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성지 파트너스 장예준 변호사입니다.
지난 4월 안산 주점 준강간 사건을 다룬 이후, 넉 달 만에 사건 당시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다시 한번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확인할 수 없었던 영상이 뒤늦게 공개된 것을 보며,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사건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언제,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불송치 결정 이후 고소인이 수사기록과 CCTV 등 증거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10월 시행을 앞둔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엇이 달라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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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넉 달 만에 공개된 CCTV 영상은 어떻게 확보된 것일까?
지난 4월 저는 이 블로그에 안산 주점 사건을 다루면서, 준강간 사건의 피해자는 수사관이 '혐의없음'의 근거로 든 영상을 확인해보지도 못한 채 불송치 결정서 한 장만 받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썼습니다.
위 사건 CCTV가 8월 15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공개되었고, 이러한 내용의 영상이 있음에도 불송치가 되었다며 많은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실무자로서 다른 것이 먼저 궁금했습니다. 그 영상은 대체 어떻게 확보된 것일까.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았을 것으로 짐작합니다만, 확보 경위는 보도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짐작이 맞다 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고소인이 수사기관 보유 영상을 손에 넣는 일은 실무상 대단히 어렵고, 확보가 된 시점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2️⃣ 안산주점 준강간 사건에서 특별히 아쉬운 부분은?
가. 증거가 이례적으로 많은 사건이었다는 점
수없이 많은 성범죄 사건을 진행해본 입장에서 이 사건에서 가장 유감스러운 대목 중 하나는, 준강간 사건치고 상당한 증거가 확보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보도로 확인되는 것만 추려보아도,
❗사건 현장의 CCTV가 남아 있었고,
❗사건 직후 곧바로 고소가 이루어졌으며,
❗당일 채혈로 혈중알코올농도 0.085%가 확인되었고,
❗지인과의 통화 녹취가 있었고,
❗동석자들의 진술까지 있었습니다.
준강간 사건에서 이만큼 남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대부분은 이 중 두어 가지만 있어도 다행인 조건에서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불송치되었다는 점이, 그리고 그 판단의 근거가 된 영상조차 피해자가 보지 못했다는 점이 남습니다.
나. 피해자가 변호사의 조력을 받았는지 확실치 않은 점
가장 마음에 걸리는 지점입니다.
이의신청 절차 진행 전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고소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법률 조력을 받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실무에서 자주 마주치는 일입니다.
고소인 중에는 '나는 진짜 피해자이니 굳이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아무 조력 없이 진행하는 분이 상당수입니다.
그러나 수사는 진실이 저절로 드러나는 절차가 아니라 증거와 진술로 구성되는 절차이고, 조력 없이 진행하다 사건 자체를 망가뜨리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다.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실무상 조언 세 가지
성범죄 피해의 경우 아래 세 가지 행동지침을 반드시 유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반드시 받을 수 있는 조력을 골든 타임에 맞추어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범죄 피해 직후 대처방안 3 : 고소장 아무렇게나 써 내지 않기
3️⃣ 불송치 이유서에는 왜 '이유'가 없을까?
지난 4월 글에서 저는 불송치 이유서에 기계적인 통지 이전에 고소인을 납득시키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썼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6은 "송치하지 아니하는 취지와 그 이유를 통지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대통령령인 수사준칙 제53조 제1항은 한 발 더 물러나 "그 내용을 통지해야 한다"고만 합니다.
그리고 행정안전부령인 경찰수사규칙 제97조 제3항은 "별지 제103호서식의 수사결과 통지서에 따른다"며 서식으로 넘깁니다."
사실상 이유를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내용이 전무합니다.
다행히 이 지점에 변화가 예고되었습니다.
2026년 8월 28일 입법예고된 수사준칙 개정령안은,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할 때 고소인의 법률적·사실적 주장에 대한 판단 근거와 불송치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어 통지하도록 정했습니다.
개정 형사소송법과 함께 10월 2일 시행 예정입니다. 다만 아직 입법예고 단계이므로 최종 조문은 추후 확인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4️⃣ 고소인은 불송치 사건의 CCTV를 볼 수 있을까?
가. 수사준칙 제69조에 따른 열람 및 복사 신청
여기서 짚고 갈 것이 있습니다.
조문만 놓고 보면 CCTV 열람이 막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래 조문에서는 사건 관계인은 불송치 결정의 기록에 대해 열람 및 복사가 가능하며,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69조(수사서류 등의 열람·복사)
⑥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1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신청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 서류의 공개로 사건관계인의 개인정보나 영업비밀이 침해될 우려가 있거나 범인의 증거인멸·도주를 용이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열람·복사를 허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 문제는 제6항의 '정당한 사유'가 실제로 어떻게 운용되는가인데, 조문은 그것을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 운용의 실제를 보여주는 것이 다음 두 판결입니다.
나. 고소인의 기록 열람에 대한 관련 판례
이 사건과 가장 닮은 판례 하나를 소개합니다(서울행정법원 2018구합57162 판결).
고소인은 2018년 2월 준강간으로 고소했으나 검찰의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항고와 재정신청까지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정작 그 처분의 근거가 된 CCTV 영상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고소인이 영상과 출력 사진의 열람·등사를 청구하자 검찰은 검찰보존사무규칙을 들어 거부했고, 결국 행정소송 끝에 고소인이 승소하였습니다.
판시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화질의 한계로 인물의 얼굴이 대부분 식별되지 않거나 일부만 보이므로 초상권 침해의 정도가 크지 않다.
둘째, 그 영상이 불기소 결정의 주요 근거였던 이상, 고소인의 권리구제 이익이 개인정보 보호 이익보다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고소인은 항고와 재정신청을 모두 마친 뒤에야, 그것도 행정소송을 따로 제기해서야 자기 사건의 영상을 보았습니다.
영상을 먼저 봤다면 항고이유서와 재정신청서의 내용이 달랐을 것이고, 결과도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판례는 공교롭게도 안산단원경찰서에서 비롯된 사건입니다(수원지방법원 2022구합80375 판결).
고소인들이 사기·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으나 2022년 8월 31일 혐의없음·각하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수사기록 복사를 신청하자 경찰서장은 2022년 9월 21일 「경찰 수사서류 열람·복사에 관한 규칙」이라는 내부 규칙을 근거로, 불송치 결정서·고소장·본인 진술조서 정도만 남기고 대부분을 불허했습니다.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으나, 판결이 선고된 것은 위 거부처분으로부터 약 13개월이 지난 후였습니다.
법원은 ‘경찰 내부 규칙이 정보공개법상 비공개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없고, 이미 불송치로 종료된 사건이므로 수사 직무수행을 곤란하게 한다는 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개인식별정보를 제외한 나머지는 공개하라’고 판시했습니다.
✅ 안산 주점 준강간 사건, 앞선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19세 알바생 준강간 고소 사건 - 불송치 결정 이유와 형사 절차의 문제점
다. 불송치 사건에서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달라지는 점은?
2026년 7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형사소송법이 10월 2일부터 시행됩니다.
고소인의 권리에 관한 조문이 여럿 신설되었는데, 그 중 불송치 기록에 대한 열람 등사 신청권이 법률로써 등장하였습니다.
신설 제245조의12
고소인 등은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위하여 수사 관계 기록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
위 조문에서는 신청의 목적을 '이의신청을 위하여'로 명시했다는 점이 유의미합니다.
이의신청과 기록 열람을 하나의 절차로 묶은 것이므로, 종래 '정당한 사유'를 폭넓게 들어 거부하던 실무가 그대로 유지되기는 어려워집니다.
다만 조문의 대상은 여전히 "수사 관계 기록"이므로, CCTV 영상 같은 증거물이 여기에 포함되는지는 조문만으로 확정되지 않습니다.
5️⃣ 넉 달이 지나 확인한 것
4월에 저는 따뜻하고 치밀한 사법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넉 달이 지나 확인한 것은, 따뜻함 이전에 정확함이 먼저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이유서에 적힌 한 줄이 실제 증거와 같은지를 확인하는 일.
그 확인을 피해자 본인이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형사절차의 주체로 인정한다는 말의 가장 구체적인 의미일 것입니다.
10월의 개정법이 그 첫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추후 고소인의 관점에서, 필수적인 개정 사항들을 정리해보는 글도 준비해볼 예정입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https://m.blog.naver.com/yjc_lawyer/clip/15772255
🔺성범죄 피해 직후 대처방안 1 : 신체 증거 보존
https://m.blog.naver.com/yjc_lawyer/clip/15522686
🔺성범죄 피해자 진술 이렇게 하면 큰일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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