부위가 통상 성적 의미를 갖지 않는 팔·어깨 등인지, 접촉이 순간적이고 즉시 떨어졌는지를 짚어,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함께 다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피해자 진술과 간접증거의 신빙성을 정밀하게 검증하기
CCTV 공백을 검찰이 메우는 방법은 결국 진술과 정황입니다. 그 진술과 정황이 실제로 얼마나 촘촘한지를 검증하지 않으면, CCTV가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방어가 완성되지 않습니다.
1) 최초 신고 진술과 이후 진술 사이의 일관성을 대조합니다.
역무실·현장 경찰관 앞에서의 최초 진술, 이후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 법정 진술을 나란히 놓고 접촉 부위·방식·시점 묘사가 서로 일치하는지를 확인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진술이 구체화되거나 바뀐 지점이 있다면, 그 불일치를 신빙성을 다투는 근거로 제출합니다.
2) 목격자와 주변 정황을 확보합니다.
인접한 칸이나 좌석에 있던 승객 중 실제로 접촉 장면을 본 목격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사건 직후 피해자와 의뢰인 각각의 행동—즉각 항의했는지, 자리를 옮겼는지, 하차 후 바로 신고했는지—을 시간 순으로 재구성해 진술과 실제 행동이 부합하는지를 검토합니다.
3) 오인지목 가능성을 점검합니다.
혼잡한 칸 안에 유사한 인상착의의 승객이 여럿 있었는지, 피해자가 처음 지목한 대상과 최종 지목 대상이 같은지, 지목 과정에서 역무원이나 경찰관의 개입으로 특정이 유도되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런 정황이 확인되면 접촉 사실뿐 아니라 행위자 특정 자체를 다투는 근거가 됩니다.
결론
CCTV에 손이 안 보인다는 사실은 유리한 출발점이 될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결론을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검찰은 진술과 정황을 엮어 그 공백을 메우려 하고, 그 시도가 얼마나 촘촘한지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결국 관건은 CCTV의 사각지대와 화질의 한계를 물리적으로 얼마나 구체적으로 짚어내는가, 그리고 상대측 진술과 정황의 빈틈을 얼마나 정밀하게 찾아내는가입니다.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CCTV를 확인한 상황이라면, 지금 확보된 자료로 무엇을 더 밝힐 수 있는지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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