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휴대전화 증거 삭제, 구속사유가 될까?
내 휴대전화 증거 삭제, 구속사유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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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대전화 증거 삭제, 구속사유가 될까? 

최봉균 변호사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거나 수사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불안한 마음에 휴대전화의 메시지나 사진, 통화기록 등을 삭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성범죄, 마약, 사기 등 휴대전화와 전자정보가 주요 증거가 되는 사건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더욱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먼저 구별할 부분이 있습니다. 피의자가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직접 삭제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형법상 증거인멸죄로 별도 처벌되지 않습니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기본적으로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별도의 증거인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과 형사절차에서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수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범죄와 관련된 자료를 의도적으로 삭제하거나 은폐한 정황이 확인되면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를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현실화된 사정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구속영장의 신청·청구 및 발부 여부를 판단할 때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애거나 제3자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경우에는 증거인멸죄 또는 증거인멸교사죄가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첫째, 자료를 삭제하면 구속 필요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이 정한 대표적인 구속사유에는 주거부정, 도망의 염려와 함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포함됩니다.

구속 여부는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는지 부인하는지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불구속 상태에서 계속 수사를 받을 경우 남아 있는 증거를 없애거나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지도 중요하게 판단됩니다.

따라서 수사가 시작된 사실을 인식한 뒤 다음과 같은 행동을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거나 교체한 경우

  • 카카오톡·텔레그램 등 대화내역을 삭제한 경우

  • 관련 사진·영상·문서 파일을 없앤 경우

  • 클라우드나 이메일 계정을 탈퇴한 경우

  • 회계장부나 계약서 등을 폐기한 경우

  • 관련자에게 연락하여 대화를 삭제하거나 진술을 맞추려 한 경우

이미 실제로 증거를 삭제한 사람이라면 남아 있는 다른 자료도 삭제하거나 관련자와 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료가 삭제됐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구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삭제 시점과 경위, 평소 자동삭제 설정 여부, 해당 자료의 중요성, 남아 있는 증거의 정도 및 향후 인멸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둘째, 디지털 증거는 삭제해도 흔적이 남을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에서 메시지나 사진을 삭제했다고 해서 그 정보가 반드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건에 따라 다음 자료를 통해 원래 정보나 삭제 흔적이 확인될 수 있습니다.

  • 상대방이나 관련자의 휴대전화

  • 메신저·이메일·클라우드 서버

  • 통신자료 및 접속기록

  • 계좌거래 내역과 결제자료

  • PC·태블릿 등 다른 전자기기

  • 백업파일과 디지털포렌식 결과

수사기관이 다른 자료를 통해 해당 정보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만 삭제되어 있다면, 삭제 시점과 경위가 새로운 수사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삭제한 자료가 포렌식을 통해 복원되지 않더라도 삭제 로그, 초기화 시점, 계정 탈퇴 또는 기기 교체 내역 자체가 증거인멸의 의도를 판단하는 정황자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압수수색이나 디지털포렌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휴대전화와 계정을 무작정 정리하거나 초기화하는 것은 적절한 대응방법이 아닙니다.

셋째, 타인을 통한 증거인멸은 별도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자기 사건의 증거를 스스로 없앤 행위가 원칙적으로 증거인멸죄의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삭제나 은폐를 부탁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대법원은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을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행위도 원칙적으로는 처벌되지 않지만, 그 방법과 내용이 방어권의 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증거인멸교사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행동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 회사 직원에게 서버나 회계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하는 행위

  • 관련자에게 휴대전화 교체나 초기화를 요구하는 행위

  • 허위자료를 새로 만들거나 기존 자료를 조작하게 하는 행위

  • 참고인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하거나 말을 맞추는 행위

  •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대신 폐기하는 행위

이러한 행동은 본래 혐의에 대한 방어와 별개로 새로운 범죄혐의를 발생시키거나 구속 필요성을 높이는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넷째, 불리한 증거는 삭제가 아닌 맥락을 분석해야 합니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불리해 보이는 문자메시지나 사진 한 장을 발견하면 이를 없애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판단하는 것은 자료 한 장만이 아닙니다. 해당 자료가 생성된 경위와 전후 대화, 거래내역, 사건 당시의 상황 및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하여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합니다.

일부 표현만 보면 불리해 보이는 대화도 전체 대화에서는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자료가 범죄의 고의나 공모관계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자료를 임의로 삭제하기보다 다음 사항을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 해당 자료가 어떤 범죄혐의와 연결되는지

  • 전후 맥락을 포함하면 의미가 달라지는지

  • 다른 객관적인 자료와 모순되지는 않는지

  • 수사기관이 어떤 의미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는지

  • 제출할 자료와 제출하지 않을 자료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 조사에서 어떤 사실을 설명해야 하는지

변호인의 역할은 증거를 없애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현재 존재하는 증거의 내용과 법적 의미를 분석하고 적법한 방어전략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이미 자료를 삭제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일부 자료를 삭제했다면 추가로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거나 다른 계정과 자료까지 정리해서는 안 됩니다. 관련자에게 연락하여 삭제 경위를 맞추려는 행동도 피해야 합니다.

삭제한 시점과 이유, 평소 자동삭제 설정 여부, 기기 변경이나 저장공간 부족 등 객관적인 사유가 있었는지를 사실대로 정리해야 합니다. 이후 변호인과 함께 삭제된 자료의 내용, 사건과의 관련성 및 수사기관이 이를 어떻게 평가할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삭제 사실을 확인했을 때 사실과 다른 해명을 하거나 삭제 사실 자체를 숨기면 진술의 신빙성까지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수사가 예상된다면 삭제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피의자에게 불리한 증거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증거를 없애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불리한 증거가 있더라도 적법한 절차 안에서 그 의미와 신빙성, 범죄사실과의 관련성을 다투는 것이 형사변호의 영역입니다. 반면 수사를 예상하면서 자료를 삭제·은폐하거나 관련자와 진술을 맞추는 행동은 기존 사건의 방어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구속 필요성을 주장하는 추가적인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거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예상된다면 휴대전화, 계정 및 관련 자료를 현재 상태로 보존해야 합니다. 임의로 삭제하거나 초기화하기 전에 변호인과 사실관계와 보유 자료를 검토하고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기 형사 대응에서 필요한 것은 증거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증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이 수사와 재판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분석하여 적법한 방어전략을 세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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