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팔거나 살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은 "이 회사가 도대체 얼마짜리인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비상장회사의 가격은 통상 "매년 벌 수 있는 이익 × 배수(4~8배)"로 정해지고, 그 배수는 감이 아니라 이익이 얼마나 확실하고 오래갈 것인가로 결정됩니다. 최근 진행한 회사 매각 자문 사례(내용은 각색했습니다)를 바탕으로, 실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이익배수(멀티플) 방식 — 수익환원 방식이라고도 합니다 — 을 계산 순서대로 풀어 보겠습니다. 끝까지 읽으시면 ▲배수가 정해지는 원리 ▲주식 값으로 바꾸는 3단계 계산 ▲세법이 그어 놓은 '안전 범위'까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나
버스회사 매각 자문을 진행하는데, 딸린 회사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전기버스 충전소 법인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고정 거래처(버스회사)가 있어 매년 1억원 안팎의 이익이 꾸준히 납니다. 의뢰인의 질문은 이랬습니다.
"영업이익이 연 1억이면, 이 회사 값은 어떻게 정하나요?"
배수의 정체 — "몇 년치 이익을 주고 살 것인가"
비상장회사 매매 협상에서 가격은 흔히 이렇게 잡습니다.
회사 가치 = 매년 벌 수 있는 이익 × 배수(통상 4~8배)
"4~8배"가 감으로 정해지는 숫자 같지만, 사실은 수학입니다. 배수를 뒤집으면 매수인이 요구하는 연 수익률이 되기 때문입니다.
8배를 주고 사는 매수인은 "연 12.5% 수익이면 만족한다"는 것이고, 4배만 내겠다는 매수인은 "이 이익은 불안하니 연 25%는 나와야 산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익이 얼마나 확실하고 오래갈 것인가가 배수를 결정합니다. 은행 예금처럼 확실한 이익이라면 배수가 높아지고, 내년에 사라질지 모르는 이익이라면 배수가 깎입니다.
연 1억 회사의 값 — 계산은 3단계
영업이익 1억원인 회사를 예로 실제 계산 순서를 밟아 보겠습니다.
1단계, 이익을 '정규화'합니다. 장부의 1억을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특수관계 거래처에 유리한 단가로 판 매출은 시장 단가로 다시 계산하고, 대표나 가족의 인건비가 시장 수준과 다르면 맞추고, 일회성 이익은 빼고, 설비 교체 시기가 다가오면 그 부담을 반영합니다. 이렇게 걸러낸 "지속가능 이익"이 출발점입니다.
2단계, 배수를 곱합니다. 장기 공급계약이 있어 6배를 적용한다면 기업가치(EV)는 6억입니다.
3단계, 주식 값으로 바꿉니다. 여기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틀리는 지점입니다. 6억은 '회사 전체'의 가치이지 '주식'의 가치가 아닙니다. 회사에 차입금이 2억 있다면 빼고, 영업에 필요 없는 여유현금이 0.5억 있다면 더합니다. 그래서 주식 100%의 값은 6 − 2 + 0.5 = 4.5억입니다. "이익 × 배수"를 그대로 주식 값으로 합의해 버리면, 빚이 많은 회사를 비싸게 사는 셈이 됩니다.
같은 1억인데 4억짜리도 되고 8억짜리도 되는 이유
배수 협상은 결국 "이 이익이 얼마나 튼튼한가"를 두고 벌이는 줄다리기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오른쪽의 "이익이 특수관계 단가에 의존"입니다. 이번 사례가 정확히 그랬습니다. 충전소의 고정 거래처가 함께 매각되는 버스회사 자신이었기 때문에, 매수인 입장에서는 "그 계약의 안정성은 인수 후 내 마음"이 됩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매수인이 배수 하단을 주장하기 마련이고, 매도인이 방어하려면 매각 전에 시장 단가 수준의 중장기 공급계약을 서면으로 갖춰 두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수단입니다. 반대로 시장 단가보다 비싸게 받아 온 이익이라면 실사에서 깎일 뿐 아니라 세무상 부당행위계산 문제까지 번질 수 있습니다.
세법의 기준선 — 협상가격에도 '안전 범위'가 있다
당사자끼리 자유롭게 정한 가격이라도 세법의 눈높이와 너무 멀면 과세관청이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54조·제56조)은 비상장주식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협상가격이 이 평가액과 30% 이상(또는 3억원 이상) 벌어지면 다툼의 여지가 생기므로, 거래 전에 회계법인 평가서를 받아 두면 분쟁을 미리 차단할 수 있습니다.
매각 전 점검 체크리스트
• 지속가능 이익 계산 — 장부 이익에서 일회성 이익·특수관계 거래 효과를 걸러냈는가
• 거래처 계약 정비 — 주요 계약이 서면·시장 단가·중장기로 되어 있는가 (구두 계약·만료 임박이면 배수가 깎인다)
• 주식 값 환산 — 기업가치에서 차입금을 빼고 여유현금을 더했는가
• 세법 안전 범위 확인 — 협상가격이 세법상 평가액과 30%·3억원 이내인가
• 평가서 확보 — 가격의 근거가 될 회계법인 평가서를 준비했는가
이 지점부터는 전문가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익배수 방식의 계산 자체는 위처럼 단순하지만, 실제 분쟁과 세금 문제는 계산 바깥에서 생깁니다. 특수관계 거래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부당행위계산부인·증여 의제 같은 세무 쟁점이 함께 움직이고, 주식매매계약서의 진술보장·가격조정 조항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매각 후 책임 범위가 달라집니다. 가격 협상, 세무 리스크 검토, 계약서 작성은 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설계로 진행돼야 하고, 이것이 세무와 계약을 함께 다루는 변호사가 매각 초기부터 관여할 때 값이 지켜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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