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사건에서 경찰이 유사강간 혐의를 불송치했다고 하여 모든 법적 검토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인정된 신체접촉의 형태, 폭행·협박의 내용, 상대방 의사에 반한 행위였는지, 수사기관이 증거를 빠짐없이 평가했는지를 다시 살펴야 합니다. 특히 유사강간의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가 강제추행에 해당할 가능성은 별도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
🔎 유사강간과 강제추행의 구별
형법 제297조의2의 유사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구강·항문 등 신체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대상으로 합니다. 반면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을 한 경우가 문제됩니다. 따라서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죄명이 자동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접촉 부위와 방법, 행위가 이루어진 과정, 유형력 또는 해악 고지의 존재, 행위자의 인식이 각각 구체적으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수사기관이 삽입이나 접촉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유사강간의 폭행·협박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면, 그 판단이 곧 강제추행의 부정까지 의미하는지 결정 이유를 확인해야 합니다. 두 죄는 보호법익이 맞닿아 있지만 구성요건과 폭행·협박 법리가 완전히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 폭행·협박은 사건 전체로 판단
강간·유사강간에서 폭행·협박의 정도는 행위의 내용과 강도만 떼어 보는 것이 아니라 당시 장소, 피해자와 행위자의 관계, 체격 차이,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 전후의 말과 행동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6도16948 판결도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 유형력 행사의 경위, 관계, 성행위 당시와 이후 정황을 함께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강제추행의 경우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이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까지 요구하는 종래 기준에서 벗어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나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해악의 고지가 있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므로 유사강간에서 요구되는 정도에 미치지 못했다는 판단만으로 강제추행까지 곧바로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 불송치 이유부터 정확히 확인
이의신청 전에 불송치 결정서와 사건처리 결과 통지의 이유를 문장 단위로 확인해야 합니다. 신체접촉 자체를 부정한 것인지, 접촉은 인정하되 폭행·협박을 부정한 것인지, 상대방 의사에 반한 행위라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본 것인지에 따라 보완할 내용이 달라집니다. 단순히 결론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기보다 어떤 사실을 인정했고 어떤 증거를 배척했는지 표로 정리하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은 불송치 통지를 받은 고소인 등에게 해당 사법경찰관 소속 관서의 장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를 두고 있습니다. 이의신청이 있으면 경찰은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보내야 합니다. 다만 이 절차가 곧 기소나 유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기록에 나타난 판단 누락과 증거 평가의 문제를 구체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이의신청에는 쟁점을 구조화해야
첫째, 인정된 행위와 다투는 행위를 구분합니다. 둘째, 유사강간과 강제추행의 각 구성요건에 사실을 대응시킵니다. 셋째, 결정서가 적용한 법리와 현재 대법원 판례가 일치하는지 확인합니다. 넷째, 조사되지 않은 참고인, 확보되지 않은 영상이나 통신자료, 문답 과정에서 누락된 진술을 특정합니다. 죄명만 바꾸어 달라는 요청보다 같은 사실관계에서 예비적·축소적 평가가 가능한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검사는 송치된 기록을 바탕으로 추가 수사 필요성 및 적용 죄명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문제될 수 있으므로 행위 시각, 장소, 접촉 형태와 전후 행동을 일관되게 특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증거는 전후 맥락까지 묶어야
녹음이나 메시지는 일부 문장만 제출하기보다 앞뒤 흐름이 드러나는 원본 형태를 보존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 직후 주변인에게 알린 내용, 신고 경위, 상담·진료 자료, 이동기록과 영상도 각각 무엇을 증명하는지 표시해야 합니다. 피해 직후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특정한 반응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동의가 추정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피의자 측에서도 대화 전체, 만남 경위, 기억에 의존하지 않는 객관자료를 확보해 방어해야 합니다.
녹음 파일은 편집본과 원본을 구분하고, 생성일시와 저장 경로를 유지해야 합니다. 제3자 진술은 전해 들은 내용과 직접 목격한 내용을 나누어 정리해야 증명력이 과장되지 않습니다.
✅ 재검토 과정의 유의사항
상대방에게 반복 연락해 해명을 요구하거나 진술을 맞추려는 행동은 새로운 분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온라인 게시로 사건을 공론화하면 명예훼손이나 2차 피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수사기관에 제출할 자료와 공개할 내용을 분리해야 합니다. 모든 성범죄 사건은 세부 사실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죄명 하나만을 전제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 글은 형법 제297조의2·제298조,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과 대법원 2016도16948 판결,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을 교차 확인해 정리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결정서 원문과 증거 목록을 기준으로 쟁점을 다시 세우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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