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수영장 사고, 시설운영자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묻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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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수영장 사고, 시설운영자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묻는 기준 

강대현 변호사

스키장 슬로프에서 넘어져 부딪히거나 수영장에서 미끄러져 다쳤을 때, 많은 이용객은 '내가 조심하지 못한 탓'이라 여기고 그냥 넘어갑니다. 그러나 사고의 원인이 시설의 안전관리 소홀에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체육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이용계약에 따라 이용자의 생명·신체를 지킬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다하지 못했다면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스포츠 활동에는 본래 어느 정도의 위험이 따른다는 점이어서, 어디까지가 이용자가 감수해야 할 통상적 위험이고 어디서부터가 시설운영자의 책임인지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스키장·수영장 사고에서 법원이 시설운영자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인정하는 기준을 판례와 법령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시설 이용계약과 안전배려의무 — 어디서 오는 의무인가

스키장이나 수영장을 이용하는 것은 단순한 시설 출입이 아니라 이용료를 지급하고 그 시설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관계입니다.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신의칙상 부수의무로 안전배려의무가 따라붙는다는 것이 판례·학설의 일반적 설명입니다. 시설운영자가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해 이용자가 다쳤다면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민법 제750조)을 물을 수 있고, 시설 자체의 설치·보존상 하자가 사고 원인이라면 공작물책임(민법 제758조)도 함께 검토됩니다.

여기에 더해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은 스키장·수영장과 같은 체육시설업자에게 구체적인 공법상 의무를 별도로 부과합니다. 같은 법 제24조는 체육시설업자가 안전·위생기준을 지키도록 정하고 있고, 시행규칙 제23조 및 별표6은 시설 종류별 안전관리요원의 배치 인원과 임무, 보호장구 구비 등을 구체적 수치로 규정합니다. 이 공법상 기준을 지키지 않은 사실은 민사소송에서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로 쓰입니다. 다만 기준을 지켰다고 자동으로 면책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체육시설 이용계약에는 명시하지 않아도 안전배려의무가 부수의무로 따라붙고, 체육시설법 제24조·시행규칙 별표6의 안전기준 위반은 이 의무 위반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로 작용한다.

위험의 인수 법리 — 통상적 위험과 시설 책임의 경계

스키·수영 같은 스포츠 활동에는 본질적으로 위험이 내재해 있고, 이용자는 그 활동에 참가함으로써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스스로 감수한다는 것이 판례의 기본 태도입니다. 다른 이용객과의 충돌, 넘어짐처럼 그 종목 특성상 흔히 예견되는 위험까지 시설운영자에게 전부 책임 지우면 사실상 위험을 동반하는 스포츠 시설을 운영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4다21053 판결은 스키장 슬로프에서 넘어진 이용자가 안전망에 부딪혀 사망한 사건에서,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었는지는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해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방호조치의무를 다했는지로 판단해야 하고, 공작물의 통상적 용법을 벗어난 이례적인 행동의 결과로 발생한 사고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방호조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이 갖는 의미는, '다쳤다'는 결과만으로 시설운영자 책임이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안전망이 정상적으로 설치되어 있었고 통상적인 이용 상황을 전제로 한 강도와 위치를 갖췄다면, 그 위에서 발생한 개별 사고까지 시설이 전부 책임지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안전망 자체가 부실하게 설치되었거나, 위험이 예상되는 구간에 아예 방호시설이 없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결국 위험의 인수 법리는 시설운영자의 책임을 원천 차단하는 방패가 아니라, '통상적으로 예견 가능한 위험에 대비한 시설을 갖췄는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법원이 보는 판단기준 —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

그렇다면 법원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기준 삼아 안전배려의무 위반 여부를 가릴까요.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다14895 판결이 좋은 단서를 줍니다. 이 사건은 만 6세 어린이가 야외수영장의 어린이용 구역(수심 0.8미터)에 있다가 혼자 성인용 구역(수심 1.2미터)으로 뛰어들어 익수 사고를 당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어린이용 구역과 성인용 구역을 같은 수영조 안에 붙여 설치한 점, 수심 표시를 수영조 벽면이 아니라 테두리에만 해 두어 물속에서는 인식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근거로 수영장 관리자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이 판결에서 주목할 부분은 법원이 안전조치에 드는 비용과 사고 발생 시 손해 규모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과실을 판단했다는 점입니다. 구역을 분리하거나 수심 표시를 벽면에 추가하는 데 드는 비용은 크지 않은 반면, 그로 인해 막을 수 있었던 손해는 훨씬 컸다는 것입니다. 즉 시설운영자가 들인 안전조치 비용이 사고 발생확률과 예상 피해규모를 곱한 값보다 작다면, 그 시설은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봅니다. 보호자가 어린이를 잠시 살피지 못한 과실이 있었더라도, 이는 시설 측 책임을 배제하는 사유가 아니라 뒤에서 볼 과실상계의 문제로 처리된다는 점도 이 판결이 함께 보여줍니다.

  • 시행규칙 별표6이 정한 안전요원 배치·보호장구 기준을 지켰는가

  • 위험 구간(경사 변화·수심 변화 지점 등)에 표지·방호시설을 갖췄는가

  • 안전조치 비용이 예상되는 사고 확률·피해 규모보다 작았는가

  • 사고가 시설의 통상적 이용 상황에서 발생했는가, 이례적 행동의 결과인가

법원은 '완벽한 안전'이 아니라 시설의 위험성에 비례해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방호조치를 다했는지, 안전조치 비용이 예상 손해보다 작았는지를 기준으로 안전배려의무 위반 여부를 가른다.

스키장 사고 —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스키장 사고에서는 우선 슬로프 난이도 표시와 안전요원 배치가 시행규칙 별표6이 정한 기준을 충족했는지가 출발점입니다. 시행규칙은 스키지도요원을 슬로프 면적 5만제곱미터당 1명 이상, 스키구조요원을 운영하는 슬로프별로 2명 이상(길이 1.5킬로미터 이상인 슬로프는 3명 이상), 리프트 승차장에는 2명 이상·하차장에는 1명 이상을 배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해당 구간에 이 기준을 충족하는 인력이 실제로 배치되어 있었는지, 사고 후 구조요원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적절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슬로프 자체의 설계와 시설도 살펴야 합니다. 초급자 코스와 중급자 코스의 경계에 안내 표지나 통제선이 있었는지, 나무·바위처럼 충돌 위험이 큰 지점에 충격 흡수 매트나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었는지, 리프트 하차 지점처럼 이용자가 몰리는 구간에 별도의 안전요원이 있었는지가 판단 요소입니다. 안전모 착용을 안내하고 대여 장비를 충분히 갖췄는지도 시행규칙이 요구하는 사항입니다. 반대로 이용자가 자신의 실력을 넘어서는 코스를 임의로 선택했거나, 통상적인 활강 궤적을 벗어나 다른 이용객과 충돌한 경우처럼 이례적 행동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면, 시설운영자 책임보다는 이용자 본인이나 가해 이용객의 책임 문제로 좁혀질 가능성이 큽니다.

수영장 사고 —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수영장 사고에서는 수심 표시와 구역 구분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지점입니다. 시행규칙은 실외에 개장한 수영장에 간호사·간호조무사 또는 응급구조사를 1명 이상, 감시탑에는 수상안전요원을 2명 이상(교습만 이뤄지는 경우 1명) 배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본 2017다14895 판결처럼 어린이용 구역과 성인용 구역이 명확히 분리되어 있었는지, 수심 변화 지점에 물속에서도 식별 가능한 표시가 있었는지도 핵심 쟁점입니다.

이 밖에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된 바닥재를 썼는지, 응급상황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구조 장비와 절차가 갖춰져 있었는지, 수질 관리 기준을 지켜 2차 사고 위험을 낮췄는지도 안전배려의무 위반 여부를 가리는 요소가 됩니다. 안전요원이 배치되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자동 면제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유의할 부분입니다. 배치된 인원이 실제로 이용자 동선을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지, 사고 발생 시점에 다른 업무(교습 등)에 매여 있어 감시 공백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가 함께 따져집니다.

  • 어린이용·성인용 구역이 물리적으로 분리되고 수심 표시가 벽면에도 있는지

  • 수상안전요원이 시행규칙 기준 인원대로 배치되고 감시 위치를 유지했는지

  • 바닥 미끄럼 방지, 수질관리, 응급구조 장비가 갖춰져 있는지

  • 사고 발생부터 구조까지 걸린 시간과 대응 절차

과실상계 — 이용자 부주의가 있어도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실제 소송에서는 시설 측 안전관리 소홀과 이용자 본인의 부주의가 함께 사고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용자가 안내를 따르지 않고 위험 구역에 들어갔거나, 보호자가 아동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경우처럼 이용자 측 과실이 있더라도, 이는 시설운영자의 책임을 완전히 없애는 사유가 아니라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과실상계로 반영되는 요소입니다. 앞서 본 2017다14895 판결에서도 보호자가 어린이를 잠시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법원은 이를 이유로 수영장 관리자의 책임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배상액 산정 단계에서 고려했습니다.

반대로 사고가 전적으로 이용자의 이례적 행동에서 비롯되었다면 상황은 다릅니다. 정해진 코스를 벗어나 통제구역에 들어갔다가 다쳤거나, 시설 측이 요구하는 안전수칙(구명조끼 착용, 특정 구역 출입금지 등)을 명백히 어기고 사고를 당한 경우에는 그 위반의 정도에 따라 시설운영자 책임이 크게 줄거나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과실상계는 '누구 책임이냐'를 이분법으로 가르는 것이 아니라, 시설의 안전관리 소홀 정도와 이용자의 부주의 정도를 각각 평가해 손해를 합리적으로 분담시키는 절차입니다.

손해배상 청구 — 입증자료와 약관면책조항의 한계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사고 당시 상황을 뒷받침할 자료를 최대한 빨리 확보해야 합니다. 사고 현장과 시설 상태를 촬영한 사진·영상, CCTV 녹화본, 목격자 진술, 병원 진료기록과 진단서, 시설 측이 작성한 사고보고서 등이 기본 자료입니다. 시행규칙이 정한 안전요원 배치기준을 시설이 지켰는지는 시설운영자가 보유한 근무일지·배치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소송 과정에서 문서제출명령 등으로 확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용약관에 '시설 이용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식의 면책 문구가 있더라도, 그 문구만으로 배상책임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7조는 사업자나 그 피용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는 약관 조항을 무효로 정하고 있고, 안전요원 미배치나 시행규칙상 기준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는 이러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할 여지가 큽니다. 아울러 체육시설법 제26조는 체육시설업자에게 사고에 대비한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으므로, 사고 발생 시 시설이 가입한 보험사를 통한 배상 절차도 함께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키장에서 다른 이용객과 부딪혀 다쳤는데, 시설운영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다른 이용객과의 충돌은 가해 이용객 본인의 책임 문제이지만, 시설운영자가 안전요원을 기준대로 배치하지 않았거나 충돌 위험이 큰 구간에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아 사고를 키운 정황이 있다면 시설운영자에게도 별도로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물을 수 있습니다.

Q. 안전요원이 배치되어 있었다면 시설 책임은 없는 건가요?

A. 안전요원이 형식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자동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배치 인원이 시행규칙 기준에 못 미쳤거나, 사고 당시 감시 공백이 있었거나 대응이 지연되었다면 배치 여부와 별개로 안전배려의무 위반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초급자인데 상급 코스를 이용하다 다쳤다면 전적으로 제 책임인가요?

A. 코스 선택이 본인 판단이었다는 사정은 과실상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책임이 전부 이용자에게 넘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코스 경계에 안내나 통제가 없었거나 위험 구간에 방호시설이 없었다면 시설 측 책임도 함께 검토됩니다.

Q. 수영장에서 미끄러져 다쳤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사고 직후 다친 부위를 병원에서 진단받아 기록을 남기고, 사고 지점의 바닥 상태와 미끄럼 방지 처리 여부를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설 측에 사고보고서 작성을 요청하고 CCTV 보존을 요청해 두면 이후 책임 규명에 유리합니다.

Q. 이용약관에 사고 발생 시 책임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으면 배상받을 수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라 사업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책임을 배제하는 약관 조항은 무효이므로, 안전기준 미준수로 인한 사고라면 그 문구를 근거로 면책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Q.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하나요?

A. 사고 현장 사진·영상, CCTV, 목격자 연락처, 병원 진료기록과 진단서, 시설 측 사고보고서를 최대한 빨리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안전요원 배치기록처럼 시설 측이 보유한 자료는 소송 과정에서 별도로 확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맺음말

스키장·수영장 사고에서 시설운영자의 책임 여부는 '다쳤다'는 결과가 아니라, 그 시설이 위험성에 비례해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안전조치를 다했는지로 판가름납니다. 시행규칙이 정한 안전요원 배치기준과 시설 기준을 지켰는지, 위험 구간에 방호시설과 표지를 갖췄는지가 실질적인 판단 근거가 되고, 이용자의 부주의가 있었다 해도 그것이 시설 책임을 자동으로 없애지는 않습니다.

사고를 겪었다면 무엇보다 현장 상황과 시설 상태를 보여주는 자료를 빨리 확보해 두는 것이 이후 책임 규명의 출발점이 됩니다. 안전기준 위반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사고 경위와 확보한 자료를 정리해 법률 전문가와 함께 검토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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