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성지 파트너스 장예준 변호사입니다.
최근 뉴스에서 연일 보도되고 있는 제주 실종 사건. 사건의 경위뿐만 아니라 경찰의 초동수사와 이후 대응을 두고도 여러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을 단순히 하나의 실종 사건으로 바라보기보다,
형사전문변호사의 시선에서 수사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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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형사전문 변호사로써 마주하는 문제점들
형사사건을 주로 수행하는 입장에서 수사기관과 의견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불가피한 일입니다.
그러나 특히 일부 수사관들의 경우에는 기피 신청 등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이번 제주도 실종 사건에서도 수사기관의 고질적인 문제가 보이는 사례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제주도 실종 사건에 빗대어, 평소 제가 형사 사건을 진행하며 느껴 온 근본적 문제점 두 가지에 대해 풀어보고자 합니다.
2️⃣ 사건의 개요
🕙2026년 5월 12일 밤 10시 15분경
제주시 한림읍에 살던 37세 여성이 휴대전화만 챙긴 채 슬리퍼 차림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그 뒤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5월 15일 오후 6시 43분
함께 살던 남자친구가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신고를 접수한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의 부 경장은 두 시간 반 뒤인 그날 밤 9시 16분에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통화한 내역은 없었고,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는 ’교통사고 사망’이라는 사유가 입력되었고 관련 자료는 삭제되었습니다.
🗓️7월 19일
이후 두 달이 지난 7월 19일 사촌동생이 서울에서 재신고를 하고 나서야 사건이 다시 열렸습니다.
그 사이 한림읍 일대 CCTV 118대의 영상은 보존기간 30일이 지나 모두 삭제된 뒤였습니다.
🗓️8월 24일
실종 104일 만에 숙소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농장에서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부 경장은 8월 22일 긴급체포되었다가 8월 24일 체포적부심으로 석방되었고, 다음 날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다시 수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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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주도 실종 사건에서 확인되는 수사기관의 근원적 문제점은?
가. 부 경장이 체포적부심을 거쳐 석방된 이유는?
1) 관련 조문과 판례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긴급체포)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유를 알리고 영장없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이 경우 긴급을 요한다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를 말한다."
위 조문을 토대로 보면, 긴급체포를 하기 위해서는 아래 요건이 전부 충족되어야 합니다.
✔️ 첫째, 범죄의 중대성입니다.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여야 합니다.
✔️ 둘째, 범죄혐의의 상당성입니다.
그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 셋째, 체포의 필요성입니다.
증거인멸의 염려나 도주의 우려, 둘 중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 넷째, 체포의 긴급성입니다.
즉,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입니다.
위 요건 네 개가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영장 없는 체포가 되고, 법원은 이러한 원칙에 대해 매우 엄격히 판단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입니다(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5814 판결).
아래 판결 속 사안은, 마약 투약 제보를 받은 경찰관이 피의자의 주거지에 들어가 긴급체포한 사건이었는데, 대법원은 범죄혐의의 상당성은 인정하면서도 긴급성이 없다는 이유로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혐의가 있느냐와 지금 당장 영장 없이 체포를 해야 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긴급체포는 영장주의원칙에 대한 예외인 만큼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하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긴급체포는 법적 근거에 의하지 아니한 영장 없는 체포로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하는 것이고, 여기서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사후에 밝혀진 사정을 기초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나, 긴급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서도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는 그 체포는 위법한 체포라 할 것이다."
2) 구속영장청구 전 긴급체포한 경찰의 패착
이제 이번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피의자는 8월 11일에 이미 직위 해제되었고, 8월 14일에 입건되어 조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신원은 명확했고 연락도 정상적으로 되고 있었습니다.
저도 실무에서 현행범 체포된 피의자를 만나러 유치장 등을 방문하여 절차를 따져보면, 현장 출동하는 일부 수사관들이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합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서 그 비율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나,
❗지금까지도 현장에서는 급하다는 이유로,
❗영장 받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절차의 생략을 합리화하는 경우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관련 법령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때도 많습니다.
변호인으로서는, 이러한 절차 위반을 꼼꼼히 짚는 것이 모든 형사사건의 시작입니다.
본 사안에서도 결국 수사기관은 급박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정식으로 영장을 청구하는 절차를 건너뛴 것이고, 결국 체포적부심이 인용되어 석방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결과에 이른 것입니다.
결국 더 신속하게 신병을 확보하려다가 불필요한 추가 절차를 밟아야 했고, 석방이라는 결과에 이르렀고, 유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었습니다. 적법절차는 수사를 늦추는 장애물이 아니라 사건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안전장치입니다.
나. 조직의 수장이 부검 전 ‘목맴사’ 언급한 사정?
보도에 따르면, 8월 24일 오전에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같은 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목맴사’로 추정된다고 보고받았다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부검은 그 다음 날인 25일에 이루어졌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는 27일에 나왔는데, 고도의 부패로 외상이나 질식을 논하기 어렵다는 유보적 내용이었습니다. 법의관도 목맴의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를 덧붙였습니다.
1) 관련 조문
형사소송법 제198조(준수사항)
② 검사·사법경찰관리와 그 밖에 직무상 수사에 관계있는 자는 피의자 또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수사과정에서 취득한 비밀을 엄수하며 수사에 방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여기서 ’다른 사람’은 피의자가 아닌 사건 관계인을 뜻하고, 사망자와 그 유족이 당연히 포함됩니다.
❗경찰청장 직무대행직에 있는 자가,
❗조직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확정되지 않은 사인을,
❗부검 절차 개시도 하기 전에,
❗공개된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이 조항이 지키고자 하는 핵심과 충돌합니다.
일반 언론 매체조차 자살 관련 보도 수칙을 준수하게끔 되어 있는데, 위와 같은 상황에서 ‘목맴사’라는 언급을 한다는 것은 심히 당혹스러운 부분입니다.
2) 피해자의 인권에 대한 안일한 인식
☝🏻가장 큰 문제점은 위와 같은 발언으로 예단이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수사기관의 최고위직이 공식 석상에서 방향을 제시하면, 그 아래에서 진행되는 수사는 그 결론을 확인하는 작업이 되기 쉽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성실성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작동하는 방식의 문제입니다.
이제는 언론에서 과연 야자수숲에서 ‘목맴사’가 가능한 것이냐를 두고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부분은, 위와 같은 조직의 선 긋기 및 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강화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조직 책임 회피 및 그로 인한 유족 피해입니다.
담당자의 셀프 승인과 초동수사 부실로 CCTV 영상조차 전부 사라지게 만든 기관이, 마치 알고 보니 자살이어서 조직의 책임이 경감된다는 취지의 결론을 먼저 내놓았습니다.
물론 타살 의혹이 없다고 해서 해당 조직의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그러나 결론과는 별개로, 그러한 엄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주체로서는 정확한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구체적인 자살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불리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피해자와 유족에게 또 다시 피해를 끼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게 합니다.
단순히 타살 의혹은 없어 보이는 것으로 잠정 보고 받았으나, 부검과 감정 결과가 나오면 다시 말씀드리겠다는 말 한 마디로 정리될 수 있는 상황에서, ‘목맴사’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심히 부적절합니다.
오히려 국과수와 법의관은 그러한 신중함을 지킨 반면, 정작 신중해야 할 자리에서 조직의 수장은 그러지 못한 것입니다.
4️⃣ 맺으며
형사사건을 수행하다 보면 절차 위반을 문제 삼는 변호인을 향해 "잘못한 것은 맞는데 트집을 잡는다"는 시선이 따라올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절차는 결론이 옳은지를 검증할 수 있게 해 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절차를 건너뛰고 도달한 결론은, 설령 그것이 우연히 옳더라도 옳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경찰 조직의 책임은 사인이 무엇으로 결론 나든 달라지지 않습니다.
❗두 달을 기다리게 만든 것,
❗그 사이 증거가 사라지게 만든 것,
❗그리고 그 책임을 지고 있는 자리에서 확실치도 않은 결론을 먼저 뱉어 버린 것.
이러한 상황에서 10월에 예정되어 있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가 심히 우려 스럽기는 합니다.
덧붙여, 이번 사건에서 확인된 또 하나는 성인 실종에 관한 법적 공백입니다.
위치정보법상 성인 실종자의 가족이 경찰에 위치추적을 요청할 근거 조항이 사실상 없다는 점은 많은 분들이 모르고 계신 부분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따로 정리해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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