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신청하면 어떤 사건이 유리한가요
사건 개요
중한 범죄로 기소된 피고인과 가족들은 공소장을 받아 든 순간부터 낯선 선택지 하나를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배심원이 재판한다니 판사 한 사람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로 신청서를 내려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괜히 시끄럽게 만들면 판사 심증만 나빠지는 것 아니냐"며 지레 포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선택은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단 7일 안에 서면으로 확정해야 하고, 기간 안에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됩니다(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8조 제2항).
실제로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 다수가 "신청하면 무조건 유리한 것 아니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은 모든 사건에 유리하게 작동하는 만능 카드가 아닙니다. 이 제도는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에서 힘을 발휘하는 절차이지, 형량을 깎는 지름길이 아닙니다. 사건의 성격을 제대로 짚지 않고 감정적으로 신청했다가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얻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지 여부는 사건이 그 법이 정한 대상사건에 해당하는지, 다투는 지점이 사실관계인지 양형인지, 그리고 배제결정으로 무산될 위험이 있는지를 함께 따져 판단해야 합니다. 이 판단을 7일이라는 짧은 기한 안에 마쳐야 하기 때문에, 기소 가능성이 보이는 시점부터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실질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신청 여부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해당 사건이 국민참여재판법 제5조 제1항과 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이 정한 대상사건—사형·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해 합의부가 관할하는 사건—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둘째, 이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는 것이 유무죄(사실관계)인지, 아니면 유죄를 전제로 한 양형인지입니다. 셋째, 법원이 제9조에 따라 배제결정을 내릴 만한 사정—배심원 등의 신변 위해 우려, 공범 중 일부의 불원,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불원 등—이 있는지입니다. 넷째, 배심원 수(제13조)와 그 평결의 효력(제46조 제5항)을 감안했을 때 이 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무엇인지입니다.
이 네 가지를 순서대로 짚지 않고 "배심원이니까 유리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신청하면, 정작 사실관계에는 다툴 여지가 없는데도 절차만 길어지거나, 애초에 배제결정으로 무산될 사건에 시간을 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대상사건 해당 여부와 사실관계 다툼 구조부터 세우기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이 사건이 애초에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는지, 그리고 이 사건에서 정말로 다툴 것이 사실관계인지입니다. 이 순서를 건너뛰고 신청 여부부터 결정하면 처음부터 헛수고가 될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건을 살핍니다.
1) 공소사실을 기준으로 대상사건 해당 여부를 확인합니다.
국민참여재판법 제5조 제1항은 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에 따라 합의부가 관할하는 사건—사형·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사건 등—을 대상사건으로 정합니다. 단독판사 관할로 시작되는 비교적 가벼운 사건은 애초에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공소장에 적힌 죄명과 적용법조를 먼저 대조해 이 사건이 실제로 대상사건 목록에 들어가는지부터 확정합니다.
2) 다투는 지점이 유무죄인지 양형인지를 분리합니다.
국민참여재판은 실무상 무죄를 다투는 사건에서 실익이 크고, 유죄를 인정한 채 형량만 다투는 사건에서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특히 피해자·목격자 진술의 신빙성이 승부처인 사건, 고의나 정당방위 성립 여부처럼 '보통 사람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규범적 판단이 핵심인 사건에서는 배심원이 직접 증인의 육성과 표정을 보고 심증을 형성하는 구조가 힘을 발휘합니다. 반대로 혐의를 인정하고 초범·반성·합의 등 감경 사유만 다투는 사건이라면, 시민의 상식적 양형 감각이 직업법관보다 오히려 엄격하게 작동할 수 있고 절차가 길어지는 부담만 남을 수 있어 신청 실익을 재차 따집니다.
3) 배제결정 리스크를 미리 점검합니다.
법원은 공소제기 후부터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된 다음날까지 제9조가 정한 사유—배심원·예비배심원 등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침해 우려, 공범 중 일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아 진행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성폭력범죄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 그 밖에 진행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면 배제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공동피고인이 있는 사건이라면 다른 피고인의 의사부터 확인해, 신청해도 배제될 사건에 시간을 쓰는 일을 피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7일의 기한과 배심원 구성·평결 효력에 맞춰 재판 전략을 짜기
대상사건에 해당하고 다툴 실익도 있다고 판단되면, 그 다음은 절차적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배심원 구성과 평결의 성격에 맞춰 재판을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7일의 신청 기한을 처음부터 관리합니다.
피고인은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에 관한 의사가 적힌 서면을 제출해야 하고, 이 기간 안에 서면을 내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됩니다(제8조 제2항). 변호인을 선임하기도 전에 이 기한이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실무에서 실제로 발생하므로, 수사 단계에서부터 기소 가능성이 보이면 미리 판단 기준을 세워 두고, 공소장을 받는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2) 배심원 수와 인정 범위를 전략적으로 설계합니다.
배심원 수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무기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은 9인, 그 외의 대상사건은 7인이 원칙입니다. 다만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공판준비절차에서 공소사실의 주요 내용을 인정한 때에는 법원이 5인으로 축소할 수 있습니다(제13조). 다투는 부분과 인정하는 부분을 사전에 분리해 두면, 어느 부분을 심리에 집중시킬지, 배심원 규모가 어떻게 정해질지를 미리 가늠하고 그에 맞춰 증거와 증인 신문 계획을 짤 수 있습니다.
3) 평결의 비기속력을 고려해 설득의 초점을 판사에게도 맞춥니다.
배심원의 평결과 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습니다(제46조 제5항). 즉 배심원이 무죄로 평결해도 판사가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상 판사가 배심원의 평결과 다른 판단을 하려면 그 이유를 판결서에 설명해야 하는 구조이고, 배심원 전원이 일치된 의견으로 내린 무죄 평결일수록 판사가 이를 뒤집기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변론과 증거 제시는 배심원을 설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결론을 판사가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기록에 명확히 남기는 방향으로 준비합니다.
결론
국민참여재판은 신청 그 자체로 유리해지는 절차가 아닙니다. 사건이 대상사건에 해당하는지, 다투는 지점이 사실관계인지 양형인지, 배제결정으로 무산될 위험은 없는지를 먼저 따진 뒤에야 신청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판단은 공소장 부본을 받은 날부터 단 7일 안에 마쳐야 합니다. 지금 기소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공소장을 받아 든 상황이라면, 이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에 어울리는 사건인지, 신청이 실제로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 사건인지를 서둘러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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